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40)
당신 겁나서 그러지요? 당신은 겁쟁이예요....그래요....겁나는 거야...
(사이)제발 이 참에 땅 팔고 여기를 뜨자구요. 아무려면 이보다 못하겠어요...
당신 때묻은 고향도 아닌데...(단호하게) 아니면 이혼합시다.
위자료는 땅콩 밭만 떼어주면 돼요... 애들은 다 내가 맡을 테니까.
2.(30~40)
지금 생각하니 남편은 늘 제 마음을 읽고 있었어요. 가령 커피숍 같은 데서
오늘은 레몬 주스를 시켜야지 생각하고 있으면 남편은 나한테 묻지도 않고
레몬 주스를 시키는 거예요. 보통 때는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오늘은 택시를
타야지 하면 남편은 어느새 택시를 잡고 있는 거예요.
(사이) 이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잖아요?
3.(30~40대)
연실이 만이 아니에요. 이곳 아이들은 모두가 두 달의 기다림 두 달의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뿌리를 뽑으려고 해도 말입니다. 난 이곳을 나갈
거야. 내 가족이 데리러 올 거야. 난 너희들과 달라. 이런 식으로 오만해지면
이곳 생활은 지옥이 됩니다. 내 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더 더욱 엄격하게 하는 것입니다. 엄부의 심정으로 말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아무리 잘해도 밖에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난 두 배의 엄격성과
규칙을 요구하는 겁니다.
4.(20~30)
(활달하게) 안주 좀 드세요. 귀신도 생시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혈색도
좋다는데. (하다가) 아이구 이거 출근 시간에 늦겠네. 영업부장 가뜩이나
껀수 못 잡아 난린데 늦었다하면 그냥 모가지라니까요. (다시 능청맞게)
있죠, 돈은 좁쌀만큼 주면서 뜯는데는 낙산사 모기 라니까요. 김 선생님,
저 퇴근하고와서 같이 한잔해요. 1시까지는 들어올게요. 그동안 잠들면 안돼요.
5.(20대)
여기는 미국이라구요 자식을 미국에 데려왔으면 미국식 의식구조도
수용 하셨어 야죠. 그래 자식이 무조건 부모 뜻에 복종하게 한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냈죠? 자식을 하나의 개체로 인정한 미국은
거인의 나라가 되었어요. 그런데 줄 감자처럼 항상 가족끼리 똘똘 뭉쳐
서로를 간섭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입시부정에, 비리에,
뇌물에, 과격한 시위에, 입시 스트레스에, 이어지는 자살에...
솔직히 고국 소식이 더럽고 무섭다 구요.
6.(20대)
난 내 방식대로 살 거야. 후회하지 않아. 내가 선택한 거고, 후회하지 않아
사람 목에 칼 대고 돈 뺏어서 해외여행 가고 옷 사 입는 거 아니잖아. 필요해서
필요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돈 벌어서 내가 쓰는 거야.
나쁘다고 틀리다고 생각해 본적 없어.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할 뿐이야.
7.(20대)
못된 놈, 오렌지족도 아니면서 어디서 흉내를 내고 다녀. 너 그때 고객
상담 부 미스 박 병가 냈을 때 파견 나가는 게 아니었어, 그럼 그 자식을
만나지도 않았을 거고... 근데, 그 자식은 여자 친구도 많고 결혼할 여자도
따로 있고, 생각도 그렇게 나쁘게 박힌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왜 너한테
접근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야. 호화롭고 기름진 음식에 질려 잠깐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사나 호기심 가진 건가...
8.(20대)
흥, 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민태 씨는 그 여자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어요.
그 여자는 미친 여자예요. 자기 혼자서 민태 씨를 따라다니다가 민태 씨가
호응을 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에요. 민태 씨는 억울하다 구요.
미친 여자한테 죽은 거예요. 더 이상, 조사할 필요조차 없다구요!
9.(20대)
저도 그만두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어이없고 몸서리가 쳐져요.
(사이) 지금 우리 집은 흔들리고 있어요. 이곳 저곳 무수한 균열이 일어나면
서 무너져가고 있어요. 왜 떳떳하지 못하세요. 엄마는 아무 잘못 없어요. 죄인
아니에요 식구들이 들어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으라고 못하세요? 엄마가 더럽기
때문인가요?
10.(20)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세상사람들이 다 형처럼 고상하고 품위있는
생각만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사이) 나, 삶이니 인생이니 그런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 같다구. 난 복잡한 거 싫어. 감당할
수 있는 머리도 없구.... 그냥 일차원적으로 살래. 그게 내 방식이야.
11.(10~20)
(자조적으로)늦었어요. 우리는 모종이 잘못된 묘목이에요. 오빠는 한국에
돌아간들 폐인밖에 되지 않아요. (사이) 나 역시 한국에 돌아가면 한시도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거예요. 나는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고 있는 거예요.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
이해하시겠어요?
12.(자유 선택)
(나즈막히) 퇴근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상덕 씨를 발견했어요.
곧장 제 자취방으로 옮겨 놓았고 며칠간 혼수상태로 빠져 있더군요. 그후 2,3개월 지나니까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저 또한 그 당시 몹시 지쳐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덕씰 의지하게 되었구요.
13.(자유 선택)
말도 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 사람들... 인간도 아냐. 우리 집을 다 부수고,
있는 거 없는 거 다 뺏어갔어. 그, 그리고, 내 동생들... 현희, 훈섭이 다 끌고 갔어.
차라리 내가 끌려가 버렸다면 좋았을 것을... 어쩌면 좋니, 어쩌면 좋니, 순자야. 난 나쁜 년이야.
끝까지. 따라갔었어야 했는데.. 그때 너무 무서웠고, 그래서 내가 비겁했었나봐. 어쩌면 좋니,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죽고만 싶어...(운다)
14.(자유 선택)
흥, 정말 여러 가지로 속을 썩이는 군. 내가 뭐 틀린 말했나?
이런 데서 고생하고 있는 게 도대체 누구 때문인데!
정체 모를 수녀 할멈 얘기만 듣고 이런 곳으로 덜컥 출발할 생각을 했던 게 누구야?
그 때 좀더 말렸어야 했는데... 쯧.
15.(해설)
열 네 살의 소년이 된 아이는 뒷집 계집애 보다 더 예쁜 소녀를 알게 되었다.
검고 맑고 깊은 눈하며, 깨끗하고 건강한 볼, 그리고 약간 노란 듯한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숱한 향기. 아이는 소녀의 그 맑은 눈과 건강한 볼과
머리카락 향기에 홀린 마음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말없이 자기를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에게 마음 한 구석으로 부족감을 느끼는 듯 했다.
16.(해설)
늦 저녁때 쯤해서 불질이 시작되었다. 불질. 결국은 이 불질이 독을 쓰게도
못쓰게도 만드는 것이다. 독에 따라 불을 세게 때야 할 때 약하게 때도,
약하게 때야할 때 지나치게 세게 때도, 또는 불을 더 때도 덜 때고 안 된다.
처음에 슬슬 때다가 점점 세게 때면서 서너 시간이 지나면 하얗던 독들이
흑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17.(해설)
달을 보고 있자니까 정우 생각에 목이 메었다. 하마터면 홍철이 앞에서
눈물을 보일 뻔했다. 눈물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도 없는데...대한 민국에서
가장 건실한 내외는 혁주 아빠와 나일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홍철이
앞에서 나는 하마터면 내 속마음을 들킬 뻔했다.
18.(해설)
사농공상이라 하여 노동을 천시하고 기술보다는 도를 깨우치는 '앎'을
중시하던 조선 사회는 일대 전환기를 맞아 기술을 가르치고 육체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변화로 인해 착실한 일꾼으로서의 근면함과
기술 소유, 강장한 체력, 합리주의 등을 남성이 갖추어야 할 덕성으로 꼽았다.
19.(해설)
파헤쳐진 길바닥과 곳곳에 쌓아서 방치해둔 눈 더미들 때문에 평소에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인데도 약국 집까지 가는 동안 난 두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러나 발등의 동상으로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이던 삼례가
넘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집을 출발할 당시에는 내 손에 들려있던
옷 보퉁이가 그 집 앞에 이르렀을 때는 어느새 삼례의 손에 들려있었다.
게다가 삼례는 내가 미쳐 막을 사이도 없이 나보다 먼저 달려가 약방문
을 열고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