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김연필-
아크릴 관을 생각한다. 투명한 관을 생각한다. 투명하고 둥근 관 속에 누워있는 너를 생각한다.
아크릴 너를 생각한다. 투명한 너를 생각한다. 투명한 너에게는 아무런 장기도 없고 아무런 수
분도 없고 아무런 피도 흐르지 않고, 나는 너를 닮아가는 나를 생각하며 아크릴 관을 생각한다.
생각하는 아크릴 관을 열어본다. 아크릴 관이 열리고, 아크릴 관에 누워본다. 아크릴 관에 누워
조금씩 색소가 빠지는 나를 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나를 본다. 나는 투명하고, 나는 아무
런 말이 없고, 아무런 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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