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黑風令 제4권 제35장 惡魔의 숨결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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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철무련의 백팔마종제들은 이미 각대문파에서 장문인에 버금가는 직위에 올라있고 천 이백 명에 달하는 잠령들 또한 금철무련의 휘 하라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섬뜩한 것은 정파무림에서 삼십 년 간 총력을 기울여 혹독하게 단련시킨 팔황혈로군 일만의 무적군단이 금철무련의 꼭 두각시로 변해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무섭도록 치밀한 계획이었다. 천하제패를 위한 금철무 련의 영세군림대계!" 환우령은 눈 앞이 아득했다. 중원무림의 핵심인 두 거성(巨星)이 쓰러지고 자신은 무공이 폐지 된 채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 환우령은 갑자기 온 몸의 힘이 발바닥을 통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는 듯 허탈해서 신형을 가누기도 어려웠다. "설매…… 내 몸을 좀 편안히 해줄 수 있겠소?"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모용설이 출입구 밑에 붙어 있는 기관의 손잡이를 당기자 끼리릭 거리며 족쇄 끝에 연결되어 벽 속으로 당겨져 있던 쇠사슬이 역겨 운 마찰음을 내며 길게 늘어졌다. 허나, 쇠사슬의 끝은 여전히 벽 속에 박혀있는 상태였다. 환우령은 행동 반경이 넓어지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 이상 그의 신형을 지탱하고 있을 희망이 없는 것이다. 모용설은 그의 곁에 앉아 환우령의 어깨에 기대왔다. 찰랑…… 찰랑…… 악취를 풍기는 물은 그들의 가슴까지 차 올라 파문을 일으키고 있 었다. "설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 "삼 년 전에 금릉에서 황보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소?" 한 동안 출렁거리는 물결의 파문을 바라보다가 모용설의 얼굴에 처연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부친의 가슴에 장검을 꽂은 사람은 바로 사도천광 영세대마 종이예요." 순간 회색빛으로 침잠돼 가던 환우령의 두 눈이 서서히 횃불처럼 강렬하게 이글거렸다. 꿈에도 잊지 못했던 황보의 원수! 환우령은 벽에 힘없이 등을 기대며 고개를 저었다. (허나…… 이제 영세대마종이 원흉이라는 것을 안다 해도 무슨 소 용인가……) 죽음은 이미 그의 곁에 다가와 악마처럼 소름끼치는 송곳니를 드 러내고 허옇게 웃고 있는데 말이다. 모용설은 물기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환우령을 올려다 보며 나직이 말했다. "대가…… 차라리 소녀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아 주세요. 천하에 몹쓸 계집이라고……" 환우령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니오. 천하에 그 누구도 설매를 향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 람은 아무도 없소." 바로 그때였다. "그렇지 않아요…… 나는 악인의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악녀(惡 女)란 말이예요!" 그녀는 환우령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심하게 도리질을 쳤다. 그러다가 돌연 고개를 번쩍 들어 애원하는 눈길로 환우령의 얼굴 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대가, 영세대마종과 타협할 수는 없나요. 당신이 그의 수하되기 를 자청한다면 그는 분명 쾌히 승낙할 거예요." 허나, 환우령의 고개는 느릿하게 저어졌다. "설매, 호랑이는 굶어죽을 망정 썩은 고기는 먹지 않소." "저를 위해서라도……" "……" 그러나 환우령은 묵묵히 시선을 돌렸다. 쏴아아아…… 뇌옥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며 차올라 있는 물은 어느새 그들의 목 에서 깔딱거리고 있었다. "대가, 어서 일어서요. 당신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 어요." "아니오. 그것은 쓸데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소. 어차피 죽음에 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운명이라면 나는 이대로 앉아 죽음을 맞이 하겠소." 물이 출렁거리며 입술 어림께로 차오를 때 모용설은 퉁기듯 자리 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늘(天)은 나에게 너무나도 잔인해요! 내 곁에 당신을 보내놓고 이제 또 다시 당신을 빼앗아가니 말이예요!" 소리죽여 부르짖는 절규처럼 토해지는 음성. 아니, 그녀는 지금 하늘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환우령의 죽음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절박한 운명과 스스로의 무능력을 경멸하고 있는 것이다. 환우령의 입술을 비집고 윤기 흐르는 음성이 나직이 깔렸다. "설매, 그대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오.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오." 부르르르…… 경련을 일으키던 모용설의 섬려한 신형이 새처럼 날아 환우령의 목을 끌어 안았다. 꽃잎 위에서 두 개의 이슬이 합쳐지듯 님과 나만의 달콤한 입맞 춤, 죽음의 능선에 서서 마지막 이별을 대신하는 입맞춤이기에 맞 닿은 그들의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이대로 영원히 시공(時空)의 흐름이 멈추어질 수 있다면…… 이대로 님의 품에 안겨 한 덩어리 화석으로 굳어질 수만 있다면… … (안녕! 내 사랑……) 모용설은 휘청거리는 신형을 이끌고 눈물을 뿌리며 뛰쳐 나갔다.
■ 黑風令 제4권 제35장 惡魔의 숨결 -8 ━━━━━━━━━━━━━━━━━━━━━━━━━━━━━━━━━━━
⑧
어둡고 썰렁한 공간. 홀로 남은 환우령의 어깨 위로 죽음보다 깊은 침묵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콰르르르…… 코 밑까지 차오르는 물살 위로 거무튀튀한 빛깔의 절망이 포말처 럼 피어 오른다. 어둠과 함께 다가온 암회색 죽음은 그의 피부 깊 숙이 칼날처럼 헤집어 들었다. "크ㅋ…… 죽음이란 이토록 허무(虛無)한 것이었던가?" 작살맞은 멧돼지처럼 툴툴 메마른 웃음이 그의 입을 통해 새어나 왔다. 눈물을 흘릴 수 없기에 차라리 웃고 있으리라…… "소추련…… 나의 작은 아씨한테 가장 미안하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음성에 환우령은 갑자기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전율했다. 당신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셔야 해요. 천녀의 몸 안에 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소추련의 마지막 음성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대체 어디서 그런 힘 이 솟구치는 것일까? 병자처럼 무기력한 모습으로 축 늘어져 있던 환우령의 신형이 돌 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살아야 한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야 한다!) 이대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기에는 환우령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 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지에 묶여서 악마의 속삭임처럼 철그덕 거리는 족쇄와 쇠사슬 소리! 환우령의 삶의 욕구가 강렬해질 수록 그 악의 힘줄처럼 차가운 쇠 사슬은 더욱 환우령의 사지를 옥죄여들었다. 쏴아아아아……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속도는 갈 수록 빨라졌고 최후의 발돋움을 했 는데도 불구하고 악취 풍기는 물은 이미 그의 코 밑에서 출렁거리 며 들쑥날쑥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환우령의 머리를 섬전처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생화목통(生華木筒)!) 사 년 전이다. 자금뇌옥에서 이것이 아비의 비결(秘訣)이다 하시 며 보여 주던 황보의 손때가 묻은 그 작은 목통. 환우령은 재빨리 품 속을 더듬었다. 더듬거리는 손 끝에 툭하고 느껴지는 반들반들한 작은 목통의 촉 감에 독수리 날개처럼 곧게 뻗은 환우령의 짙은 눈썹이 희열에 가 늘게 떨고 있었다. 본래 밥숟가락 잡는 법보다 열쇠로 자물통 따는 방법을 먼저 손에 익혀야 했던 환우령이 아니던가? 품 안에서 생화목통이 빠져나오는 순간 환우령의 사지를 묶고 있 는 쇠사슬은 더 이상 그를 구속할 수 없었다. 그의 양 손은 마치 손톱 끝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검푸른 물 속 에서 민활하게 움직였다. 그가 네 개의 족쇄를 풀어내는 데는 불 과 눈 깜빡할 사이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구사일생(九死一生)! 황보의 손때로 닳은 만능약시(萬能約 ) 열 개가 담긴 그 작은 생 화목통이 무공마저 폐지된 최악의 상황에 던져진 환우령의 생명을 구해줄 줄이야…… 죽음을 헤쳐나온 희열이 그의 전신혈관 속을 미친 듯이 치달렸다. 그런 느낌은 환우령이 묶여 있던 벽 우측으로 팔척(八尺) 높이에 위치한 작은 출입구를 발견하는 순간 더욱 강렬하게 그를 흥분시 켰다. 두 팔을 뻗어 문턱을 잡고 올라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 지 않았다. 생화목통에서 머리카락 정도로 가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두 개의 쇠철사를 열쇠 구멍에 밀어넣고 위아래로 힘주어 가볍게 돌리는 순간 찰칵 하며 고리 풀리는 소리가 낮게 들렸다. "후후…… 솜씨는 아직도 녹슬지 않았군." 이 생화목통만 있으면 아무리 견고한 뇌옥에 갇힌다 해도 자기집 변소문을 열고 나오듯 유유히 탈출할 수 있는 환우령이었다. 크그그긍…… 육중한 굉음을 토해내며 철문이 열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져 들어오는 밝은 빛이 환우령의 망막으로 밀려들었다. 헌데, 성큼 걸음을 내디뎌 밖으로 나서던 환우령의 안색이 당혹하 게 굳어졌다. (빌어먹을…… 이래저래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보군!)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히죽이 웃는 네 명의 혈포인을 발견한 것이 다. 아마도 그들은 만겁수뢰옥을 지키는 간수들인 듯싶었다. "크흐흐흐…… 천세야황, 뭐 찾아먹을 게 있다고 기어 나왔느냐?" 그들은 이미 환우령의 무공이 폐지 됐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여유 만만했다. 서슬이 시퍼런 장창을 꼬나 쥐고 느릿하게 다가오는 네 개의 그림 자를 보고 환우령이 주춤 물러서는 순간, 번쩍! "아아아악!" 무엇인가 눈을 아리게 하는 빛줄기가 뻗어진다고 느낀 순간, 어이 없게도 네 명의 혈포인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환우령이 방금 나 온 수뢰의 물 속으로 거꾸로 처박히는 것이 아닌가? 풍덩! 그와 동시에 늙수그레한 음성이 탁하게 흘렀다. "멍청한 녀석! 꼴 좋다……" 방금 혈포인들이 서 있던 뒤편에서 왜소한 체구의 흑포노인이 환 우령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환우령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태야께서 여기에 웬일이십니까?" "쯧쯧…… 어디 죽을 자리가 없어서 물에 빠져 죽으려 했느냐?" 초막노태야! 다가온 노인은 분명 대정천부의 최고 통수권자 초막노태야였다. 환우령은 반색을 짓다말고 의혹을 떠올리며 말했다. "노태야께서는 금철무련의 혈수에 의해서 이미 타계(他界)한 것으 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길게 얘기할 시간 없다. 노부가 죽지 않고 이 자리에 있는 것 자 체가 중요한 것이니까. 옛다…… 받아라." 불쑥 내밀어지는 쭈글쭈글한 손에는 일견키에도 귀중한 선단(仙 丹)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금박으로 정교하게 싸인 단약(丹 藥) 한 알이 들려있었다. 환우령은 그것을 엉겁결에 받아 들고는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 녀석아! 또 노부의 의술(醫術)을 의심하는 게냐? 이 옥화령신 단(玉花靈神丹)은 너의 폐지된 무공을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 단시간 내에 내상(內傷)을 완치시켜줌은 물론 내공증진에도 상 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이상 이유가 없었다. 금박이 벗겨진 후 드러난 호두알 만한 단약은 말로 형용키 어려운 기향(奇香)만을 남긴 채 환우령의 목구멍을 타고 액체로 변하여 스르르 녹아내렸다. ■ 黑風令 제4권 제35장 惡魔의 숨결 -9 ━━━━━━━━━━━━━━━━━━━━━━━━━━━━━━━━━━━
⑨ 환우령은 목구멍을 통해 청량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거 괜찮은 맛……크흐흑……!" 싱긋 웃으며 초막노태야에게 말을 건네다 말고 돌연 환우령의 얼 굴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복부가 걸레 짜듯 쥐어 뜯겨지고, 오장육부가 불덩이를 삼 킨 듯 용암처럼 들끓어 올랐다. 피부색이 붉다 못해 검게 그을려 지고 전신 모공으로부터 가공할 열기가 피어올랐다. 풀썩……! "크아악……!" 환우령은 폐부를 도려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졌 다. 내팽겨쳐진 개구리마냥 온 몸을 바들바들 떤다. 소금을 끼얹 은 지렁이마냥 그의 몸이 마구 뒤틀렸다. "크아악…… 대체 이…… 이게 무슨 영…… 영단…… 차라리 죽… … 날 죽여 주시오…… 크아악……" 시뻘겋게 달구어진 눈동자로 초막노태야를 향해 부르짖던 어느 순 간이다. "끄르륵……!" 환우령은 입 밖으로 하얀 거품을 내뱉고는 이내 축 늘어졌다. 순간, 초막노태야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의 전신 요혈을 향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파파팍-!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주요 요혈을 가격한 초막노 태야는 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후우……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슨 말인지 모를 기이한 중얼거림을 토한 직후 초막노태야는 힐 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으로 한 명의 여인이 고개를 떨군 채 죄지은 사람마냥 서 있는 것이 투영되어 들어왔다. 그 여인은 바로 모용설이었다. 초막노태야의 두 눈에 분노의 기색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모용설이지만 일순 초막노태 야는 분노의 눈빛을 거두며 대신 안스러운 빛을 담았다. (불쌍한 것…… 이미 자신의 부모는 물론 가족까지 영세대마종 손 에 죽은 것도 모르고 그의 꼭두각시가 되었으니……) 그럼 모용설의 부모와 가족이 모두 죽었단 말인가? 그것도 다른 사람의 손이 아닌 영세대마종의 손에…… 그러나 영세대마종은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마인(魔人)이다. 그는 모용설을 원했지 모용설의 배경이나 부모 등을 원한 것이 아 니다. 오히려 그들이 살아 있으면 천수태찰이 금철무련의 백팔마 종제 가운데 서열 삼위란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 살인멸구(殺人滅口)! 영세대마종은 죽은 자만이 비밀을 지킨다고 믿는 그런 자였다. 초막노태야는 모용설을 향해 안스러우면서도 질책이 가득한 노성 을 발했다. "이제부터 네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 모용설은 고개를 떨굴 뿐 말이 없었다. "뭣하고 있는 거냐! 냉큼 그를 안고 야운장원으로 떠나지 않고… …!" "흑흑흑……" "울긴 왜 우냐! 어서 서두르지 않고 징징 짜기는……" "노태야……" "시끄럽다! 꼴도 보기 싫으니 냉큼 사라져라." "흑흑흑…… 노태야……" "어서 꺼지라니까! 노부에게 용서를 받고 싶으면 그를 살려라! 그 길만이 네가 강호에 지은 죄를 사면받는 길이다." 초막노태야는 아예 등을 돌려 버렸다. 휘이잉…… 잠시 후 하늘 저 멀리로부터 설우신학이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났 다. 모용설은 설우신학의 등에 혼절해 있는 환우령을 태우고는 떨어지 지 않게 끈으로 묶었다. 연후 그녀는 등을 지고 있는 초막노태야를 향해 대례를 올렸다. "소녀…… 그를 살린 후…… 죽음으로 천하에 지은 죄를 갚겠습니 다. 부디 건녕하시옵소서……" "……" 초막노태야는 무정하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등마저 돌려 떠 나려는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노구는 바람도 없 건만 가벼이 흔들리고 있었다. 모용설은 다시 한 번 대례를 올린 후 설우신학에 올라탔다. 그녀는 끈으로 환우령을 묶은 것도 불안한 듯 그의 몸을 꼬옥 껴 안았다. "가자." 끼루루룩…… 설우신학이 큰 날개를 퍼득이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설우신학 역시 환우령의 몸 상태가 극히 나쁘다는 것을 눈치챘는 지 날개를 힘껏 퍼득이며 쏜살같이 연경을 향해 날아갔다. 두 사람을 태운 설우신학이 보이지 않을 즈음 비로소 초막노태야 의 몸이 돌려졌다. 그는 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십대봉공…… 그들만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강호 무림에서 그를 지켜줄 곳은 오직 그의 야 운장원 뿐이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강호무림은 이미 금철무련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정천부는 물론 백혈군마성도 영세대마종이 심어놓은 간세들 천 지다. 그 안에서 환우령을 치료한다는 것은 호랑이의 입 안에 스 스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같다. 초막노태야는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그의 시선 속에 불길같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영세대마종! 네놈은 조만간 네 목을 조이기 위해 나타날 그 아이 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영세대마종은 영세군림대계의 마지막 단계인 건곤일척을 획 책하기 위해 모처로 떠나고 없었다.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있었다 면 환우령을 구출하기 위해서 초막노태야는 많은 무림협사들의 피 를 뿌려야만 했을 것이다. 초막노태야의 왜소한 체구가 남쪽으로 날아갔다. "태무존……그 친구 쪽도 준비가 끝났을까……" 태무존의 준비!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금철무련의 숨통을 조일 백혈군마성의 비밀정예고수들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 黑風令 제4권 제36장 殺身成仁 ━━━━━━━━━━━━━━━━━━━━━━━━━━━━━━━━━━━
① 야운장원(夜雲莊院)! 환우령이 화월랑과 소추련을 위해 마련한 야운장원 일대 백여 리 에는 지금 거대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곳곳에 고루거각들이 들어서고 옹기종기 보기 좋은 집들이 새로이 지어진다. 큰 길, 작은 길이 나고, 밋밋한 허허벌판을 파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드는가 하면 흙과 나무들을 쌓아올려 거대한 산(山) 을 만든다. 물경 황금 천만 냥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대토목공사(大土木工 事)는 아예 하나의 성(城)을 짓는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 였다. 그렇다! -만우대상현(萬友大商縣)! 어둠과 습기로 가득찬 삼류인생들의 희망과 빛이 있는 곳. 소추련은 자신의 뜻대로 금강신묘정을 팔아 야운장원을 중심으로 한 백 리의 너른 땅을 샀다. 그리고 그녀의 뜻에 감복한 십대봉공 이 환상비궁에서 수많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나와 대공사비용으로 선뜻 내놓았다. 거기에 수많은 토민가 사람들이 일꾼을 자청해 나서니…… 하늘도 그들의 편인 듯 관가(官家)에서 만우대상현을 정식으로 인 정한다는 인증서(認證書)와 목수(木手)들을 보내왔다. 사람들은 천세야황 환우령을 신(神)이라 불렀다. 그리고 소추련은 신의 딸(神女)이라 불렀다. 어느덧 만우대상현의 대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의 일이다. 활기차고 희망에 가득하던 야운장원 에 돌연 짙은 먹구름이 끼는 게 아닌가. 암운(暗雲)! 그것은 설우신학을 타고 온 모용설의 품에 안겨 있는 그들의 신, 환우령의 모습 때문이었다. 다 죽어가는 그의 모습은 그들 토민가 사람들에게는 절망(絶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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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