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나무세계에 입문한 지 어언 3년, 장미빛 비젼을 들고 뛰어든 날이 엊그제 같은데 결실의 기쁨은 도대체가 어느메뇨? 안개속 구만리 길 어디가 끝이련가, 헬스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는 금년 한여름 땀과 골병으로 뼈골만 앙상하게 남았으니, 단풍 익어가는 호젖한 산길을 따라 웃음꽃 피워대는 배낭족의 행렬이 이렇게도 부러울꼬! 꽃다운 여인들과 단풍놀이에 취했던 수많은 날들이 어제련가 그제련가.. 아, 옛날이여!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환갑이 된 이몸이 경험을 쌓아본들 풀어먹을시간이 어디그리 많을소냐. 힘도 빠지고 시간도 없어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요렇게 봉께로 그래도 꿈을 쫓아 나사연을 찾는 선민들이 다수 보이는도다. 내 그동안 들은 노력과 내다버린 돈과 한숨이 나름의 철학으로 매김한 것도 있어 차마 나가지 않는 손가락을 놀려 몇 가지 토하려 하나니 나무를 가꾸고자하는 우리 후배님들께 나름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그리고 우리 나사연 회장님을 비롯하여 쟁쟁한 선배도사님들께옵선 그저 실소를 보내주시길 앙망하나이다.
2. 나무를 키운는 일은 정말로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우리회원님들 대다수는 그래도 나무에 대한 애정과 소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려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거나 화초를 키우거나 우연히 얻은 집 근처 공터에 채소를 뿌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지금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도회지에 나와 시덥쟎은 인생살이에 시
달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전원으로 돌아가 내가 꿈꾸던 세계를 마음껏 누릴거라고 굳게 맘먹고
있지요.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내 정열과 땀으로 능히 이루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
각들을 갖고 있습니다.
예, 저도 그랬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전라도 진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농고를 졸업했고 학창시
절에 볏짚을 발효시켜 온상을 만들어 겨울에 수박묘를 길러내도 보았고 조림과 특별활동반으로
활동하면서 매년 한 번씩 개최되는 조림관련 “전국농고경진대회”에 대표로 출전하여 수목의 절
접, 눈접, 소나무깍끼접 등을 현장실습으로 본교의 명예를 걸고 다투었으니 사실 조림에 대한
인연과 열정 그리고 상식을 논하자면 저도 40년 이상의 역사를 통념한 촌놈중에서도 비교적 나
무에 일찍 눈이 트인 촌놈이올씨다.
먹고살기 위해서 도시로 나왔지만 촌놈이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향수가 잠재되어 때가 되면 언제고 차고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차, 우연인지 필연인지 임관과 동시 사천지방의 국가기관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나사연에 입문 한 것도 이때(08년 초) 였으니 하늘이 제게 좋은 기회를 갖다준 것이지요. 마침 그 쪽에 우리선배가 있어 1,500 여평에 가시나무, 금목서, 왕벗나무 등을 식재하여 7~8년을 튼튼하게 키워놨으니 그런 세계를 동경했던 촌놈의 눈에 마냥 보기 좋았겠지요
이때부터 삽목과 파종 그리고 유통과정에 대한 상식을 넓히다가 09년 초 드디어 일을 져질렀지요. 2,000 여평의 야산 중턱에 해송과 왕벗나무 등 6~7년이상 키운 나무를 앞도뒤도 보지않고 덜컥 인수를 한 것이 오늘날 골병의 시초였으니 세상일이 지 생각한대로 움직여준다면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인수 후 2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감이 왔지만 이미 해는 서산을 넘었습니다.
3. 열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
제 스스로 생각해도 나사연 초기 저는 나무에 미쳐도 참말로 한참을 미친 것 같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면 제눈에 보이는 건 나무뿐이었고 그놈들이 모두 돈으로 환산이 되는 이른바 착시현상 중증이었지요. 해서 나사연에 들어와 나름 열심히 배웠고 인근 농장과 조경회사 분들을 만나 묻고 듣고 시름하기를 계속한거지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저 역시 반풍수가 되어있었지요. 가로수 느티나무를 보면서 “이건 목을 친 거구나. 지하고가 낮구나, 밀식의 폐해구나, 잘 받으면 얼마까지 받겠구나, 야, 명품이 여기 있구나, 홍가시가 드디어 불을 뿜는구나,”
유관업체의 정리된 정원 특히 25점을 넘는 조형해송 앞에서는 한 동안 그자리를 떠나지를 못하
고 감탄사를 연발하니 그 당시 저는 안팍으로 “나무박사라”는 그렇게 싫지않은 칭호를 얻었습니
다. 사실 출퇴근도 버거운 도심의 사람들이 나무를 가까이 접해볼 시간이 어디있겠습니까. 따지
고보면 박사칭호는 그리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겠지요
미친짓은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나사연에 들어와 좋다고 하는 나무는 죄다 찾아댕기고 씨앗이
있으면 어디라도 쫓아다녔으니 참말로 한심할 일이지요. 마가목의 빨간 열매가 좋아서 설악산
까지 찾아갔지요. 대청봉에서 희원각으로 내려오는 좌측 경사면에 마가목이 자생하고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지요. 한 여름 도심의 가로수에 줄렁줄렁 열린 후박나무 열매가 눈에 아른거려
일주일을 새벽 4시 이전에 일어나 작업에 몰두했고 한겨울 먼나무의 빨간 열매가 하도 탐이나서
곤히 잠든 사위놈을 깨워 “별빛토벌작전”에 나갔다가 방범대원에게 들켜 곤욕을 치른적도 있고
요..
감탕나무가 미래의 남부수종으로 부각될 것으로 판단하고 새벽길을 떠나 보길도 온섬을 뒤져
주인을 만났던 일, 삽수와 씨앗 채취를 약속하고 또 한 번의 방문에 100 여만원의 경비도 경비거
니와 노천매장 2년 후 파종한 씨앗이 한 놈도 발아를 하지 않았고, 2,000 여개의 삽수를 다듬어
10월 말 시도했던 밀폐삽도 관리부주의로 한개도 남지않고 다 말라벼렸던일, 홍가시 삽수채취
를 위하여 거제도 윤씨농장을 찾았더니 그분이 다름아닌 현 우리경상도 지부장인 나무천지님
삼촌집이더라.. 하우스 50평짜리 빌려 할머니 너댓명을 사서 이틀을 꼽았건만 작년의 혹독
한 추위에 살아난게 얼마되지 않더라…
4. 육묘는 아무나 하나
세상에 돈 버는 일이 쉬운일이 하나도 없지요. 더구나 나무를 키운다는 건 생명을 키워가는 작업이지요. 삽목은 글자 그대로 무조건 꼽아놓으면 금방 될 것 같아도 해보면 압니다. 하우스 몇 백평이 뉘집 애들 이름이 아니지요. 거기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도 장난이 아니지만 묘목의 성장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우리 나사연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거제도 등 육묘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전문가요 기술자들입니다. 그분들이 어디 1~2년 시도해서 그정도가 되었겠습니까, 허고많은 세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서 터득한 기술이지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사연에 입문한 후배님들은 거의 투잡의 형태지요. 전력을 다해도 될까말까한데 평일에 출근하고 주말 또는 휴일을 이용해서 육묘(육림)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또한 묘목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반과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기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판로를 위한 인적구성과 전국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틀을 갖추는데 몇 년의 세월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어림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인식해야 될 문제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적어도 현재 지역에서 이름을 갖고 묘목의 판매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지역의 유지역할을 통해서 전국에 이름이 나 있는 분들이라는 것이지요. 유지역할이라는 게 단순하게 물건 만들어 판다고 되는 게 아니쟎습니까. 관련 업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야 가능한 것 아닙니가. 속된 말로 “나이롱뽕”으로 얻은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아마추어님들이 명심해야 될 부분입니다.
5. 나무를 심어 돈을 벌거라고 섣불리 덤비면 십중팔구 자빠집니다
“그럼 나무심어 개 줄라고 시작하냐?”
당연히 이런 반문이 올겁니다. 제말의 핵심은 나무를 키운다는 것은 세월을 낚는 작업과 같다는 뜻입니다. 나무를 상품으로 판매하려면 적어도 12점 정도는 키워야 제대로 값을 받는데 교목 중 비교적 성장이 빠른 왕벗나무나 또는 느티나무를 재외하고 생장이 더딘 나무를 이정도 키우려면 8~9년은 족히 걸립니다. 즉 나무를 심어 10년은 돌아보지 말아야한다는 얘기지요. 나사연의 후배님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이론입니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기반을 갖춘 전문가들은 다릅니다. 그분들은 교목과 관목을 적절히 선택,배치하고 교목도 나름의 기술로 판매시기를 단축합니다. 예를 들면 1m정도 밀식으로 6`7점대까지 속성으로 키워 단계별로 판매하는 방법도그 중 하나입니다. 흔히 아마추어인 여러분의 질문중에서 이 방법에 대한 말씀이 있으신데 아무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섣불리 밀식했다가 이것도 저것도 못하면 나중 식재지 전체를 망칩니다. 요새 나무는 명품을 만들지않으면 화목밖에 써먹을 데가 없고 몇 년 그렇게 놔두면 포그레인 불러 파내는데 밑천 다 날아갑니다
6. 나무를 키우는데도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나사연에 들어와 제일 처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것으로 만드는데 딱 3년 걸렸습니다. 그땐 무심코 넘겼습니다. 예, 나무를 키우는 작업은 분명 철학이 있어야합니다. 다짜고짜 시작하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하우스 한 두동 지어 남 따라 파종하고 삽목하고..딱 골병에 망조의 지름길입니다. 이런 물건 생산해봐야 사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요새 비닐하우스 싸게 지어도 평당 10만원, 제대로 지을려면 20만원 넘습니다. 100평이라도 최소 1천만원인데 이게 적은 돈입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아무나 묘목을 길러 판매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판매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철학을 갖고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있으니 여유도 있고 자부심도 동반됩니다. 여유가 있고 자부심이 있으니 좋은 물건을 생산해서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해서 그렇습니다만 우리 경상지부장인 나무천지님. 그리고 전전 지부장인 아원님, 보성의 녹차나라님들을 한 번 보십시오.
제 경험상 그사람들 원칙을 벗어난 행동이나 소비자 손해 보이는 일 절대 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 우리 회장님이신 전라지부 이용연님은 성목을 판매하는 분이지만 수십만평의 식재지에 년차별로 명품들이 즐비하여 하시라도 소비자의 구매요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충청도 이주일님, 나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밑천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지요. 또한 여러 회원님들을 위하여 갖고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계시질 않습니까. 초기의 작품인 용트림 해송을 보셨지요. 지금 당장 성공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남이 해보지 않은 길을 가본다는 건 위험부담을 안고하는 아름다운 작업이지요.
이렇듯 다 나름의 철학을 갖고 나무사업을 영위해 가는 배울점이 많은 분들입니다. 물론 이분들 말고도 전라도지방에는 대량으로 묘목을 생산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더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직접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의 예를 들었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6. 일관성을 갖고 기다려라
나무는 반드시 나름의 목적을 갖고 식재를 해야합니다. 남이 하니 임대 몇 백평내어 에라 이팝도 심고 느티도 심고 배롱나무도 심고.. 미안하지만 이래갖고는 화목밖에 안나옵니다. 나무는 자식을 키우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하쟎습니까. 이놈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부모는 철이들기 전부터 고심을 합니다.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 흘려듣지 마십시오.
자, 배롱나무를 심어보자,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니 60대 후반을 보고 나름의 수형으로 키워가보자. 느티나무 20점대를 만들어보자, 지금부터 시작해도 15년키우면 20점이 아니라 30점대도 맹글 수 있다. 해송? 육송에 비하여 인기는 없으되 병충해 없고 생육이 왕성하니 에라 한 십여년 비배관리 잘하면 15점대공사목은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아예 조경목으로 가꾸어 물건을 맹글어보자. 왕벗나무가 포화상태라고? 위기가 기회가 아니더냐. 이놈은 성장이 빠르니 어릴 때 기본수형만 잡아주고 우분 계분 섞어서 뿌려주면 5`6년이면 12점대는 나오겠지..
그렇습니다. 일관성을 갖고 기다리면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면 돈이 됩니다. 배롱나무 20점대이면 현 시세 목대로 50만원은 받지않습니까. 느티나무 20점 키우면 목대로 최소한 30만원, 해송 공사목 15점이면 아무리 못받아도 목대 10만원, 왕벗나무 12점 곧게 만들어놓으면 역시 목대 10만원은 문제없는 것 아닙니까. 나무세계에 들어오면 달콤한 유혹도 있지만 이젠 끝났다는 비관적인 말들이 많이 오갑니다. 모름지기 우리 사는 세상이 다 그렇쟎습니까.
하루에도 수십개의 회사가 생겨나서 수십개가 문을 닫는게 현실이지요. 하는대로 다 되면 무얼 걱정이겠습니까. 그러나 그 중에도 성공하는 자는 우뚝 서서 나갑니다. 성목이 아무리 포화상태가 되드라도 공사는 계속되고 나무는 식재됩니다. 명품을 만들어 놓으십시오. 문제는 일관성입니다 확신을 갖고 서둘지만 않으면 반드시 노력의 대가가 옵니다.
6. 무슨나무를 심을까 고민하지마라. 지가 좋아하는나무를 선택해라
보성의 녹차나라님이 하신 말씀인데 이것 역시 내것으로 만드는데 3년이 걸렸습니다. 나무를
식재하고자 준비를 하는 나사연 아마추어 회원님들이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것 중 90% 이상이 이
질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 좋아하는 나무를 심으십시오. 키우다 보면 정이 가고 정이가다
보면 명품으로 탄생합니다. 그러면 돈이 됩니다. 이 간단한 명제를 갖고 그렇게 고민들을 하십니
까. 나사연에 들어와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그중 지 형편에 맞는 다시말하면 자신있는 수
종을 고르십시오. 그렇다고 아카시아나무나 밤나무 골라서 심을 건 아니쟎습니까.
녹차나라님과 저는 성목의 해송을 갖고 있으면서 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일
맥상통하는 면을 찾아냈다는데 연이 있습니다. 제 애물단지 중 두번째가 해송입니다. 물론 첫번
째 애물단지는 왕벗이지요. 두 수종이 제 농장 성목의 80%를 차지하는데 이전 주인이 밀식으로
관리를 놓아버린 결과입니다. 왕벗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하는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내년 봄 포
크레인 불러 정리를 해야겠지요. 해송은 인수 첫 해 여름 절반을 잘라냈고 금년 여름 또 3/1을
잘라냈습니다. 참으로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밀식으로 밑가지가 다 말라죽었는데 어디
다 쓰겠습니까. 차라리 빈 땅에 느티를 심었더라면 지금쯤은 최소한 5점대 이상으로 울울창창
신이 나 있겠지요.
금년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혼자서 해송을 전지하는데 더위와 모기와 벌들과의 전쟁이었
습니다. 정말로 고생을 했습니다 몸무게 5kg 그냥 빠졌으니 짐작을 하시겠지요. 높이가 있고 사
다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하루 2~3그루 하기가 힘들었지요. 어차피 길게 갈 수 밖에 없습니
다. 나무형태가 고르다면 아예 공사목으로 판매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지요. 원래 분재
목 해송을 갖다심었으니 3년전에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그런대로 쓸만한 조경목으로 나올 수 있
었는데 아깝지요. 이제 그 중 가망이 있는 놈만 자리를 넓혀서 한 4~5년 가꾸어 볼 생각입니다.
8. 맺는 말입니다.
나무를 키운지 3년,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지요. 죽어라 잃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땀과 돈과 시간을 빼앗겼지만 나무와 함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해송은 참 가꿀수록 재미가 있는 수종입니다. 맹아가 워낙 왕성해서 수형의 원리를 알고 환경을 알맞게 조성해주면 주인이 유도하는 형태로 쉬이 모양을 갖춰주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힘이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맞길 수 없고 사실 맞겨봐야 인건비 빼면 유지비도 안나오니까요.ㅎㅎ~
이제 마칠까 합니다. 오늘 모처럼 집에서 쉬었습니다. 어제 농장에 아는 놈이 와서 장작난로를 지피고 오후 2시반부터 시작해서 어두워질 때까지 막걸리 5병을 비웠는데 술이 취해 개새끼목욕시킬라고 준비해 둔 끓는물에 한쪽발을 담궈 화상을 입었습니다. 참말로 가지가지 다 경험합니다.
끝으로, 제가 농장 빈 곳에 배추와 고추를 심어먹는데 모종값이 만만찮더군요. 고추모종 하나에 250원정도 하지요. 이걸 절약하자 씨앗을 사서 파종했다가 씨값(발음이 좀..)만 내버렸지요. 배추모종 역시 상품 하나에 200원 달라길래 씨앗을 파종했다가 역시 돈만 버렸습니다. 쉬울 것 같은데 모종을 길르는 노하우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삽목도 좋고 씨앗파종도 좋습니다. 시간이 있는 분은 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나무공부도 할겸 자가식재를 위한 생산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보니 남는 장사가 아니더라는 결론입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어느 장사꾼의 말이 다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라는 것이지요.
적당한 부지가 확보되면 시간이 있는 분들은 소묘를 주문해서 몇 년 더 키우시고 갈 길이 바쁘신 분들은 중묘를 사서 식재하십시오. 물론 돈 아끼지말고 우량주를 선택하는 걸 잊지마십시오. 돈 더 준만큼 몇 배의 가치가 있습니다. 어려서 젖 떨어진 아이 커서도 병약합니다. 나무 역시 그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데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End-
추신 : 올 여름 노가다에 시달리다보니 문장력도 달립니다. 막걸리에 머리가 많이 간듯 싶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이글은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 쓴 것이니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늦게 따라오는 우리회원님 중 저와 같은 길을 가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댓글로 의견을 달아주시면 저도 한 수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1년 10월 13일 부산 최병희 드림 (010-9662-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