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광녀 소나타ㅡ
난 가끔 미치고 싶다.
아니..
내가 미쳐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나자신이 현실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정(精)의 혈이 봉인되어 낭만시를 읊조리지 못한 채
차가운 땅바닥에 널부러져 떨고 있는
미친 디오니소스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 누가 나더러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낙오자라 한대도
절망하지 않고 비참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가끔 미쳐가며
미친 세상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친 세상을 미쳐가며 산다는 건 결국..
세상을 바르게 사는 것이 되니까..
아주 까마득한 옛날,
학교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졸업생들은
교지의 어록에
뭐라 쓸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졸업생들은 글 몇 줄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해서
"얘는 될 성 부른 나무야" 라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한
근사하고 위풍당당+호연지기를 덧입힌
멋진 말들과
(그래봐야 인생의 경험이 짧고 얕기에 짜집기에 불과하지만.. ㅡㅡ )
후배들에게 길이길이 전설로 전해질만한
엽기적인 재밌는 말들을 골라골라 남기기 마련인데
나는..
그때 뭐라 그랬게?
세상은 넓다.
레드제플린(Led Zeepelin)을 타고 날아다니며
드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
주저리주저리...
(註 레드제플린; 비행선을 만든 제플린 남작의 이름을 딴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그 글귀를 읽으신 울엄마ᆢ
다른 아이들은 현실적이고 멋진 격언을 들려주는데
너는 어째 허황된 꿈같은 소리만 하느냐?
한심하구나..
뜬구름 잡는 버릇일랑은 언제 버릴래?
라며
현실에 입각한 두다리를 땅에 튼튼히 뿌리내리시고
쯧쯧, 야단을 치셨지만ᆢ
육갑을 떠는 지금도 나는
엄마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
어째서..
엄마는 당신 딸의 꿈을 인정하지 않으시고
현실에 뿌리를 내리라고 말씀하셨을까 싶은
생각에 안타깝다.
뜬구름이라고 하는 대신,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너의 레드제플린이 뭔지 알려주지 않을래?
하고 물으셨다면
뭔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내비뒀다면
언덕 위의 하얀 집(정신병동..)에 갔을거라구..?
그래,
술병을 들고
머리를 헝큰 채
노랠 부르며 미치는 것도 좋겠지..
웃을 일이 필요했었다.
며칠 동안
지옥과 천당으로
마구 왔다갔다 헤매고 다녔으니까..
굿~모닝입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