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2일
며칠간 쉬다가 경주 세계문화엑스포(2019.10.11(금) ~ 2019.11.24.(일))에 다녀왔다.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터미널에 내려 10번 시내버스를 타고 엑스포공원정류소에 내렸다. 시계가 1시를 넘어 공원 건너편 한식부페에서 점심을 먹고 입장했다.
입장료는 대인 12,000원인데 경로는 무료라서 주민증만 보이고 입장했다.
평일이라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먼저 1000원을 주고 공원내를 돌아다니는 순환버스를 타보고 경주타워에 올라가 구경을 한후 솔거미술관을 구경하고 내려오면서 중간에 화석박물관을 구경했다.
볼것은 많은데 힘이들어 대강 구경하고 나와서 의자에 앉아 쉬다가 별로 기대를 하지않고 천마의 궁전을 구경하러 갔는데 대박이었다.
찬란한 빛의 신라(타임리스 미디어 아트)란 주제로 그래픽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환상적이었다.
보고나오니 피로가 싹 가셨다.
엑스포세계문화기념관을 거쳐 다보고 나오니 해가 져서 깜깜했는데 11번 버스타고 시외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집에오니 8시 30분이었다. 구경 한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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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시인 김삿갓
91. 운파월래 , 청파학래 (雲破月來 , 靑破鶴來 )
(달은 구름을 뚫고 찾아오고 , 맑은 하늘에선 학이 날아온다 .)
김삿갓의 질문에 추월은 벅찬 감격에 사로잡힌 채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주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이처럼 간결하고 섬세하게 그려 주신 것에 거듭 놀라기만 하옵니다 . 저는 이제야 말로 참된 스승을 만나게 되었사옵니다 ."
"이 사람아 ! 자네는 언제까지나 나를 스승이라 부르려는가 ? 이왕이면 듣기 좋게 정든 님이라고 불러 줄 수는 없겠나 ? 안 그래 ? 하하하 ..."
김삿갓은 자신의 욕심을 거침없이 실토해 버렸다. 그러자 추월은 얼굴만 붉힐 뿐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대답을 못 한다 . 마침 그때 새벽닭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 김삿갓은 새벽닭 소리를 듣자 , 추월의 손목을 슬며시 잡아당기며 익살을 부리듯 이렇게 말했다 .
"여보게 ! 내가 조금 전에 ‘제왕도 호걸도 흥왕이 항상 번복되며 , 일성과 석가가 살아온 백 년 세월도 연꽃 잎에 고인 한 잔 술처럼 허망하다 ’고 사람의 인생을 읊은 바 있네 . 그런데 지금 막 새벽닭이 울고 있으니 , 허망한 우리의 삶이 또 하루 시작되고 있지 않은가 ? 이제는 세상 시름과 번뇌를 잊고 , 나와 몸과 마음의 교류를 가짐직도 한데 ,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추월은 진작부터 결심한 바가 있는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
"운파월래 (雲破月來 : 구름을 뚫고 달이 찾아온다 ) 하시오니 , 기쁜 마음으로 모시겠사옵니다 ."
추월의 몸은 한껏 무르익어 있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그녀의 몸에서는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 게다가 음모가 수풀처럼 무성하여 김삿갓의 탐험욕을 왕성하게 해주었다 . 그리고 수원이 얼마나 풍부한지 홍수가 날 지경이었고 , 음부는 유난스럽게 발달되어 미로의 정글로 자꾸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
(햐 ~ 기가 막히는군 !)
김삿갓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 추월의 매끄러운 엉덩이를 자신의 앞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추월의 등과 허리는 황금빛 비단잉어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웠고 선명한 굴곡과 티 없는 피부가 손끝에 느껴졌다 . 김삿갓은 황홀한 듯 추월의 등과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더운 김이 김삿갓 코끝에 전해왔다. 김삿갓은 그녀의 입술을 완전히 점령했다 . 마치 배고픈 어린애가 엄마 젖을 빨 듯이 자신의 혀로 그녀의 입안을 훑어 냈다 . 그러자 황홀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온 몸을 내맡기고 있던 그녀도 그의 목덜미를 힘껏 끌어안았다 .
이 날 김삿갓은 정성을 다해 자신을 받들어 모시는 추월에게 얼이 빠져 버렸다. 그러기에 김삿갓은 추월의 벗은 등을 쓰다듬으며 멋진 노래 한 곡과 그녀를 예찬하는 옛 시를 연이어 읊어 주었다 .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 ~♩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 ♬ ~~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 할 게 없네 ♪ ~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 ~
나 그대에게 드릴 게 있네 ...
오늘 밤 문득 드릴 게 있네 ♬ ~ ~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 할 게 없네 ♪ ~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 ♬ ~ ~
自古逢秋悲寂寥 (자고봉추비적요 ) 옛날부터 가을은 쓸쓸하다고 하지만
我言秋日勝春朝 (아언추일승춘조 ) 나는 가을을 봄보다도 좋아하노라
晴空一鶴批雲上 (청공일학비운상 ) 맑은 하늘의 학이 구름을 뚫고 날아와
便引詩情到碧霄 (편인시정도벽소 ) 나의 시정은 하늘에 솟는 것만 같구나 .
추월을 창공에서 날아오는 학에 비유하여 한껏 예찬해 보인 것이었다.
그러자 추월도 노래 한 곡조와 시를 한 수 하는데,
나 혼자 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 ♩
나 혼자 만이 그대를 갖고 싶소 ~ ~ ♪
나 혼자 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 ♪ ~♩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소 ♬ ~ ~
久幕偶相逢 (구막우상봉 ) 오래 사모하다 우연히 만나 뵈니
俱疑是夢中 (구의시몽중 ) 모두가 꿈이 아닌가 하옵니다 .
郎今歡樂事 (낭금환락사 ) 지금은 이렇게 즐기고 있지만
心裏畏空房 (심이외공방 ) 언제 또 혼자될까 두렵습니다 .
추월은 김삿갓이라는 사나이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방랑객임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 헤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 이 순간에도 함께하는 즐거움보다도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
92. 이인동심 기리단금 , 동심지언 기취여란 (二人同心 其利斷金 , 同心之言 其臭如蘭 )
김삿갓은 추월의 집에서 북쪽의 매섭고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추월과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렇게 물어본 말이 있었다 .
"자네 변대성이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지 ? 그 사람은 전에 무얼 해먹던 사람인가 ?"
추월은 변대성이라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마 ! 선생님은 그런 엉터리 같은 인간을 어떻게 아세요 ?"
"엉터리라니 ? 변대성은 자네 형부가 아니던가 ?"
추월은 형부란 소리에 더욱 놀라며,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니까 촌수로야 형부임에는 틀림없지만 , 저는 그런 철면피 같은 사람은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 그런데 선생님은 그런 사람을 어찌 아시옵니까 ?"
김삿갓은 만호재라는 서당에서 변대성을 처음 알게 된 사정과 훈장치고는 너무도 무식하더라는 말을 대강 들려주고, 끝으로 이렇게 물어 보았다 .
"내가 보기에도 그 사람은 형편없는 사람이던데 , 어쩌다가 자네 언니는 그런 사람과 혼인을 하게 되었나 ? 그 점이 몹시 궁금하구먼 .“
추월은 기가 막히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누가 아니랍니까 . 제 입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거북하지만 , 저의 언니는 비록 기생이기는 했을 망정 몸만은 무척 깨끗하게 하며 살아왔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언니가 돈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변대성이란 작자가 담장을 넘어와 , 곤히 자고 있던 언니를 겁탈했지 뭡니까 ."
"저런 .... 그렇다고 한 번쯤 겁탈을 당했다고 마음에도 없는 사내와 혼인까지 할 건 없지 않은가 ?"
"언니도 처음에는 미친개에게 물린 셈 쳤지요 . 그래서 당시에는 혼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보니 , 배가 점점 불러오지 뭡니까 . 몸을 빼앗긴 것은 단 한 번 뿐이었지만 그날 밤에 애기가 든 것이에요 . 일이 그렇게 되니까 , 언니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답니다 . 배 안에 들어 있는 애기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싫든 좋든 간에 변대성이라는 사내와 살림을 하겠다는 거예요 ."
"음 --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가 보구먼 ."
"운명이나 마나 저 같았으면 차라리 죽어 버렸을 거예요 . 그런 철면피 같은 사내와 어떻게 결혼을 하겠어요 . 비록 뱃속에 들어 있는 애기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 무엇 때문에 귀중한 일생을 그런 자에게 바치느냐는 말씀입니다 ."
"그것은 가치관의 차이겠지 ."
"아무리 그래도 저 같으면 죽으면 죽었지 , 그런 철면피하고는 결혼을 안 하겠어요 ."
추월과 그녀의 언니는 비록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지간이지만, 두 사람의 인생관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 하루를 살다 죽어도 마음이 통하는 사내가 아니면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추월을 낭만파 여인이라고 한다면 , 뱃속에 들어 있는 애기를 위해서는 자신의 일생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여인은 현실파 여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김삿갓은 어느 편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사람의 인생이란 이처럼 복잡다단한 것이 아니던가 . 그러나 한편 , 남자들이 생각하는 애인으로는 현실파 여인보다는 낭만파 여인에게 마음이 끌리게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
김삿갓은 다음 날부터 추월의 안내를 받으며 강계 부근에 있는 명승고적을 모두 둘러보았다. 그리하여 읍내에 있는 관덕정 (觀德亭 ), 영파정 (暎波亭 ), 진변루 (鎭邊樓 )를 비롯하여 압록강변에 있는 수강정 (受降亭 )과 태수정 (太守亭 )까지 모두 구경하였다 .
이렇게 추월과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왔다. 봄은 만인이 고대하는 계절이다 . 더구나 강계처럼 겨울이 길고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는 북방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리는 법이다 .
그러나 추월은 즐거워야 할 봄이 오자, 마음은 오히려 불안하기만 하였다 . 그것은 마치 ,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한 마리의 새가 언제 훌쩍 날아가 버릴지 모르는 것처럼 , 김삿갓이 언제 자기 곁에서 떠나갈지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 그리하여 어느 날 밤에는 김삿갓과 운우의 정을 즐겁게 나누다가 문득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슬픔이 복받쳐 올라 , 김삿갓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
"저는 선생께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
"이 사람아 ! 잠자리를 하다 말고 별안간 소원이 무슨 소원이란 말인가 ."
"선생하고 저와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비익조가 될 수는 없겠습니까 ."
실로 애절하기 짝이 없는 소원이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추월의 심정을 김삿갓도 모르지는 않았다 . 그러나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의 하나다 . 그런 자연의 섭리를 사람의 바람으로 어찌 할 수가 있겠는가 .
그러기에 김삿갓은 두루뭉실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의 생사봉별 (生死逢別 )은 자연의 섭리대로 되는 것이네 . 그러니 어찌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월은 그래도 이별이 두려운지 다시 말했다.
"옛글에 이인동심 (二人同心 )이면 기리단금 (其利斷金 )이요 , 동심지언 (同心之言 )은 기취여란 (其臭如蘭 )이라는 말이 있지 않사옵니까 . 바라건대 빈말이라도 좋으니 , 헤어지지 말자는 말씀을 한마디만 들려 주시옵소서 .“
추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삿갓에게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이치에 어긋나는 맹세를 할 수는 없었기에 얼른 이렇게 둘러댔다 .
"이 사람아 ! 말로 맹세한다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닐세 . 옛글에 ‘학명재음 (鶴鳴在陰 )하면 기자화지 (其子和之 )한다 ’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어미학이 그늘에서 울면 멀리 떨어져 있던 새끼 학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모두가 어미한테로 달려온다 ’는 뜻이지 . 그런 것처럼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다 하기로 , 마음만 통하면 얼마든지 즐거울 게 아닌가 . 천명 (天命 )을 깨닫고 거기에 안주하면 , 봉별 (逢別 )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닐 걸세 ."
추월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다시 품에 안기며 말했다 .
"귀하신 그 말씀 , 가슴 깊이 새겨 두겠사옵니다 ."
백세지후 귀간기거(百歲之後 歸干其居 )라는 말이 있다 . 한 사람의 아내가 된 여인은 죽은 지 백 년 후에라도 남편과 한 무덤 속에 묻히고 싶어 한다는 소리다 .
추월은 노류장화의 몸인지라, 차마 그런 소원까지는 말하지 못했지만 , 김삿갓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소망이 그렇게도 간절했던 것이다 . 그도 그럴 밖에 없는 것이 ,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
물론 김삿갓도 추월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러나 추월을 좋아한다고 해서 사랑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유분방하게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습성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
봄이 한창 무르익어 마을마다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어느 이른 날 아침이었다. 김삿갓은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않더니 몹시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그거 참 , 꿈이 몹시 고약한 걸 .... 여보게 ! 나 오늘 홍성에 좀 가봐야 하겠네 ."
추월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란 가슴을 하고 김삿갓을 바라보았다. 자다 일어나 별안간 홍성으로 떠나겠다니 이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
"홍성이란 어느 지방에 있는 곳이옵니까 ?"
"홍성은 충청도 땅이지 . 여기서는 아무리 줄잡아도 천 리가 넘을 걸세 ."
추월은 <천 리 >라는 말에 까무라칠듯이 놀랐다 .
"그렇게나 먼 곳에 갑작스럽게 무슨 일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이유나 알고 작별하고 싶었던 것이다.
"홍성에는 내 외가가 있네 . 어머니가 지금 친정에 가 계시거든 ."
"집을 떠나신 지 여러 십 년이 되셨다면서 , 어머니께서 지금 홍성에 계시는 것을 어찌 아시옵니까 ?"
김삿갓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실상인즉 , 조금 전에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네 . 외가에 계시는 어머니가 하얀 소복차림으로 꿈에 나타나시더니 ‘병연아 ! 나는 곧 죽게 되겠다 . 죽기 전에 너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구나 . 지금이라도 나를 찾아올 수 없겠느냐 ’하고 말씀하시는 거야 . 눈물까지 흘리며 그렇게 애원하시던 어머니 음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거든 . 나는 평소에 꿈이란 것을 전연 모르고 살아오다가 , 어젯밤에는 그런 꿈을 꾸었으니 , 안 가볼 수가 없지 않은가 ?"
김삿갓의 결심은 확고부동해 보였다. 추월은 김삿갓을 붙잡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눈물이 복받쳤다 . 언젠가는 이별의 날이 있을 것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 그 날이 이렇게나 빨리 닥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 .
"아무리 바쁘셔도 조반은 잡숫고 떠나셔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
추월은 부엌에 내려가 아침밥을 짓는 동안에도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김삿갓은 조반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서며 말했다 .
"꿈이 하도 이상해 급작스럽게 떠나게 되었으니 ,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 나는 어머니에게 너무도 불효가 막심한 놈이야 . 돌아가시기 전에 꼭 용서를 빌고 싶어 그러는 것이네 ."
"말씀 , 잘 알아들었사옵니다 . 저는 따라가지는 못할 망정 , 독로강 나룻터까지만이라도 전송을 나가겠사옵니다 ."
추월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김삿갓을 따라 나섰다. 추월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기는 했으나 ,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돌아보면, 존경하는 남자와 참된 사랑을 나눈 것은 몇 달이나 되었던 것인가 . 그렇게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 추월은 일생을 통해 지금 같은 행복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
이윽고 나루터에 도착하자 김삿갓은 배를 기다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네한테 오랫동안 신세가 너무도 많았네 . 우리가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 자네 이름이 추월인지라 나는 달을 볼 때면 언제나 자네를 생각하게 될 걸세 ."
추월은 대답을 못하고 가슴속으로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나룻배를 기다리며 두 사람은 마치 벙어리처럼 모래밭에서 서성거리기만 하였다. 가슴에 사무쳐 오르는 이별의 아픔을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어 , 숫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러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여기저기에 만발해 있는 복사꽃이 시야에 들어왔다 . 복사꽃은 먼 산에도 피어 있고 마을 곳곳에도 피어 있어 마치 강계 고을 전체가 도원경 (桃園境 ) 같았다 .
(이렇게도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들은 어째서 헤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메어져 오는 이별이었다. 나룻배가 기슭에 도착하였다 . 김삿갓이 배에 오르자 , 추월은 정중히 허리를 굽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
"머나먼 길에 부디 몸조심하시옵소서 ."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구슬프게 읊었다.
禿魯長堤芳草香 (독로장제방초향 ) 독로강 긴 둑에 풀 내음 향긋한데
有情無語似無情 (유정무어사무정 ) 정은 있으나 말이 없어 무정한 듯하구나
送君千里碧山外 (송군천리벽산외 ) 정든 님 머나먼 천 리 밖에 보내자니
何時再逢離思長 (하시재봉이사장 ) 언제 또 만나 뵐까 그리움은 한이 없네 .
그야말로, 대장부의 간장을 녹여내는 추월의 애절한 시였다 . 김삿갓은 추월이 구슬프게 읊는 시를 듣자 가슴이 울컥했다 . 그리하여 나룻배 위에서 추월을 건너다보며 , 큰 소리로 이렇게 화답하였다 .
春風桃花滿山香 (춘풍도화만산향 ) 봄바람에 꽃향기가 온 산에 가득한데
秋月送客別淚情 (추월송객별루정 ) 님 보내는 그대의 정은 한이 없구나
我今舟上一問之 (아금주상일문지 ) 내 이제 배 위에서 그대에게 묻노니
別恨與君誰短長 (별한여군수단장 ) 그대와 나의 슬픔은 과연 누가 더할꼬 .
추월은 추월대로 김삿갓은 김삿갓대로, 이별의 슬픔이 더 할 나위 없었던 것이다 . 김삿갓은 이내 추월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뒤로 돌아서며 뱃사공에게 뱃길을 재촉했다 .
"이보소 , 사공 양반 ! 갈 길이 바쁘니 어서 강을 건넙시다 ."
뱃사공은 무슨 낌새를 알아챘는지 노를 젓기 시작하며 한 마디를 건넨다.
"정든 님을 뒤에 두고 먼 길을 떠나시는가 보구려 !"
김삿갓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한 뱃사공은 노를 저어 나가며 노래를 한 곡 구성지게 불러대었다.
독로강 – 푸른 물에 노 젓는 뱃 -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 -는 어디로 갔소
그리운 내 님이여 -- 그리운 내 님이여 --
언제나 오려-나 ---
94. 만사개유정 부생공자망 (萬事皆有定 浮生空自忙 )
(세상만사는 정해져 있는데 , 부질없는 인생은 바쁘기만 하구나 .)
김삿갓은 독로강을 건너자 홍성으로 홍성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 뵙고 용서를 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꿈을 꾸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김삿갓이었다 .
영월에서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고 다시 방랑의 길을 오른 지가 어언 20 년이 다되었다 . 그런 어머니가 꿈속에 소복차림을 나타나 ‘내가 죽기 전에 너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고 하였으니 제아무리 몰인정한 김삿갓도 이번만은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전에는 꿈에 나타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하필 소복을 입고 나를 만나자고 하셨을까 ?)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꿈이었다. 소복을 입었던 것으로 보아 어쩌면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리시고 , 혼령이 꿈에 찾아오셨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
생각해 보면 불쌍하기 짝이 없는 어머니였다. 시집온 지 10년도 채 되기 전에 시아버님이 역적 홍경래에게 항복을 하는 바람에 , 철없는 자식들을 등에 업고 황해도 곡산 , 경기도 양주 , 광주 , 그리고 강원도 영월에 이르기까지 줄곧 숨어 다니며 무진 고생을 겪어 온 어머니였다 .
가문의 운명이 급전직하로 몰락한 데다가 남편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버리는 바람에 여자 혼자의 몸으로 어린 자식을 키우며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보려고 애써 왔던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를 돌보지 않고 무작정 방랑의 길에 올랐던 김삿갓으로서는 꿈속에 나타난 어머니를 뵌 순간, 자식 된 마지막 도리로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김삿갓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라도 풀어 드리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홍성으로의 길을 재촉하였다. 김삿갓은 발이 부르트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군을 계속하여 강계를 떠난 지 보름만에 드디어 홍성 읍내에 당도하였다 .
그러나 외가에는 어렸을 때에 한 번 가보았을 뿐이어서, 외가가 있는 고암리는 읍내에서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 .
"여기서 고암리라는 마을은 얼마나 됩니까 ?"
주막에 들러 막걸리로 요기를 하면서 옆에 있는 노인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서 고암리는 줄잡아 30리가 되지요 . 나는 마침 고암리에 사는 늙은이오 . 그런데 고암리에는 누구를 찾아가는 길이오 ?"
"고암리에 이길원이라는 분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 노인장께서는 혹시 이길원이라는 분을 아시는지요 ?"
김삿갓은 외삼촌의 이름을 알려 주며 물어보았다.
"이길원이라면 알다 뿐이겠소 , 나는 그와는 절친한 장기 친구라오 . 그런데 이길원하고는 어떤 사이이시오 ?"
"네 , 먼 친척입니다 ."
김삿갓은 숙질 간이라고 말하기가 면구스러워 적당히 얼버무려 버렸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
"그렇다면 그 댁에 문상을 가는 모양이구려 . 그런데 문상치고는 좀 늦으셨소이다 ."
김삿갓은 <문상 >이라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생각나 눈앞이 아찔해왔다 .
"네 ? 문상이라뇨 ? 그 댁에서 누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말씀입니까 ? "
노인은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노형은 그 댁에 상사 (喪事 )가 있었던 것을 모르고 오시는 길인가요 ?"
"저는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 그 댁에서 누가 돌아가셨습니까 ?"
김삿갓의 음성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노인은 몹시 민망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실상인즉 , 그 댁에는 오래 전부터 강원도 영월에서 누님 한 분이 와 계셨는데 , 얼마 전에 그분이 세상을 떠나셨다오 . 장사를 치른 지가 10여 일 밖에 안 됐지요 ."
하고 알려 주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김삿갓은 눈앞이 캄캄해 왔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음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김삿갓은 눈물을 씹어 삼키며 다시 이렇게 물어보았다 .
"그 분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나셨는지 아시옵니까 ?"
"가만있자 ... 그 분이 세상을 떠나신 것은 ... 4월 초이튿날 새벽이었을 것이오 ."
김삿갓은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4월 초이튿날 새벽이라면 , 자기가 어머니 꿈을 꾼 그 날 , 그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렇다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혼령이 되어 아들을 찾아오셨던 것이 분명하였다 . 김삿갓은 절망과 좌절감에 휩싸여 술만 연성 퍼마셨다 . 어머니를 만나 뵙고 용서를 구하려고 지난 보름간 부리나케 달려온 노력이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
(어머니와 나는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숙명이란 말인가 ?)
너무도 야속한 운명이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니 , 이제는 외갓집을 찾아갈 경황이 없었다 .
"고암리에 가려거든 나하고 함께 가십시다 . 나도 이제 출발하려하오 ."
옆에 있는 노인은 남의 속도 모르고 동행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고개를 흔들었다 .
"노인장께서는 먼저 출발하십시오 . 그 댁에 상사가 있었다니까 , 저는 제수 (祭需 )를 좀 장만해 가지고 가겠습니다 ."
그러나 그 말은 노인을 따돌리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어머니도 안 계신 외가에 무슨 낮으로 찾아가랴 싶었던 것이다 .
노인이 나가 버리자, 김삿갓은 미친 사람처럼 혼자서 술을 퍼마시기 시작하였다 . 그리하여 술을 마셔가며 혼자 생각해 보았다 .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 나무는 조용하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고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 자식은 봉양을 하고 싶어도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
라는 말이 있더니, 오늘 날 어머니 마지막 소원을 풀어드리고자 하였으나 ,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리셨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싶었던 것이다 . 결국 , 이 모든 것은 운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
김삿갓은 외가댁에는 찾아가지도 않고 날마다 객줏집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외가에 가지도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홍성 땅을 떠나는 편이 좋으련만 , 무엇인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어 홍성 땅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그로부터 4, 5일을 보낸 뒤 김삿갓은 취중에 문득 ,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 홍성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 무덤이라도 한번 찾아보고 떠나자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술을 한 병 들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고암리의 공동묘지를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 묘지기에게 물어보니 ,
"이길원 노인의 누님 무덤은 바로 이 무덤이라오 ."
하고 말하며,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무덤을 가리켜 주었다 . 아직 흙도 마르지 않은 초라한 무덤이었다 . 그러나 김삿갓은 그 무덤 속에 어머니가 들어 있다고 생각되자 , 설움이 복받쳐 견딜 수가 없었다 . 그리하여 무덤 앞에 꿇어앉아 술을 한 잔 부어 놓고 ,
"어머니 ! 불효막심한 병연이가 찾아왔사옵니다 ."
하고 목을 놓아 통곡을 하였다.
울어도 울어도 설움은 가시지를 않았다. 그러나 땅을 치고 무덤을 두드리며 울어 본들 대답이 있을 턱이 없는 어머니였다 . 김삿갓은 한없이 울다가 지쳐서 눈물을 거두며 무덤을 향해 넋두리를 하였다 .
"어머니 ! 불초자 병연도 언젠가는 황천으로 어머니를 꼭 찾아 갈 것이옵니다 ."
실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넋두리였다.
이때쯤 문득 깨닫고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산속에는 노을이 짙어 오고 있었다. 산속은 어찌나 적막한지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뿐이었다 . 김삿갓은 소나무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어머니의 무덤을 그윽히 바라보고 있다가 , 문득 자기도 모르게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
北邙山下新墳塋 (북망산하신분영 ) 북망산 기슭에 새로운 무덤 하나
千呼萬喚無反響 (천호만환무반향 ) 천 만 번 불러도 대답 없구나
西山落日心寂寞 (서산낙일심적막 ) 해는 저물어 마음조차 적막한데
山上唯聞松柏聲 (산상유문송백성 )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솔바람 소리 밖에 없구나 .
옛날 부터 한번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사자불가부생 (死者不可不生 )> 김삿갓이 왔다고 , 이미 세상을 떠나 무덤 속에 묻혀버린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 것이다 . 아무리 무덤 앞에서 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 이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
알량하나마 성묘를 마친 김삿갓은 이제는 산을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홍성 땅을 떠날 생각이었다 . 지난 보름 여를 오로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천릿길을 달려왔다가 어머니를 뵙지 못하고 또다시 방랑길에 오르자니 , 이번에 밀려드는 고독감은 이전의 것과 크게 달랐다 .
노을에 짙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동행하며 (결국 죽는 날까지 나의 유일한 친구는 오직 나의 그림자가 있을 뿐인가 보구나 !) 하고 생각하며 산골길을 쓸쓸히 걸어가며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
김삿갓은 금강 곰나루를 건너 밤이 깊어서야 부여에 당도하였다. 부여는 그 옛날 백제의 도읍지였던지라 , 이곳을 처음으로 찾아온 김삿갓은 감개가 무량하였다 . 객줏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 다음날 아침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
그러나 김삿갓은 백제가 멸망할 때에 삼천궁녀들이 꽃잎처럼 백마강에 뛰어들었다는 낙화암(落花岩 )을 빨리 구경하고 싶어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부소산 (扶蘇山 )에 올라가 보았다 .
부소산 정상에는 백제의 세력이 왕성할 때, 임금이 아침마다 올라 동해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며 나라의 태평을 빌었다는 영일루 (迎日樓 )가 있었고 , 달이 뜰 때면 임금이 눈 아래 백마강을 굽어보며 나라의 태평을 빌었다는 송월루 (送月樓 )가 있었다 .
영일루에서 북쪽으로 잠시 걸어 내려오면 백마강의 푸른 물줄기가 굽어보이는 절벽이 있는데, 절벽 끝에 커다란 바위들이 한데 뭉쳐 있는 곳에 백제가 망할 때에 삼천궁녀들이 강으로 뛰어들었다는 낙화암이 있었다 .
그곳에서는 김삿갓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어떤 시인이 시를 읊조리고 있었는데, 그가 노랫곡조를 얹어 읊조리는 시는 다음과 같았다 .
백마강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에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아아 달빛 어린 낙화암에 그늘 속에서
불러 보자 삼천궁녀를.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철갑 옷에 맺은 이별 목메어 울면
계백장군 삼척검은 님 사랑도 끊었구나
아아 오천결사 피를 흘린 황산벌에서
불러 보자 삼천궁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