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불판에 자글자글 끓여 먹는 추억의 서울식 전골불고기나 숯불에 노릇노릇 구운 한우숯불구이는 육류마니아들에겐 항상 구미에 당기는 메뉴다. 특히 달달한 양념의 감칠맛이 뛰어나 주당들에겐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이처럼 ‘불고기’과에 속하는 육류 요리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소고기의 저지방 부위로 만든다는 것. 저지방 부위는 말 그대로 지방이 적고 순수 살코기로 이루어진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한우로 치면 목심이나 앞다리살, 사태, 양지, 홍두깨, 우둔살 등이 속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렬하게 선호하는 부위인 등심이나 안창살, 갈빗살, 살치살은 마블링이 아름답게 피어있고 지방 함유량이 높다. 그만큼 고소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 반대로 살코기 중심의 저지방 부위는 기껏해야 육회나 육사시미, 국거리에 사용된다. 구이용으로 많이 팔리는 등심과 갈빗살은 금값인데 반해 목심이나 앞다리, 우둔, 홍두깨와 같은 정육 부위는 항상 찬밥 신세인 것도 ‘숯불직화구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 때문이다. 등심은 즐겨 먹으면서 사태는 존재 여부도 잘 모른다. 심지어 남아돌고 돌아 유통업자들은 ‘처치곤란’이라고 아우성이다. 이것도 억울한데 어느 순간부터 식당 업주들은 이를 ‘비선호 부위’라고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사설이 길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우 저지방 부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저지방 부위로도 맛 좋은 요리들이 많이 탄생된다. 한우고깃집 ‘사장님’들에겐 비교적 원가 저렴한 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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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시한우암소마을
소고기 저지방 부위 실속 있게 활용하기!
소 한 마리당 저지방 부위 60% 이상 ‘처치곤란’
우선 어디까지가 구이용 부위고 어디까지가 저지방 부위인지 파악부터 하자. 소 한 마리는 평균 무게는 700kg이다. 여기서 껍질과 피, 내장, 머리를 빼고 난 상태를 ‘도체중’이라고 하는데 이때 무게는 400kg 정도. 여기서 불필요한 지방과 뼈, 나머지 버리는 부위를 제거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약 180kg 정도다. 소를 대분할 할 시 갈비와 등심, 안심, 채끝, 목심, 앞다리, 우둔, 설도, 양지, 사태로 나뉘고 소분할 시엔 총 29개 부위로 나누어진다. 부위별로 모양도 용도도 각각 다르다.
이중에서 등심이나 갈빗살, 살치살, 안창살 등과 같이 구이용으로 뽑을 수 있는 양은 60kg. 그럼 나머지 120kg 정도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지방 부위인 셈이다. 크게 목심과 앞다리, 우둔, 설도, 양지, 사태가 이 비선호 부위에 해당한다. 60% 이상이나 차지하는 비선호 부위가 남아돌고 심지어 처치곤란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유통업자들이 볼멘소리를 할만도 하다.
비선호 부위가 이만큼 인기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농촌진흥청에서 소비자 4600명을 대상으로 ‘맛있는 소고기의 기준’에 대해 조사했다. 식감과 냄새, 육즙 등 다양한 항목을 제시했다. 응답자 중 55%가 ‘식감(연도)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나머지 27%와 18%는 각각 냄새와 육즙이라고 답했다. 즉 한국 사람은 부드러운 고기를 선호한다. 고기 고유의 풍미나 향미보다는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가 맛있는 고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방함유량이 많은 1++등급의 등심이나 살치살, 안창살 등과 같은 특수부위를 좋아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이나 호주 등 소고기 생산국가에서도 ‘등심과 갈비는 한국에서 다 가져간다’는 말을 할까.
저지방 부위 200% 활용한 알짜배기 육류요리 ‘인기’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저지방 부위 역시 업주와 육부장이 어떻게 상품화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서울 청담동의 한우전문점 <새벽집>은 육회비빔밥의 ‘대명사’가 돼 있다. 점심에는 육회비빔밥을 주문하는 손님이 90% 이상이다. 이 집 육회비빔밥은 한우 양지 부위를 활용한다. 갖은 채소와 나물, 육회가 푸짐하게 들어가 만족도가 높다. 이 역시 저지방 부위를 잘 사용한 예시다.
최근에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웰빙육’의 강점을 내세워 어필하면서 동시에 개성과 특색을 더한 이색 메뉴 개발,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경기도 가평 <설악한우마을>은 어떻게 하면 불고기를 잘 팔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불고기피자를 생각했다. 즉석 생불고기와 함께 고르곤졸라 피자를 제공, 피자 위에 불고기를 올려 먹는 형식이다. 또 유자 양념에 달큼하게 버무린 유자육회나 된장육회, 육회무침, 육회초밥 등 육회를 활용한 이색메뉴도 개발되고 있다.
서울시 잠실본동 <참목장 정육식당>은 잔여육을 모아 냉동해뒀다가 떡갈비를 만들어 서비스한다. 떡갈비 소스도 각종 채소를 활용해 달콤하게 직접 끓인다. 공장제 떡갈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떡갈비로 주부 손님을 30% 이상 끌어모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이 금방 났고, 수제떡갈비는 반응이 좋아 현재는 따로 판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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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동한우
한우 저지방 부위 잘 활용한 한우고깃집
사장님이 직접 커팅해 구워주는 한우고기의 고소한 맛 ‘일품’
<홍동한우>에서 주력 판매하는 부위는 ‘한우 삼겹’이다. 소가 엎드렸을 때 바닥에 닿는 뱃살 부분으로 근간지방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구우면 맛과 풍미가 뛰어나다. 이 부위는 차돌박이와 겹친다. 전체 양지 한 채에서 차돌박이 부위를 빼고 난 나머지 부분을 한우 삼겹으로 상품화한 것이다.
<홍동한우> 충남 홍성군 홍북면 상하리 88-7 (041)633-4455
찌그러진 양은냄비와 세 가지 맛 이색 불고기가 만났다
서울 서초동의 한우암소구이전문점 <광시한우암소마을>에서는 추억을 살린 찌그러진 1인용 양은냄비에 불고기를 담아 4~5가지 반찬, 흑미밥과 함께 제공한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냄비불고기’를 주문하면 7000원에 카레 맛과 매운 맛, 보통 맛의 푸짐한 불고기와 한식 찬가지를 맛볼 수 있다.
<광시한우암소마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44-2 (02)522-9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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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뜰에서 화로구이
한우 저지방 부위로 만든 일품요리만 20여 가지 ‘주목’
서울 대치동 한우숯불구이전문점 <뜰에서 화로구이>는 강남 일대에서는 제법 저렴한 가격에 한우구이를 먹을 수 있는 실속 맛집이다. 동시에 한우 비선호 부위를 활용 가능한 점심메뉴와 일품요리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고깃집에서 완성도 높은 식사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한 강점이다.
<뜰에서 화로구이>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891-51 (02)555-3692
한우 저지방 부위별 명칭과 특징
1. 설도
보섭살, 설깃살, 도가니살로 구성돼 있다. 우둔과 비슷하며 부위별 육질 차이가 크다.
-설깃살 : 소 뒷다리 바깥쪽 엉덩이 부위. 설도 부위 중 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부위로 근육 결이 거칠고 단단하다. 결 조직은 빗살 형이며 설깃살 아래쪽 끝 부위 1/3 정도는 연하고 마블링 조직이 촘촘한 편이다. 보통 장조림, 산적, 스테이크, 편육, 불고기, 육포 등으로 활용한다.
-도가니살 : 뒷다리 부분 대퇴 끝을 감싸고 있는 부위. 뒷다리 바깥쪽에는 둥근 형태로 형성돼 있다. 육질이 단단하며 기름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살코기다.
-도가니 : 소의 무릎과 발목의 연골 주변을 감싸고 있는 특수 부위. 탕으로 쓰인다.
-삼각살 : 중치살에 이어지는 삼각형 모양의 근육으로 살코기의 색깔이 짙다. 부드럽고 맛이 좋으며 불고기, 전골용으로 많이 쓰인다.
-보섭살 : 도가니살 윗부분에 있는 부위로 채 끝에 이어지는 허리 아래쪽 뒷다리살을 일컫는다. 운동신경이 발달돼 있지 않고 근막조직이 소량으로 형성돼 있다. 풍미가 뛰어나 뒷다리 중 최고로 친다. 육질이 부드러워 육회 감으로 적합하며 불고기, 샤브샤브용으로도 좋다.
2. 우둔
육회나 장조림용으로 많이 쓰이는 부위다.
-우둔살 : 피하지방이 약간 있는 것을 제외하면 기름이 거의 없다. 둥근 모양의 살덩이로 고기 결이 약간 굵은 편이다. 덮개 형식으로 덩어리 고기를 감싸고 있는 겉면을 분리시키면 속은 일정하고 가는 결 조직을 이룬 순 살덩이도 돼있다.
-홍두깨살 : 소의 넓적다리 안쪽에서 엉덩이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부위다. 우둔 옆면에 길게 붙어 있으며 원통 모양으로 생겼다. 결이 거칠고 단단한 편으로 형태가 좋아 상품화 하r 좋다. 육회나 장조림, 육포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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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첫번째부터)설도, 우둔, 사태, 양지, 앞다리, 목심
3. 사태
앞사태, 뒷사태, 아롱사태, 뭉치사태로 구성돼 있으며 고기 결이 곱고 풍미가 좋다.
-아롱사태 : 뒷다리 아킬레스건에 연결된 단일근육이다. 육색이 짙고 근육 결이 단단하며 육회나 구이용으로 사용된다. 사태 부위 중에서 근육이 가장 큰 부위로 특유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생산량이 적어 희소가치가 있다.
4. 양지
앞가슴과 갈비 끝부분에서부터 배아리 쪽을 감싸고 있는 부위다.
-차돌박이 : 양지머리뼈의 복판에 붙은 부위로 하얗고 단단하면 기름진 고기다. 지방이 많아 보이지만 단백질의 변성으로 하얗게 보이는 것. 구웠을 때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업진육 : 양지 뒤쪽 부위로 얇고 근육 결은 굵다. 지방과 살코기가 교차하고 있어 식감과 풍미가 좋다. 구이용으로도 사용되며 탕이나 수육으로 많이 쓰인다.
-양지머리·치마양지 : 양지머리는 소의 가슴에 붙은 뼈와 살로 탕용으로 주로 쓰인다. 마블링이 대체도 좋은 치마양지는 구이로도 쓰이며 스튜나 찜, 육개장으로 적합하다.
5. 앞다리
소 분할과 발골 시 견갑골과 앞다리살에 있는 주변의 것을 비롯해 표면지방, 일부 두꺼운 근막을 제거 정형한 것이다. 꾸리살, 갈비덧살, 부채살, 앞다리살을 포함한다. 고기 결이 곱고 힘줄이나 막이 많아 부분적으로 질긴 곳도 있다. 전체적으로 운동근이 많아 뭉쳐있고 육색이 짙다. 육질이 연한 부위와 단단한 부위가 교차하며 근육의 결 방향도 다양하다.
6. 목심
윗 등심과 소 복 부위에 형성된 부위. 자주 운동하는 부위기 때문에 근육이 단단하고 결기 곱고 질기다. 목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칼자국이 많이 생기기는 하나 살코기 부분이 많이 때문에 국거리나 다짐육 재료로 좋다. 여러 개의 근육이 모여 있어 자르는 방법이나 위치에 따라 질긴 정도가 다르다. 얇게 썰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불고기 감으로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