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베x트펜에서 토노x림스
(아 이 익명인 듯 익명 아닌 어설픈 익명처리;;;ㄷㄷ)
잉크 조색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원래 색채에 관심이 많은데
만년필 취미를 들이면서 저의 잉크 취향은
겨울 안개마냥
훅 불면 사라질 듯한 여리여리 엷은 색이라는 걸 깨달았;;
그러나 잉크 시장에서는
가독성 문제로 제가 원하는 새벽 안개 같은 잉크;는
인기가 없@@;어서 찾기 힘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흐름이 박하거나
(아아 애증의 페리스휠; 색은 또 왜 그렇게 예뻐서..!!)
필감이 엉망(세일러-_- 그중에서도 백야;;
아니 어케 색상은 딱 내 취향인데
왜 자꾸 종이와 만년필 촉 사이에
까끌까끌 모래알마냥
뭔가 중금속 알갱이 같은 게 계속 느껴지냐규..!!
ㅡ곰팡이나 이물질 문제가 아님ㄷㄷ 잉크 상태는 정상;)
이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슴미다;;
이에 저는 급기야
파랑새를 찾아 길을 나선
치르치르와 미치르 마냥
'내 취향에 맞는 잉크를 셀프로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
는 원대한 꿈;을 품고
드림 잉크 제조;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 것이었습니다ㄷㄷ
오늘이 3번째 시간이었는데
아직 드림 잉크 제작은 택도 없;지만
매 시간마다
잉크와 색채에 대한 궁금증들도 해결하고
야생마 마냥 날뛰는 색채들의 고삐를 휘어 잡아가며ㄷㄷ
(색과 색을 섞는 순간 나오는 새로운 색상이
진챠 예상 범위를 넘어가며 날뛴다능요;;
막 생각했던 색이 안 나오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게 또 흥미롭기도 하고ㅋㅋ)
스페인 투우사라도 된 양
색채들의 전쟁터에 출전하는 듯한 느낌;;이
나름 즐겁;다능요ㅎㅎ
색들을 이리저리 섞어가며 씨름한 끝에
목표한 색에 도달하면
그날의 투우는 승리염ㅋㅋㅋ
오늘도 열심히 수업 듣고
매장 시필도 신나게 하며 온갖 잉크 다 써보고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데;
눈에 띄는 색들마다
'아 저건 ○○ 브랜드 □□잉크네!
아 저 색은 딱 ☆☆회사 ◇◇잉크색이네!
저런 저건 잉크 하나로 안 되겠는걸?!
A잉크 3방울에 B잉크 2방울 하면 나올 듯??'
이러고 있는 자신을 발견ㄷㄷ
심지어 열차 안내 전광판에 뜨는 네온옐로 글씨를 보고
속으로
'아 저건 딱 펠리칸 형광잉크 색이네!!'
하다가 흠칫 놀람ㅋㅋ
이것은 마치 바야흐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태어난 스타 크래프트가
한국인의 민속놀이로 자리잡아 가던 시절,
강의실의 칠판을 봐도
거리의 가로수를 보고도
학생식당 식판을 보면서도
그 모든 게 전부 다 스타 크래프트 맵으로 보인다던,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던
스타 훼인들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ㄷㄷ
잉크 훼인의 모습이 아니던가..!;;
아아 저는 이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중증 잉크 중독자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광활한 색채의 세계에서
탐험인지 행방불명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 마법의 물약마냥
드림 잉크!를 손에 쥐게 되겠지요ㅋㅋ
이런저런 잉크들을 시필해보며 또 느끼는 것은
그간 희박했던 "한국의 색" 개념이
한국 잉크 회사들을 통해 잡혀가고 있다는 것.
여러 나라들을 다니다 보면
그 나라의 '대표색'이 느껴지는데,
한국의 경우 식민지배와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통과의 단절이 이루어졌고,
그런 탓에 '대표색'이 희미한 상태였습니다ㄷㄷ
그런데 국내 잉크 회사들이
한국적 색채들을 잉크로 출시하면서
한국 특유의 색채와 그에 따른 이미지들이
자리잡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도미넌트 동송/고려비색이 감동적이었다능..
처음 종이에 올릴 땐
'아니 이
니 색도 내 색도 아닌
맹탕같이 애매하게 구분도 안 가는
이 엷은 회색 물은 뭐지?!'
했으나
마르면서 드러나는 고상한 색..!!
오우... 마르면서 본색이 드러나는 잉크들을 보며
새벽에 동쪽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듯
진심 감동염..
사실 우리가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빼앗긴 것이
정치적, 경제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전통도, 문화도, 우리만의 색채마저도
을미년 단발령에 상투 잘리듯 잃어버렸던 건데
광복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드디어
색채 독립 만세로구나..! 하며
평화로운 일요일 만년필 샵에서
종이에 잉크 문지르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한 것이
전직 역사학도;로서 느끼는 심경이었습니다;;
오.. 이 새벽에 말이 길었네요
잉크 덕후에게 조색수업은
이렇게나 많은 영감을 준답니다ㅋㅋ
여기 묻어서 질문 한 마디;;
베x트펜에서 수입하는 알리엔테 괜찮은가요;;
진챠 기대 없이 써봤는데 의외로 필감이 괘얀아서ㄷㄷ
고민염;;
겉치장이 너무 화려해서
안그래도 이태리 펜에 대한 불신이 만땅인 제 눈엔
(예전에 독일인 친구가 '이쁜데 작동이 안 되면
그게 뭐든간에 이태리제다!!' 라고ㄷㄷ
독일인으로서 이탈리아에 대해 갖는 뿌리 깊은 불신ㄷㄷ을
종종 표현했던 바;;
그 말이 맞다는 사실도 자주 확인ㄷㄷ
기분파 이태리인들이 삘받으면
가끔 신들린 듯한 명품이 뙇!! 나오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닐 때가 훨 더 많다는 거..!)
더더욱 불신요인으로 작용하였으나
막상 써보니 또 괜찮;;
이것도 디바디(디자인 바이 디자인)이라
필감과 그립감이 제각각인데
의외로 젤 싼 모델이 맘에 들었;
(그래도 32만원ㄷㄷ 게다가 그 가격에 스틸닙 -_-++ )
마음엔 드는데
32만원에 스틸닙이 웬말이냐!!;
싶어 망설이고 있습니다만
스틸닙이어도 금닙을 뺨칠 수 있다!!면
사고 싶슴미;;;
어흑 삼매경 급으로 수다 떨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 시;;
여기서 급 자르고 자러 감미다ㄷㄷ
(오우 내일, 아니 이제는 오늘;;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을까ㄷㄷ
급 걱정근심이 가득;;)
여기까지 잉크 뽕 가득찬 잉크 중독자의
기나긴 사설을 들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즐겁게 새로운 한 주 시작하시고,
잉크와 알리엔테에 대한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슴미다 (_ _)
첫댓글 대단한 열정이세요! 사실 잉크를 찾아나서다가 최종적으로는 조색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게 수순인 것 같아요 ㅎㅎ
잉크를 아무리 사대도 원하는 그 색이 아니어서;; 직접 뛰어들었습니다ㅋㅋㄱ
연한 잉크는 약국에서 파는 증류수를 한 통 사서 조금 섞어 쓰시면 가장 가성비 좋게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잉크를 거의 다 쓴 만년필 세척하기 전에 증류수나 수돗물 정수한 물을 조금 넣어서 쓰는데 가끔 아주 마음에 드는 예쁜 색깔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동송 잉크 색 참 예쁘네요.
오 증류수! 팁 감사합니다ㅡ 보습제로 글리세린(약국 또는 아이허브에 있음)을 쓰면 된다는 건 이번에 알았는데 물은 지금까지 걍 수돗물을 썼다능요;;
동송 진짜 예쁘죠ㅡ 연해서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정말 한국스러운 색♡
대단하십니다..
저는 정말 초보인것 같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어우 저도 초보임미다ㅋㅋ 다른 고수님들 덕분에 많이 배운답니다ㅡ^^
앗 그러고보니, '마를렌 회사에서 나오는 알리엔테 만년필'인데 제가 똑바로 쓰질 못했네요;; 마를렌 만년필 아시는 분 의견 부탁드려욥ㅡ 글구 사진 속 예시는 제 작품;은 아닙니다; 제가 수업에 늦는 바람에 허둥지둥 하느라 제 노트를 찍지 못했;;
무언가에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Leonora님께서는 푹~~~ 빠져 계신 모습이 행복해 보이셔서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빠질 줄은 몰랐답니다;; 그런데 조색의 세계라는 게 상당한 집중을 필요로 하는지라 @@;; 한 방울 한 방울에 집중을 하다보니;; 기분이 좋아지셨다니 저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