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 19년째 자전거 세계일주 중인 김영석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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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 페인트로 칠한 자신의 '상징' 같은 모자를 쓰고 자전거 세계일주 중인 여행가 김영석씨.
19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는 세계일주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
|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김영석(세례자 요한, 47)씨가 최근 일시 귀국했다. 1989년 8월 한국을 떠나 '자전거 무전여행'에 들어간 지 무려 19년 만이다.
1남 6녀 중 외아들로 자란 그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북미주 등지를 돌았고, 그 와중에 전 세계 28개 순교성지를 찾았으며, 199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김삿갓'이라는 그의 별명은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졌다.
그가 세계를 일주하는 사이 그의 어머니 서정례(마리아)씨는 67살을 일기로 1998년에, 아버지 김종태(요셉)씨는 86살을 일기로 2006년에 각각 선종하는 아픔을 겪었다.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전화를 걸고, 여행을 다니며 쓴 기행문을 고국에 있는 부모께 보낸 것이 전부였기에 그는 남들보다 더 큰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자식으로서 큰 불효를 했지만,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자식의 뜻을 이해해 주시리라"고 믿기에 그는 여행을 강행했다.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픔 속에서도, 김치가 하도 먹고 싶어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전거 사도'로서 여정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건강 악화로 잠깐 한국에 돌아왔다.
"비행기도, 차도 아닌 자전거로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려면 20년쯤 걸릴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꿈, 세계일주는 조금만 더 돌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꿈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북녘을 자전거로 일주하는 꿈을 꿉니다. 어렵겠지만 남북 당국 허가를 받아 삶의 마지막 여행지로 북녘에 가는 길이 열리길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전' 여행이었다. 바다를 건너 대륙간 이동을 할 땐, 여행을 다니다 우연찮게 만난 이들이 '커피나 한 잔 사 마시라', '샌드위치나 사 먹으라'며 준 잔돈을 푼푼이 모아 마련했다. 아프리카를 종단할 때 야생동물 보호 구역처럼 위험한 지역에선 자동차나 배를 얻어 타는 등 교민들 도움도 적잖게 받았다. 독일을 여행할 때는 프랑크푸르트 근처 한 자전거 회사에서 시가 2500유로 짜리 자전거를 기증받은 적도 있다.
죽을 고비도 적잖게 넘겼다. 영국 리버풀 근처 랑케샤에선 한밤중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했지만, 현지 병원에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다닌다'는 그의 뜻에 감명을 받아 무료로 치료를 해줬다.
이처럼 기나긴 여행을 하느라 초반에는 언어장벽을 느꼈지만, 틈틈이 조금씩 배워 잘은 못하지만 지금은 10개 국어를 한다.
기나긴 여행 동안 가장 기뻤을 때는 역시 세계 각국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접할 때였고, 그 때마다 그는 여행 중에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19년 전 자전거 세계일주에 들어간 20대 청년은 이제 40대 후반 중년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한 번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그는 가장 긴 세월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여행을 한 부분의 기네스 세계기록 비공식 보유자다. 언젠가는 자신의 자전거 여행기를 책으로 묶어낼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또 앞으로 자전거 세계여행이 끝나면 고향인 안성시 대덕면 외평리에 '장애인 쉼터'를 설립하는 게 꿈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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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08.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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