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닭에 잠에서 깨신 오매는 다 떨어진 무명 적삼에 깜장 몸뻬와 낡은 삼베 수건을 머리에 두르시고 정제로 들어가 먼저 조왕신께 청수 한 사발을 올린다
아궁이에 수북이 쌓인 뿌연 나뭇재를 당그래로 끌어 꺼렁탱이에 담아 마당 한 쪽 거름자리에 갖다 붓고 요강에 오줌을 잿더미 위에 비운다
어제 밤에 불려 논 보리쌀을 솥단지 바닥에 두껍게 안치고 돌섞인 쌀은 함박과 조리로 일어 한가운데에 그 위에 호박 까지 돈부를 올려놓고
허청에 쌓아 논 가리나무 불쏘시개와 덜 마른 청솔가지를 꺾어 부석에 넣고 불에 탄 부지깽이로 휘젓고 뒤집으며 화기를 조절하신다
솥뚜껑 새로 하얀 밥물 거품과 풍선 같은 공기 방울이 부풀어 올라 보리밥이 거의 되면 행주로 소두방을 감싸 열고 익은 호박과 까지를 꺼내 양념장으로 무친다
거무튀튀한 대나무 대롱에 꽂아 둔 숟갈과 저붐 크고 작은 사기 그릇을 행주로 한 번 더 딲고 밥은 주벅으로 퍼 사발에 국은 국자로 떠 대접에 담아 칠 벗겨진 도리판에 권속 숫자대로 차리신다
식구가 모두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면 양푼에 담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시고 구수한 깜밥숭냉을 큰 투가리에 떠 올려드리며 식사 후 물린 상위 그릇을 구시통에 담가 씻어 밥그릇 국그릇은 대나무 살강에 상은 나무 실겅에 뒤집어 올려놓는다
한 숨 쉴새도 없이 광 속 멱다리에서 밀과 껕보리를 퍼 내 도구통에 넣고 도굿대로 찧어 까시랭이는 쳉이로 쳐서 날리고 학독에다 맷돌로 갈아 씻고 물에 불려 서생원 못오게 소쿠리에 담아 정제 천장에 매달아두고 마당 한 쪽 넘새밭에서 무시 배추를 뽑고 풋꼬치를 따다 저녁꺼리를 준비한다
동네 가운데 시암에 가 두룸박으로 물을 퍼 올려 작은 바가지를 엎어 논 물동우를 또가리로 받쳐 머리에 이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연신 훔치며 부뚜막 큰 도가지에 갖다 부어 가득 채운다
쪼들린 살림에도 온 식구를 위하여 한나절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금세 오포 소리가 들리고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집안 소제 식구 빨래 텃밭 일을 마치면 한밤중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드신다 고단한 몸에도 날마다 식구를 위하여 고생만 하신 우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