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그리고 제주도까지 매년 형님과 함께 하던
무전여행을 올여름 휴가엔 아들과 함께 하기로 합니다.
형님은 지인들과 지리산 등반을 하신다 하고 집사람과는 매번 휴가 기간이
맞지 않으니 올휴가는 혼자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다가 생각해 낸것이
바로 방안에 틀어박혀 딩굴딩굴 방학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대학 새내기
아들녀석입니다.
녀석 어릴때 부터 아빠를 따라 기타를 치더니 대학 그룹사운드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며 제나름대로의 음악을 즐기고 있었기에 넌즈시 의사를 타진하니
의외로 덥석 따라나서겠다 하네요. 눈물겹도록 고마운일입니다.
그동안 형님과 무전여행을 다닐때는 통기타 하나면 됐었는데 아들은 일렉기타로
연주를 해야 하니 작은 이동용 엠프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 검색끝에 롤랜드사
에서 거리공연용으로 출시한 "큐브 스트리트"라는 앰프를 구입하고 "아빠와 아들 무전여행중"
이라는 현수막도 준비하며 난생처음 아들과 떠나는 무전여행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드디어 휴가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식사도 거른채 차를 몰아 우리의 첫번째 공연지
전라남도 강진으로 달려갑니다. 강진청자박물관에서 매주 토요일 도자기 경매에 앞서
20~30분 정도 해남생음협에서 오프닝 공연을 하는데 해남지부장에게 부탁하여
이번 토요일은 우리 부자가 하기로 했던 것이었지요.
공연시작이 오후 2시30분인데 아침에 서둘러 내려간 덕분에 일찍 도착하여
한지부장을 따라 장흥 정남진 물축제도 구경하고 장흥에서 그유명하다는 버섯소고기 구이도
배터지게 얻어먹었습니다. 소고기 굽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카톡으로 집사람에게 보내니
무슨 무전여행 하는사람들이 소고기타령이냐며 핀잔을 줍니다. ^^
강진청자박물관에 도착하니 도자기축제가 한창입니다. 작년 형님과 남해안 무전여행중
들렸던 곳이라 주변이 익숙합니다. 한지부장의 안내에 따라 경매장에 들어서 공연준비를 합니다.
작은강당에 사오십명정도의 경매참가자들이 앉아 있었고 너무도 숙연한 분위기에 처음엔 다소
뻘쭘하기도 했지만 아들의 신나는 캐논 변주곡에 조금씩 분위기가 무르익고 공연은 무사히 진행이
됩니다. 아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삼십분가량 공연을 하고 경매장을 빠져 나오니 바깥은 도자기 축제
로 들썩입니다. 옳거니 싶어 박물관장님께 양해를 얻어 거리공연을 하기로 합니다.
실질적인 첫 앵벌이 공연입니다. 보면대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마이크를 설치하고 기타튜닝을 하고
본격적인 거리공연을 시작합니다. 내년에 군에 입대하는 아들과 함께 좋은추억 한페이지를
만들고 싶어 무전여행을 떠나 왔다는 맨트와 함께 공연을 시작하니 관람객들이 신기해 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천원짜리며 오천원짜리 가끔은 만원짜리 지폐도 기꺼이
기타가방에 던져주시는 관람객들, 그리고 더운데 고생한다며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익히 4년동안 경험했던 상황이었지만 아들 녀석은
내심 과연 모금이 될까 반신반의 했었는지 관중들의 환호와 모금이 신기하기만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들이 연주하는 동안에 모금이 더욱 많이 되니 아들도 흐뭇한 모양입니다.
한창 거리공연이 무르익을 즈음 어디선가 풍물패들이 요란한 타악기 소리를 내며 다가옵니다.
아마도 도자기축제를 축하하는 길놀이 중인가 봅니다. 작은 앰프하나로 50명이 넘는 풍물패
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 잠시 쉬었다 공연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공연을 털고 일어
나야 할 시간입니다. 해남 대흥사입구에서 땅끝작은음악회가 예정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강진도자기축제장에서의 길지않은 거리공연으로 예상보다 많은 모금을 하고 해남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해남에 도착하니 음향팀에서 공연장비를 열심히 설치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서둘러
리허설을 끝내고 공연 순서를 기다립니다. 몇년전부터 생음협 해남지부가 맡아서
여름마다 치루어 내고 있는 땅끝 작음음악회가 해룰 거듭할 수록 해남의 새로운 문화 콘탠츠로
자리메김하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무대에 오르는 공연자들의 실력 또한 해를 거듭할 수록
일취월장하여 다양하고 재능있는 공연자들로 채워집니다. 우리같은 타지역 공연자들이
굳이 필요없을 정도로 실력자들이 공연을 알차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저와 아들도 이들틈에
끼어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하려 최선을 다해 노력해봅니다.
두시간 가량의 열정적인 공연이 끝이나고 아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삼겹살 구워놓고 아들과 소수한잔 하려 했지만 워낙 늦은시간이고 아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한지부장이 잡아준 숙소에 여행 첫날의
몸을 누입니다. 눕자마자 잠드는 아들을 보며 첫날부터 너무 강행군을 시켰나 싶더군요.
이렇게 아빠와 아들의 무전여행 첫날이 저물어갑니다.
다음날 아침, 금방 소나기라도 쏟아낼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순천으로 네비게이션을
맞춰놓고 낯선도로를 달려갑니다. 한참을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순천정원박람회장,
미리 전화를 통해 행사주최측에 공연허락을 받았던 터라 담담자의 안내에 따라 출입증을
받고 행사장에 들어섭니다. 워낙 넓은 곳이다 보니 어디서 공연을 해야할지 막막했더랬는데
담당자께서 친히 행사장 곳곳을 안내해 주시겠다합니다. 조금씩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고
바닷가 마을의 습한 더위가 시작됩니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잰걸음으로 그넓은
행사장을 한사간 가량 탐험하고 나니 대충 어디서 공연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힙니다.
담당자를 보내놓고 일단 아들과 아침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이더위속에 잰걸음으로
한시간을 돌고나니 아들은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네요. 시원한 물냉면을 한그룻씩 국물도
안남기도 먹어치우고는 주차장으로 장비를 가지러 갑니다. 주차장까지도 왕복30분,
땀을 두박아지 흘린끝에 드디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공연을 시작합니다.
어제 한번 경험을 했던터라 아들도 익숙하게 공연을 이어갑니다. 점점 날씨는
더워지는데 그래도 비가 오지않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땡볕에서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공연을 이어갑니다. 고생한 만큼 모금은 잘됩니다. 목이 마를 즈음에선
어김없이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관람객들, 우리는 새삼 감사하며 공연에 몰두합니다.
이렇게 세시간 정도 쉼없이 공연을 하고 나니 이제 또 여수로 향할 시간입니다.
오후 4시에 여수박람회장에서 공연이 예정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일단 담당자로부터 받은 출입증을 반납해야 했기에 아들을 기다리라 해놓고
도보로 30분가량 걸리는 곳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합니다. 때양볕속을 열심히
걸어서 겨우 담당자를 만나 출입증을 반납하고 돌아오는데 한순간에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박람회장이 워낙 넓기도 했지만 길들이 직선으로 되어있지 않고 구불구불 되어 있다보니
순간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지요. 거의 한시간을 헤멘끝에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곳에 겨우
도착하니 아들은 기다림에 지칠대로 지쳐있네요. 겨우 다독여 장비를 수습하고 여수로
서둘러 차를 몰아갑니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늦지않게 도착하니 스카이타워 광장에서는
4시정각에 맞춰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시작됩니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광장에
들어서니 이미 장비가 셋팅되어져 있고 우리는 서둘러 기타를 튜닝하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끝나자 마자 공연에 돌입합니다. 오동도 앞바다에 유람선이 한가로이 떠있고
여수바닷가엔 연인들이 밤드리 노닐기세입니다. 아들과 주거니 받거니 공연을
이어갑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지칠대로 지쳐있던 아들이 어디서 그런힘이 솟았는지
액션까지 넣어가며 공연에 심취합니다. 기특하네요.
이렇게 또 하나의 공연이 끝이납니다. 박람회측에서 고맙다며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시네요.
저희가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조목조목 설명과 함께 말이지요
이번 여행을 통해 아들은 전라도 분들에 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합니다.
한결같이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주고 끝까지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가 봅니다.
한채철지부장을 비롯해 순천정원박람회장의 담당자분, 그리고 여수박람회장 담당자들까지...
모두 한결같이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남도분들의 인정을 보았다 합니다.
길지않은 아들과의 첫 무전여행, 조금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아들과
그동안 나누지 못한 교감을 충분히 나누었다 생각합니다.
초,중,고등학교를 말썽 한번없이 범생이로 보낸 아들, 고등학교 3년은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아빠와 충분한 정을 나누지 못해 가끔은 서먹함을 느껴야 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부분 어색함도 없어졌고 서로를 조금더 이해할 수있는 시간이
된 것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네요. 아들 녀석도 아빠와의 첫여행이 너무 좋았다 말합니다.
무엇보다 둘이서 두고두고 함께 공유할 수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 그거면 족합니다.
가족의 이름을 부를 수있는 매순간이 기적이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럽습니다. 아들~사랑한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나도 꼭 하고싶은 아들과의 무전여행~ 하지만 현실은 남편과 앵벌이하는게 제가 편한듯 싶네요. ㅎ 형석이가 두고두고 아빠를 그리워하겠어요. ~~ 부럽삼^^
언제 환이랑 한번 시도해 보는것도 좋겠다~~*^^*
아이들이성인이되어도 한번함께못해봤는데 부럽고 평생잊지못할소중한추억만들었네요..ㅎㅎ
형님~ 아직 늦지 않으셨습니다. 아드님이 대학에서 통기타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다음번에 한번 시도해 보세요~~*^^*
선생님 덕분에 우리 부부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비가 방해를 하고 한곳에선 모금도 호응도 좋아갈 무렵 하필 야간공연 음향 설치하고 대형 음향시설
틀어 놓으니 ,,,,, 에구~~
무전여행을 하다보면 쫒겨나기도 하고 비도 맞아보고 여러일들을 겪에 되지요.
하지만 그러한 시련들 조차도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면 별로 대수롭지 않더군요~~
좋은 경험 축하드립니다~~ *^^*
아들에게 큰 재산을 주신듯 합니다 ^*^멋진 아빠와 근사한 아들의 여행 ~부럽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추억을 쌓았네요~~*^^*
해남 까지 와주셔서 저도 정말 행복했어요~ 부러워요~~ *^^*
늘 변함없이 환대해줘서 고맙다네~~
이은혜를 어찌갚아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