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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아름다운 소녀 시검은 말을 이었다. [철위 십이기의 말에 의하면, 귀의 공손수 그 녀석은 금성 정무심이 자 기에게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라고 말했다네. 그는 괴챤한 습관을 가지 고 있는데, 진료실에서 일을 벌이거나 환자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한다 는 것이었네... 귀의 공손수는 무림에서 명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궁주 는 그 일로 잠시 망설였는데, 바로 그 때 홍의라마가 그곳에 도착했다 더군.] 쾌취소장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불쑥 끼여들었다. [그 라마는 바로 그 서장에서 온 단주활불이지.] 시검은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당시 궁주는 라마가 서장의 으뜸가는 고수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단주활불 역시 궁주가 정무심을 데려가 지 못하도록 나섰다는 것이었네. 그리하여 궁주께서는 분노해서 손을 쓰게 되었다고 하더군...]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뜻밖이지. 궁주의 뇌정칠식(雷霆七式)으로도 단주활불을 죽이지 못했다네. 그런데 철위 십이기의 말에 의하면 그 단주활불이 연마한 것 은 서장의 천룡신공(天龍神功)으로쌍방이 싸웠으나 무승부를 이루게 되었다네. 그 때 철위 십이기가 명을 받들고 일제히 손을 써서 정무심 을 잡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방안에서 벽력과 같은 호통 소리가 들리 고 한 명의 키가 팔 척이나 되고 몸에 핏빛의 붉은 장포를 걸친 중년의 사내가 달려 나왔다는 것일세.] 고검남은 온 몸과 얼굴 표정을 흠칫했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시검 이 그 홍의 대한의 이름을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시검은 그것을 모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홍의 대한의 체구는 우람하고 마치 흉신 악귀처럼 달려나오는 바람 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더군... 철위 십이기 의 말에 의하면 그 순간 귀의 공손수가 소리쳤다네. 그 홍의 대한에게 손을 쓰지 말라고 했다네. 그러나 그 홍의 대한의 동작은 신속하기 이 를 데 없어서, 그저 붉은 그림자가 번쩍하게 되었을 적에 두 명의 철위 가 이미 쓰러졌다고 하더군.] 쾌취소장은 혀를 내둘렀다. [아! 정말 대단하군.] 시검은 언짢아했다. [소장, 네가 이야기해라. 나는 자꾸만 남에게 내 말이 중단되는 것이 싫 다.] 쾌취소장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주반자가 소리를 내질렀다. [너는 저만치 물러가 있어!] 아마 그 자신도 듣고 그 이야기에 홀려서 다른 사람이 나서서 시검의 이야기를 중단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쾌취소장은 울상을 지으며 도움을 청하듯 고검남을 바라보았다. 그러 나 고검남은 이 때 모든 정신을 시검에게만 쏟고 있었고 숫제 소장의 도움을 바라는 눈빛을 볼 수 없었다. 쾌취소장은 별수 없이 고기 비늘을 벗기러 그 자리를 떴다. 시검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 홍의 대한은 일격에 궁주가 애써서 훈련시킨 철위 두 사람을 쓰러 뜨리게 되었으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 하 더군. 따라서 정무심을 에워싸고 있던 철위들은 즉시 흩어지게 되었다 네. 이 때 단주활불은 더욱 놀란 듯 그 홍의 대한을 발견하자 그만 안 색이 크게 변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는군. <앗, 고형...> 하면 서...] 이 한마디의 말은 그럴싸해서 고검남의 뇌리에 단주활불의 깜짝 놀란 표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단주활불의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궁주님은 이미 파뢰추(破雷錐) 삼초를 펼쳐, 대뜸 단주활불을 때려 날아오르게 만들었는데...] 주반자는 발을 굴렀다. [아! 고수가 서로 대결하는 마당에 털끝만치라도 정신을 팔아서야 되겠 는가!] 시검은 말을 이었다. [궁주의 파뢰추가 한 번 펼쳐지면 정말 바위를 박살내는 위력을 나타내 지. 그 홍의 라마도 그만 얻어맞고 이장 밖으로 나가 떨어져서 일어나 지 못했다는군. 궁주는 파뢰추가 효과를 거두자 대뜸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렸는데, 뜻밖에도 그 홍의 대한은 잇달아 다섯 사람에게 상처를 입 힌 후 갑자기 몸을 날려 궁주에게 달려들었고, 몸이 허공에 떠 있는 상 태에서 소맷자락 속에 숨겨 두었던 왼손을 갑자기 떨쳐냈는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큼지막한 손에 겨우 엄지손가락 하나만 남아 있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모조리 잘려 나간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더군...] 고검남은 더 의심하지 않았다. 속으로 크게 흠칫했고 아버지! 하고 외 치고 싶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맴돌았으며 하마터면 밖으로 내뱉을 뻔했 다. 그는 위대한 아버지가 위풍당당하게 혈지도(血指刀)의 신공을 펼쳐 적 에게 깊은 상처를 내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일시 그의 가슴속에는 감격과 충격과 희열, 그리고 흐뭇한 여러 가지 복잡한 정서로 가득 메워지게 되고 대뜸 눈물을 글썽였다. 시검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뾰족하고 예리한 파공성을 듣자 후닥닥 몸 을 돌리면서 두 주먹을 쳐들고 호신강기(護身强氣)를 내쏟았다더군.] 주반자는 긴장되어 불쑥 입을 열었다. [궁주의 금루강기(金樓强氣)가 한 번 뻗쳐 나게 되면 그 홍의 대한도 틀림없이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군.] 시검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주숙, 이번에는 잘못 맞추었소.] 주반자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란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니? 설마 궁주의 금루강기마저도...] 시검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나직이 말했다. [쉿, 누가 듣겠소. 철위 십이기가 나에게 알려준 바에 의하면, 홍의 대 한이 엄지손가락이 찍어누르는 기세는 마치 한 자루의 붉은 검이 금실 로 얽어서 만든 그물을 뚫는 것처럼 궁주의 가슴팍을 찔렀다고 합디 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궁주는 크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면서 잇달아 다섯 걸음을 물러서서야 가까스로 설 수가 있었는데...] 주반자는 찬 기운을 들이 마셨다. [그 사람은 정말 무섭군!] 시검은 그 말을 받았다. [이야기에 의하면 궁주는 그 당시 얻어맞아 피를...] 그러다가 그는 고검남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놀라 물 었다. [소형제, 왜 그러는가?] 고검남은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나는 그 죽어버린 철위들을 불쌍하게 생각되어 그만...] 주반자는 칭찬의 말을 했다. [소고는 정말 인정이 많은 소년이야. 이 뚱보는 이와 같은 소년을 가장 높이 평가하지...] 그는 슬쩍 말머리를 돌렸다. [시검, 자네는 반나절 동안 이야기했는데 도대체 그 홍의 대한이 누구 라는 것이냐?] 시검은 대답했다. [주숙은 홀로 화산으로 올라가 매화상인에게 도전했던 그 혈수천마를 기억하시나요?] 주반자는 탄성을 발했다. [아! 원래 궁주와 함께 나란히 명성을 떨쳤던 혈수천마 고명원이었군. 그러니까 그렇지...] 고검남은 주반자가 부친에 대해서 크게 칭찬을 하자 속으로 무척 기뻤 다. [혈수천마는 정말 대단하군요!] 시검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소형제, 자네의 담력이 엄청나군! 그런 말을 하다니, 다행히 공자가 이 곳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막 거기까지 말하게 되었을 때 문 밖에서 그 누가 큰소리를 불렀다. [시검 형, 공자께서 부르고 있소! 어딨소?] 시검은 대답했다. [패현(佩鉉)이 왔군. 공자가 아마도 나를 부르고 있는 모양이지? 주사 부, 나는 가 보겠소. 공자가 분부한 일 잊지 마시오!] 주반자는 웃었다. [내가 어떻게 잊겠나?] 시검이 주방의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다른 한 명의 몸에 노란 장삼을 걸치고 생김새가 퍽 준수한 소년이 들어왔다. [시검 형, 매소저가 이미 궁 밖 십여 리쯤 떨어진 골짜기에 도달했다는 구려. 첫 번째의 관문에서 이미 신호를 보내 와 공자를 빨리 그곳으로 오시라고 해서...] 시검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아! 매소저가 이토록 빨리 오셨나?] 그는 패현을 데리고 총총히 주방에서 떠나갔다. 고검남은 그들이 떠나가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도 지금 기뻐해 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충격과 놀람은 웃거나 우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그는 망연히 주방 입구를 바라보았으며 뇌리에 무수한 의문이 떠올랐 다. 그리고 모든 상념은 혈수천마의 부활과 영남유객을 격패시킨 사실 에 맴돌았다. 끝내 그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 수 없다. 나는 반드시 아버지를 찾아 낙양 으로 달려가야 한다. 귀의 공손수가 무림에서 그처럼 커다란 명성을 지 니고 있다면 낙양에 가게 되었을 적에 틀림없이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면 나는 바로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지. 아, 아버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약간 후회하는 마음이 되었다. 석달 전에 귀의 공손수가 있는 곳에서 그토록 목숨을 걸고 도망쳐 나왔던 것은 소 무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그가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그 누가 어깨를 쳤 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주반자가 등뒤에서 웃고 있었다. [소고,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 어째서 내가 불러도 듣지 못 하느냐?] 고검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을 뿐이에요.] 주반자는 그 두툼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그윽한 눈길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에게 감출 필요가 없다. 중요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 토록 넋을 잃고 내가 곁에서 하는 말까지 듣지 못할 리 있겠느냐?] 고검남은 억지로 웃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녜요. 저는...] 주반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음! 나이 어린 아이는 함부로 사람을 속이려고 해서는 아니 된다. 소 고, 너는 어떻게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고 드느냐?] 고검남은 얼굴을 붉혔다. [정말 아무것도 아네요. 나는 다만 조금 전에 시검이 한 말을 생각했을 뿐이에요. 궁주를 뵈온 적은 없으나 그의 무공이 틀림없이 고강하리라 고 믿어요. 그런데 남에게 졌다니 너무나 뜻밖이라서...] 주반자는 물끄러미 고검남을 바라보았다. [높은 산보다 더 높은 산이 있느니라. 강호에서 그 누구도 제일 고수라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패배를 당할 수 있다. 고명원이 강호에서 혈수 천마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심보가 악독하고 손이 맵고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가 정무심과 손을 잡고 공격해 온다면 우리 궁주가 질 수밖에 더 있느냐?] 고검남은 변명했다. [아니에요. 내가 아는 혈수천마는 결코 아저씨가 말씀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에요. 그 분은 인자하고 온화해서 어떤 사람에게도 인정으로 대하 지요. 다만 강호의 많은 악인들이 그 분에 대해서...] 거기까지 말했다가 그는 자기가 지나친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 고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주반자는 줄곧 미소를 띄고 물끄러미 고검남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때 고검남이 갑자기 말을 멈추자 물었다. [어째서 계속해서 말하지 않지?] 고검남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별로 말할 것도 없어요. 저는 강호의 소문을 믿지 않아요.] 주반자는 껄껄 웃었다. [하! 하! 하! 너는 어떻게 혈수천마가 강호의 소문처럼 악랄하고 엄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느냐? 그리고 또 무엇을 보고 그가 인자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지?] 고검남은 그 두마디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는 어떻게 말 해야 좋을지 몰라 더듬거렸다. [저는... 저는...] 주반자는 그 조그만 눈동자에서 매서운 광채를 쏟아내며 무거운 어조 로 물었다. [혹시 너는 그와 함께 지낸 적이 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너와 어떤 친척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냐?] 고검남은 속으로 당황해서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그 분은 나와 무슨 친척 되는 사람이 아니고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리고 나는 그와 함께 지낸 적도 없어요.] 주반자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주방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고검남을 잡아 끌며 웃었다. [소고, 나를 따라오너라. 너에게 할 말이 있다.] 고검남이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주반자는 그를 끌고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석달 동안 그는 주반자와 지극히 잘 지내고 있었다. 물론 그는 한 번 도 그 조그만 문을 지나 뒤쪽으로 가본 적이 없었고 또한 금루궁이 어 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종종 주반 자가 거처하고 있는 조그마한 방으로 가본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주반자가 전수해 준 무극심법(無極心法)과 기본적인 태극삼수(太極三手) 를 전수 받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주반자를 따라 소로를 걸어 대나무 밭을 거쳐서 주반자가 살고 있는 방안으로 들어섰을 적에 그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 았다. 다만 어떻게 주반자에게 자기 말속의 잘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잘 설명할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주반자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서는 그 뚱뚱한 몸을 커다란 의자에 묻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고, 앉아라. 너무 긴장할 것 없다. 나는 결코 너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고검남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았다. [제가 천하에 어떤 사람도 믿지 않는다 해도 아저씨가 저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한마디는 무척 진지했다. 주반자는 감동해서 손을 내밀었고 고검남의 손을 쥐었다. [나는 네가 그와 같이 나를 믿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나를 그 렇게 신뢰하고 나를 너의 참된 친구로 봐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그는 두 눈에 격동된 빛을 띄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네가 고명원 대협의 공자인지 아닌지 알려주지 않겠느냐?] 고검남은 주반자에게 감출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명원은 바로 저의 가친이십니다.] 주반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내 짐작이 틀림이 없군. 너는 바로 고대협의 공자였군...] 그는 느릿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의 본명도 고남이 아니겠군!] 고검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초는 고검남이라고 합니다. 아저씨께 예전에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주반자는 웃었다. [당신 나는 너를 보게 되었을 적에 퍽 의심했었지. 그 줄기줄기 뻗쳐 있는 곤륜산맥 가운데에서 어떻게 우리가 천막을 치고 있는 곳까지 오 게 되었을까 하고 말야. 나중에 너의 태도나 표정을 보니 전혀 거짓말 은 아닌 것 같고, 또 내가 처음 너를 만나자마자 좋아하게 되어서 다그 쳐 묻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가 그 황량한 절간에서 정무심을 발 견하게 되었을 때에야 나는 너의 비범함을 알아 차렸지만 줄곧 참고서 묻지 않았고 또한 궁주나 어떤 사람에게도 들먹인 적이 없다. 내가 볼 때 네가 무공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무림 명가의 자제같지는 않더란 말 이야. 그래서 속으로는 내 짐작이 맞는지 안 맞는지 단정을 할 수가 없 었지.]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 혈수천마 고대협이 갑자기 나타난 소식을 들은 후 얼굴 표정이 별안간 변하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네가 틀림없는 고대협 의 아들이라는 것을 단정할 수가 있었지. 하지만...]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혈수천마 고대협에게 한 외동아들이 있지만 두 다리가 불구란 소 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 고검남은 자기가 부친을 따라 무당으로 갔었던 일과 그 이후의 사정을 대략 이야기했다. 물론 어떤 것은 감추어야 하기 때문에 주반자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주반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탄식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 어린 나이에 자네가 그토록 기구한 일을 당하다니 정말 뜻밖이군. 아마 내가 너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정말 믿지 못했을 것이 다.] 고검남 역시 감개무량해서 입을 열었다. [저는 결코 운명을 원망하고 싶지 않지만 운명이 저에게 너무 혹독했지 요.] 주반자는 고검남의 말을 듣고 경이롭게 여겼다. (이 아이는 나이가 어리지만 말하는 것은 정말 의젓하구나. 마치 산전수 전을 다 겪은 중년인 같구나.) 그는 물끄러미 고검남의 그 영기발랄하고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느 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주반자는 무슨 글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옥은 갈고 닦아야 만 아름다운 그릇이 되고 무쇠는 천만 번 망치로 때리고 수백 번 불에 달구어야 강철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장래에 틀림없이 훌륭한 일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너와 같은 사람은 결코 남의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니지.] 그는 빙그레 웃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주반자는 한평생 언제나 남의 밑에 있어야 할 사람이며 영원히 남 보다 뛰어날 일이 없겠지...] 고검남은 격동되어 말했다. [제가 장래에 남보다 뛰어나게 될 때 결코 아저씨를 잊지 않을 것입니 다.] 주반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소형제, 그렇게 나를 부르지 말게. 나는 자네보다 겨우 열 몇 살 더 헛 먹었을 뿐이고 십여 년의 밥을 더 많이 먹었을 뿐인데 그게 뭐가 대수 겠는가? 차라리 자네가 나를 형으로 인정하는 것이 좋겠구나!] 고검남은 말했다.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아저씨의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고 또 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신데 그렇게 부를 수는 없죠!] 주반자는 대답했다. [이 주반자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 보았나? 영존이신 고대협과 비교해 본다면 실로 천지 차이가 난다네. 그런데 내 어떻게 자네의 어른으로 자처할 수 있겠는가?] 그는 고검남의 고집센 얼굴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좋아! 우리는 그 문제를 논하지 않도록 하세. 검남, 내 자네에게 묻겠 는데 자네는 혹시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고검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낙양으로 아버지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훗날 그 어르신이 저를 위해 모든 것을 안배해 주실 겁니다.] 주반자는 말했다.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하네. 어찌 되었건 자네가 나를 따라 금루궁으 로 온 사실을 주방의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이고 궁안에서는 오직 시검 만이 알고 있네. 공자는 돌아온 후에 내궁(內宮)에서 조섭하고 있었고, 궁주께서는 한 번 출타하셨다가 석달 남짓한 시간이 지난 후 어제 겨우 돌아오셨으니 그 분들은 자네를 모르네. 자네가 지금 이곳에서 떠나는 데 어떤 어려움도 없을 것이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언제쯤 떠날 생각인가?] 고검남은 대답했다. [저는 지금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낙양으로 날아가고 싶은 심정입니 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떠날까 합니다.] 주반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토록 서두를 줄은 몰랐군. 하지만 그것도 좋겠지. 이곳은 자 네가 결코 오래 머물 곳이 못돼. 나는 자네가 이번 길에 편안하기를 바 라겠네. 그리고 훗날 반드시 강호로 나가서 자네를 찾겠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그 누가 불렀다. 주반자는 대답을 하고 다시 말했다. [쾌취소장이 부르고 있는데 어떤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 자네는 잠 시 나를 기다려 주게. 내 달리 또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고검남은 대답했다. [저 역시 옷을 좀 챙겨야겠습니다.] 주반자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돌아온 후에 챙기도록 하게. 나는 자네에게 줄 물건이 있네.] 그리고 나서 그는 총총히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고검남은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한 장의 녹두 같은 조그만 눈동자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격동되어 역시 쫓아 나갔다. 문 밖에 서서 바라보니 주반자의 뚱뚱한 뒷모습이 대나무 뒤쪽으로 사 라지고 있었다. 그는 부르고 싶었으나 꾹 참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한 대나무 잎을 바라보며 생각했 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사람을 겉모양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예 전에 내가 만난 기씨 아저씨도 그랬고 지금의 주반자 아저씨도 그렇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은방울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봐! 영주(靈珠), 이 뒤쪽에는 누가 살고 있지? 저 숲을 보라고. 얼 마나 아름다운가. 가서 구경을 해봐야지.] 다른 한 사람이 그 말을 받았다. [매(梅)소저, 그 뒤는 주방과 하인들이 거처하는 방이에요. 소저는 천금 같은 귀한 몸인데 어떻게 그곳으로 갈 수 있겠어요? 어머나! 소저! 문을 열지 말아요. 나중에 공자께서 저를 나무라실 거예요!] 고검남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니 주반자가 거처 하고 있는 조그만 뒤쪽의 높다란 담가의 금루궁 후원으로 통하는 조그 만 철문이 열렸다. 이 조그마한 철문은 평소에 음식을 나르기 위해 사용했던 것인데 주방 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열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고검 남도 그 쪽으로 건너가 본 적이 없었다. 쾌취소장은 후원에 가산이나 누각 그리고 정태수사(亭台水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방에 기화이초들을 두루 심어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으나 고검남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때 문을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즉시 호기심이 생겨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얀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한 가냘픈 몸이 문 저쪽 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나이가 열 너 댓 살쯤 되고 머리를 높다랗게 따올린 소녀였다. 머리 위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거리는 옥잠을 꽂고 있었고, 몸 에는 하얀 치마 저고리를 입었으며 발에는 하얀 바탕의 꽃을 수놓은 베 신을 신었다. 그 소녀의 눈동자는 추수와 같았고 얼굴은 부용꽃을 연상시켰는데 오 뚝 선 콧날과 버들 같은 눈썹, 거기다가 붉은 입술... 나이는 아직 어렸 지만 그야말로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절세의 미녀였다. 고검남은 그녀를 발견하자 그만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그 소녀의 모습 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녀의 추수와 같이 맑고 동그란 눈동자가 놀랍고 의아하다는 듯 자기를 주시하는 시선과 마주치게 되자 그만 가슴이 뛰 는 것을 느끼고 얼른 머리를 돌렸다. 그 소녀는 문을 열어 젖히고 발로 문지방을 막 넘어서게 되었을 적에 고검남이 뒷짐을 진 채 자갈을 깐 소로 위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었다. 그녀의 그 새까만 눈동자는 고검남을 바라보는 순간 즉시 놀람과 의아 하기 이를 데 없다는 빛을 쏘아 내며 물끄러미 고검남의 얼굴을 바라보 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상대방의 그 준수한 얼굴에 한 가닥의 홍조가 떠오르 는 것을 보자 그녀 자신도 그만 복사빛으로 얼굴이 변해서 시선을 돌리 기는 했으나 곧 재빠르게 다시 시선을 옮겨 자기도 모르게 물끄러미 고 검남을 바라보았다. 눈길을 다시 돌리게 되었을 적에 그녀는 이미 고검남 역시 얼굴을 돌 리는 것을 보게 되었고 네 가닥의 눈길은 즉시 허공에서 엉켰다. 그 소녀는 두 뺨에 일말의 복사빛을 떠올리며 약간 뾰로통해져서 입을 열었다. [영주, 저 사람은 누구냐? 어째서 저렇게 예의가 없지?] 그 백의의 소녀는 두 뺨을 빨갛게 물들이고 입가를 살짝 치켜올리니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고검남도 근소소를 만나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성숙한 아름다 움이고, 아름다움 속에 요염한 빛이 서려 있어서 고검남과 같은 어린애 가 높이 사는 그런 류가 아니었다. 그런데 백의의 소녀는 마치 새벽별이나 아침 햇살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근소소의 그와 같은 황혼녘의 아름다움과 달랐다. 이와 같이 순결하고 우아하며 고결한 아름다움은 바로 고검남과 같은 또래가 가장 높이사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눈길은 그 분홍빛 두 뺨에 못 박혔으며 깊고 그윽한 바다와 같은 눈동자에 푹 빠져 일시 그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었 다. 그러다가 잇달아 은방울 굴리는 듯한 말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게 되 었을 때야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대뜸 얼굴이 귀밑까지 붉어지고 말았 다. 그가 얼굴을 돌리기도 전에 철문 옆에 파란 그림자가 번쩍 하더니 머리 를 쌍갈래로 늘어뜨리고 몸에 녹색의 비단 장삼을 걸친 소녀가 후원에 서 걸어 나왔다. 그는 고검남을 발견하자 약간 어리둥절해지더니 의아한 어조로 물었 다. [어! 너는 누구니?] 백의의 소녀 역시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영주, 너도 모르는 사람이냐?] 영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궁에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백의의 소녀는 웃었다. [그렇다면 이상하구나. 여느 사람들이 어떻게 이 금루궁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 조금 전 너의 공자께서는 금루궁이 금천철벽이라고 큰 소리치며 여느 사람들은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대뜸 그 말을 뒤집는 사람이 있지?] 영주는멍하니 고검남을 바라보았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쇤네는 궁안에서 저와 같이 잘생긴 소년을 본 적이 없어요.]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머리를 돌렸다. [어쩌면 새로 궁안으로 들어온 하인인지도 모르겠네요. 주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우리는 몰라요.] 백의의 소녀는 고검남을 곁눈질했다. [네가 가서 그에게 물어 보아라. 어째서 감히 나를 노려보느냐고?] 영주는 속으로 묘한 질투심이 솟아올라 매섭게 고검남을 노려보았다. [흥! 저 녀석은 매우 당돌하군요. 만약 공자께서 보셨다면 그의 개 같은 눈을 뽑아 버렸을 거예요.] 백의의 소녀는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지 말고 그에게 몰어보렴. 어쩌면 그는 궁안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잖아? 그의 모습을 보건대 결코 하인 같지 않으니 그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말아라.] 영주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서 입을 열었다. [이것 봐, 당신은 누구지? 이곳에서 무엇 하는 거야?] 고검남은 그 영주라는 소녀가 눈살을 찌푸리고 마치 추궁이라도 하듯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아차! 하고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그는 단장곡에서 절름발이인 소녀의 지팡이에 공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노비 소녀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 대뜸 그 소녀를 떠올리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반걸음을 물러서서 말을 더듬거렸다. [나는... 나는...] 영주는 얼굴을 굳혔다. [뭐가 나는 나는이야? 도대체 너는 누구야?] 고검남은 마음을 진정했다. [불초는 고남이라고 하며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소!] 그가 말을 멈추자 그 백의의 소녀 입에서는 나직이 어!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가냘픈 한숨 소리가 그녀의 고운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 탄식 소리는 그렇게 가냘폈으나 고검남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대뜸 그의 안색이 변했으며 칼로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철이 든 이래 사람들이 병신이 된 다리에 대해서 애걱히 여기는 한숨 소리를 들었지만 태연히 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를 알뜰살뜰 보살펴 주는 부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친의 사랑은 충분히 그의 열등감을 메워 주었으며 그는 가슴을 편 채 그를 위해 한숨 쉬는 사람들을 마주 바라볼 수 있었고 속으로 조금 도 괴로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우연히 단장곡으로 들어가 그 절름발이 소녀의 고약한 소리도 듣 긴 했지만 털끝만치도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백의의 소녀의 가냘픈 한숨 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 것이었다. (내가 이토록 초라한 것을 보고 그녀가 업신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 지. 아! 내가 멀쩡하게 방안에 앉아 있을 것을, 어째서 이렇게 나와 남 의 비웃음을 받아야 하나!)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는 격동된 감정을 부둥켜 안고 다시 그 백의 의 소녀를 한 번 쳐다볼 용기도 갖지 못한 채 몸을 돌려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영주는 약간 어리둥절해서 불렀다. [이것 봐! 너는 무엇 하자는 것이야? 나는 너에게 또 물어 볼 말이 있 단 말이다.] 고검남은 못 들은 척 하고 발걸음을 빨리 해서 대나무 밭으로 들어갔 고 대나무 밭에 나 있는 자갈 깔린 소로 위를 걸었다. 영주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며 불렀다. [이것 봐! 고남, 게 서라!] 백의의 소녀는 미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무례하게 물을 수 있느냐? 그는 틀림없이 내가 그를 조롱하고 있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나는 다만 그와 같은 인재가 주방 같은 데서 허드렛일만 해서는 안된다고 여긴 것인데 그는 자격지 심을 느낀 것 같다.] 영주는 입술을 뾰루퉁히 내밀고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매소저, 그런 사람은 너무 추켜줄 것 없어요. 저런 사람은 타고난 종놈 이에요.] 백의의 소녀는 꾸짖었다. [영주,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그와 같은 사람도 기회만 주어지면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검남은 그윽한 대나무 밭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주고받는 말을 모조리 똑똑히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백의 소녀가 그를 위해서 변명을 해주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영주라는 계집애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언젠가 나는 너희들에게 타고난 종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테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주방 입구에 이르렀는데 마침 안에서 나오던 주반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고검남이 주방으로 되돌아 온 것을 보고 의아한 얼굴이 되어 물 었다. [소고, 자네는 어째서 또 주방으로 돌아왔는가?] 그는 고검남의 약간 멍청해진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 누구에게 화를 내는것인가?] 고검남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웃었다. [저는 마음이 무척 번거롭군요. 이곳에서 아저씨와 너무 오래 지냈기에 저는...] 주반자는 소리내어 웃었다. [하! 하! 하! 약간 섭섭하지? 사실 이 주가도 널 떠나 보내기가 여간 아 쉽지 않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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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