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대방동 성당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미사를 마련하고 3월 8일 첫 미사를 봉헌했다. 주수욱 신부(대방동성당 주임), 김성훈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등이 공동 집전한 이 미사에는 대방동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학생 35명과 가족이 참석했으며, 서울대교구 지역 내 발달장애인 가족들도 축하와 격려를 위해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주수욱 신부는 강론에서 이날 시작된 미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미사, 위로의 자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이 세상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로 나가는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대방동 솔봉이로 불리는 발달장애인 미사와 주일학교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 중 12번째며, 지난해 말부터 체계적인 준비 단계를 거쳤다. 현재 서울대교구 지역에서 발달장애인 미사나 주일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본당은 명동, 등촌1동, 명일동, 창동, 번동, 오류동, 신당동, 광장동, 연희동, 노원, 가락동이다.
발달장애란 사회적인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이 늦어져, 제 나이에 맞는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며, 뇌성마비, 자폐장애, 지적장애를 포함한다. 또 “솔봉이”는 어리숙하고 모자람이 있지만 착하고 순수한 사람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 | | ▲ 대방동 성당 발달장애인 미사가 3월 8일 처음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
특수교사, 주일학교 교사, 장애아 부모, 학생 등으로 구성된 대방동 본당 봉사자 20여 명은 그동안 발달장애에 대한 공부를 하고, 발달장애아 주일학교와 미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명일동, 오류동 본당, 수원교구 성루카 본당 등을 방문해 조언을 구하는 등 미사를 위한 계획을 세워 왔다. 봉사자 그룹에서 봉사팀장을 맡은 이희숙 씨(카타리나)는 첫 미사를 봉헌한 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두려움도 많았지만, 인간적인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대방동 지역, 15지구에 국한해 지역적 한계로 내쳐지는 사람이 없도록 누구에게든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것이며, 이제 다만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방동 발달장애인 미사와 주일학교 운영에 동참하는 봉사자는 25명, 학생은 약 35명이다. 토요일 오후 3시 미사를 함께 드린 뒤에는 약 한 시간 동안 주일학교가 이어지며, 10분 정도 교리 교육도 병행된다. 특수교사로 교사팀장을 맡은 박모아 씨(마리아)는 주일학교 운영 계획에 대해 “특수교사 3명과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학생들의 장애 정도와 행동 특성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에 3주간은 적응 기간으로 운영될 것이며, 3월 중에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 | ▲ 3월 8일 오후 3시에 열린 대방동 솔봉이 미사에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 그리고 대방동 성당 신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에서 장애아들과 그 가족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
주수욱 신부, "미사는 위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디딤돌"
주수욱 신부는 이날 미사에 앞서 참석한 장애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줬으며, 돌발행동을 하는 아이의 부모들에게 “괜찮다”라고 안심시켰다. 주 신부는 그 이유에 대해 “이들이 미사의 주인공이라는 것, 하느님 앞에 나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아무 제약이나 불편함 없이 편안히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가장 기뻤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주 신부는 장애인 미사를 통해서 교회와 사회가 고통받고 소외받아 온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성전’으로 거듭나는 부활을 체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자리다.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바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고통을 개인과 가정의 차원에서만 감당한다는 것에 안타까워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이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도 함께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가톨릭복지회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 마련을 청원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장애인 가족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8살 짜리 딸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장민희 씨(데레사)는 “대방동에 발달장애인 미사가 생겨 정말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장애아들이 따로 받을 수 있는 눈높이 교리 교육이 없다는 것도 무척 아쉬웠다. 당분간 대방동 성당 미사에 열심히 참석할 생각”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활동보조인으로 장애아와 함께 참석한 최숙 씨(아가타)는 현재 발달장애인 주일학교에 교리교사와 봉사자가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명동주교좌 성당 장애아주일학교에 아들을 데리고 다닌 적이 있다는 그는, “주일학교 존재를 모르던 부모들에게 참여를 권했지만, 곧 봉사자 부족으로 더 이상 인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었다”면서, 교사와 봉사자가 더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미사가 생기는 것이 발달장애인 부모로서는 기적과 같습니다” 시흥동 성당에서 발달장애아 부모 기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성미 씨(라파엘라)는 아이와 한시도 떨어질 수 없고,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발달장애아 부모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최근 발달장애아 자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부모들은 항상 한계 상황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아이를 맡길 곳도, 함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없이 몇 시간씩 거리를 헤매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미 씨는 몇몇 교구에서는 단기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서울대교구에는 아직 그런 시설이 없어서 계속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일단 터전만 마련하면, 운영 재원은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회가 조금만 함께 노력해 준다면, 상징적인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대방동 발달장애아 미사는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소성당에서 봉헌되며, 미사 후에 주일학교가 열린다. | | | ▲ 미사를 마친 뒤에는 공연과 잔치가 이어졌다. 대방동 솔봉이 봉사자들과 주수욱 신부가 모든 일정을 마친 뒤, 함께 했다. ⓒ정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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