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선, 지역.빈부격차 해소 역부족입학 후 성적도 `강남 강세'(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 정부가 학교교육 정상화와 교육 기회균등을 위해수십년간 내놓고 있는 입시제도안이 `강남'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고학력층이 세습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25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김광억 교수 연구팀이 34년간 서울대 사회대 9개학과에 입학한 학생 1만2천538명의 학생카드 기재사항을 분석한 결과, 강남권의 학생들은 입시제도가 바뀐 뒤 일시적으로 입학률이 떨어졌지만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많은 서울대생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새로운 입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고소득 계층이모여사는 강남권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단시간에 쉽게 극복하고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2만7천원으로 전국 평균치의2.6배에 달했다.
◆ 강남 8학군의 `불패신화' = 고소득.고학력층이 모여사는 강남 8학군은 입시제도의 변화에도 서울대 합격생들을 배출, 고학력 부모 아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자녀가 다시 명문대에 입학하는 `세습현상'이 고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8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지역 전체의 전국 대비 입학률은1.5배 내외를 기록했지만 강남 8학군의 학교는 2배에서 3.5배까지 사이를 꾸준히 유지, 지방 뿐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현격한 격차를 지속했다.
다만 이 지역은 예비고사에서 학력고사로 전환된 1982년, 논술고사가 도입된 1986년, 학생부 성적이 처음 포함된 1997년 등 굵직굵직한 입시제도의 변화가 있던 해에만 일시적으로 입학비율이 출렁거렸을 뿐 다시 원상을 회복하는 `힘'을 보여줬다.
부모의 학력기록이 남아있는 자료로 분석한 연구결과 1975~2002년 서울대 사회대 입학생 가운데 대졸학력 아버지를 둔 학생은 5.8배로 증가했지만 아버지가 고졸미만인 학생은 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또 의사, 교수 등 전문직과 4급이상 공무원, 간부급 회사원 등 고소득직군 아버지를 둔 자녀가 전체 사회대 입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비고소득직군에 비해 20배 높은 수준으로 격차가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 입학 후 성적도 고소득.고학력층 우세 = 같은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했어도부모가 고소득.고학력인 학생들의 입학 후 성적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1981~2002년 부모가 고소득직군에 있는 입학생의 학부4년간 성적이 비고소득층에 비해 0.11점 높았다.
대졸이상 학력의 아버지를 둔 학생들의 성적 역시 고졸 아버지의 자녀보다 0.11점이 높았고, 강남 8학군 출신 학생의 성적이 서울의 다른 지역 학생보다 평균 0.12점 앞섰다.
연구팀은 "고소득.고학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이 입학 후 학점이 높은 것은 부유한 환경의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인해 입학률이 높고 장래 유학 등을 목표로 학점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고교평준화 `실패', `범재' 양산 = 연구팀은 저소득층의 입학 가능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고교평준화와 쉬운 대입시험 문제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30여년간의 교육정책 변화는 오히려 고학력.고소득층 부모를 가진 학생들의 입학 가능성을 높였다"며 "입시제도를 바꿔 사회계층의 고착화를 막자는 시도는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고교평준화와 대입시험문제를 쉽게 내 고액과외 등 사교육을 약화시켜 저소득층 학생들이 고학력층에 흡수되도록 한다는 정부의 대입정책은 일단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평준화로 학교에서 우수학생 만을 따로 분리해 교육시킬 수 없게 되자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또 쉬운 문제를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학생들에게 지능보다 반복학습을하도록 해 `천재' 보다는 `범재'들이 반복학습으로 단지 계산을 틀리지 않게 하는과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는 분석을 연구팀은 내놨다.
연구팀은 "현행 입시제도는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 학생과 재수생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향후 입시제도의 목표는 소득의 평준화 보다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높여 사교육비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