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현대문학사조』 여름호 원고
봄이 오는 방식
돌샘 이길옥
봄이라 해서 다 같은 봄이 아니다.
봄끼리도 시샘하고
시기하고
텃세도 한다.
바람과 까불며 오는 봄은
정원의 목련 꽃눈을 가지고 놀면서 시시덕거리고
땅속에서 추위와 힘겨루기를 하던 봄은
땅거죽을 불끈 들어 올리며 기지로 하품을 퍼내고
제비 날개를 타고 오는 봄은
빨랫줄에서 여인의 내의 속에 들어 질펀하게 군침을 흘리고
계곡의 봄은 얼음을 녹여 돌 밑 개구리의 잠을 깨우고
산등성이를 오른 봄은 마른 가지 끝에 걸터앉아
새싹에 입김 불어 넣기 바쁘고
봄은 자기 방식을 고집하며
놀놀한 자리 먼저 거머쥐고 몸풀기에 부산하다.
올봄도 화끈하겠다.
아내의 시 詩
돌샘 이길옥
냉장고 안에는
아내가 꺼내 쓰는
갖가지 언어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그것들은
아내가 끼니때마다 식탁에 쓰는
시의 재료들이다.
식구들의 입맛을 길들여 온
노련한 손놀림으로
다듬어 자르고
양념으로 곱게 주물러 버무리면
한 연이 마무리된다.
싱싱하고 새로운 비책으로
몇 개의 연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완성된 연을 접시에 담아
푸짐하게 차린 식탁은
아내가 공들여 써낸 한 편의 명작이다.
<이길옥 약력>
프로필
○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74), 교육자료 시 3회 추천 완료(75), 자유문예 외 5개 문예지 시 부문 등단.
○ 현)사단법인 광주시인협회 이사장.
○ 아시아 서석문학, 청암문학, 지필문학 신인상 심사위원, 사직도서관 시 창작 강의
○ 대한 문학세계 창작문학예술인상 대상, 한국문학신문 시 부문 대상 수상,
광주문학상, 설록차 문학상, 광주 시문학상, 광주예총 문화예술상 ,
아시아 서석문학상 대상 수상, 청암문학상 대상 수상, 2023 문학의 봄 올해의 작 품상 수상.
○ 시집 : 『하늘에서 온 편지』, 『물도 운다』, 『出漁』, 『아부지 아라리오』, 『엄니 아리랑』, 『웃음의 뒤쪽』,
『사람 읽기』, 『시가 살기 참 좋은 곳』, 『바보들의 저녁 식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