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난해하게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그럼 왜 이렇게 난해하게 느껴지는가?
그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하나하나 설명하는 식으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
지브리 대표 스즈키 토시오 曰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침에 하는 말과 저녁에 하는 말이 다르다"
인터뷰 때마다 말이 바뀌기도 다반사.
그런 사람임.
이 영화를 보는 데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음
(이동진 평론가 의견)
그어살을 보는 방식
첫 번째는 영화에 녹아 있는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를 들여다보는 것
영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은 전쟁을 피해 도쿄를 떠나고
영화가 끝나면 도쿄로 돌아옴
이때 전쟁은 태평양 전쟁을 의미
태평양 전쟁은 1941년 발발
고로 영화의 시작은 1943~1944년즈음.
미국의 도쿄 대공습으로 어머니는 불타서 죽고
시골로 피난을 가는 주인공
이 때는 아마도 1944년~1945년즈음.
영화가 끝나는 건 대충 1947년쯤.
즉 영화는 1944~1947년도 즈음에
주인공 마히토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는데,
마히토의 이야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기와 겹침.(미야자키 하야오가 대충 8살 더 어리긴 함)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도쿄에서 100km정도 떨어진 시골로 피난을 갔고
3~4년 정도 머물렀으며
부유한 할아버지의 대저택에 머물렀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버지는 전투기의 부품을 만드는 공장의 공장장이었음.
영화의 설정과 딱 겹치는 부분.
당시 일본은 패색이 짙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머물던 곳은 몇천 평의 정원에 연못, 폭포까지 있었으며 1,000명 이상의 직원까지 있었다고 함.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기를 보면,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나라는 쫄딱 망했는데 자기만 잘 사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여든이 넘은 노인네가 아직도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어떤 여자가 제발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함
그리고 이 부채의식이 영화에 일부 투영되는데
영화에서 마히토의 아버지는 듬직한 가장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함
심지어 마히토가 학교에 가기 싫어서 스스로 돌멩이로 머리를 찍은 것을
학교에서 다른 애한테 두들겨 맞은 것으로 오해하고 학교에 직접 찾아가지만
범인도 찾지 않고 기부금만 내고 돌아옴
심지어 마히토의 아버지는 아내가 사라졌다고 정원 이곳저곳을 뒤지지만 도움은 1도 안됨
결국 아버지는 이야기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방식으로 벌을 받는 것
두 번째 방식은 일본 역사에 대한 은유
영화는 현실 세계와 탑 안의 세계,
두 세계를 그리는데 특히 탑 안에서 치킨들이 날아다니는 세계가 난해함
이 세계는 뭘 의미하는가?
영화에서는 탑에 관해 두 견해가 제시되는데
누구는 똑똑하고 책도 많이 읽은 조상님(마히토의 고조부)가 만든 것이라 하고
누구는 하늘에서 돌 탑이 떨어졌다고 함
그리고 30년이 지난 후에 풀숲이 무성해져서 아무도 탑 근처에 가지 않다가 마히토의 큰아버지가 이를 발견하게 됐다고 하는데...
평론가님 생각에 영화에 등장하는 탑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부터 2차 세계대전의 패전까지
일본 역사를 압축한 것처럼 보인다고 함
탑에 관한 두 견해는 일본인들이 그 격동의 80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변한다고 하는데
후자의 견해(메이지 유신 직전에 탑이 떨어졌다는 견해)를 두고 보자면,
돌 탑이 떨어지는 순간은 갑자기 서구 열강에 의해 항구가 열리고
연이어 불평등 조약이 체결되는 순간을 의미.
메이지유신은 1868년.
그 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가 수백년간 집권했는데,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열강이 강제로 일본의 문을 열어제낀 것.
영화에서는 탑이 떨어진 후 아무도 근처에 가지 않다가, 30년 후에 이 탑이 다시 발견됨
이 30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오묘한데
1860년대 메이지 유신 이후 30년,
1890년대부터는 일본이 제국주의 열강으로서의 만행을 시작하는 시기
이 때 일본이 벌인 전쟁이 바로 청일전쟁.
이후 1895년에는 대만을,
1910년에는 조선을 식민지로 삼음.
일제는 식민지를 세우며 수많은 전사자와 피해자를 낳음.
영화에서 '탑을 건물로 세우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그 전사자와 피해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후반부에 보면 앵무새들이 모여서 집회를 여는데, 이 치킨들은 누가 봐도 나치 깃발처럼 생긴 깃발을 들고
어떤 깃발에는 VIVA DUCE 라고 써있음.
이는 이탈리아어로 '두목' 을 의미.
나치(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DUCE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함.
앵무새 대왕은 나치와 무솔리니와 도조 히데키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앵무새 대왕을 도조 히데키로, 탑에서 만난 큰할아버지를 일왕에 비유한다면
일왕을 겁박하고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음.
즉 군국주의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세 번째 방식은 이 영화를 성장 영화로 보는 것.
마지막 방식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풀영상을 보시는 것을 진짜진짜 강추함.
https://youtu.be/O_b6dipTBKQ?si=rGOtZjFxYWFEtEub
첫댓글 빨리 누가 고라파덕 짤좀 현기증 나요!
@홍랄프 편-안
세상은 아만보
똑똑한 사람들 고마워~
오 재밌다
ㄷㄱ
난 뭣도 모르고 봐도 미야자키의 영상미를 좋아해서 그냥 좋았음 ㅋㅋ
ㄷㄱ
너무 많은 배경 지식이 필요해 ㅠㅠ 머리아파
단순히 제국주의 비판과 감독이 지브리를 통해 얻은 경험을 영화에 녹여 만든 영화로 봤었는데 이렇게 일본의 역사, 특히 새엄마 행동을 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설명해 주니 놀랐음
ㄷㄱ
보기전에 이거보고가도 될까요??
보고 가시는게 나을겁니다
ㄷㄱ
ㄷㄱ
ㄷㄱ
그대들은 어떻게 쌀 것인가!
ㄷㄱ
ㄷㄱ
오늘 보고왔는데 혹평에비해 볼만했고 이평론가가 말한 사전지식 없이도 자기만의 생각을 투영해서 볼만한 영화였음.
어린 소년이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형성할지, 그대들은 어떻데 살것인지가 표면적인 내용이기에 아무 지식없이 본 후에 이평론가의 해석을 보는것이 영화를 두번 감사하는 방법이기도 한거같네요
ㄷ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독선적으로 느껴졌음...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진짜 지 할말만 하는 노인과 대화하는거마냥 자기 하고 싶은말만 하는 느낌이었음
ㄷㄱ
ㄷㄱ
20~30분 정도만 더 길었으면 어땠나 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