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도 말한다
존경하는 작가님들께 드립니다.
작가님들은 나이를 떠나서 하나의 우주입니다. 아니 어제 배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비유로 말씀된 한 마리의 사자라고도 할 수가 있습니다. 사자는 기존 체제를 부정하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사자의 반항이 그냥 반항으로만 끝나면 히틀러나 뭇솔리니 같은 인간이 되고 맙니다. 뭇 생명을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저항을 위한 저항을 하는 세계파괴자 말입니다. 그걸 정치적인 용어로 파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一國一黨主義. 전체주의적 정치 이념 ) 라고 합니다.
등단장사로 등단했던, 정말 글을 잘 써서 등단했던, 등단한 작가는 어둠을 밝혀주는 밤하늘의 별입니다. 그 별을 두고 대구수필가협회 회장이 무슨 권력자라고 지시하고 명령하고 닥달합니까? 별은 제 스스로 빛이 나야 별인 것이지,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는 것은 별이 아닙니다. 선생이 되었다고 제자를 닥달하거나, 회장 감투 썼다고 사무국장이나 간사를 제 “아시(손아래)동생” 다루듯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별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별은 제 스스로 빛을 발하도록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예우를 해야 합니다.
이사회 결과 공지를 카페에 올리는 것을 왜 회장이 하느냐는 말씀도 계십니다. 사무국장이 할 일을 회장이 다 한다는 비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직을 관리하는 노련한 행정 능력은 “문학성을 이해하는 일처럼”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기에 회장이 시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회장이 지시명령 한다고 협회조직이 금방 핑핑 잘 돌아 갈 것 같으면 세상이 이렇게 혼돈스러울 리가 있겠습니까? 지시와 명령은 노예도덕을 흠모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주인도덕을 흠모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의 지시나 통제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기에 그분들을 길라잡이 해줄 메뉴얼이 필요합니다. 율곡은 나이 스물에 “자경문”을 지어 놓고 스스로의 인격을 갈고 닦은 주인도덕의 실천자(=스스로 법칙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창조하는 자) 입니다.
우리 협회는 창립 20년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협회관리 메뉴얼이 없습니다. 메뉴얼이 왜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냥 머리 숫자로 많이 모여서 잘먹고 신나게 노는 것을 회장 노릇 잘한 것으로 평가 합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로 "놀이하는 어린 아이"가 되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무의미한 일을 계속해서 뒷수발해야 하는 집행부를 맡은 회장은 그런 놀이나 하는 아이들의 뒷 바라지 만을 하는 낙타근성 곧 노예도덕(=구 시대적인 인습)에 빠지기 싫어서 사자처럼 저항 하게 됩니다.
- 작가가 되어 세상에 빛이 되고 소금이 되고 영혼의 양식이 되는 글은 아니 쓰고 대중 앞에서 폼 재는 것을 좋아 하는 것을 두고 작가라고 할 수가 있느냐?
- 작가에게는 글 쓰는 일이 우선이지, 먹고 마시고 노는 게 우선이 되어서 되겠느냐?
- 문정과 문심을 교류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먹고 노는 것만을 목적으로 모이는 단체는 사교클럽이지 문학클럽이 지향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
- 한 번 제자로 삼아서 작가로 배출 했으면 그들에게 자유를 줘야지, 평생 노예도덕에 얽어매어 놓는 것이 문학의 미래를 위해서 옳은 처사냐?
- 문학성도 없는 작품에다 돌려 먹기식으로 지나게나 문학상을 주는 게 과연 문학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같은 이런 저항을 사자처럼 하게 되는 것입니다.(이건 회장인 제 생각만이 아니고 집행부와 임원들 생각도 그러할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수필가협회가 작가인 회원들의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회장 직을 수락했고, 협회를 인(人)에 의한 통솔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놓겠다고 취임사에서 그걸 밝혔습니다. 이건 노예도덕 수준에 있는 우리 작가들의 의식을 주인도덕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변화를 향한 새로운 시도 (=권력에의 의지) 입니다 . 별(=등단 작가)이 되어서도 우리의 영적 수준이 낙타 수준(무릎을 꿇고 복종하는 수준)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나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내가 굳이 문단에 얼굴을 내밀 이유가 없다고 생각 합니다. 등단 작가인 우리가 노예도덕 수준에서 주인 도덕 수준으로 환골 탈퇴하는 길은 조직 운용에서 회장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규정대로 만 일하면 조직이 잘 움직이도록 제도화 시켜 놓는 데 있습니다.(그 보다 먼저 내 의식의 내면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 일이겠지만)
수필문학을 발전시키는 일도, 장래가 촉망되는 후배수필가들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일도 회장이 해야 할 일이고, 조용한 가운데서 크게 흐르는 능수능란한 행정을 누구에게나 가능하게 만드는 일도 회장이 해야 할 일 입니다. 이사회나 총회를 하면 필히 회의록을 작성해서 남겨야 합니다. 이걸 제대로 작성해서 대물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습니다. 집행부의 일을 맡기려면 입회경력이나 그 사람이 지닌 행정 능력을 살피고,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인적자료 자체가 관리 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묵은 경리 장부를 뒤져서 입회연도별로 회원명부 부터 새로이 정리 한 것입니다.
어제 세미나에 참석하신 회원에 대한 출석부를 전부 정리 했습니다. 출석부 이게 왜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생각 자체를 안합니다. 작품상 규정에 문학기행이나 세미나 참석자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제도화 시켜 두었으니 출석부가 없으면 작품상 수상자를 결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석 하겠다고 약속 하고도 아무 연락도 없이 불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에게도 특별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무 연락도 없었다는 것은 낙타 정신에 젖어서 사자정신을 능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 낙타와 사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처럼 으르렁 댈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10대 집행부 임기가 끝나더라도 대를 이어서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려고 사무국 운용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올 연말 총회에서 회칙 개정안이 통과되고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제 규정들이 통과되면 규정대로 집행되어야 합니다. 누구든 규정에 어긋나는 회무를 하면 감사 지적사항이 되고, 규정을 어긴 이유로 비판 받아야 합니다. 법이 능사가 아니지만 행정에서 만큼은 법치주의의 기틀을 만들어 놓으려고 밤잠을 자지 않고 만든 것이니, 회의록에 첨부된 제 규정들을 잘 살피셔서 우리 수필가협회가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마음을 보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단에서 문학상 수상작 선정에 진짜로 문학성만 보고 작품을 선정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학상 수상자를 냉소하는 분위기가 만연 합니다. 낙타에게 불만이 생겨서 사자가 되려면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근원을 살펴서 개선해 나가야 됩니다. 이게 진짜 주인도덕인 사자정신입니다만 작가된 사람이 노예도덕정신에서 벗어 날 생각을 도무지 안 합니다. (저는 수필교실을 맡은 분들은 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작가들로 하여금 계속 낙타정신에 예속 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장을 맡아서 회무의 내용을 미리 카페에 공개 하고 의견을 청취한 다음에 회의를 합니다. 그때는 전혀 의견 개진을 않다가 꼭 회의장에 나와서 말을 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더러는 뒷공론을 일으켜서 앞장 선 사람을 흔들기도 합니다. 이건 생산적인 회의 태도가 아니고 회장을 "쫑코" 주어서 주인도덕의 정신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짓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 되면 저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사자처럼 으르렁 거릴 것입니다.
나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인간세상의 문제를 낙타처럼 인식하지 않고 사자처럼 인식 합니다. 그래서 작가로 등단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사자가 자기 분노에 사로 잡혀서 파괴만을 일삼는다면, 내가 쓰는 작품은 허무주의(니힐리즘)로 빠지고 맙니다. 허무주의는 생명이 생명으로 살게 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사상입니다. 내가 생명이고 우리 모두가 생명인지라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낙타가 사자로 변해가야 합니다만, 사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고 우리는 거기에서 다시 놀이하는 순수한 아이로 재탄생 되어야 합니다. 나의 인식체계가 죽었다가 다시 재탄생하는 그게 진짜 사랑이고 문학성입니다. 이게 바로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세계관” ( 제우스 신이 자신의 허벅지에 숨겨서 다시 태어나게 한 아들로 마이더스 왕에게 소원대로 왕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만들어 주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환원시킨 신 )이자 거듭남의 세계관입니다.
작가가 되어서도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영혼들에게 고합니다.
문학성이 충일한 영혼은 권위주의를 벗어 던져버립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그게 진짜 사랑이고 놀이에 몰두하는 무구한 영혼입니다. 나는 수필가협회 회장직을 감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작가님들이 훌륭한 작품을 생산해 주시길 소망할 뿐입니다.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려면 우리의 의식이 훌륭한 의식으로 가득차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자 했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2023년 제 3차 이사회 회의 자료 내용 중 회칙 등 제 규정은 한번 제정되면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이건 노예도덕이 아닙니다. 누구나 협회 일을 맡게 되면 큰 수고를 하지 않고도 쉽게 조직을 움직일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일인지라 주인 도덕입니다. 한글만 읽을 줄 알면 회무를 맡아서 잘 운용하실 수 있도록 체계화 시켰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행정능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주먹구구를 면할 수가 없습니다. 10대 집행부는 우리 협회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체계화 시키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회의 때 수정 발의 하시면 정정할 시간이 부족하니 의견이 있으시면 미리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총회 전까지 회원님들께서 열람해 보신 후 다른 의견이 계시면 집행부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낙타가 사자가 되었다가 다시 놀이를 좋아하는 무구청정한 어린아이가 되려고 하는데 “짜라투스트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 모르고” 자꾸 사자를 작대기로 쿡쿡 찌르면 이미 사자가 된 낙타는 뒤돌아서서 사람을 물어뜯게 된다는 것을 니체는 어제 우리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비쩍 마른 말에게 잔인하게 채찍질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인간들을 향해서, 절규할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는, 무구의 세계를 동경하는 영혼을 계속해서 닥달하면, 되돌아서서 생명을 물어뜯는 사자(흡혈귀)가 되고 만다는 것을 세상은 모를 지라도 작가인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니체는 세상을 물어 뜯는 사자가 되기 싫어서 자신이 스스로 미쳐버렸지만 말입니다. 뭉크와 니체와 예수는 서로 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정확하게 성찰 했기 때문입니다.
"Rise and rise again until lambs become lions.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
그리고 그 사자가 다시 놀이하는 아이가 될 때까지~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