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신림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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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9기 후배들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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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와 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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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하룻밤 지새며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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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되새기는 여유를 기대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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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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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며 노력하는 후배들의 술잔을 채워주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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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달래야 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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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공부하는 후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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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회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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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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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히 도움될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제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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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못 마땅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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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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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여전히 날 붙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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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승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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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새까만 녀석이 더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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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문을 힘겹게 밀고 들어오는 녀석을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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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무심했던 내 자신에 대한 미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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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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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너머로 눈을 똥글랗게 뜨고 뻘쭘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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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악수를 하면서 씨익 웃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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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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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앞니 뿐이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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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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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에서 고속철도 공정 발표 기자회견이 있던 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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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든 울리는 전화를 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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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이 찍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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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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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너무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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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있는 여의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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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가 공부하는 신림동은 20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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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원규에요.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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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 간단한 인사말 한 마디가 사람 초라하고 미안하게 만들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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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형이랍시고 가까이 있으면서 자주 연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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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해 주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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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놈 전화한통에 사람 초라해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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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시간 뒤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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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끼고 원규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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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처음 봤을 때가 96년 여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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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계속 계속 살만 빠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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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자리에 머리를 모아놓고 앉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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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할말도 만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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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추억거리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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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도 섞여있고 그리움도 섞여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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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이 비워져가는 동안 밤도 깊어갔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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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가 떨어져가는 동안 시계는 자정을 향해 가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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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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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고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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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물었더니 두 녀석 모두 아직 저녁을 아직 안 먹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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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되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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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팔~! 개자식들 밥 안 먹었으면 말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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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 주방으로 뛰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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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요기거리를 주문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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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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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탕에 공기밥을 허겁거리며 먹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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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반찬을 코앞으로 밀어주며 소주 한잔을 비워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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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 두 녀석이 무척이나 부럽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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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는 커다른 꽁치를 한 도막 '툭' 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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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이 밥 위에 올려주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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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반찬 밀어가며 꾸역꾸역 밥을 넘기는 두 놈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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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안 먹이고 술부터 부어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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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난 선배가 참 창피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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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오뎅국물에 튀김을 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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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맥주집으로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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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냄새가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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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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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름이면 칙칙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던 학생회관 지하 써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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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밀려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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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집 안에 퍼져있는 음악도 때 지난 80년대 LA메탈이 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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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맥주집 구석에서 옛 이야기로 시간을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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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왔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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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흐늘 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걷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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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득 옛 생각이 많이 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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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하늘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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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지나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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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와야 하는 엿같은 신세만 한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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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을 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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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밀려와 머뭇거렸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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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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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터벅 터벅 걸어가는 승민이의 뒷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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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어귀의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원규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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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여의도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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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더 먹여서 들여보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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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아쉬움이 생기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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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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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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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얼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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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스쳐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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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순간 잠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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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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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후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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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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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 작은 하늘아래서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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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하늘 어딘가에는 써클룸의 손때 묻은 잭과 악기를 거쳐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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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은하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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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픔'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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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 아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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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든 써클에 대한 한 없는 미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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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형들과 후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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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픔에 몇자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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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몇 잔이 주책없이 너무 긴 넋두리를 뽑아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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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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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작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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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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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을 보니까 왠지 그냥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동감이야...또한 감동이야...
ㅡ.ㅜ 누가 준영성님 맘을 아프게 했노~ 좀 살좀 찌고 , 새수좀 하고 나가지 그랬어 선배들~ 나 전주내려와서 3명이서만 만났나보네... 생존경쟁의 밀림속을 꿋꿋이 해치며 달려가는 작은하늘 인들이여~ 꼭 성공하여~ 웃으며 만날날까지 달립시다~~ .......... 로또만 대바... ㅡ.ㅡ;;
그냥 한없이 슬프기만 합니다..
선배님들의 작은하늘사랑 후배들이 계속이어가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