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시조 054
산은 옛 산이로되
황진이(黃眞伊) 지음 6/6
산(山)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주야(晝夜)에 – 밤낮으로.
인걸(人傑) - 특히 뛰어난 인재(人材).
황진이 시조 여섯 수 중 마지막입니다.
인걸이 물과 같아서 한번 가더니 다시 오지 않는답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고, 자신도 노기(老妓)가 되고 보니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었던 이들이 안 보이더란 말인데, 극히 공감하는 바이긴 해도 황진이의 소박하지만 완벽한 비유, 곧 변하지 않는 산과 흘러가 버리는 물 등은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은 또한 흐른다는 점에서 만인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시간과도 같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다가 늙은 여류시인의 생생한 인생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