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디자인 하고 있었다. 밤마다 그곳에선 칼과 창의 정면이 바이러스처럼 번식하고 있었다. 전방에는 칼을 가는 예리한 사내가, 후방에는 창을 들은 뾰족한 누군가와 대치중이었다. 칼과 창은 서로 부딪히지 않지만 밤마다 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들리는 비명소리를 다 들을 수 없었다. 젖어 있는 밤을 보며 나는 방패를 들고 싶었다. 매일 밤 깃발은 양쪽 하늘에 떠 있었고 승전가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예고 없이 칼과 창이 부풀어 오르면 밤이 눈을 뜨지. 밤마다 수면이 거꾸로 세워져 있었다. 채찍질에도 정지한 밤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굴러가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밤들을 그녀는 깎고 또 깎고 있었다.
<시작노트>
40년 동안 근무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 심신의 휴식을 갖고자 했으나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퇴직을 3개월 앞두고 오른쪽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수술 후 불편이 없었는데 1년이 지날 즈음 왼쪽어깨 회전근개 부분파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직 후 병원 진료 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밤을 깎는 여자」는 밤마다 찾아오는 통증으로 밤이 두렵고, 밤을 깎아서라도 밤의 길이를 줄여 통증이 줄길 바라는 심정으로 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