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동문학을 돌아보다 / 박일

‘지역문학탐방-부산편’ 부산 아동문학을 돌아보다 박 일 열정과 의욕 부산의 아동문학은 그 기반부터 잘 다져져 있다. 그 정신과 역사가 면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에 아동문학가들의 열정과 창작 의욕은 강하다고 할 수 있다.이주홍(1906~1987)에서 비롯한 부산의 아동문학은 부산 동화문학의 효시 작품인 「배암색기의 무도」(1925, 신소년)가 발표된 이후 꾸준히 그 맥을 이어간다. 손동인(1924~1992)은 동화집 『병아리 삼형제』(1956)와 『꽃수레』(1960) 등, 최계락(1930~1970)은 동시집 『꽃씨』(1959) 등, 조유로(1930~2004)는 동시집 『하이얀 칠판』(1961), 『산 너머 온 편지』(1963) 등, 이영찬(1938~1994)은 동화집 『별과자와 가방』(1961), 소년소설집 『바다가 보이는 언덕』(1964) 등, 그리고 박돈목(1922~2002)은 동시집 『오동잎 우산』(1969) 등을 발간하였고, 동화작가 성기정(1941~1983), 정한길(정진채), 강기홍 등도 그 뒤를 이었다.부산문인협회는 1962년 창립됐다. 당시 등록된 부산 문인은 31명이었으며, 아동문학가는 이주홍, 손동인, 조유로, 최계락 등이었다. 이 때 이주홍은 부산문협 초대 회장, 아동문학분과위원장은 최계락이었으며, 조유로가 감사직을 맡았다.70년대에는 아동문학가들의 배출도 많아진다. 동시인 주성호, 선용, 공재동, 김용석, 박지현, 손월향, 김종완, 최만조, 강현호, 안수휘, 민홍우, 이지산, 박일, 이국재, 강구중, 이우철 등, 동화작가로는 김상남, 김문홍, 이금옥, 배익천, 최영희, 김재원, 윤옥자 등 그리고 동극작가 박원돈 등 문학가들이 탄생한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단체도 필요해졌다. 1972년에 단체(부산아동문학회)가 결성됐다. 기관지와 아동잡지 월간 『문학도시』는 부산문인협회 기관지다. 2022년 4월호 특집의 주제는 ‘부산광역시문인협회 60년을 회고하며’였다. 아동문학 부문은 공재동이 ‘부산아동문학과 부산문협 60년’이란 주제로 발표했다.공재동은 이 글에서 부산아동문학 단체 창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정진채, 김향, 선용, 주성호 등을 중심으로 아동문학 단체 재건을 위해 논의를 거듭하던 중, 1972년 3월 박돈목을 초대 회장으로 부산아동문학회를 창립했다. 1958년 이주홍을 중심으로 부산아동문학회를 창립한 지 15년이 지난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산의 원로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음 해인 1973년 2월 10일 KBS홀에서 재창립 총회를 열고, 이주홍, 조유로를 고문으로 하고, 정진채를 회장으로 하는 부산아동문학회가 새롭게 발족했다. 사무국장은 선용, 감사는 박돈목, 심군식이 맡았다. 강태기, 공재동, 김상련, 김향, 박돈목, 박원돈, 선용, 신택용, 심군식, 이금옥, 주성호, 황하주 등이 정회원이었고, 심사를 거쳐(심사위원 이주홍, 조유로, 정진채) 초대회원으로 김용석, 김용호, 안수휘, 최향숙이 참여했다. 부산의 아동문학인이 모두 합류한 명실상부한 부산의 아동문학 단체로 재창단의 수순을 밟았다.’라고.부산아동문학회는 기관지 『부산아동문학』을 발간하면서 박지현, 안수휘, 김용석 등 동시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에는 아동잡지 『어린이 동산』(1972년 2월 등록)이 발간되고 있었는데, 발행인은 은종일, 주간은 선용, 편집인은 심군식 그리고 편집위원은 김향, 정진채였다. 당시 일일학습지 붐이 일었는데 그 학습지와 함께 가정에 배달하거나 학교에 보급하기도 했다. 월간지로 근 6년간 운영되다가 종간되었다. 육영재단이 어린이 복지사업을 하기 위해 어린이회관을 설립하고,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를 인수하여, 이 잡지를 전국 학교에 보급하였기 때문에 『어린이 동산』은 그만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1977년에는 회원간의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아동문학 단체가 분열(부산아동문학회와 부산아동문학가협회)된다. 그러다가 1984년에 부산아동문학협회(1993년 부산아동문학인협회로 개칭되어 현재까지 이름)로 다시 통합(통합 회장 이주홍)되었다. 두 단체가 치렀던 행사도 통합을 이루었다. 회보 발간은 물론 『무지개 뜨는 바다』(1984)를 필두로 매년 연간집(부산아동문학우수작품집)을 발행하고 있다.1979년부터 시행한 부산아동문학상을 제정하여 회원의 창작 의욕과 작품의 예술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또 1998년부터는 부산아동문학신인상 제도를 신설했다. 동시와 동화 두 부문에 걸쳐 공모제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함으로써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들의 등용문이 됐는데, 제1회 수상자로 동시에 김승태, 동화에 황미숙이었다. 2022년 제25회 수상자로는 랄라(동시), 김하영(동화) 두 사람이 영예를 안았다. 동인과 아동문학상 부산 아동문학의 주춧돌 역할을 한 동인의 활동도 기억할 만하다. 부산교육대학 출신 아동문학가들이 보리 물결 같은 풋풋한 기상으로 ‘맥파’ 동인을 선언(1976)했다. 창립회원은 공재동, 김문홍, 김재원, 김종순, 류석환, 박연희, 주성호 그리고 최영희 등이었다. 이들은 90년대 중반에 활동의 휴면기가 있었지만, 문학 열정으로 다시 뭉쳐 동인지 제23집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고양이』(2008, 해성)까지 간행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2011년 2월 28일 해체를 선언할 때까지 무려 35년이라는 긴 세월 한국 최장수 동시동인으로 기록됐으며, 그 동안 프린트판을 포함해 23권의 동인지를 발간한 것도 보기 드문 일로 기록된다.1979년에 “우리들은 동심문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오기와 자만심을 가지고 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서 ‘산호초’ 동인을 결성했다. 김문홍, 김재원, 이국재, 이우철, 이지산, 정한나 그리고 정진용 등이 창립 멤버다. 구옥순, 조명제 등 회원도 보완하며 매월 모여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면서 의욕적인 활동을 했고, 문고판 크기의 동인지 『산호초』도 제4호까지 발행했다.‘5인의 동시’도 주목할 만하다. 매년 5월을 동시화전으로 맞이했는데, 1985년 4월에 선용, 강현호, 정영태, 박지현, 그리고 최향숙 등이 형제처럼 똘똘 뭉쳐 의미 있는 문학행사를 벌였다. 정영태, 박지현 대신 강구중과 배소현이 보완됐다. 이들은 매년 5월이면 동시화전과 더불어 동인지 『오월에 피는 꽃』도 발간하면서 아동문학의 본향인 동심을 고취하기 위해 애썼다. 동시화전 5회, 동인지 4집을 간행했다. 아동문학(또는 아동문화) 잡지의 발간은 부산아동문학의 자긍심이었다. 『어린이 문예』는 ‘어린이에게 꿈을, 청년에게 이상을, 가가호호에 보람을’을 표방하면서 부산 MBC 방송국에서 1979년 8월에 창간한다. 매년 한글날을 기념하면서 어린이 백일장을 개최하고, 연말에는 어린이문예 대상의 시상도 겸하고 있다. 월간, 휴간, 격월간의 과정을 겪다가 2009년에 이르러 계간지로 바뀐다. 지금은 연2회간이다. 현재 통권 제270호(2022 겨울호)가 발간됐으며, 편집 주간은 선용, 배익천에 이어 박선미가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동화문학』은 1990년 봄에 계간지로 등장한다. ‘믿음과 용기와 사랑을 심어주는 순수 문학지’라는 기치를 내걸고 동화작가 정진채의 편집주간으로 간행된다. 신인문학상 제도를 두어서 역량 있는 신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1996년 겨울호(통권 제25호)로 종간된다.『어린이글수레』는 발행인 최복자(동시인), 편집주간 소민호(동화작가)에 의해 2005년 봄에 탄생한다. ‘어린이 문화가 숨 쉬는 잡지’답게 아동문학은 물론 아동문화의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09년 겨울호(통권 제20호)로 종간된다.아동문학이 인간을 위한 기초문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계간 『열린아동문학』(창간 1998년 겨울호)이 2009년부터 부산에서 발행됐다. 편집 주간을 맡은 배익천이 유경환의 유지를 이어받아서 부산에서 그 명맥을 이었다. 발행인 홍종관은 자연횟집 ‘방파제’(민락동 소재)를 운영하면서, 예술문화 메세나로써 이 잡지를 인수했고, 아동문학에 남다른 지원과 활동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소재의 사단법인 ‘동시동화나무의 숲’의 전신이다. 부산에서 전국 규모로 시행하는 아동문학상이 있다. 그들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도 부산의 자존심이 아닐 수 없다. 이주홍문학상은 1981년, 최계락문학상은 2000년에 제정됐다. 이주홍문학상은 아동문학가 위주로 시행하다가 2002년에 이르러 일반문학과 문학연구 부문으로 확대됐다. 최계락문학상은 아동문학가의 수상이 많은 편은 아니다. 2018년에 이르러 일반문학과 아동문학부문으로 이원화되어 시행하고 있다. 불협화음과 극복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부산의 동화문학은 전성기를 맞는다. 각종 신문의 신춘문예는 물론 ‘황금도깨비상’, ‘눈높이 문학상’, ‘새벗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어린이책 작가상’, ‘푸른문학상’ ‘비룡소문학상’ 그리고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등 굵직굵직한 공모전에 부산 동화작가들의 이름을 만나게 된다. 그 여세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전망한다. ‘글나라 아동문학 연구소’(소장 김재원)의 영향은 지대하다. 그의 연구소는 지금까지 수많은 동화작가를 배출했는데, 그의 문하에는 수많은 신인들이 등용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이에 비해 동시 부문은 조용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계간 『오늘의 동시문학』이 비평가들의 추천을 받아 ‘오늘의 한국 동시를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 20인’을 선정했는데, 부산에서는 공재동이 그 영예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그 잡지에서 한국 동시 100년을 조명하는 기획 특집으로 ‘한국 동시 100년에 빛나는 100편의 동시’를 선정했는데, 부산에서는 최계락의 「꽃씨」, 공재동의 「별」, 박지현의 「슬픈 어느 날」, 김종순의 「사과」, 이상문의 「나무와 새」, 그리고 박일의 「해와 꽃」이 선정되기도 했다. 《조선일보》에서는 2008년도에 현대시 100년 연속 기획으로 ‘한국인의 애송 동시 50편’을 선정하여 매일 아침 동심의 창을 열었는데, 부산 동시인의 작품은 최계락의 「꼬까신」과 공재동의 「별」이었다.동시문학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09년 10월 ‘아름다운 동시교실’이 열린다. 박일은 이 교실을 통해 동시문학을 접근시키면서 동시인을 양성시키기 시작한다. 창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전국동시문학상, 부산아동문학신인상 등을 비롯하여 《강원일보》, 《부산일보》 등 신춘문예 당선, 그리고 『아동문예』『문학도시』『어린이와문학』 등 문학잡지 신인상 당선 등 역량을 발휘하면서 부산 문단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친목과 소통 부산아동문학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 2003년 8월에 문을 연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카페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회원수는 943명이며, 동시와 동화의 발표는 물론 협회와 회원의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특히 ‘아동문학 평론’ 방에 김문홍은 ‘아동문학 통신’ 등을 연재하면서 아동문학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아동문학 시론(時論) 등을 소신 있게 소개하고 있다. 한편 ‘글나라’ 카페(카페지기 김재원, 회원수 3,561명), ‘아름다운 동시교실’ 카페(카페지기 박일, 회원수 282명) 등이 아동문협 카페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폭넓게 아동문학의 세계와 창작 의욕 고취에 한몫을 하고 있다.부산문인협회가 발간한 『부산문학사』(1997, 소문출판사)에서 정진채는 「부산의 동화문학」, 공재동은 「부산 동시인과 그 작품들」 그리고 주성호는 「부산아동문단의 어제와 오늘」을 발표하면서 부산 아동문학의 역사를 비교적 소상히 밝혀 놓았다. 『부산문학사』 제2권(2009. 세종문화사)에서 박일은 ｢90년대 중반 이후의 부산 아동문학｣으로 부산아동문학의 맥을 이어놓았다.좋은 문학은 독자와 함께 하고, 문화 모임이나 문화 공간 속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 아닐까? 부산아동문학 단톡방은 시대에 걸맞게 회원 간의 친목과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새해에 새로 출범하는 박선미(신임 회장) 호에 거는 기대도 크다. 부산의 아동문학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면서 그 숲이 우거지고 있어, 전망도 밝고, 진취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동시발전소』 202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