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장, 公조직 이용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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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청장, 公조직 이용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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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동사무소 협의회’ 결성해 ‘선교복지’ 추진
30개 동장 회의 소집 “교회 참여 독려하라” 지시
불교계 반발있자 “내년초 寺洞협의회 발족하겠다”

기사등록일 [2006년 11월 24일 금요일]

서울시 성북구 서찬교 구청장이 행정조직인 동사무소를 이용 노골적인 선교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성북구는 9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의 종교단체와 관이 하나가 되어 이웃사랑 실천에 발 벗고 나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성북구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종교단체와 동이 ‘교(敎)-동(洞)협의회’를 구성했다. 또 교동협의회는 총 218개 종교단체가 종파를 초월해 자율적으로 참여했으며 30개 전 동에 설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교동협의회는 ‘서찬교 성북구청장의 아이디어’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교동연합회에 동참한 218개 종교단체는 모두 개신교 교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종파를 초월해 종교단체와 손잡고 복지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교회-동사무소 연합회’로 확인된 것이다. 또 교동연합회는 기안 초기부터 교회만을 대상으로 됐을 뿐 불교와 가톨릭, 원불교 등 다른 종교는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교동협의회의 설립 목적이 당초 선교에 있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성북구청 복지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교동협의회는 8월 7일 ‘구청장지시 2006-21호’를 통해 구성에 착수됐다. 이 공문에는 협의회 명칭을 ‘000동 교-동협의회’로, 구성을 ‘희망하는 교회와 동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추진방향’을 △관내 종교단체 중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교회를 우선으로 시범 구성 △관내 교회가 자발적으로 교동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 △교단협의회 구성은 교단, 교파에 구애 없이 자율적으로 구성 등으로 설정, 개신교 이외의 종교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서찬교 구청장은 이 같은 내용을 8월 22일 열린 동장회의에서 전달했고, 이 자리에서 “각 동은 관내 교회가 자발적으로 교동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했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같은 지시내용은 이날 회의내용을 기록한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 구청장의 지시에 각 동의 관계자들은 9월 한 달간 관내 교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교동협의회 동참을 적극 호소했고, 그 결과 성북구에 위치한 260여개의 교회 가운데 218곳(84%)이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각 동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관내 교회의 수와, 면담한 목사, 참여여부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지만 사찰, 성당, 교당 등 다른 종교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서찬교 구청장은 이에 대해 “개신교만으로 구성할 뜻은 전혀 없었으며 다른 종교도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선교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서찬교 구청장은 9월 22일 개신교의 한 인터넷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동협의회에 대해 “교회가 맞춤형 복지를 베풂으로써 그들에게 사랑이 전해지고 그것이 복음으로 연결이 되면 결국 우리가 말하고 있는 교회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복음사업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사실상 이번 사업이 ‘복지’를 선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교단’과 ‘교파’의 이유를 들어 다른 종교에도 문호를 개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단’과 ‘교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종교의 갈린 갈래’를 뜻하는 말로 교동협의회는 결국 개신교만으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명문화한 셈이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교동협의회의 ‘교’는 교회를 뜻하는 말로 불교계에 비슷한 시기에 ‘사(寺)-동(洞)협의회’ 구성을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교동협의회의가 개신교 교회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이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는 사동협의회를 반드시 발족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북사암연합회장 정수(내원사 주지) 스님은 “9월경 구청 관계자가 두 차례 찾아와 구두로 ‘교동협의회’를 설명하고 형식적으로 동참을 권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 한동안 잊고 있었다”며 “뒤늦게 문제가 발생하자 ‘사동연합회’ 운운하며 손을 내미는 것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의 경우 각 동별로 관계자들이 일일이 개별 접촉을 시도한 반면 불교의 경우 성북구에 170여 사찰이 존재함에도 사암연합회장 스님을 만난 것으로 불교의 동참을 요청했다는 해명은 구청장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한 해명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또 가톨릭과 원불교 등 다른 종교의 경우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교동연합회의 파장은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878호 [20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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