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앱 개발한 ‘유얼아이’
- “시각장애인 이동권 향상에 청신호가 들어오기를”
“내 교통수단은 BMW야. 버스의 B, 메트로의 M, 워크의 W!”
한때 이런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도심의 간편한 이동 수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스갯소리였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이동 수단은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흰지팡이 보행과 지하철 도우미 서비스 등으로 이동 편의가 많이 개선됐지만, 버스만큼은 탑승 및 이용 순위에서 언제나 낮은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82%가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꼽았을 정도다.
이러한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윤주연, 이현동, 송지은 등 세 명의 대학생이 팀 ‘유얼아이’를 결성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애플리케이션(앱) ‘버스스로’를 개발했다. 이 앱은 ‘2021 현대오토에버 배리어 프리 앱 개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현재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이용 가능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유얼아이 팀은 서경대학교 송지은, 성신여자대학교 윤주연(졸업), 세종대학교 이현동 등 3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버스스로’는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도와주는 앱입니다. 송지은 씨는 앱 기획과 화면 디자인을, 윤주연 씨는 안드로이드 앱 구축을, 이현동 씨는 카메라 기술을 통한 머신러닝 개발을 각각 담당했습니다. 우리 셋은 대학생 커뮤니티 앱에서 만났습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앱을 만들고 싶다’는 게 공통 목표였죠. 각자 취업 후에는 비즈니스 관련 앱 개발에 주력할 테니, 학생 신분일 때 공공 문제에 접근하는 앱을 만들어보자며 뭉쳤습니다. 때마침 현대오토에버에서 주관하는 배리어 프리 앱 개발 공모전이 열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Q 시각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일전에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시각장애인 버스 이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본 적 있습니다.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시각장애인이 버스 이용에 있어 불편한 점을 살펴보니 “버스가 도착한 것은 알아도 정류장 어느 지점에 서는지 알기 어렵다”, “승차하는 문 위치를 알 수 없어 탑승할 때 주저하게 된다” 등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사용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였지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앱을 개발하기로 했고, 약 8개월에 걸쳐 설문조사, 앱 개발, 피드백 등을 진행했습니다.
Q. ‘버스스로’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A.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각장애인 스스로 버스를 이용하도록 돕는 앱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버스스로는 GPS를 통해 이용자 기준으로 근처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이용자가 탑승하려는 버스의 번호를 선택하면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스가 몇 정류장 앞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버스의 노선도도 볼 수 있고요. 이용자가 앱에서 카메라를 켜 도로변을 비추면 탑승하려는 버스가 도착할 때 소리와 진동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버스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소리나 진동이 강해집니다. 너무 어둡거나 역광 때문에 카메라가 버스 번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에는 ‘버스 번호판’을 이용해 기사님에게 탑승 의지를 알릴 수도 있습니다. 액정에 버스 번호판이 네온 글씨로 표시되는 방식인데,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이용자로부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우리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맙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하차할 때에도 카메라 기능으로 벨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앱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시각장애인 학생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진행하면서 피드백을 부탁했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기관의 자문도 받았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으로 앱을 개선했는데, 가령 처음에는 하차 벨을 포착하면 소리나 진동이 울리게 했으나 그 기능만으로는 하차 벨의 위치를 찾기 어려워 동서남북과 중앙을 안내해 방향까지 알려주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버스 번호판’ 기능은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 버스업체인 북부운수(주)를 여러 차례 방문해 기사님들의 생생한 의견을 직접 들었습니다. 앱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많이 늘어나면 해당 공공기관도 만날 예정입니다.
Q. 비장애인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겠습니다.
A. 시각장애인 관련 앱은 모두 찾아봤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물의 형태와 색상 등의 정보를 지원하는 ‘설리번플러스’,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일상을 지원하는 ‘비 마이 아이즈’, 시각장애인에게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지아이 플러스’ 등 다양한 앱이 있더라고요. 이러한 앱이 이용자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했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연구했습니다. 각 메뉴 화면마다 분홍이나 노랑 등 색상을 달리해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점, 검은색 화면이 표시되는 배색 활용으로 약시나 저시력자를 배려한 점, 간결하고 깔끔한 매뉴얼로 접근성을 향상한 점 등을 파악했죠. 시각장애인을 다방면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Q.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도 앱의 확장성입니다. 앱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서울시 관할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돌며 팸플릿을 나눠주고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버스스로’는 서울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만 구동됩니다. 버스 정보도 출발지와 도착지가 전부 서울시라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조만간 이용 지역을 경기도와 인천,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서버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A. ‘진정한 기술은 나의 득실이 아닌 사용자를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버스스로를 이용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메일(bussro.official@gmail.com)로 의견을 보내 주십시오. 버스스로가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에 마중물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 통권 178호에서 발췌
첫댓글 <버스 탑승>의 불편함이 언젠가 <편함>이 되기를. 이런 사례들이 그 단초가 되겠죠?
조금씩 조금씩 좋아 지겠죠.
기도 만으로는 이루기 힘들죠.
모두가 깨어 있어야 귀 기우려 줍니다.
권리를 찾기 위함은 일심단결 만이 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