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의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절대 다른 구보다 차등•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인구 57만 명으로 인천의 가장 큰 도시인 부평구는 취득세를 많이 걷지만, 고스란히 시에 주고 얼마 안 되는 징수교부금과 재원조정교부금을 받을 뿐”이라며 “재정난은 행정의 잘못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인천의 맏이 격인 부평구는 지난 2011년 법적 필수경비인 공무원 인건비조차 4개월가량 편성하지 못한 적이 있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올해 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19.1%로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홍 구청장으로부터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평구 재정난의 원인과 대안 등을 들어봤다.
-부평미군기지, 십정 2지구 등을 제치고 지역 최우선 현안으로 지방재정을 뽑았다.
인천시의 재정 문제는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부평구가 10개 지자체 중 이렇게까지 재정상황이 열악한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지자체와의 차이는 부채 차이다. 동구나 중구의 재정건전성이 좋게 평가되는 이유는 부채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취임 당시 부평아트센터를 지으면서 진 빚과 녹지나 공원 조성 과정에서 진 빚 등 부채가 1천억 원에 달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채에 예비비는 쥐꼬리만큼 남아 있었다.
더구나 가난한 사람이나 장애인 등에게 지급되는 사회복지비는 예산의 절반 이상이라 사업비는 짓던 건물도 중단할 만큼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인구는 많고, 면적은 좁은 구도심에서 돈을 벌 방도는 없고 돈 쓸 거리만 태산 같았다. 이번 기회에 부평구 재정난에 대한 오해와 걱정을 풀고 함께 대안을 얘기해보고 싶었다.
-2011년에는 본예산에 공무원 인건비 4개월분을 미편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당시를 얘기하자면.
재정난을 겪던 2010년 연말께 갑자기 인천시가 재정이 어렵다며 재원조정교부금 324억 원을 삭감했다. 하급기관인 구는 비명도 못 지르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예산 편성을 앞두고 세입 수백억 원이 구멍이 나버렸다.
그렇다고 복지비용을 깎을 수는 없다. 특히 중앙정부가 2006년 이후 사회복지사업을 분권하면서 국비지원율을 줄이고 중앙의 복지사업을 계속 확대했다. 지방정부의 복지예산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부평구는 전국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많은 도시여서 사회복지비 부담이 구 재정의 숨통을 조여왔다. 인천시 재정문제가 곧바로 자치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지방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됐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는가. 위기 극복 방법은.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에 대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유사성이 있거나 중복성이 있는 행사성 경비는 통합하거나 폐지했다.
예산이 수반되는 구정사업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와 폭을 조절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행정조직 운영경비, 업무추진비, 경상경비,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예산 절감에 나서는 등 재정난 극복을 위한 내부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재정건전화를 이루고자 추진하던 주민참여 예산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러한 자구적 노력에도 지방재정 건전화를 완벽하게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앙집권적인 세수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구조적인 문제인가.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경기부양정책에 따른 지방 세입 감소와 사회복지비 증가다.
중앙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세수 감면정책을 지방자치단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자치단체 주 세입원인 취득세는 물론 소득·법인세율, 종합부동산세 등의 인하·감면 조치가 이어졌다.
세입은 줄었는데 고령화 및 저출산 대책에 따른 복지정책 확대로 자치단체의 복지 예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복지예산 증가율(12.6%)은 지방예산 증가율(5.2%)의 2배에 달한다.
부평구만 해도 전체예산 대비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2008년 44.9%에서 지난해 59%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7.6%인데 복지예산은 12.5%나 됐다.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이 시행되면서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올해 부평구의 기초연금 지급액은 924억 원으로, 지난해 626억 원보다 297억 원(47%) 급증했다.
-현재 부채는 얼마나 되나. 향후 상환 계획은.
지난 4년간 부채 1천억 원 중 250억 원을 갚았다. 없는 돈에 살림하기도 어려운데 구민과 공직자들이 거품 빼고 줄여 쓰고 아껴쓴 노력의 결과물이다.
약간의 돈이라도 생기면 부채를 갚는 데 썼기 때문에 앞으로 4년간 부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최소한 300억원 이상 갚아 나갈 계획이다.
물론, 부평이 세수가 늘어나서 갚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 증액 등 예산 중 사회복지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노인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민세를 늘리는 방안이 있겠지만, 5천 원에서 1만 원으로 늘린다고 실제 세수 증가 부분은 크지 않다. 오히려 주민의 심리적 부담만 커져 반발만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세금을 더 걷는 일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업무추진비 또한 줄이고 줄여 편성분의 80%밖에 쓰지 않았다. 업무추진비를 줄인다고 재정난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난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 낸다는 우려가 있다.
신규 사업은 기본적으로 안 벌인다는 기조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신동 청사 건립을 완료했으며, 부평6동 청사도 토지 매입비를 마련해 사업에 착수했다.
미산초교 복합건물도 예산을 지원해 시작했으며 갈산공원 조성사업, 부평공원 정화작업 등 각종 당면한 사업은 국비나 시비 등으로 사업비를 마련해 진행 중이다. 속도는 다소 느려도 가장 지혜롭게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본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공무원 등이 국회와 정부, 세종시 등을 가리지 않고 다닌 결과물이다. 지난 2년간 부평구가 확보한 국비만 해도 600억원에 달한 것은 분명히 칭찬받을 일이다.
-향후 재정 운용 계획은.
공직자 월급을 깎으면 깎았지 주민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다. 기본적인 지원에 있어 다른 구에 비해 차등이나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
보육 노인복지 기초생활수급 부분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 교육 분야도 중학교 무상급식은 당장 어려워도 현재 시행 중인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지키겠다.
필요한 사업은 특별교부금 형태로 인천시에서 받아와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외수입 부분을 늘리기 위해 구청 전부서가 나서 노력하고 있다. 부평구가 주민 참여예산제를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어려운데 할 수 있겠느냐’며 비웃음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곳보다 잘 정착됐다고 자부한다.
참여한 주민들이 이제는 전문성을 갖고 다른 곳에 강사로 나갈 정도로 주민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구청 공무원들도 재정 한파 속에서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건전한 것인가에 대해 잘 훈련되면서 재정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중요한 것은 인천시 재정 형편이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인천시가 추진하는 재산 매각이 잘 이뤄진다면 자치구 지원 여력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지방재정의 현실과 대안은?
지자체 날개없는 추락” 지방세 안전장치 필요
민선 자치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 등 각종 선출직을 거친 홍구청장은 현재 지방재정 문제에 몰두해 있다.
홍 구청장은 “그사이 지방재정은 지출이 40% 늘어났지만, 세수는 10% 늘어난 데 그쳤다”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여전히 8:2인 현실에서 지방자치는 허울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재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정의 중앙 통제를 꼽았다. 다른 규제에 대해서는 개선이 한창이지만, 지방에 관한 예산 통제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 구청장은 “69개 자치구는 하나같이 재정자립도가 모두 반 토막 났다”며 “자체 돈보다 외부지원에 의존하게 되면서 국비 지원을 많이 받는게 높게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대로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지역에 알맞은 재정 운영, 자치사업을 할 수 없다”며 “부평구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재정자립도와 재정 자주도 모두 낮아지며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난 해결책으로 자주적인 재원 확보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간의 세목구조 개편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많은 국가사무가 지방사무로 이양된 만큼 재원 이전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또 50만 명 이상 대형 자치구의 재정부담이 더욱 가중되면서 지방자치법의 ‘대도시에 대한 특례인정’ 적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구청장은 “노인이나 영유아 수요가 집중된 부평구와 같은 자치구는 재정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며 “영유아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가사무에 대한 국고보조비율을 전액 또는 90%까지 확대하고, 실질적 재정 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앙이나 광역에 대한 재정의존도를 줄여 매번 사정하고 매달리는 지방자치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2015년1월9일
기호일보/박용준•김준구기자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894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