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년도 |
시험차수 | 회계학 | 경영학 | 경제원론 | 상법 | 세법개론 | 영어 | 평균 | 합계 | 석차 |
---|---|---|---|---|---|---|---|---|---|---|
2011 | 1차 | 84 | 65 | 90 | 82.5 | 67.5 | - | - | 389 | 132 |
경제학이 예상도 못하게 높게 나왔습니다. 상법도 꽤 고득점을 했는데 아무래도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들은 객관식 강의가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경영학은 재무관리를 잘보고 일반 경영학을 망해서 좀 안나왔고요 회계학도 위에 썼듯이 엉망으로 봐서 면과락 했습니다.
수험생활-2011.3~2011.6
3월 첫째주 해방의 한주가 지나고 다시 수험생활로 돌아왔다. 그래도 1차에 붙었으니 다행이다라는 마음과 이번에 끝내야지 라는 마음이 뒤엉켜서 기묘한 마음상태가 되었다. 공부를 예전처럼 빡세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하는 상태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1차와 2차로 시험이 나눠져 있는데 2차를 두번 볼 수 있는 시험의 경우 이러한 애매한 마음가짐이 2차 준비를 확실히 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된다. 놀다가도 '아니야 이번에 다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뭐 한번 더 볼 수 있는데'라고 하면서 하루에도 열두번씩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이 와중에 이를 극복하고 계속 공부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3월의 시작은 고급회계였다. 김영덕 회계사가 자신의 예전 고급 강의까지 추가로 열어주면서 공부하라고 했기 때문에 들어야 할 인강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 특히 고급은 객관식에서 거의 꼼수로 하는 방법만 생각났기 때문에 연결제거 분개와 사업결합, 파생상품, 환율 등등을 다시하자니 아주 골머리가 썩었다. 고급회계가 이렇게 속 썩일 줄이야. 겨우겨우 고급회계 강의를 다 듣고 2차 강의를 다 듣고서야 이해를 했다. 고급회계에 비하면 중급회계는 차라리 나은 편이었다. 1차에서는 고급회계가 쉽지만 2차는 공부하기에 어려웠다. 하지만 시험문제까지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2차에는 꼼수가 아니라 그래도 분개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꼼꼼하게 계정 별로 처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할 게 많은 것뿐이다. 고급을 헐떡거리며 끝내고 나니 중급은 완전 내리막길이었다. 중급은 어차피 계정과목론이라서 각 계정과목의 계산 방법과 회계처리만 알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회계의 끝판왕은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는 모든 계정의 처리방법을 알고 심지어 연결까지 할 줄 알아야 풀 수 있는 주제이다. 현금흐름표엔 여태껏 배운 갖가지 계정이 다 나오기 때문에 앞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안되어 있으면 현금흐름표에서 난관을 만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런식으로 재무회계는 다 했지만 아직 긴가민가 했다. 김영덕 회계사 재무회계연습 책은 아주 두꺼운데 또 풀어 볼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일단 다른 과목 수업도 들어야 했기 때문에 복습은 나중으로 하고 넘어갔다.
세법이 역시 시험 내내 가장 짜증나는 과목인데, 1차 시험 끝났다고 훌훌 날아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세법은 또 달달 외워주는 수 밖에 없었다. 법인세는 양은 많지만 그래도 회계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오히려 쉬웠다. 소득세는 그냥 달달 외우는 거니 그러려니 하고 외웠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의 경우 오히려 좀 까다로웠다. 내용이 적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았고, 거래에 붙는 세금이다 보니 거래마다 일일히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제도가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어 이해하기 힘들었다.(생각해보니 사실 1차 때는 부가가치세를 반 정도 이해하고 시험을 본 것 같다.) 그래도 부가세는 시험 보기 직전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해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타세법은 쿨하게 제꼈다. 양도세는 했지만 상증세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국기법은 대충 1차 때 정리해 놓은 것만 훑어 보는 정도였다.
원가관리회계-2차 시험의 매머드급 과목이다. 문제가 매머드급. 2페이지에 장장 걸쳐 나오는 시험 문제는 수험생을 압도한다. 그냥 문제집을 풀때도 시간이 하도 걸려서 짜증나게 만드는데 난 그냥 오기로 모든 문제를 풀려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풀지 못하고 결국 주요 문제만 골라 푼 유일한 과목이었다. 원가관리회계는 2차 시험들어서 난이도가 급상승한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정말로 어려운 내용이 나온다기 보단 조금 복잡하고 물어보는 내용이 방대한 문제들이 나와서 어려운 것 같았다. 재무회계나 세법은 이론을 모르면 아예 못 풀지만 원가관리회계는 그나마 이론을 외우기 보단 문제를 무턱대고 풀어도 좀 풀린다는 게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 비해 쉬운 점이었다. 임세진 회계사의 원가관리회계 책은 기본서고 객관식이고 연습 책이고 다 이론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정말 쓸만하게 되어 있어서 기본서를 복습하지 않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원가관리회계는 정말 풀어보고 풀어보는 방법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손이 알아서 푸는 수 밖에.
재무관리. 재무관리는 참 난감한 과목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또 얕은 내용은 아니라 문제의 수준도 들쑥날쑥하고 난이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일단 문제집에서 제일 어렵다고 표시된 문제들은 풀지 않았다. 그리고 김민환 강사의 말대로 중요한 부분 위주로 공부를 했다. 재무관리는 사실 관통하는 논리만 이해하면 많은 부분을 거져 먹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항상 주주의 부를 극대화(난 이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지만)한다거나, 혹은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거나 혹은 현재가치 할인이라던가 하는 몇개의 기본적인 논리가 얽히고 섥히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줄기들을 꽉 잡아주고 곁가지들을 쳐주면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부분은 거의 커버를 칠 수 있는 것 같다. 선물이나 이자율 같이 좀 중요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스킵해버렸다. 스킵을 한다는 것도 사실 한번만 본다는 뜻이지 아예 안본다는 뜻은 아니었다.(전체적인 공부에 있어서 스킵을 한 것은 처음 한번만 보고 다시 안 본 것이지 한번도 안 본 것은 아니다.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크다.) 재무관리는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본 논리들을 잘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일단 근본적이다. 이런 면에선 경제학과인 내가 유리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학도 몇개의 기본적인 논리를 틀로 잡아서 가지를 치고 응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재무관리와 사고구조가 유사하다.(사실 두 학문은 구분하기도 힘든 학문이다. 재무관리가 경제학의 파생적인 분야이므로.)
2차 시험에서 가장 까탈시렵고 난해하며 참 계륵 같고 난감한 과목. 회계감사. 회계감사 이야기는 다음에 별도로 하겠다. 회계감사는 정말 어떻게 붙었는지도 모르는 과목이라 좀 자세히 얘기할 필요가 있을 듯.
2차시험 준비는 일단 엄청난 의지와 힘으로 해야하는데 사실 그게 불가능하다. 내가 위에서 말했듯이 그 1차에 합격했으니 기회가 2번이라는 안이한 마음가짐과 이미 1차 합격을 위해 힘을 소진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하는 부담이 공부를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 정말 6개월 동안 전심전력으로 달렸는데 또 4개월 남짓을 그보다 더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며 달려야 한다고 생각해봐라. 막상 닥치면 정말 암울하고 넘지 못할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동차생의 경우 몇 과목을 응시하지 않고 다음 시험으로 패스하곤 하는데, 사실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주변에 버린 과목 말고 응시한 과목을 가볍게 모두 합격했지만 버린 과목 때문에 유예인 사람이 더러 있는데 아마 그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5과목 모두 붙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사람이 과목수가 줄어들면 심리적으로 압박이 줄어들어 공부시간을 그에 맞게 줄여버리게 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그렇게 행동한다. 그래서 5과목을 모두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면 자연스럽게 공부의 양과 강도가 늘어나 5과목 모두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기회가 한번 더 있다면, 이번 기회에 무모하게 도전 해보고 다음 기회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 되지 않은가? 동차생은 몽땅 다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2차 시험은 힘을 쥐어 짜내서 공부한 것 같다. 맨날 힘없는 닭마냥 축 쳐져서 그래도 공부해야한답시고 도서관에 시간 되면 와서 앉고 시간되면 짐싸서 가고, 컨디션이 안좋으면 자양강장제랑 잠깨는 약까지 마셔가면서 억지로라도 문제 푸는 양을 많이 늘렸다. 확실히 정신이 느슨해져서 기상시간도 늦춰졌고 학교 오는 시간도 30분 정도 늦어졌고 집에도 음악소리가 나오기 전에 가는 경우도 있곤 했다. 그래도 끝까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어느 상황에도 주저 앉는 건 안된다.
수험생활-회계감사 특별편
이번엔 회계감사 특별편이다. 아 회계감사. 2차 해본 사람은 누구나 이 과목에 대한 애증이 있을 것 같다.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마치 갑자기 모르는 아이가 결혼식장에서 엄마!~를 외치며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의 과목. 회계감사는 2차 시험에서 정말 시간분배도 애매하며 말그대로 갑툭튀라 난감한 과목이다.
일단 회계감사는 우리가 여태껏 배운 모든 것이 책에 다 나온다. 재무회계는 당연하고 심지어 세법적 지식이나 원가관리회계 지식 그리고 재무관리적 지식도 요구한다. 그러나 지식만을 요구할 뿐 그 과목의 구체적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랬구나~ 라고 넘어갈 만한 내용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원가계산을 잘 해서 매출원가가 제대로 계상되었냐 이런 식이다. 여튼 회계감사가 난 회계사 시험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회계사의 본업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무적 내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배우며 막 흥분되는 사람은 적성에 맞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회계감사는 3월에 2차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같이 시작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양이 그래도 꽤 되는데다가 처음 배우는 과목이라는 압박감이 아무래도 시간투자를 늘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도 그걸 알았어야 했는데 적당히 다른 과목 먼저 확 해버리고 나중에 감사를 들어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에게 회계감사 과목은 정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유일한 과목이었던 것 같다. 난 3월 25일 전후로 권오상 회계사의 회계감사 강의를 들었다. 사람들이 스터디가이드를 봐야한다니, GS강의를 들어야 한다니 말이 많았는데 걍 아무것도 모르니까 기본강의를 듣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나에겐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감사책은 뒤로 제끼고 나도 스터디가이드를 보고 있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사실 스터디 가이드를 보지 않았다면 큰 난관에 처할 뻔 했다. 워낙 늦게 시작한 관계로 강의가 많이 남은데다가 공개강의까지 10개 가까이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을 때, 난 페이스북에 감사 때려친다고 써놓았다. 그 글에 회계사 합격하신 선배가 댓글을 달았는데 스터디가이드만 보라고 하셔서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터디가이드를 사서 보았다. 오 조금 괜찮았다. 내가 알듯한 내용들이 계속 나왔다. 그래서 감사 강의를 다 듣고 바로 스터디가이드를 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쓴 계기는 내가 아이폰으로 4월달에 폰을 바꿨기 때문이었다. 공부 한창하는 한중간에 폰을 바꿔버린 것인데, 그것도 공부에 엄청나게 방해되는 스마트 폰으로 바꾼 것이었다. 뭐 트위터는 10분에 한번, 페이스북도 10분에 한번씩 확인하고 인터넷 기사 다 보고, 검색창 두드리고, 웹툰 보고 공부에 방해도 많이 됐지만 만약 아이폰 안샀더라면 감사 포기하고 지금 한과목 유예되서 끙끙거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여튼 감사 강의 다 들으니 6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짓을 했다. 다른 과목 강의는 거의 5월에 다 끝나서 이미 문제집을 마구 돌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난 시간을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하루를 3등분 즉, 아침부터 점심시간, 점심먹고 저녁먹기 전까지, 그리고 저녁먹고 집에 갈때까지로 3등분 하여 각 과목의 양에 따라 시간을 할당하였다. 물론 감사가 가장 많이 할당되었고 다른 과목도 남은 학습량에 따라 할당되었다. 감사는 스터디가이드를 지하철에서 10분 남짓 통학하는 거리에도 무작정 읽어보려고 노력하였고 막판에는 스터디가이드를 2회독쯤 하고 감사책도 중요부분을 한번씩 읽어보았다. 문제는 풀려고 했으나 손으로 풀었다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속으로 나의 답을 생각해 보고 답지랑 비교하는 형식으로 풀었다. 어려운 문제는 그냥 답을 보고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익혔다.
지금 회계사 시험 수험서 죄다 내다버렸지만 아직 감사책만은 책장에 꽂혀 있다. 실무랑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뭔가 버리기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참 감사는 정말 애매한 과목이었다. 만약 떨어진다면 감사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지 이번에 붙었다
2011.6.25~26 제 46회 공인회계사 제2차시험
회계감사로 그렇게 고생을 하고 드디어 2차 시험이 밝았다. 큰 시험 전에는 언제나 그렇지만 가슴도 콩닥콩닥하고 하루에 이상한 생각이 열두번도 더 들어갔다 나갔다 하고 참 마음이 심란해진다. 어차피 기회가 한번 더 있잖아라는 마음은 사람을 마지막 순간에 해이하게 만들고 책상에 앉아서는 공부는 안하고 '끝나면 뭐하지?'라는 생각만 무한 반복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데 이걸 이기고 끝까지 후회 없이 공부하다 가야한다.
2차 시험장은 홍대. 내가 알기론 거의 홍대인 것 같다. 홍대는 우리집에서 조금 멀어서 아침 일찍 나갔는데 홍대 앞 그 짧은 진입로에서 차가 엄청 막혀있었다. 어쨌든 들어갔는데 내가 배정받은 고사장은 저저저기 뒤에 인문사회C동인가. 가도가도 안나오는 곳이었다. 무거운 수험서들을 낑낑 이고지고 고사장에 도착했는데, 홍대분들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귀신 나올 것 같은 건물에 도착했다. 우리학교에서 이런 건물을 본적이 있는데 저기 이공계 캠퍼스 후문에 찌그러져 있는 제2공학관 같았다. 고사장은 4층인가 그랬는데 처음에 엘레베이터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다. 아오. 고사장에 들어갔는데 예비 회계사 누나들이 머리를 질끈 묶고 츄리닝에 배낭에 슬리퍼에 텀블러에 방석을 완전 구비하고 앉아 있었다. 남자들은 걍 반바지에 슬리퍼. 마치 학교 도서관에 온 듯했다. 사람들은 미친듯이 책을 보고 있었다. 1차 시험장의 헐렁헐렁한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 난 지금 하면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대책없이 책의 여기저기만 넘겨보며 쓱쓱 읽어봤다. 그리고 속으로 '나보다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도서관에도 많았고 여기도 엄청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레 겁을 먹었다.
홍대 화장실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것은 클래식이 흘러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마음을 침착하게 다스렸다. 그리고 1교시... 뭐였더라 아마 세법이었을 건데, 이번 세법은 친절해 보였다.(친절한 거랑 내가 고득점 올리는 거랑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기부금도 시험 1주일 뒤에 다 뜯어 고칠거라 그냥 법정 기부금 얼마 이런 식으로 나왔고 양도세는 상증세랑 분리되서 나와서 양도세만 공부한 나에게 크나큰 위안을 주었다. 국기법은 1차 때 정리한 내용 잠깐 본 내용을 어설프게 기억해서 썼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인 상증세는 쿨하게 하나도 안풀고 백지로 뒀다. 상증세는 그냥 공부를 안해서 뭐라 쓸 것도 없었다. 상증세를 안풀어버리니 답지도 조금 남고 시험 시간도 조금 남았다. 그 시간에 문제는 다 풀었나 검토하고 페이지 제대로 되었나 검토하니 시험이 끝났다.
1교시 끝나고 점심시간. 현관 앞에 있는 벤치에 가서 먹었다. 서둘러 내려온 덕에 벤치에 자리를 잡을 수 잇었다. 근데 옆에서 한무리의 수험생들이 1교시 답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고 있는데 난 정말 듣기 싫었다. 그래서 가지고 나온 아이폰에서 라디오 어플을 실행하여 볼륨을 만땅으로 놓고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들었다. 곡이 끝나자 옆의 답 얘기도 잦아들어서 더 이상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서둘러 밥을 먹고 올라왔다.
2교시는 재무관리. 재무관리는 문제 수가 적어 풀고 논다더니... 이번엔 아니었다. 이번 재무관리는 좀 까다롭다고 느꼈다. 처음엔 좀 괜찮다가 나중에 갈수록 괴이한 문제들이 나오더니 블랙-숄즈로 마무리 되었다. 까다롭긴 했지만 막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모의고사 때 풀었던 문제보다는 조금 어려웠다. 재무관리도 끝에 약간의 시간이 남았고 답지도 다 쓰지 않았다.
3교시. 대망의 회계감사.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부한 회계감사 시간이었다. 미래경영 모의고사 때 회계 감사 점수가 가장 높아서 회계감사는 기대하고 있었다. 1달 전만 해도 골칫거리였는데 어느새 괜찮은 점수가 나오는 과목이 되어 있었지만... 시험에 왠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가 이리 많은지. 내가 기분상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문제가 좀 됐고 특히 연결 관련 문제는 딱히 쓸 말이 없어서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감사는 문제가 다른 과목에 비해 많고 계산 과정이 아니라 서술형이기 때문에 답안지도 거의 꽉 차고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감사를 볼 때의 심정은 마치 내가 1차의 회계학을 볼 때의 심정과 비슷했다. 막막한 심정. 그리고 내가 이것 때문에 떨어지겠구나라는 심정이었다. 그런 착잡한 마음으로 회계감사 답안지를 제출하고 고사장을 나왔다. 그 먼길을 다시 걸어가서 홍대 앞으로 갔는데 저녁 시간인데다가 홍대의 짧은 진입로 때문에 차가 쫙 막혔다. 집으로 가서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서 재무회계와 원가관리회계를 좀 보려고 했는데 아침처럼 그냥 책만 쓱쓱 넘기다 나오는 페이지를 읽는 수준이었다. 마치 한 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이 12시간인듯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다시 시험을 치러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일이면 드디어 해방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복잡미묘한 생각 속에 다음 날이 되었다.
둘째날 아침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다시 시험장에 갔다. 어제 그 시험장. 참 초시생이 무모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예비 회계사 누나들은 시험 후 출타하실 계획인지 어제와 같은 도서관 패션은 아니셨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전히 반바지에 슬리퍼. 전날보다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원가관리회계는 내가 생각하기에 좀 더 본다고 많이 달라질 것 같진 않았지만 또 책을 안보고 있기엔 불안해서 여기저기 책을 넘겨보고 있었다. 그리고 재무회계는 체크 해놓은 페이지를 모두 읽기 위해 노력했다. 아 난 1차든 2차든 모두 수험서 중에 시험 보기 직전에 꼭 읽어 볼 부분에 모두 포스트 잇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게 정리노트이든 문제집이든 기본서이든 체크를 해두고 마지막 순간엔 그 체크한 페이지만 딱 펴서 보고 덮고 시험을 봤다.
1교시 시작. 원가관리회계. 임세진 회계사 책에 있는 문제와 거의 비슷했다. 듣자하니 김용남 회계사의 책과도 비슷했다고... 원가관리회계는 문제의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긴 하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가관리회계는 5과목 중에 제일 잘 풀리는 과목이었다. 비록 공부할 때는 시간에 쫓겨 문제도 다 못 봤지만 그래도 다른과목에 비하면 불확실성이 훨씬 적어서 풀기 수월했다. 어제 회계감사에서 그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며 열심히 원가관리회계를 풀었다. 원가관리회계는 뭔가 예감이 좋았다.
그리고 점심시간. 난 먹는데가 바깥 벤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고사장 건물 꼭대기에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거긴 가끔 내리는 빗방울도(이틀간 날씨가 꾸물꾸물 했다) 없었고 음식을 놓고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여길 모른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후딱 도시락을 먹고 다시 내려갔다.
그러나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벌써 끝나고 어디어디 가고 뭐뭐 하고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그 생각들을 눌러가며 책을 쓱쓱 넘겨가며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2교시 시작. 재무회계. 재무회계는 2시간 반이나 보는 괴물같은 과목으로 무슨 답지를 14장이나 주고 문제도 거지같이 많았다. 진짜 풀어도 풀어도 뒤엔 문제가 또 있고 또 있고... 재무회계에 장점이 하나 있다면 문제가 많아서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문제 하나 정도는 큰 부담 없이 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도 어려워서 못 건드린 문제가 있었고 부분적으로 못 푼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재무회계를 풀다풀다 결국 만난 마지막 페이지. 역취득 문제. 아 이건 뭐야!!!!!!!!! 순간 패닉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냥 연결회계 하듯이 쓱쓱 해버리고 손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다 풀었나 검토해보고 페이지 수가 맞나 확인해보니 재무회계 시험도 끝났다.
시험이 끝났지만 마냥 좋고 시원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봤을까라는 걱정이 엄습했지만 약 두달 간은 그 생각은 잊으려고 했다.(실제로 잊고 지냈다가 합격 발표 일주일 전에 다시 깨웠다) 홍대 앞쪽으로 나가는데 나가는 길에서 삼정인가 맥주 나눠주길래 얻어먹으려다 아버지가 마중나오셔서 못먹고 그냥 홍대를 빠져나갔다. 이로써 장장 1년 여에 걸친 회계사 시험이 끝났다.
참조
2차 시험의 경우 시간이 없어 모의고사는 미래경영 것만 봤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탈락 점수였는데 회계감사만 60점을 좀 넘겨서 합격선이었고 원가관리회계가 그나마 제일 높았다. 세법은 그때 20점 남짓인가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의고사가 좀 이상했습니다. 다음은 실전에서 나온 점수입니다.
시험년도 |
시험차수 | 재무회계 | 원가회계 | 회계감사 | 세법 | 재무관리 | 평균 | 합계 | 석차 |
---|---|---|---|---|---|---|---|---|---|
2011 | 2차 | 124 | 69 | 70 | 70 | 70 | 403 | - |
다른 과목은 이상하리만치 점수가 균일하게 나왔습니다. 자신있던 원가관리회계는 점수가 제일 낮군요. 회계감사는 아무래도 세부문제 배점처리를 해서 좀 올려준 것 같습니다. 안그러면 저 점수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시험끝나면 본인이 제일 잘 압니다. 그 과목이 붙을지 안붙을지. 그 직감이 잘 맞을 때가 많은 것 같네요. 하지만 감사는 다들 어려웠나 봅니다. 재무회계의 점수가 좀 예상 못하게 높았습니다. 왜그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푼 건 어지간하면 다 맞힌듯 합니다. 안 푼 문제도 조금 있었거든요.
수험생활을 마치며
어떤 고시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역시 안되는 것 중 하나. 정말 안된다. 자기자신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에게 굉장히 엄격해지는 것이다. 보통 고시 준비하다 보면 자기 합리화만 나날히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 그렇게 내버려두면 안된다. 오히려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교시간, 귀가시간, 식사시간, 휴식시간, 진도 등등 자신이 계획한 데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번씩 돌아봐야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빠르게 합격하려면 잠깐 스트레스를 받는게 훨씬 낫겠지.
끝나고 나니 시원하긴 한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학교도 이번학기 포함해서 3학기나 남았고 군대 문제도 있고 법인 입사 문제도 있고 그리고 후에 추가적으로 대학원이나 로스쿨 문제도 있고 생각이 복잡하다. 주위 사람들은 끝나서 걱정없이 남은 학기 다니겠다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나 각자의 고민은 있는 법이다. 단지 수험생활이 끝났을 뿐 앞으로 또 할 일이 많다.
짧게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주위에서 회계사 공부하고 있는 선배 동기 후배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2차 시험 후기까지 모두 적었네요. 회계사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첫댓글 잘봤습니다~그런데 합격수기가 되게 담담하네요. 성격이 무덤덤하신듯^^;
그런가요?ㅎㅎ 나름 감정을 담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가봐요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편도잘봤습니다!^^ 역시배울게많네요 ㅎ 근데 1차보실 때 보통 문제까지다푸는걸로 회독수친다면 어느정도 보셨는지 여쭙고싶습니당
과목마다 다르긴 한데 일차까지 재무회계는 한 5회에서 6회 정도이고 세법도 그정도 봤네요 다른 과목은 그 절반정도?입니다
잘봤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 1차에 원가 객관식이 필요할까요?? 최근에 난이도도 높고 시간도 없어서 원가 건들이기도 힘든데,, 기본서에 있는 객관식 문제와 연습문제로 대비하는거 어떤가요?? 그리고 2차까지 다 우리학원강사로 하셨나요?
전 강사 정보가 없어 처음에 우리로 다 들어버리니 갈아탈 수가 없더라구요 다른 학원에도 좋은 강사님 있으니 찾아보세요ㅎ 글구 원가 객관식 그래도 문제집을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개인적을 질문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메일주소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한메일로 보내주세요 seong4128입니다
글이 재미있고 생생한 느낌이 절로 전해옵니다 좋은 글 감사하며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앗 2편 올라왔네요! 전 유예생이라 여기더 관심이 많았어요! 정말 일인칭 시점 소설 보는 느낌! 글 너무 엣지 있게 잘쓰세요
시험당일 이야기 완전 공감! 진짜 열심히 하신듯! 잘 참고해서 합격에 도움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아직...정독은 안했지만...굉장히 집중해서 읽는 스타일이라 ㅎㅎ 읽는대만 20분걸린거 같네요 ㅎㅎ...
합격축하드리고....죄송하지만 공부하신 기간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2010 2월부터 시작한건가요? 그러면...1년 반만에 합격 하신건가요?
2월부터 하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6월이네요. 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계속 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시험 공부한 기간만 고려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K대 경제학과시네여
삭제된 댓글 입니다.
관리자에 의해 규제된 글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대단 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공부안될때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릴∞게°임°의 선°두°주∞자
▶▶이전보다 환급률 상향!!
▶▶ 더욱 강력해진 연타를 경험해보세요
▶▶------->>> FHD23.COm
ㄷㅅㅂㄱ
ㄷㅅㅂㄱ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04 17:23
좋은글 감사합니다. 늦은편이라서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는데 이 글 읽으면서 정말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다시 했습니다.
ㄷㅅㅂㄱ
체계적인 시기에 대한 합격수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