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격투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타격계(입식격투)와 유술계(그래플링)가 그것이다. 이것은 무술에 있어서 기술이나 시합방식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타격계란 상대를 몸의 관절부분으로 상대를 가격하는걸 의미하며 바닥에서 엉켜싸우는 기술이 거의 없는걸 말한다. 반대로 유술계(동양적인 의미의고, 세계적으로 그래플링이라고 한다)는 상대를 메치거나 조르기,누르기 혹은 관절기를 사용하는 형태의 무술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종합기란 무엇인가? 모든 격투기가 타격혹은 유술로 나뉜다고 했지만,대부분의 무술을 살펴보면 타격뿐만아니라 메치기나 관절기를 함께 포함하는 무술이 많고,혹은 무기술까지 다루는 무술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무술들은 자신들의 유파를 종합무술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술유파가 시합을 할 때는 타격부문이라든지 그래플링이든지 어느쪽으로 룰을 나누어서 시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타유파와의 시합(이종격투)이라든가 발리투도(거의 모든 기술을 허용하는것)시합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화되고 국제화가 될수록 종합무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레슬링,복싱,태권도,무에타이등)
때문에 무술이 현대화 체계화되고 수십가지가 새롭게 창시되어진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엄밀한 의미의 종합격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다.왜냐하면 맨손무술에 있어서 종합기를 사용할 만한 시합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프로레슬링이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만한 시합이었고 격투기였지만,1925년 세계챔피언인 에드 루이스를 풋내기인 레슬러인 웨인맨이 이겨 버려 그 뒤부터는 프로레슬링이 리얼 파이트가 아닌 쇼로 취급되었다.(내기돈이 걸린 그시합은 갱이 배후조종했다고 한다)그것은 동양 프로레슬링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 메이저 격투시합은 복싱이 물려받게 되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판크라치온(복싱과 레슬링을 조합한 종합 격투로 수백년에 걸쳐 시합이 존재했다고 한다)이후 이종격투시합과 종합기를 부활시킨 불씨는 일본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 하나가 마에다 미츠요에 의해 근대유도가 브라질에 건너가 브라질 유술과 발리투도 시합을 만든 계기가 그것이고, 또 하나는 역도산(한국명 김신락)과 제자 안토니오 이노끼에 의한 일본내 프로레슬링 붐이 그것이다. 이노키는 70년대 중반 전설적 복서인 무하마드 알리와의 이종격투시합을 벌인후 일본에서 이종격투 시합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알려진다.
이노키에 의해 프로레슬링과 이종격투시합의 기반을 다진후 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쇼가 아닌 실전 종합격투를 표방한 프로레슬링단체인 판크라스와 슈토(修斗)가 창설된다. 판크라스(고대 종합격투인 판크라티움을 본딴거 같다)는 신일본프로레스에 있던 후지와라 요시아키와 후나키 마사가츠등과 함께 설립한 단체라고 한다. 후지와라는 는 스스로 후지와라 구미를 만들었고 93년 경 후나키 마사가츠와 스즈키 미노루 등 주력맴버들과 함께 판크라스를 만들었다.판크라스는 프로레슬링 뿐만아니라 가라데 킥복싱,쿵푸,쥬지추,삼보,유도등을 결합하여 화끈한 이종격투(펀치도입은 근래에 시작되었다)를 펼쳤고 일본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유럽등에 지부를 두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그후 판크라스는 켄 샘락 (Ken Shamrok) 바스 루텐등(BAS RUTTEN)등 걸출한 격투가들을 배출하며 국제적인 격투단체로 거듭났다.
슈토는 역시 프로레슬러 출신인 사야마 사토루가 만든 것으로 십년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슈토 시합은 판크라스보다 더 과격하며 현대적인 NHB (No Holds Barred - NHB) 경기의 룰과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사토 루미나나 엔센 이노우에등 일본을 대표하는 격투가들을 배출하였다.
이러한 이종격투시합은 일본뿐만 아니라 브라질, 유럽등에서 행해지기도 하였는데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가 활성화 되기 시작한건 1993년 UFC가 미국에서 시작된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UFC이후 여러 무규칙 격투시합이 창설 되었지만 UFC가 아직까지 NHB계에서 차지 하는 무게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기 UFC에서는 비교적 수준 낮은 선수들이 출전하였지만 그레이시 유술이라는 브라질 유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고 그 후 NHB에 대한 격투계와 사람들의 관심과 종합격투의 탄생을 알리는 시초였다고 생각한다.
UFC나 IFC,PRIDE등 NHB계의 시합과 시장이 커져가면서 격투인들은 고대 판크라치온 처럼 가장 오픈된 룰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격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실전성은 있지만 타격이나 테이크 다운,다리 굳히기등이 부족한 브라질 유술이나 서브미션(SUBMISSION굳히기)기술이 부족한 정통 레슬링계의 그래플링보다 좀더 NHB룰에 효율적인 종합기를 나름대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현재 NHB 시합에서 거의 대부분의 무술 유파가 참가했지만 승리를 얻는 격투기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크게 나누자면 슛파이팅과 서브미션레슬링, 그리고 브라질 유술계이다. 슛파이팅은 이종격투를 펼치던 프로레슬러들에게서 나온 형태인데, 복싱과 무에타이의 타격기와 서브미션을 혼합한 형태로 가장 NHB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고 승률도 높다. 두 번째가 변형 레슬링인 서브미션 레슬링으로 높은 수준의 선수층을 자랑하는 레슬링 출신들이 만들어낸 격투방식이다.서브미션에는 레슬링 말고도 여러 계층의 무술이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유술을 들면 NHB가 좀더 수준높아지면서 브라질 유술로만 승부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어져 가는 추세이고 브라질유술을 바탕으로 다른 무술을 혼합하는 격투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후아스 발리투도등이 그러한 예이고 브라질 격투인들의 대부분이 유술을 수련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킥복서 출신으로 그래플링을 도입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NHB격투는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복싱이나 킥복싱에 비해 대중적인 지명도가 떨어지고 폭력적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주류 격투시합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수층또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향상되어 간다지만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NHB시합만을 위한 프로격투인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고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협회나 단체도 드물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아직까지 NHB계 격투는 비주류 격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으로 제대로 소개된 적도 없는 UFC등의 시합에 관해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팬들이 있는 실정이고, 세계적으로 NHB격투의 위상은 더욱더 커지리라 본다.
쇼로 인식되기 전의 프로레슬링은 복싱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지명도와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모든 것을 허용하는 실전격투라면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NHB시합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한다면 대부분의 무술이 종합기로 변하거나 종합기만의 여러 유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다룰만큼 성장한 종합격투가 없으므로 몇가지만 본 홈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