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고령운전자와 골프
魯天 오 해정 (수필가)
1.
여러분은 언제까지 자동차 운전을 하시겠습니까? 이제 고령운전자(75세 이상)가 운전을 하려면 매 3년마다 치매 검사와 신체 검사 그리고 2시간의 교통안전 교육을 받고 새로운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한다. 이는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정부의 시책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운동신경의 저하에 의한 것인지 급발진에 의한 것인지는 논외로 하드라도 모두가 사고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을 촉진하기 위하여 지자체별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반납비율은 2~3%에 그쳐 저조한 실정이다. 하물며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우수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면허증 반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요즘 보면 오히려 SUV 등 신차 구입과 전국의 명산대찰이나 유명 관광지를 탐방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2.
금년 3월은 어느 해 못지않게 가물어 농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남쪽지방에서는 식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전국 이곳저곳에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하여 관계당국은 영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가뭄과 산불 그리고 골프에 엮인 에피소드가 많다. 산불이 났는데 고위공무원 해당 지자체장이 골프를 쳤네 술판을 벌이고 회식을 했네 또 현역 군 간부가 골프를 쳤네 하는 비난과 함께 이들이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이번 가뭄과 산불 발생에도 역시 이런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골프가 이따금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비싸고 고급운동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는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일면 노년의 심신을 건강하게 하여 병마로 부터 자신과 가족에게 주는 고통을 예방하고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줄이는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본다.
나는 2013년에 6.25 및 베트남 참전유공자 40만 명을 정회원으로 만든 당사자로서 군 골프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군이 전국에 34개의 골프장을 설치 운용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 필요와 군의 건강을 위한 매우 바람직한 시책이며 이의 수혜를 받고 있는 자는 항상 국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3.
지난 4월 6일 가까이 사는 친구 4명이 서산 공군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 미리 예약한 날짜가 공교롭게도 3일 동안 전국에 걸쳐 비가 온다는 기간 중이었다.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고 또 골프를 치고 싶기도 하여 4명이 카풀로 일로일로 골프장을 향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군 골프장 중에서 서산 공군체력단련장은 비교적 멀리 있지만 넓고 탁 트인 페어웨이에서 날린 힘찬 드라이브 샷은 코로나에 갇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군 골프장에 가면 코스 이름에서 상무정신이 뿜어 오른다. 태릉의 화랑 을지, 남수원의 백두 한라, 처인의 로얄 빅토리. 서산 골프장은 역시 공군답게 하늘과 우주 코스다.
봄기운을 받아 움트는 나뭇가지, 파릇한 잔디가 뾰족이 솟아나는 페어웨이를 걷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건강나무가 몸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분이다. 강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하는 동안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한국의 골프장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No rain in the Korean golf courses)는 말은 이래서 나온 말이 아닐까?
4.
운동이 끝나고 저녁 식사는 오랜 단골인 해미읍성 식당에서 소주 한 잔에 시원한 우럭 지리로 맛있게 함포고복 하였고 10년 만에 찾았는데 인걸도 음식 맛도 그대로 있네!
식사를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순간 한 방울도 내리지 않던 소나기가 고속도로를 세차게 적신다. 운전에 자신이 있는 나는 내리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소 빠르게 15번 40번 400번과 1번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약 1시간 반 뒤 밤 10시가 넘어 용인 우리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단지 내 양 갈래 도로에 경찰순찰차 2대가 시동을 켠 채 서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단지에 무슨 큰 사고가 난 것이 분명하구나 생각하며 우리 동 앞에 정차하는 순간 뒤따라 온 경찰차가 골프백을 내린 나에게 접근 음주측정기를 내밀지 않는가! 측정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경례를 하며 돌아갔지만 두근거리는 새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과속과 차선 변경 과정에서 뒤차가 볼 때 음주운전이라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차적 조회를 거쳐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양 길에 2대를 배치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2년 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안 여행을 했는데 교통 법규 위반 딱지가 배달되어 경찰에 항의했더니 내가 비교적 자동차가 한적한 평창 부근을 주행할 때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고 뒤차가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5.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사방에서 주시하고 있는 두 눈동자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감시와 신고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전을 위해서는 음주운전과 과속은 절대 금물임을 명심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킬 필요가 있다.
이 번에 보여준 우리 경찰의 치밀한 업무 대응 능력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고령자는 앞으로 운전 면허증 갱신에 앞서 이런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었으면 좋을 것 같다.
과속운전 절대금지! 음주운전 절대 불가! 고령자 안전운전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