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날들
참의공파 31세손 향인 김회직
하고많은 날들 중에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행복해 하는 때가 몇 날이나 될까? 젊어서는 나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내게서 행복을 구하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식에게로, 또 손자손녀에게로 기대치가 넘어간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다.
10월 어느 화창한 날, 종로구 혜화동에 자리한 서울과학고등학교를 구경삼아 찾아갔다. 세계인류에 공헌할 창의적 융합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공립과학영재학교란다.
“깜빡이를 켜세요. 1학년 왼쪽 등, 2학년 오른쪽 등, 3학년 비상등”이라고 쓴 하얀색 안내판이 운동장 입구에 세워져 있다. 자원봉사를 나온 어머니들이 손가락신호를 해가며 속속 들어오는 차량들을 학년별 주차공간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전교생 모두가 일요일 오후 입실, 금요일 오후 퇴실이라는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다. 매주금요일 퇴실시간이 가까워오면 자녀를 데리러온 학부모 차량들로 술렁인다. 복작거릴 만도 한데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질서가 정연했다. 자랑스러운 자식을 두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눈인사를 주고받는 표정부터가 부드럽고 밝아보였다. 오후 3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씩을 들고 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 집 맏손자 얼굴도 보였다. 해맑게 웃고 있지만 큰 가방을 끌고 오는 모습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11월 16일, 손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킬러문항을 배제했다지만 높은 난이도 때문에 수험생이 느끼기에는 역시 불수능이었단다. 수능을 치른 10여일 후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와 카이스트로부터 수시 1차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전공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다며 2차 면접시험은 카이스트에만 응시했다.
12월 8일 수능성적이 발표되었다. 전과목만점자는 실제응시학생 444,870명 중 단 1명뿐이었다. 까다로운 문항 때문에 애를 먹었다는 국어과목에서 몇 점을 더 놓쳐 많이 아쉽기는 해도 손자의 성적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전 과목 1등급으로 표준점수, 백분위점수 모두 상위권에 속했다.
12월 13일, 초등교사 임용고시 1차합격자를 발표했다. 모집인원 수가 대폭 줄어든 서울의 경우 경쟁률이 4.48:1이었다. 서울교대 4학년생인 우리 집 장손녀로부터 “1차 붙었어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장하다 우리 손녀, 고맙다 우리 손녀딸” 너무 기쁘고 고마워서 곧바로 그렇게만 답신을 보냈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2차 시험은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년 1월 10일과 11일 양 이틀에 걸쳐 교직적성 심층면접, 수업능력평가, 영어수업실연, 영어면접으로 치러진다고 했다. “2차도 붙었어요.”라는 소식을 꼭 듣고 싶다.
12월 15일, 맏손자가 카이스트에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이 왔다. 너무나 기뻤다. 마냥 흐뭇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2017년 큰 외손자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 2020년 장손녀 서울교대 입학, 작은 외손자 연세대 경영학과 입학. 2021년 중학교 2학년으로 조기 졸업한 맏손자 서울과학고 입학. 2023년 작은손녀 숙명여대 신소재물리학과 입학, 막내손자 서울고 입학 등 황홀하도록 기쁜 날이 아니었던가.
2024년 2월 2일 맏손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합격, 장손녀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고시 2차 최종합격 소식이 날아온 그날은 하루 종일 들뜬 기분이었다. 이렇듯 가슴 울렁이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게 무슨 복이 많아 분수 넘치는 호사를 연거푸 누리게 되는지 그저 어리둥절하고 감격할 뿐이었다.
발표 날이 가까워올수록 매번 안절부절 마음 졸이는 것이 전부였을 뿐 고작해야 얄팍한 합격 축하금 봉투를 건네주는 일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하기만 했다.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남았다. 수시 합격한 카이스트, 그리고 정시로 합격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두 학교 중 어느 한곳을 택하는 일이다. 물론 당사자인 손자의 뜻에 따라야 할 테지만 엄연한 가정사이기도 하니 가족의 공통된 의견을 모아보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자식이 주는 기쁨보다 손자손녀로부터 받는 기쁨이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내리사랑 때문인가? 자식자랑은 왠지 조심스럽다. 그러나 손주자랑은 오히려 거리낌이 없고 떳떳하다. 손주자랑이 곧 자식자랑일 텐데도 말이다.
앞으로 누가 또 어떤 일로 기억하고 싶은 날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자기 갈 길을 열심히 가주었으면 좋겠다. 성실한 삶이야말로 미래를 약속받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아닌가? 얘들아 고맙다. 바르게 잘 커줘서 정말 고맙다.
첫댓글 몇글자 수정한다는 것이 그만 삭제를 눌렀던 모양입니다.
열네분이나 찾아주셨는데 고맙습니다.
팔순에 접어든 나이라서 헷갈렸던게지요. 미안합니다.
회직 종친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훌륭한 孫을
두셨군요 참 행복 하시겠
습니다.
본인은 평리공파27세손
相玉 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것이 사는 보람이고
삶의 즐거움이 겠지요? 祝賀
드립니다.
본인은 현재함창김씨 수도권
종친회 회장을 맞고있습니다.
거주하시는 곳이 논산은 아닌
것 같고 혹시 수도권에 게시는
지요? 이정도 손주들을 두셨으
니, 본향을찾아 찾아 왕릉참배
라도 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우리 연락처 교환이라도 합시다.
상옥 종친님 반갑습니다. 종친회장님의 댓글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미술교사였습니다. 지금은 퇴직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쓰는 일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고향은 이곳 논산이지만 아이들 3남매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종종 서울에 올라가곤 합니다.
이제는 보호 받을 나이가 되었으니 조만간 아이들 곁으로 가야겠지요.
기회가 되면 왕릉참배도 하고, 회장님도 찾아뵈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가야에 관한 회장님의 학술적인 글을 대할 때마다 그 깊고 방대한 연구에 놀라곤 했답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어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봄이 곧 올 테지만 아직은 겨울입니다.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