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하나스퀘어 대회의실에서 [미쳐야미친다(不狂不及)] 정모가 있었습니다. 참석자는 사차원, 봄엔, 은빛태양, 내생애아이들, 키위주스, 아늑이, 메모공주, 소로, 크게될사람, 보미봄봄, 요가사랑, 큐핏, 아야, 인생여유수, 순정소록, 요가사랑 그리고 의랑님이 계셨습니다. (혹 빠진 분 계시나요?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크윽ㅠ_ㅠ) 그럼 이제부터 어제 있었던 모임 이야기를 시작해 볼께요.
Part 1. 우리 이야기
한 분씩 돌아가면서 닉네임과 본명, 이번 정모에 참여하게 된 계기, 나만의 특별한 독서법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이 때 순정소록님께서 닉네임의 뜻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셨죠. 漢字를 알고 先人들의 생각을 배우며 말 그대로 '즐기는 독서'를 하시는 순정소록님과 아주 어울리는 멋진 뜻이었습니다.
Part 2. 先人 이야기
[미쳐야미친다]를 읽으며 자신의 시선을 끌었던, 마음을 울렸던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약용과 이덕무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 그 중 '정약용 매니아'라는 봄엔님께서 아나운서 톤의 정~말 듣기좋은 목소리로 좋은 말씀 해주셨어요. "이 책을 보면서 역사를 대하는 눈이 참 단편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동안 역사나 인물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급했다."라고요, 저도 크게 공감 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중 진짜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만약 대부분 거짓이라면 왜 우리는 그것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역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덕무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 나눴습니다. 키위주스님과 인생여유수님께서 한 인물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주셨었죠.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덕무는 '책에 미친 사람'이자 동시에 '바보'였습니다. '책'을 통해 학문과 내면 닦기를 꾸준히 한 반면, 가족들이 굶어죽을만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 후세에 그가 '바보'로 평가되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서얼이었다죠? 그래서 더욱 더 '미쳐야 했었다'라고요. 이 외에도 정약용과 황산제자, 억만번 책을 읽었던 김득신, 기생과 우정을 나눴던 허균, 척독에 능했던 박지원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 나눴습니다.
Part 3. 한 걸음 나아가기
先人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록 느껴지는 한 가지. '과연 나는?' '우리는?' 그래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의랑님의 지목(?)하에 한 분씩 한 분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셨는데요, 음,,, 이제와서 말씀드리는거지만, 전! 개인적으로 알코올 기운없이! 멀쩡한 정신에! 그런 얘기를 했던 게 처음이었습니다.(>_<)
무엇에 미쳐 본 적 있는가?
과거에 혹은 지금 어떤 것에 미쳐있는가?
앞으로 어떤 것에 미쳐보고 싶은가?
음악, 영어, 글쓰기, 요가, 문구류 등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 중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찾고싶다.'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전 약간 마음이 아렸습니다. 한 때의 제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치고' 싶은 것' 혹은 '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살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지 않나요? 대학, 취업, 결혼,,,과 같은 '일반적이다'라고 평가되는 루트를 밟기 위해 애쓰다보니. (이런 루트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미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에 대해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할까? 내가 집중하는 것은 뭘까? 내가 언제 가장 즐거워했던가?' 를 한번 생각해보라고요. 지금 문득 든 생각인데,,, 그래도 이렇게나마 찾고자 '애쓰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미치고 싶은 무엇'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 아닐까요?!
아! 그리고 순정소록님의 만년필 모음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찍고 싶었는데, 말씀 중에 핸드폰을 치켜 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궁금증 한 가지, 노트와 펜과 같은 문구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순수하다고 하더라구요,,,진짠가요?!ㅋㅋ
'미친다'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크게되실분의 질문이었어요.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과 같은 프로에서 '음악에 미친 사람들'에게 혹평이 내려지는 것을 보면, '미친다'는 것의 정도가 과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은빛태양님께서 '포정(包丁)'의 고사를 들어 '의식없이 손 가는데로, 만들어 내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순정소록님께서 '직업(職業)'을 들어 '미친다'는 것은 '즐길 때' 일어나고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야 진정 '미친' 것 아니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의랑님께서는 '40대에 드럼을 시작하신 분'의 이야기로 '결국 '미침'은 자기만족과 남의 인정, 태도와 자세, 공과 사의 문제 아닐까?' 라고 답변해 주셨습니다. 그 중 '公과 私'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노력하는 방향과 열정이 공익에게 돌아간다는 면에서 역사에 남을 '公', 사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가정사에 남을 지언정 역사에는 남을 수 없다는 '私'.
인생에 멘토, 벗이 있는가? 진정 멋진 만남은 어떤 것인가?
[미쳐야 미친다] 2부의 '맛난 만남'을 읽고 '내게는 진정한 스승님이 계실까?' '한 문장으로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친구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마침 이런 질문을 던져주셔서 정말 좋은 얘기 듣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늑이님께서 멋진 멘토님에 대해 말씀해 주셨죠. 나이 차가 꽤 나지만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인생의 루트를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요. (그런 분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늑이님은 이미 진정한 '부자'입니다!) 또, 사차원님께서 경험담을 말씀해 주셨어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조금은 슬픈 일이었지만 결국 사차원님의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요. 저는 사차원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어떤 일이든 무조건적인 '슬픔'과 '아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교훈'을 발견할 수 있는 이가 진정 '지혜로운 사람' " 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Part 4. 정리하기
시간이 부족해 남은 이야기는 뒷풀이 시간에 하는 것으로 하고 급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각자 오늘 모임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짧게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갖었는데요, 어쩜 그렇게 다들 똑똑하시고 말씀도 잘하시는지, 저는 토론 내내 참석자 분들의 대단한 말솜씨와 식견을 부러워했답니다. 여러 좋은 말씀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단어 몇 개로 정리할께요.
득의(得意), 청연(淸緣) 그리고 불광불급(不狂不及)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애머슨-
봄엔님께 받은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 '미침'으로 '진정한 성공' 이뤄보자구요! 어제 좋은 모임, 만남 만들어주신 의랑님 그리고 회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회원님들께서 뽑아 주신 좋은 구절들 정리하면서 저의 후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다음에 또 뵈요~
**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던 구절 **
"그는 사색 공부에 힘 쏟음이 적었으므로 마침내 기질이 되고 말았는데, 늙어써는 더욱 심하여졌다."(43p)
"옛날에는 문을 닫고 앉아 글을 읽어도 천하의 일을 알 수 있었지요." (82p)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182p)
"바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림당하고, 부족한 것들이 작당해서 능력 갖춘 사람을 왕따시키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상 있는 일이다." (32p)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 (50p)
"뜻 놓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흙탕 속에 뒹굴고 있다. 더러운 탐욕으로 가득 찬 인간들은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서 늘 떵떵거리고 으스댄다."(135p)
첫댓글 메모공주님^^ '미치다' 를 또 다르게 쉽게 풀어주신 인생여유수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앞에 광의 '미치다'는 개인적인 부분이고, 뒤에 급의 '미치다. 다달으다'는 객관적인 부분인 것 같다고. 그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처음에 불광..미치고, 몰두하고, 내 모든 걸 쏟아부으는 순간까지는 내 개인적인 부분이었으나 어느 경계를 넘어서서 경지에 다달으는 단계에서는 객관적인 선을 넘어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인정을 받는 공적인 모습인가 봅니다.
저도 독클에 미쳐있는데 어느 시간이 흐르면 그 누구도 포용하고 함께 하는 독클 운영자가 되고 싶네요.^^
엇!맞아요^^ 너무 넋놓고 듣다가 미처 메모를 못했던 인생여유수님의 그 말씀!!! 설명감사드려요~ 모임 만들어주셔서 의랑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메모공주라는 닉네임이 과연 허명은 아니었군요. 제 옆자리에 앉아계셨는데 대화내용 하나 안놓치고 꼼꼼히 적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문희경님 이후로 이런 모습 처음입니다.
윗글을 읽는동안 어제의 3시간이 순식간에 제 앞을 지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작가포스 팍팍나는데요. 다음 정모 때도 꼭 뵈어요. 메모공주님 후기에서 잘나오려면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가야겠네요.
이 세상의 최고의 병통은 투현질능(妬賢嫉能)이고 (최한기)
이 세상 최고의 명약은 십전대보탕이 아니라 호현낙선탕(好賢樂善湯)이다! (이제마)
- AB형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조선후기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에 필꼿힌 1人이 드리는 글.
메모 잘 한거같아요??ㅋㅋ순정소록님께서 해주셨던 굉장한 말 중 놓친게 몇 개있는데ㅜㅜ다음 모임때 또 뵈요~
문: 노트와 펜과 같은 문구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순수하다고 하더라구요,,,진짠가요?!ㅋㅋ
답: 진짭니다. 차암~ 순수합니다.
소박하고 순수하죠~동감합니다. ^__________^
역시 김작가님이십니다. ^^
예리한 관찰력과 함께 정모후기를 올리시면서도 기승전결로 이야기 전개하시고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하시는 모습...
대단하십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
인생여유수님 덕에 급 김작가로 신분상승!!ㅋㅋ인생여유수님의 아나운서같은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다음에 또 뵐께요~ 참참!! 신혼생활 재미나게 하세요!! 히힛
ㅋㅋㅋ 메모공주가 김작가가 됐군요.
그르게요~ 진짜 김작가님이 계신데^^;
메모공주 님, 멋진 후기만큼이나 멋진 메모공주님의서평도 읽었습니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쓰신것 봤어요.. 우와.. 역시 차원이 다르시더군요. ^^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쓸수 있나요? 저는 사실 글쓰기 별로 안좋아하는데.. 저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서평 보신 거예요?? 아우~부끄러워라~ 우리 담에 만나면 더 많이 얘기해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헤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 미친다는 것은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을 마시면 순간 시원해지지만 마시고 나면 또 목이 마르는... 그래서 물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그리고 메모공주님. 구구절절 명문이 따로 없습니다. 역쉬 작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후기였습니다. 담에 또 뵈요. ^^
오와~ 미친다에 대한 또 다른 멋진 정의 감사드려요. 은빛태양님 내공은 남다르신듯~ 그리고 제 글보다 은빛태양님 말씀이 더 멋지다는 사실! 다음에 또 뵈요^^
메모공주님과 은빛태양님, 박상막하입니다. 두분다 더욱 발전하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ㅋㅋ네엡!! 그리고 문향님 모임에 언젠가는 꼭 참여할거예요!! 오늘 글쓰기 시간에 뵈요^^
토론내내 전 오신 모든분들의 얘기에 감탄만 했던것 같아요. 하나의 책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게 풀어 얘기할수있다는거에 놀랍고 저또한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처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엔 단단히 준비해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들 반갑고 다음에 또 뵈요~
맞아요~ 저도 내내 그런 생각했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준비해가자구요! 히히 우리 또 봐요^^
여기 메모공주님 친필싸인줄 첫번째 사람요 ㅋㅋ
만원 내시고 참여하시는 겁니다ㅋㅋㅋㅋㅋ
디스카운트 안 되나요?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던뎅 ㅠ_ㅠ
글로도 흡족한 공간이네요.책의 내용과 더불어 질문의 요지 또한 마음을 울리는 것들이구요.. 참석하지 못해 너무너무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 땐 아름드리님 꼭 함께해요^^
후기 잘보고 가요~정말 나중에 미리 사인받아놔야할거 같아요~^^
요가사랑님~ 사실 저도 요가 좋아해요! 몸이 많이 뻣뻣하지만;ㅋ
다음에 또 뵈요^^
후기 종결자 '김작가'님! 부족한 메모리는 메모가 훌륭한 하인이 되어주는군요.ㅋㅋ
개인적으로 182p의 글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네요. 타고난 재능 보다도 이루고자 하는 '초심'을 끝까지 지켜가는 것. 결국 세상도 그것을 기억했듯이 말이죠
저 역시 반짝반짝 빛날 메모공주님의 활약을 기대해봄~^^
'반짝반짝 빛날' 너무 좋은데요!^^
큐핏님 잘 들어가셨지요? 그 날 더 많은 얘기 듣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제가 너무 IT얘기만 한건 아닌지,,,ㅋㅋ 다음에 또 뵈요^^
메모공주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맛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뵈요~건강하세요~☆
넵! 내생애아이들님 다음에 또 뵈요! 건강, 행복 다 챙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