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SeOUL 보도진]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우리의 하반기 기대작 두 편 <화산고>와 <두사부일체>. 당초 같은 날 개봉으로 자존심을 건 3파전이 예상되었지만 <화산고>의 이번 주 개봉으로 인해 홀로 맞장을 뜨게 된 <두사부일체>의 기자시사회가 어제 있었다. 요즘 우리 영화계의 분위기를 말해주듯 축제를 방불케 하는 시사회장 분위기는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좌석 통로까지 인파로 가득 메운 가운데 시사회가 진행되었다.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이라는 뜻의 <두사부일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작정하고 겹겹이 웃음 장치를 해놓고 마치 '이래도 안 웃을래?'라며 준비한 뇌관을 하나씩 터뜨리며 관객의 반응을 바라보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번에도 조폭 소재의 코미디로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와 연장선상에 있다. 절간에 간 조폭이 아직까지 하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엔 조직의 보스가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학교에 간다. 그리고 문제의 학교를 정의의 이름으로(?) 접수해 버린다.
갈때까지 가는 식의 논스톱 코믹영화는 중반을 넘어 서면서 조폭을 통해 요즘 세태를 비판하며 계몽주의로 치닫는다. 조폭에게서 인본주의를 찾고 깡패세계까지 학력사회로 재편되는 현실비판과 실제 있었던 상문고 학원비리 사건을 바탕으로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운다는 식의 이야기는 블랙코미디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조폭을 미화시키는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어줍잖은 계몽주의보다는 차라리 막가파 식의 코미디로 일관했더라면 더욱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감독은 나름대로 준비한 메시지와 함께 임창정, 김상중, 개그맨 고명환 등의 여러 카메오 출연자를 통한 잔재미와 멜로적인 요소까지 끌어 들이는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영화의 상황과는 걷도는 주제곡, 유치한 말장난의 연속으로 인해 영화는 그저 시류를 따르는 조폭 코미디에 머물고 만다.
그래도 감독은 CF감독 출신이라는 이력에 걸맞게 교권이 땅에 떨어지는 시퀀스에서 '스승의 은혜'를, 사건의 마무리에는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테마로 사용하는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한 '정 트리오'라 불리는 주요 출연진을 보면 이미 시트콤에서 인정 받은 정웅인과 <친구>의 정운택이 보여주는 코믹 연기는 예상했던 바이지만 <아나키스트> <싸이렌> <흑수선> 등 최근 급성장을 보이고 있는 정준호의 평소 이미지를 뒤엎는 코믹 연기는 뜻밖이어서 파장이 크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보조 캐릭터들의 슬랩스틱 식의 코믹 연기는 영화의 흥행 포인트이다. 다만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영화 내내 심한 구타 장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는 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제는 조폭 소재의 영화가 나올 때 마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본인도 지겨울 정도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영화는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을 만큼 풍성한 스크린을 확보한데다가 여전히 조폭 코미디가 강세인 점을 비춰 볼 때 흥행전선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