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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스크랩 삶의 창가에서 [215] 글쓰는 능력을 키워주는 연애편지
한재 추천 0 조회 993 07.05.22 16: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신충우 파일 215]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언론인이자 저술가로서 30년동안 글을 쓰고 있지만 쓸 때마다 늘 긴장하게 된다. 어느 때는 적당한 서두가 착상(着想)되지 않아, 어느 때는 중간 중간의 문장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심하게는 함축적인 용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고심(苦心)에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피말리는 작업이 바로 글쓰기이다.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자란 나는 피부가 약해 옻으로 자주 결석, 초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겨우 한글을 깨우쳤다. 이에따라 글짓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고등학교(청주고)에 입학, 친구의 소개로 여학생과 편지를 교환하면서 습작을 통해 글짓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2년간 무려 1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글쓰기 훈련으로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시와 수필과 소설을 읽으며 감동적인 문구를 참고, 고교생의 청순한 마음을 담아 수차례의 퇴고(推敲)를 거쳐 우송하곤 했다. 이 편지에 수정·보완을 가해 책을 낸다면 애틋하고 풋풋한 '고교생의 연서'가 될 것이다. 40년이란 세월이 흘러 그렇게 할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면 돌려받고 싶다. 그 여자친구는 당시 충북 옥천군 청산면 소재의 청산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지금은 50대 중반의 아줌마로 변해 있을 것이다. 글쓰기 공부로는 갖은 노력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글로 보여주려고 하는 연애편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신문기자가 돼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글쓰기 공부를 했다.

저술활동을 하는 집필(執筆)이라하면 일반적으로 편하게 책이나 읽으면서 글을 쓰는 '신선놀음'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끝없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정신세계와의 투쟁이다. 깨어있는 사고로 전문·새로운 지식을 함양하며 늘 도전적인 학문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보통 책을 한권 쓰려면 수백권의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한다. 또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고독을 벗삼아 지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누리는 여가도 포기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글쓰고 연구하는 것이 좋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글쓰는 사람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은 TV 인기드라마 작가일 것이다. 매일 매일 시청율을 체크해 가며 초긴장 속에 방대한 양의 대본을 써야한다. 작가의 표현 하나 하나에 시청자들이 울고 웃는다. 이에 '글쟁이들'은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를 씻어내기 위해 같은 직종의 사람들과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신다. 나도 기자나 작가들과 주로 음주를 한다. 요즘에는 특히 KBS와 MBC의 구성작가들과 많이 마셨다. 개성이 강해 나처럼 통제가 어려운 괴짜들이 많다. 자유분방해 구속들을 싫어한다.

집필을 소홀히 하면 출판은 공염불(空念佛)이 된다. 가치없는 원고는 시장에 내놓아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출판사는 상품가치가 있어야 제작비를 투자해 책을 낸다. 야박할 정도로 냉엄한 것이 출판세계다. 그러나 저술자는 이와달리 상업적인 측면을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진솔하게 원고를 써야한다. '돈벌욕심'으로 원고를 쓰면 설령 출판을 한다해도 백발백중 실패한다. 독자들은 입소문으로 금방 안다. 출판은 책에 담기는 작가의 정신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과정을 거쳐 14권의 저서를 냈다. 5년후 출판을 목표로 현재 준비하고 있는 책도 있다.  험난한 긴 여정의 길이었다. 고행(苦行)의 저술가를 선택한 것은 하늘이 내게 내린 천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세상의 학문과 정신 및 사상은 책을 통해 이어지고 발전한다. 그리고 책은 죽은 후에도 남아 산자들과 계속해 대화한다. 책을 쓰는 저술은 글쓰기의 연속이다. 그러면 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하나. 글은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짓는 것이다. 집을 짓는 것처럼 터를 잡고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서까래를 언저야 하며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벽돌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보내는 메일 한 통, 편지 한 장, 생일을 맞은 친구나 가족에게 보낼 자그마한 카드 한 장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이렇듯 막상 무언가를 붙들고 쓸려고 하면 쉽게 써지질 않는 것이, 언제나 '처음 같이 어렵기만한 것‘이 글쓰기이다. 그렇터라도 누구나 글을 맛나고 재미있게 쓰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하지만 펜을 잡고, 아니면 컴퓨터 모니터를 커 놓고 글을 쓰려하면 쉽게 써지지 않는다. 특히 첫 문장이 어렵다. 식은 땀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습관이다. 글을 많이 읽고, 틈이 나면 자주 쓰고, 오래 오래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자연스레 써지는 것이 또한 우리가 늘 걱정하는 '글'이다.

'잘 써야지, 논리적으로 써야지, 멋지게 의사를 표현해야지' 등의 고민스러운 마음은 그냥 놓아버려야 한다. 처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얽메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씨를 못 써도 좋고 문법이나 맞춤법에 벗어나도 좋다. 자꾸 틀리고 생각이 쉽게 옮겨 지지 않지만 자주 글을 쓰고 읽다 보면 차츰 익숙해진다.

일상적인 감상이나 기록들을 메모하는 습관은 글을 잘 쓰는 첫 걸음이 된다. 수첩이나 담배갑에 느낌을 적어도 좋고 가계부나 냉장고에 붙여 있는 메모지에 생각을 적어도 좋다. 읽던 책갈피에 독서의 감상을 끄적 거려도 그만이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들이 막 떠오른다. 책을 아끼지 말고 그냥 아무대고 써라. 쌓이고 쌓여 좋은 글을 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자식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습관은 아주 좋은 글쓰기 방법 중 하나이다. 글쓰기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는 습관을 몸에 익히면 되는 것이다.

쓰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한다. 말이 말같지 않아도 좋고 쓰다가 말아도 좋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은 갖는 것이 좋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박힐 정도로 쓰고 또 써야 한다. 거창하게 어떤 장르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눈길이 머무는 대로, 느끼고 기록하고 상상하면 된다. 절대 쓰기 전에 이것 저것 따지지 마라.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무언가 글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려운 소설쓰기가 아닌 이상 그저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 사건을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의 주위에는 마음의 글감이 널려 있다. 예를 들어 'PC방에서 게임하는 아저씨', '노점상을 하는 노파' , '단란하게 산책하는 가족', '시집간 큰 누나' 등 사람의 모습과 세상사는 모습 그대로가 좋은 글감이 되는 것이다. 글감을 잡았으면 짤막한 이야기를 한 편씩 마음 가는대로 써보는 것이다. 쉽게 써야한다. 마음 가는 대로 자세히 관찰해 묘사하는 기록도 좋고 상상력을 곁들인 소설도 그만이다. 자잘한 곁가지를 만들지 말고 문장을 다듬지말고 맞춤법에도 신경을 끊고 닥치는 대로 쓰면 된다.

그러나 대체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는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친구에게 말하듯이. 글이란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에 말하려는 의도를 나타내야 한다. 친구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옮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진정한 마음이요, 깊은 생각이요, 소용돌이치는 감정이므로 글짓기가 아닌 말짓기의 자세면 충분하다. 글은 곧 말이고 말 또한  글이다. 글은 말로 이뤄지고, 말로 자신의 생각을 쓰면 되는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써 보라. 망설이지 마라. 한 두 줄이어도 상관없다. 누구나 처음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저술가로서 과거 글쓰기 공부를 할 때의 어려웠던 점을 상기하며 다른 글쟁이들의 의견을 곁들어 정리해 본 것이다. 자성의 의미이다.

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쓰면 쓸수록 글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 여러 각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돼 더욱  어렵다. 그러나 물이 흐르듯 막힘없이 써야한다. 글쟁이 일수록 쉽고, 간결하고, 논리적이고, 재미있게 쓴다. 여기에 장단의 리듬이 가미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래야 읽는 맛이 난다. 구성하는 형식은 글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신문의 경우 스트레이트기사는 두괄식, 해설기사는 미괄식으로 쓴다. 기자들은 작성이라고 표현한다. 칼럼이나 사설은 미괄식, 양괄식, 3단논법, 기승전결 등으로 쓴다. 글쓰기 기법에 따라 잘 작성·정리된 글은 깊은 산골짜기에서 발원, 졸∼ 졸∼ 졸∼노래를 부르며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고, 경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추신] 필자가 저술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고교생의 연서' 주인공을 찾는다.

         * 연락처는 itshin52@daum.net 한재 신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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