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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까지의 독서력이 이후의 사고력을 좌우한다.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을 가르치며 재미있는 사실하나를 발견했다. 중국어 권에서 살다 오고, 중국어 능력 시험에서 중상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아이들이 수학을 하는 경우, 중국어를 못 하거나 영어권에서 온 아이들보다 수학을 잘 한다. 물론 아이 마다 편차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학 용어 이해력이었다.
수학은 많은 숫자와 수학적 기호로 표시되는 것 같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중요한 용어는 온통 한자어이다. 교집합, 합집합, 항등원, 역원, 내접, 외접…. 그리고 수학에서 고득점을 하는 아이들은 이런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 하거나, 혹 한자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반복하여 문제를 풀며, 나름의 방법으로 용어의 정의를 이해하고 있다. 단순한 문제 풀이를 넘어, 통합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수능에서는 특히 용어 이해력과 국어 독해력이 중요하다.
최근 수능 문제 하나를 예로 살펴 보자
이 문제가 국어 독해력이 부족해도 수학적 개념만 있으면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음 문제를 읽어 보자. 2013학년도 수능에서 실제 출제 된 문제이다.
그림과 같이 길이가 2인 선분 AB를 지름으로 하는 원 O가 있다. 원 O의 중심을 지나고 선분 AB와 수직인 직선이 원과 만나는 2개의 점 중 한 점을 C라 하자. 점 C를 중심으로 하고 점 A와 점 B를 지나는 원의 외부와 원 O의 내부의 공통부분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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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하여 n번째 얻은 그림
왜 수학 문제의 반은 국어 독해력이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용어를 모르고, 국어 독해력이 되지 않는 학생은 수능 수리영역에서 절대 고득점을 받을 수 없다.
국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영어도 잘한다.
어휘력과 언어 능력의 중요성은 수학에서만 강조되지 않는다. 많은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국어를 잘 하는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이때 ‘영어를 잘한다’ 라는 말은 간단한 회화나 원어민 발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수능이나 토플, 텝스와 같은 영어 능력 시험에서 고득점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살다 온 아이들을 15년 가르쳐 본 경험도 위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낮은 수준의 영어, 즉 토플 120점 만점 중 90점 미만의 점수를 받는 아이들 가운데, 국어는 못하는 데 영어만 이 정도 수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수능 영어 90점 이상이나, 토플 100점 이상을 받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국어도 잘한다. 영어에서 고득점을 하려면 독해를 잘 해야 하는데,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아이가 아닌 이상, 독해 고득점을 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이나, 구문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력은 국어 독서 능력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으면, 먼저 우리말도 된 동화책을 읽고 주고, 국어 어휘력을 늘리고, 좀 더 나아가 심층적인 독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라고 말한다. 최근에 한 엄마에게서도 같은 취지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영어 비디오를 들려주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시킨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영어를 거의 하지 않은 한 아이를 받았는데, 이 아이가 몇 개월 만에 자신이 10년 이상 투자해서 만들어 놓은 자녀의 영어 실력을 따라 잡았다고 한다. 비결이 무언가 아이 엄마에게 물어 보니, 어려서부터 동화책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좋아하는 한글 책을 많이 읽도록 해 주었다고 한다.
진정한 성과를 내기 위한 공부 그릇
아이가 중학교 수준의 낮은 성취를 넘어 궁극적으로 입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특히 스카이 수준의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는 영어, 수학의 정보적 차원의 지식이나 얕은 문제 풀이 요령 보다는 초등학교 시절에 몰입 독서의 경험이 너무 중요하다. 강남에 와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나름의 방법을 통해 이런 몰입 독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몰입 독서’ 라는 이름으로 결국 비싼 전집을 쓸데 없이 많이 사게 하거나, 지나친 인지 교육을 강조하다가 초독서증과 같은 유사 자폐증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어 이 용어를 사용하기 조심스럽지만 바람직한 몰입 독서 경험은 아이가 어휘력을 확장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공부 그릇이다.
많은 몰입 독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걸어가면서도 책을 보거나, 책을 보다가, 지하철 역을 지나거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를 모르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다음의 책 내용이 궁금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도 한다.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있게 몰입하며, 책 속의 인물이나 스토리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른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 다니엘 코일은 이를 심층 연습(deep practice)라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신경 섬유, 그리고 자극의 연결 통로인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신경섬유를 감싸는 절연물질인 미엘린(myelin)이 있다. 어떤 행위를 집중력을 갖고 반복하면 민감성 정보들이 누적되면서 미엘린층이 두꺼워 지는데, 이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뇌 속에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사고의 상승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단계 높은 사고의 상승이 이루어진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할 때 점수라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시절 중요한 것은 특정 과목 학원에 다니며 하위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또래 아이 보다 독해나 계산을 빨리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름이 몰입 독서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부에서 성과를 내는 아이들은 어떻게 몰입 독서 능력을 길렀을까? 아이들마다 과정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아래의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부모가 책을 많이 보는 가정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몰입 독서 능력을 갖게 된다. 이미 초등학교 때 도서관에 있는 책은 거의 다 빌려 보았다는 안철수 의원은 항상 아버지가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의사로 바쁜 일과를 보내지만, 틈틈이 독서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6남매를 모두 아이비리그에 보냈을 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글로벌 리더급으로 길러낸 전혜성 박사 가정도 항상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가정이었다. 전혜성 박사 자신도 아이들을 기르며 박사 학위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가 끝나면 집안 거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 분위기가 되었다고 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책을 보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먼저 부모가 책을 보면 된다.
둘째, 부모가 책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책을 볼 수 있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요즘 독서가 안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거실을 차지 하고 있는 TV와 스마트 폰이다. 요즘 아이들이 독서를 안 하고, 깊은 사고를 못한다.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TV를 켜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스마트 폰을 통해 언제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잠시도 뇌를 쉬게 하지 않고, 끊임 없이 피상적인 자극을 준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책에 손이 가겠는가? 이에 비해 좋은 몰입 독서 그릇을 만들어 주는 가정은 저녁에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심심한 분위기가 흐른다. 부모님들이 많은 독서를 하지 못했지만, 형제 모두를 서울대를 보내신 우리 부모님께서 사용하신 방법도 이 방법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시골에서 TV 도 없이 수 년을 산 게 우리 형제에게는 저녁을 심심하게 보내고,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너무나 좋은 환경이었다.
셋째는 책을 구하기 쉬운 환경 속에 있었던 경우이다. 제주도 출신으로 최초로 전국 학력 고사 수석을 하고, 이후 운동권 활동을 하다가 역시 사법고시도 수석으로 합격한 원희룡 전 의원은 아버지가 책 방을 하시다 망하시는 바람에 창고에 수 많은 책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들로 산으로 뛰어 놀아다 심심한 저녁에는 그 많은 책들을 꺼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게 자연 교육법 원리의 교육을 들은 한 엄마는 자신이 이사할 곳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가라고 한다. 많은 책을 사줄 경제력이 없다면, 도서관에라도 자주 데려가는 부모가 아이의 몰입 독서 능력을 길러 줄 수 있다.
올바른 몰입 독서 훈련을 위해 염두 해 둘 사항
최근에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몇 가지 우려 되는 점이 있다.
첫째는 최근의 독서 교육이 너무 양적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에 있어서도 많은 엄마표 영어류에서 챕터북 몇 권을 떼고, 몇 학년까지 총 몇 권의 책을 읽고, 비디오 몇 편을 보았는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보인다. 그리고 몇 살까지 몇 권이 아이의 독서 능력을 평가하는 수량적 근거로 사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비싼 돈 들여서 전집을 사 놓고, 아이가 특정 책만 반복해 보는 경향을 보이면, 부모들은 쉽게 조급해 한다. 하지만 진정한 몰입이 되려면,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이 책 저 책을 피상적으로 보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주제에서 깊이를 더하면서 점점 연관된 분야로 확장해 가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독서에서도 결핍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미리 많은 책이나 전집을 다 사주기 보다.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정말 갖고 싶어 하고 계속 읽고 싶어하는 책은, 약간의 뜸을 드렸다가 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둘째는 진정한 몰입은 자기가 좋아서 할 때 일어난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어야 성공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 정작 부모 자신은 책 한 권도 안 읽으면서, 아이에게 독서량을 정해주며 몰입의 경지에 오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위에서 말한 대로 심심한 환경과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 나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수동적 독서 보다는 토론이 함께 이루어 질 때 심층 사고 훈련이 효과적으로 되고, IQ 뿐 아니라 EQ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균형 잡힌 독서가 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가정이 유대인 가정이다. 유대인 아이들은 토라와 탈무드라는 단일 주제를 반복해서 읽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읽고 공부한 내용을 가정과 학교에서 끊임 없이 1:1 로 짝을 이루어 토론하면서 사고 능력을 길러나간다.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가족이나 친구들과 책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연습을 하면 독서로 얻어지는 성과를 더욱 극대화 할 수 있다.
[본 칼럼은 돈 쓰고 애 망치는 교육 과열 현상과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교육 과잉과 같은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쓰는 내용으로, 서울대나 명문대를 미화하거나, 강남을 미화 혹은 비난 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혀 둡니다. 최소한 여기서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은 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글쓴이 심정섭은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학사 편입 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IMF 1세대로 중소 무역회사, 컨설팅 회사, 현대 자동차 해외 영업 본부를 거치며, 바닥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시기에 잠깐 했던 영어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사 편입 한 후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자연교육법의 실천적 모델인 안철수 가정의 교육을 분석한 <<안철수 공부법>>(황금부엉이, 2012) 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예비 부모 교육을 하고 있고, 자연출산한 가족들과 함께 양재 시민의 숲에서 매헌 자연육아 모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헌 기념관 내 윤봉길도서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유대인식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으므로, 참석을 원하시면 쪽지나 메일 jshim04@hanmail.net 주세요) 유대인식 자녀 교육의 한국적 적용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유대인 자녀교육의 한국적 적용을 다룬 저서와 탈무드 관련 저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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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좋은정보 잘 배우가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어요
아이에게 다독보다는 정독이 답이아닐까.. 우리아이를 보며 고민중이네요^^
매번 올려주시는 글 볼때마다 부모로써 깊이 반성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