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농업기술센터(소장: 구본석) 농원관에서 2024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이하 전씨협) 정기총회 및 씨앗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씨협은 무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우리의 씨앗을 보존하며 문화, 학술, 농업, 음식, 유통 등 다방면의 분야를 협력하기 위한 네트워크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가꾸어온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널리 확산시키는 것은 우리의 문화와 생물 다양성, 지속성을 지키는 일인데요. 우리의 토종종자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농원관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모인 토종씨앗 지킴이들이 방명록에 명단을 작성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정기총화를 위해 전국에 있는 씨앗도서관에서는 지역의 토종작물로 만든 먹거리를 준비해 오셨는데요. 강화 씨앗도서관은 인절미, 강화쑥 송편과 쑥절편을, 세종 씨앗도서관은 귤, 화성씨앗도서관은 샐러드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괴산씨앗도서관은 콩떡, 논산씨앗도서관은 흑갱 꼬마주먹밥을, 관악·광명씨앗도서관은 식혜, 부여씨앗도서관은 우리밀빵, 포항씨앗도서관은 고구마와 삶은 유정란을 준비해 주셨는데요. 안양씨앗도서관에서는 행사를 위해 현금을 찬조하고, 당진 우리씨앗연구소는 커피와 차, 과자, 집기류, 비품을 준비하며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행사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전씨협 박영재 대표는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 온 농부의 토종씨앗들이 농업의 현장과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전씨협은 보다 많은 농부와 소비자들과 힘을 모아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이어나가는 활동을 위해 모였다. 토종씨앗은 농부의 손으로 오랫동안 재배되고 거듭 선발되며 채종되는 과정에서 진화해 온 역사의 산물이다. 하지만 상업적 활용도를 중시하는 종자회사와 자본주의적 유통 구조에 의해 재배면적이 감소하며 유전적, 문화적 다양성이 침식되고 있다"며 "전씨협은 농부들이 지켜온 토종씨앗들이 보다 멀리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토종 씨앗농사의 농법 및 각 품종의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들을 발굴해 농부의 씨앗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씨앗도서관을 설립하고 있다. 씨앗도서관은 씨앗을 수집하고 양을 불려 나가는 한편, 사회문화적 의미를 제시하는 토종 씨앗정보를 씨앗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농부와 소비자 모두의 발길이 이어지는 문화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본석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국에서 쌀생산량이 가장 많은 당진에서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한 뜻깊은 행사를 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당진시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23년에 토종 종자 257종을 수집하여 국립종자원과 유전자 센터에 기탁했다. 또한 토종 씨앗을 지키고 알리기 위해 '우리 씨앗 연구소'를 개소했다"며 "토종 씨앗은 미래세대의 식량자원이자 식량주권을 지킬 열쇠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위험성, 수입 종자의 장악에서 벗어나 믿을 만한 먹거리 생산과 소비의 주춧돌 역할을 위해 토종씨앗을 지키고 보전하는 전국 씨앗도서관 협의회와 당진우리씨앗연구소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유전자원센터 안병옥 센터장은 "전씨협 회원들의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나누는 선한 영향력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전주유전자원센터에서는 자원 보존 연구활동 및 종자분야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봄이 오면 전씨협 회원들이 우리센터를 방문해 견학도 하고 소통하며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에 부여여성농민회와 당진우리씨앗연구소에서 수집한 씨앗을 국립유전자원센터 안병옥 센터장과 국립백두대간씨드볼트 배기화 팀장에게 기탁하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양인자 사무국장이 2023년도 사업보고 및 결산승인에 관한 건을 보고 했습니다. 전씨협에서는 씨앗을 수집하고 증식하고 보급하는 활동과 교육, 씨앗도서관을 만드는 활동들을 통해 강화 씨앗도서관과 당진 씨앗도서관을 설립했다고 해요. 또한 여주와 파주에 씨앗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씨앗 수집활동을 해 왔다고 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 대강당에서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의 글로벌 종자 보전강화를 위한 ‘국제 종자보전 워크숍’을 개최했는데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의 국제기구와의 다자간 협력 방안, 전 세계 야생식물 종자의 안전한 중복 보전을 위한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또한 광명, 여주, 관악에서 씨앗학교를 운영했다고 해요. 워크숍에서 토종파로 빵 만들기와 토종팥으로 팥죽 만들기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토종파로 만든 빵이 인기가 아주 좋았다고 하는데 어떤 맛일지 무척 궁금하네요.
김충진 강화관장의 감사보고와 김철규 부여관장의 사회로 임원선임 결과 박영재 대표가 재선임 됐습니다. 박영재 대표가 24년 사업계획을 밝혔는데요. 전씨협에서는 회원들과 각 씨앗도서관 투어를 통한 유대 강화 및 종자수집과 증식을 위한 채종포를 운영하며 토종꾸러미 펀딩작업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토종 요리법을 연구하고 개발해 분기별 워크숍을 개최하므로 토종 먹거리를 확산할 예정이라고 해요.
잠시 휴식 후 바리톤 김태선이 깊고 웅장한 음색으로 가곡 '산촌', '낭만에 대하여'와 이태리 가곡을 부르며 축하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이어서 흙살림 윤성희 자문위원이 당진의 대표 토종 씨앗 배틀콩 연구발표를 했습니다. 배틀콩은 충청도 사투리로 ‘배틀하다’(고소하다)는 맛이 나서 이름 붙여졌다고 해요. 배틀콩은 녹갈색 종피를 갖는 콩류로 탄수화물이 많은 밤콩 종류로 상대적으로 풋콩일 때 지방비율이 적정량 있어 밥해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틀 풋콩을 까 놓으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칠맛과 향이 좋다고 해요. 배틀콩은 일반콩보다 작아 콩나물로 기르면 상품성도 좋고 맛도 좋아 콩나물 키트로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틀콩은 2018년에 당진시 정미면 안상구실길 180-6 농가(유옥분, 당시 83세)에서 재배되던 2점을 수집했다고 해요. 당시 수집된 2자원은 순계분리를 해
실험한 후 특성이 파악된 1점은 IT넘버를 부여하고, 또 한점은 임시번호만 부여하고 분양은 안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배틀콩 2점은《KSL180896(K271391→IT346983)와 K271365》 로 국립농원유전자원센터(종자은행)에 기탁되었다고 해요.
괴산군 흙살림연구농장에서는 우리씨앗연구소 김선주 대표에게 베틀콩을 분양받은 후 순계분리 육성한 자원(HSsb2022036)을 2023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특성을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재식밀도는 이랑간격 105cm, 포기간격 40cm로 휴립멀칭 위에 1주 1본식으로 했다고 해요. 23년 6월 12일 72구 포트파종 후 6월 24일에 정식해 10월 30일에 잘 자란 4포기를 베어 두었다고 합니다. 건조 후에 경장, 분지수, 절수, 꼬투리수, 100립중을 조사했고 10a 수량성은 38포기의 평균값으로 했다고 해요.
당진 재래종 베틀콩은 유한형의 생육습성을 갖고 있으며, 꽃색은 흰색, 꼬투리색은 검은색, 종피색은 갈색인 중립종이라고 합니다. 성숙기는 10월 20일경 만생종이며, 꼬투리수는 400여개로 매우 많다고 해요. 100립중은 23.3kg으로 중립종이며 10a 수량성은 277kg으로 재래종 콩 중에서는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당진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고유한 형태적 특성과 우수한 재배특성을 갖는 배틀콩에 가치를 두고 계속 증식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배틀콩 연구발표 후 토종농사법에 대한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습니다.
군포에서 온 박미현 회원은 먼지콩을 재배는데 표시도 안나고 티도 안나 귀찮은 일이 됐다며, 재배비법을 물었는데요. 박영재 대표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은 우리나라 백년대계를 위한 일이라며, 기본 사명을 가지고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전씨협은 토종 농사법과 씨앗보존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 회원은 토종콩으로 두유도 만들고, 콩가루를 볶아서 식미검사를 한 후 카페에서 활용하며 후원회원들도 함께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콩 노린재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며 농사법을 물었습니다.
윤성희 자문위원은 콩노린재 퇴치법
페르몬 트랩을 설치하거나 밭둘레에 허브작물인 코스모스를 심고 콩이 안난 곳에 수수를 심을것을 추천했습니다.
여주 생태미식연구소 남윤미 대표는 일본에 있는분이 토종음식을 맛보기 원하는데 토종들깨로 요리시연을 하고 싶다며 들깨를 활용한 음식소개를 부탁했는데요. 박영재 대표는 당진의 대표 토종음식 깻묵된장을 추천했습니다.
병해충에 약한 토종고추 재배방법에 대한 문의도 이어집니다. 박영재 대표는 비가림을 하기때문에 병은 없지만 벌레는 많아 친환경 방제를 하고 있다며 조건에 맞는 농사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네요. 충북 괴산에는 유기농으로 토종고추를 재배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 문의하면 재배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천에서 오신 나진규 회원은 채종포 운영방법에 대한 문의를 하셨는데요. 채종포를 운영할땐 교잡방지를 위해서 망실(방충망)을 설치해 안에 수분용 곤충을 넣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무는 무끼리, 배추는 순무, 유채와 교잡이 된다고 해요. 벼는 자가수분하는 작물이지만 교잡이 되기에 품종마다 1m 간격을 두고 채종은 한가운데서 한해야 한다고 합니다. 옥수수는 재배 시기에 차이를 두고 채종을 하던지, 농진청처럼 봉지를 씌워 재배를 해야 교잡이 안 된다고 하네요. 다. 이 외에도 다양한 농사방법을 공유했습니다.
다큐 '느티나무 아래'의 주인공 괴산 우리씨앗 농장 안상희 대표는 퇴비 더미에서 주운 자주감자를 몇 년에 걸쳐 수확해 가며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주감자는 수확량이 적고 아린 맛이 나 시장의 질서에만 맡기면 소멸될 품종이라고 하네요. 토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토종에 대한 다양한 성분연구와 요리법 개발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수원에서 도시농부로 활동하는 주인옥 회원은 들깨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을 문의했는데요. 들깨는 땅이 질으면 농사가 잘 안 된다고 합니다. 토종들깨는 종류가 다양한데 색이 밝을수록 조생종, 진할수록 만생종이라고 해요. 조생종은 깻잎울 수확하기 좋고, 만생종은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확시기는 밑에서 노랗게 시들어갈때 베는 것이 적기라고 하네요.
전국의 씨앗도서관에서 가져온 씨앗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씨앗나눔 목록》
포항씨앗도서관: 제주토종찰옥수수, 단수수
여주 생태미식연구소: 노랑옥수수, 사과참외, 적상추
괴산씨앗도서관: 우엉, 쥐이빨 옥수수, 대추나물콩, 검은밀
강화씨앗도서관: 강화푸른밤콩(등틔기콩), 강화홀애비밤콩 (푸른밤콩은 교동에서만 재배, 양사지역에서 재배하는 홀애비밤콩은 메주로 만들면 맛이 좋다)
광명씨앗도서관: 흰당근, 나물콩
수원씨앗도서관: 대추나물콩, 쥐이빨옥수수, 우엉, 검은밀, 흰들깨, 생동차조
부여씨앗도서관: 오리알태, 토종벼(금나, 금도)
강동씨앗도서관: 경종배추, 자주완두, 고수, 아주까리밤콩, 밤색콩나물콩, 흑밀(이력이 확인되지 않아 나눔 안함)
춘천씨앗도서관: 토종오이, 애플수박, 사과참외, 이른참깨, 팔목깨, 애플수박(토종이 아니라 나눔 안함)
토종씨앗 나눔 방식은 전씨협 후원회원들은 10가지, 비회원은 참가비 10,000원을 입금하고 5가지를 나눔 받았습니다.
급격한 산업화로 마을공동체 문화가 붕괴되면서 토종씨앗은 마을의 공유자원이 아닌 한개인의 역할로 지켜져 왔는데요. 그동안 토종씨앗을 지켜온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그 씨앗도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오늘 전씨협 정기총회에서 토종씨앗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토종씨앗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토종지키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땅에 토착화 되어 오랜시간 이어져 온 토종 씨앗들이 종자연구소나 씨앗도서관만의 장소가 아닌 '지속가능한 씨앗'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한편 당진우리씨앗연구소(대표 김선주)는 지난해 ‘우리도 재배품종 발굴 및 보존 지원 촉진 사업’으로 합덕·송악·고대·석문·면천·순성·우강·신평·송산 등 9개 지역에서 토종종자 257종을 수집했습니다.
앞으로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회원들과 2023년에 수집된 257점과 2018~2019년에 수집된 214점을 선별해 토종 씨앗 채종포를 만들 계획이라고 해요. 더불어 토종씨앗학교를 운영해 토종씨앗을 알리고, 수확한 작물로 맛의 기억을 찾아 나누며 과거로부터 미래세대로 토종 종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