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3 - 리브로 편집자들이 뽑은 2004 키워드 |
2004년 올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온 국민을 기쁘게 한 사건도 있었고 깜짝 놀라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온 국민을 슬프게 때로는 분노하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송년 특집 세 번째에서는 리브로 편집자들이 2004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10가지를 뽑아봤습니다.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갑신년 한 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박수호 psh4039@libro.co.kr > |
탄핵 |
결론은 ‘기각’이었다. 헌재는 측근비리와 경제파탄은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선거법 위반의 경우 대통령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은 인정되지만 탄핵의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재는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로 다시 한번 전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이른바 ‘관습헌법’에 해당되므로 수도를 옮기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결정의 요지였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이 논리를 인용했다. |
헌재의 위헌 판결은 그 효력에 관계 없이 곧 국민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성문헌법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습헌법을 주된 근거로 판결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 대통령 공약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킨 법률을 위헌 판결로 무효화한다는 것에 대한 사법 과다의 우려, 헌재 재판관들의 보수성 등이 주로 제기되었다. 물론 반대쪽에서는 헌법의 최종 판단기구인 헌재의 판결을 이의 없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관련도서 : 「탄핵, 감시 권력인가 정치적 무기인가」 「노무현과 클린턴의 탄핵정치학」「인물과 사상 30」「헌법의 풍경」「미국헌법과 민주주의」 |
웰빙 |
‘잘 먹고 잘 살자’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의 화두였다. 시작은 모 인터넷 신문에 등장했던 한 장의 사진이었다. 39살 아줌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몸매를 가꾸어 일명 ‘몸짱’ 아줌마로 불린 사진의 주인공 정다연 씨는 곧 책으로, 텔레비전 방송으로 몸 가꾸기의 전도사로 활약했다. 이후 권상우, 비 등 몸짱 연예인들이 속속 주목을 받으면서 몸과 건강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증폭됐다. 몸으로 시작한 웰빙 열풍은 식탁으로 확장됐다. ‘웰빙’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유기농 식품이나 생식이 육류나 패스트푸드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웰빙 식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웰빙 다이어트, 웰빙족, 웰빙 마케팅, 웰빙 한방 등 다양한 파생어가 만들어졌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문화코드’로 정의되는 웰빙 열풍은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관련도서 :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봄날 휘트니스」 「잘 먹고 잘 사는 법」「원정혜의 힐링요가」「소박한 웰빙」 |
한류열풍 |
<아사히 신문>이 뽑은 올해 일본의 최대 유행어는 ‘욘사마’였다. 배용준만이 아니었다. 최지우, 송승헌, 이병헌, 장동건, 원빈 등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일본과 아시아 각국에 진출해 한류(韓流) 열풍을 이어갔다. 그간 한국에 대해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 일본 사람들이 한국 스타들에 열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언론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의 남성 배우들은 일본인에게 없는 러브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을 즐겁게 하는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분석을 내놨다. |
한류의 경제적 효과도 엄청났다. 한국관광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열풍으로 약 8400억에 이르는 추가 관광수입이 발생했고 약 330억에 이르는 국가홍보 효과를 거뒀다. 비근한 예로 11월 17일부터 발매된 ‘본사마’ 이병헌 DVD의 경우 11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배용준의 사진집과 DVD도 이미 5만장의 예약판매를 올렸다. 한류는 우리 스타들이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은 일본인들로 항상 북적대고, 병역비리로 뒤늦게 군대에 입대했던 송승헌의 경우 그의 입영일에 맞추어 천 여 명의 일본팬들이 훈련소로 찾아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관련 DVD : 「겨울연가」 |
한국영화 |
한국영화는 올해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그간 금기로 여겨졌던 북파 공작원의 세계를 그린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한국전쟁의 비극을 형제애로 녹여냈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등 두 편의 대작이 나란히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두 작품 외에도 ‘우리형’ ‘범죄의 재구성’ ‘말죽거리 잔혹사’ ‘꽃피는 봄이오면’ 등 좋은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
해외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는 비상(飛翔)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대상은 경쟁 부문 7개 가운데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이어 2등에 해당하는 큰 상이다. 이어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마리아’로 이미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던 김 감독은 이로서 올해 열린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해에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한 것은 김기덕 감독이 처음이다. 한편 영화계와 정부, 경제단체 간의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됐다. 정부나 경제단체 측은 한미투자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국영화의 경쟁력 제고 등을 들어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고 있고, 영화단체 측에서는 영화산업의 특수성과 한국영화산업의 붕괴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관련도서 : 「태극기 휘날리며」 「사마리아」「우리시대 한국배우」「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
이라크 |
이라크는 올해도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량살상무기도,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도 입증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어쨌든 재선에 성공했고 곧 팔루자를 공습했다. 그나마 온건적이던 파월 국무장관은 퇴진했으며 부시 행정부 2기 내각은 속속 강경파들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이툰 부대는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으며 곧 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끔찍한 사건들도 끊이지 않았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는 제네바 협약을 완전히 무시하는 포로들에 대한 모욕적인 탄압이 이루어져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미국의 ‘현실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부시 행정부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책임론이 대두되었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및 네오콘들은 아직 건재하다. 우리에겐 김선일 씨 피살사건이 가장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온 국민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김선일 씨는 결국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비디오테이프를 둘러싼 외교부와 AP통신 간의 진실게임은 국민들은 분노케 했다. 김선일 씨 사건 이후에도 세계 각국의 선량한 시민들이 인질로 잡혀 이라크 전쟁의 충격과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관련도서 : 「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미국을 파국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한 보고서」「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패권인가 생존인가」 |
동북공정(東北工程) |
한국과 중국은 올해 고구려를 둘러싸고 치열한 ‘역사전쟁’을 벌였다. 발단은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로 불리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었다. 동북이란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을 가리키는 것이고 공정이란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북공정은 동북지역의 역사와 민족문제를 연구하는 중국의 국가사업을 통칭하는 용어다. 문제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본격 추진하면서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은 이어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고구려 부분을 뺐으며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고구려는 중국사’라는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왜곡의 연유에는 남북 통일 뒤 북의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남북이 통일될 경우 간도 등 만주지역 내 우리 민족의 옛 터전이 분쟁지역화 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경제 발전 이후 정치적 중화주의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
우리 사학계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북한과 공동으로 혹은 단독으로 중국의 역사왜곡에 항의하고 학술적 대응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출판계의 경우 동북공정 논란으로 인해 고구려 관련 도서가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나오고 읽혔다. 특히 지안 지역의 고구려 벽화가 분쟁의 중심이 되면서 고구려 벽화에 대한 책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관련도서 :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고대로부터의 통신」「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고구려는 우리의 미래다」「새로 쓰는 연개소문전」 |
다빈치 코드 |
2004년 최대의 베스트셀러는 뭐니뭐니해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기본 줄거리에 기독교에 대한 파격적 해석이 등장하는 이 책은 이른바 ‘팩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팩션이란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와 허구를 뜻하는 픽션(fiction)의 조합어로 방대한 역사적 지식에 상상력을 보탠 소설을 뜻하는 말. 팩션의 선두주자는 단연 댄 브라운으로 무명의 교사였던 그는 <다빈치 코드>와 또 다른 작품 <천사와 악마>로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국내 도서 중에서는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이 눈길을 끌었다. 충무공 이순신이 유성룡, 원균과 어린 시절 친구였고, 국왕인 선조와 갈등관계에 있었으며 칼을 든 사림(士林)이었다는 설정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KBS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현재 방영중에 있다. 이 외에도 <단테클럽> <4의 규칙> <임프리마투르> 등 넓은 의미의 팩션 소설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관련도서 :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불멸의 이순신」「단테클럽」「4의 규칙」「임프리마투르」 |
싸이월드 |
‘다모폐인’ ‘아테네폐인’ ‘대장금폐인’ 등 최근 생겨났던 다양한 폐인들을 압도했던 것은 ‘싸이폐인’이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올해 인터넷 역사를 다시 썼다.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800만 명을 이미 넘어섰고 서버에만 지금까지 약 200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월간 페이지뷰는 150억회에 달한다. ‘일촌’과 ‘도토리’는 거대 포털 사이트들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압했다. 싸이월드의 성공은 기존의 커뮤니티에 만족하지 못하고 개개인에 대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네티즌들의 새로운 문화를 적극 수용한 것이 가장 컸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특유의 개념인 ‘일촌’ 시스템을 도입해 주변 사람들을 마치 자신의 가족인 양 정서적 유대감을 갖도록 만든 점도 주효했다. 일촌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인맥관리로 이어졌고 일명 ‘파도타기’를 통해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의 세세한 일상을 보는 재미도 많은 사람들을 미니홈피로 모이게 했다. 실탄인 ‘도토리’는 하루에 1억 5천만원의 수익을 싸이월드에 안겨준다. 싸이월드의 성공으로 포털 사이트들 역시 기존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대폭 개선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속속 내놨다. 2004년은 블로그와 미니홈피로 대표되는 인터넷 개인화 서비스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던 한 해였다. 관련도서 :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블로그 나도 운영할 수 있어요」「나는 블로그가 좋다」 |
경제불황 |
2004년 한국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 성장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고 각종 경제지표도 연초 예상보다는 나쁘게 나타나고 있다. 불황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대략 내수부진이라는 것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괜찮은데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특히 올해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으로 대표되는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기업들은 불황을 이유로 고용을 줄였고 그나마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우대해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19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실업율은 지난 6월 7.8%에서 9월에는 6.7%로 약간 떨어졌으나 10월에는 다시 7.2%로 높아졌다. ‘이태백’의 숫자는 작년보다 44만 9천명이 늘어났다. 문제는 한국경제 회생의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진보진영의 진단과 정부의 불확실성 내지는 ‘좌파적’ 정책 때문이라는 야당과 보수진영의 대립에 정부와 여당의 어정쩡한 태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거기에 언제 오를지 모르는 유가와 북핵으로 대표되는 안보문제 역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형 뉴딜’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과 가계의 위축된 심리와 자신감 결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관련도서 :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실업사회」「한국경제가 사라진다」 |
연금술사 |
올 한 해 가장 빛났던 스테디셀러는 단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세상으로 나선 한 청년의 험난한 여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연금술사>는 2001년 출간된 이해 약 40만부 가까이 팔렸다. 이 책은 또 ‘대기만성형’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애초 1993년 모 출판사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반응이 시원치 않아 절판되었던 것을 문학동네 출판사가 발굴, 다시 출간해 큰 호응을 받았던 것이다. 출간된 지 2년이 지난 책이 특별한 계기 없이 갑자기 큰 호응을 받은 이례적이다. 파울로 코엘료 열풍은 <11분>으로 계속 이어졌다. 브라질 시골에 사는 마리아라는 처녀가 머나먼 타국 스위스로 가 창녀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 역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브라질 출신의 작가 코엘료는 이제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국내에 꽤 많은 수의 고정 팬을 거느린 인기 작가로 대접 받는다. 관련도서 :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비밀」「11분」「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악마와 미스 프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