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이제 정맥줄기는 산간오지를 벗어나며 시내버스로도 접근이 가능하고, 적절하게 숙박시설이 근교에 있어 잠자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구간이다.
산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내려 갈 수록 마루금은 벌써 봄을 건너뛰어 여름에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다. 여름날 그렇게 괴롭히던 날파리가 벌써 등장하고, 거미줄이 나타나며 얼굴에 둘러 붙는다.
무엇보다도 식수소비가 많아지며 겨울산행에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던 식수보급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날이 더워질 수록 정맥길은 갈증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침곡산-운주산-봉좌산-도덕산-어림산-관산-만불산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65.8km(첫날 41.6km, 둘째날 24.2km)
- 산행일시 : 2007년 4/21(토) 07:45~23:05(15시간20분), 4/22(일) 05:40~14:40(09시)
- 산행구간 : [첫째날] 가사령(07:45)-599.6봉(07:53)-709.1봉(08:31)-사관령(09:06)-배실재(10:07)-침곡산(11:18)-768봉 산불감시탑(12:12)-식사(12:22~12:50)-먹재(13:10)- 한티터널상단(13:24)-한티재(13:39)-545봉(14:25)-블랫재(14:56)-상도일안부(15:10)-421.2봉(15:30)-안국사갈림길(16:13)-운주산갈림길(16:25)-운주산(16:30)-갈림길(16:33~16:42, 휴식)-617봉(17:03)-이리재(17:45)-614.9봉(18:27)-봉좌산(18:36)-갈림길(18:45)-저녁식사(18:53~17:24)-임도(20:02)-도덕산갈림길(20:40)-오룡고개(21:15)-368.4봉(21:30)-굴(29:09)-시티재(23:05)
[둘째날] 시티재(05:40)-호국봉(06:10)-아침식사(07:05~07:35)-서낭당옛길(07:50)-어림산(08:37)-마치재(09:05)-남사봉(09:44~09:57, 휴식)-한무당재(10:40) -316.4봉 (11:02)-식사(12:02~12:50)-관산(13:20)-만불산(14:24)-아화고개(14:45)
- 소요경비 : 83,700원(서울-포항심야버스 30,500원, 아침식사 5,000원, 포항-상옥시내버스 1,500원, 맥주 1,800원, 여관 20,000원, 택시 3,300원, 대구-서울고속버스 21,600원)
★ 기록들
<첫날>
토요일 새벽 00시 30분 포항행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예상과 달리 5시경에 도착한다는 버스는 네시간도 걸리지 않아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버리고 만다. 상옥리행 시내버스가 올 때까지 2시간을 더 기다리려야 했다.
터미널 대합실 의자에 드러 누웠지만, 새벽녘 들락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5거리까지 걸어간 다음 버스정류장(포항농협옆 구청룡회관 맞은편) 인근의 해장국집으로 이동하여 해장국을 주문한다.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며 버스출발시간까지 남아 있는 시간을 소비한다.
<상옥리행 버스정류장>
<상옥리행 버스>
06시 30분, 손님이 달랑 네사람뿐인 시내버스에 올라탄 후 꾸벅꾸벅 졸고 있으려니 버스는 어느새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상옥리에 접근해간다. 낙동정맥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 온다.
50분만에 상옥리 삼거리에 도착하여 지름길로 가사령을 향한다. 가사령 못미쳐 올라가는 길가에 배드민턴 공처럼 생긴 두릅 몇 개를 따서 오늘 찬거리로 삼기로 한다.
<상옥리>
<상옥리에서 보는 가사령과 낙동정맥 줄기>
<가사령 들머리>
산행준비를 마치고 07시 45분, 가사령 절개지 사면을 오르기 시작한 후 얼마되지 않아 삼각점이 있는 599.6봉에 도착한다. 약간 흐리긴 하지만, 산행하기에는 적당한 날씨라 속도를 내 본다. 08시 31분, 왼쪽으로는 성법령으로 내려설 수 있는 헬기장이 자리한 709.1봉에 이르게 되고 09시 6분에는 사관령에 도착한다. 지형도에는 아무런 표기가 없지만 헬기장이 위치해 있었다.
<599.6봉 삼각점>
<709.1봉 헬기장>
<709.1봉 삼각점>
<사관령>
10시 7분, 삼거리의 배실재를 지나 오르막을 길게 따라 올라가자 우측으로 꺾이는 지점에 누군가 500cc 물병하나를 걸어 놓고 지나가는 목마른 정맥꾼에게 목이나 축이고 가라고 한다. 일주일전 놓아 둔 물병이지만, 누군지 모르는 그 분께 고마움을 표하고 한모금을 마신다.
<배실재>
<각시붓꽃?>
<목마른 정맥꾼을 위한 선답자의 배려>
노란 꽃들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등로를 우측으로 꺾어 휘어지듯 따라 올라가자 11시 18분, 침곡산(725.4m)에 도착한다. 주변이 어수선하고 불결하다. 누군가 다른 산악회 표지기 뒷면 빈공간에다 이름을 써 놓은 것이 눈에 띈다. 물론 산악회 표지기에다 얌체같이 이름을 써 넣는 행위가 적절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갖은 욕설을 남겨 놓은 것이 각박해진 산꾼들의 인심을 보는 것같아 씁쓸해진다.
<꽃이름이 뭔지?>
<알려주삼>
<침곡산 가는 길>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에 산나물을 캐러 나왔는지 인근 기계면에서 왔다는 사람과 조우한다. 자신이 올라가는 등산로가 낙동정맥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하였다. 철탑을 지나 11시 37분, 서당골재를 넘어서자 돌탑이 쌓여있는 서낭단이라고 추정되는 지점에 이른다.
<서당골재 안내판>
<서낭단>
<이놈 이름이 뭐죠?>
<봉분에다 집을 만들고>
사면을 따라 올라서고 있으려니 오른쪽으로 벌목되어 죽장면 감곡리 서리골 마을이 조망된다. 두더지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집을 만든다고 봉분을 파헤쳐 놓은 모습도 보인다.
계속하여 오른쪽으로 벌목이 되어 있는 등로를 따라 올라가자 12시 12분,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최근에 다시 지은 초소에서는 라디오소리가 흘러 나온다. 산불감시인이 그 안에서 잠을 자는지 인기척을 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죽장면 감곡리 서리골 마을>
<새로 지은 산불감시초소>
<가야할 마루금>
오른쪽의 북향으로 급하게 꺾어 내려서자 마루금은 다시 휘어져 남서쪽으로 향한다. 무명봉 정상에 이르러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12:22~12:50). 아침에 땄던 두릅 두 개를 찬거리로 한다. 상큼한 느낌이 좋다.
<점심식사 - 두릅을 반찬삼아>
13시 10분, 먹골 사람들이 이용했음직한 옛길인 먹재를 넘어선 후 13시 20분, 422봉을 내려서자 13시 24분, 한티터널 상단에 서게 된다. 13시 39분, 인근의 한티마을이나 음지마을에 내려서서 식수를 보충하였어야 했는데, 나중에 식수 때문에 고생하며 후회를 하게 될 줄은 아직까진 알지 못한다.
<이 꽃은?>
<아직도 벗꽃이 피어 있네요>
<먹재>
<한티터널 상단에서 본 31번 국도>
<마루금과 한티재 내려서는 갈림길>
<포항 죽장면 정자리>
<수채화 같은 풍경>
날씨가 한여름처럼 더워지자 땀이 계속하여 흘러 내린다. 누가 떨어 뜨렸는지 물이 반쯤 들어있는 1리터의 패트병이 보인다. 녹색 부유물이 있어 음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머리에 부어 열기를 식혀본다.
14시 25분, 545봉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영천시와 포항시의 경계로 마루금은 달리게 된다. 곳곳에 영천시경계 탐사대 표지기가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티재>
<한티재부터 마루금은 여름에 가까운 듯하다>
<철쭉터널이 시작되고>
블랫재 내려서기 직전 능선에 서서 운주산과 그 주변산세를 조망한다. 구불거리며 달리는 도로 위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뽀얀 연두색으로 포장한 산능선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홀로 산꾼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준다.
<가야할 마루금>
<운주산>
<조망1>
<조망2>
그러나 그러한 감상에 젖을 사이 없이 큰 고민거리가 생긴다. 물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며 앞으로 4~5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 지 쉽게 해답이 보이지 않다.
14시 56분, 가파르게 블랫재로 내려선 후 복숭아꽃 핀 무덤가를 따라 올라 운주산을 향한다. 지형도상 표기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No. 5)을 지나 15시 30분, 421.2봉에 이른다. 멋드리지게 휘어 늘어진 소나무를 보며 그 자리에서 한참을 감상하다 16시 13분, 안국사 갈림길과 16시 25분, 운주산 갈림길에 서게 된다.
<블랫재>
배낭을 갈림길에 부려 놓고 카메라만 들고 운주산을 갖다 오기로 한다. 하늘을 떠 받치는 기둥같다는 운주산(806.2m) 헬기장에는 지저분하게 패트병들이 여기저기 나 뒹군다. 다행스럽게도 물이 2/3가량 남아 있는 1리터의 패트병도 눈에 띈다.
<지형도에 없는 삼각점>
<421.2봉>
<예술같은 소나무>
<비박장소>
<운주산 갈림길>
<운주산 헬기장>
<운주산 정상>
버려진 지 제법 시일이 지나 부유물이 있기는 하지만, 아예 음용이 불가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전투식량인 비빔밥에 미리 그 물을 부어 채워 넣었고 나머지는 미숫가루를 타서 음용하기로 하였다. 이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 미숫가루물도 여유가 생겼다.
그나마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무심코 버린 물 때문에 남아있는 약 300cc의 물과 포도즙 두봉지, 그리고 남아있는 약간의 과일을 적절하게 배분한다면 큰 어려움없이 시티재까지 이동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한다. 숲속의 나무가 사연이 있어 슬피우는 여인네처럼 웅웅거린다. 바람 때문에 열기를 식혀 물소비를 줄이게 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일몰시간에 가까워지며 더욱 을씨년스럽고 정신마저 혼미해지게 만든다.
지형도상 식탁바위를 지나 17시 03분 안부에서 617봉을 넘어서자 멀리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나무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지형도에 돌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 돌무더기가 보인다. 고속도로 위를 넘어서 17시 48분 921번 지방도 이리재를 통과하게 된다.
<운주산 내려가는 길의 무덤>
<식탁바위>
<봉분을 또 누가 파헤쳐 놓았는지>
차량통과조차 없는 한적함 때문에 고독이 더 하게 된다. 운주산 올라가는 길에 무엇을 먹었는지 배가 퉁퉁한 독사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인기척으로 느끼고 고개를 움츠린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암릉들>
<소박한 돌탑>
<이리재 가는 길>
<포항가는 고속도로>
<이리재>
<무엇을 잡아 먹었는지 배가 불룩한 독사>
18시 27분 봉좌산 삼거리에 배낭을 부려 놓고 서둘러 봉좌산을 향한다. 아직 주변을 식별할 수 있을 때라야 하지, 어두워지면 간다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봉이 앉아 있는 형상과 같은 봉좌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돌산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우며 주변의 경치도 한눈에 들어 온다(18:36).
<봉좌산 갈림길>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봉좌산>
<포항시 기계면>
<봉좌산 삼거리>
<도덕산도 보이지만>
왼쪽으로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포항과 오른쪽으로는 경주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와(18:45), 발길을 재촉한다. 빨리 서두른다 하더라도 밝아 있을 때 도덕산을 갔다 오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본다. 다행히 큰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장소를 발견한다. 웅크리고 앉아 아침에 딴 두릅을 안주삼아 더덕주를 마시며 저녁식사를 한다(18:53~17:23).
야간등반 준비를 하고 행장을 수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진행하다 보면 금방 몸이 데워질 것이기 때문에 신경쓸 일도 아니다.
해가 졌다. 달마저 뜨지 않아 세상은 온통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가끔씩 고라니가 제 영역을 침범했다고 컥컥거리며 소리를 지를 뿐, 스산한 바람소리는 외로움을 더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가끔은 이러한 느낌을 갈망하기도 하여 산짐승처럼 자연에 동화되는 내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570.7봉을 넘어서자 20시 40분,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도덕산 갈림길에 서게 된다. 전망이 좋다는 도덕산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지만,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가파른 등로는 한발한발 내딪는 것조차 위태롭게 한다. 나무를 붙잡으며 조심스럽게 내려섰지만, 이번에는 여기저기에 갈림길이 나타나며 혼란스럽게 한다. 마루금에서 무덤으로 빠지는 길이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있어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도덕산 갈림길>
오룡고개가 지척에 있는지 좌우로 마을의 불빛이 보이고, 나의 출현을 인식한 것 같지는 않지만 개가 짖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 논에서는 맹꽁이 소리가 요란하다. 내일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징조일 것이다.
21시 15분, 오룡고개를 넘어서 21시 33분, 삼각점이 있는 368.4봉에 이르게 되고 안부를 지나 능선을 오르자 등로에 토사가 흘러내리고 그 위에 동굴이 보인다(22:09). 누군가 동굴안을 리모델링했는지 흙을 파 놓은 것같다.
<368.4봉>
<동굴>
시티재가 가까울 수록 차량 통행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시티재로 금방 내려서지는 않는다. 영천시 고경면에서 등로 오른쪽으로 하얀색의 줄(Police Line과 같은 줄)을 연결하여 걸어두었지만, 여기저기 끊어지며 나풀거리는 것이 영 눈에 거슬린다.
마지막으로 349.8봉을 넘어서자 23시 05분, 시티재에 도착한다. 물도, 포도즙도, 미숫가루물도 완전하게 바닥이 났다. 식수를 아끼기 위하여 땀이 나지 않게 속도를 늦추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정도 늦었지만 심한 갈증없이 목적지에 터치다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시티재 내려서는 길>
<안강휴게소>
왼쪽에 위치한 안강휴게소로 이동하여 캔맥주를 구입한 후 그 자리에서 벌컥 거리며 들이킨다. 시원한 맥주가 목으로 넘어가며 황홀한 느낌마저 든다.
점원에게 가까운 여관을 묻자 안강읍 쪽으로는 더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오른쪽 고경면 쪽으로 가라고 한다. 7~8분을 걸어내려가자 여관이 보인다.
암흑처럼 불이 다 꺼져있고,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봐서 손님이 나 혼자밖에 없는 모양이다.
새벽 5시경 나갈 예정이라고 하며 깍아 줄 것을 부탁하자 2만원을 받는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피로가 다 가시는 느낌이다. 새벽 5시에 모닝콜을 맞춰둔다.
<둘째날>
꿈도 꾸지 않고 숙면을 취한 것 같다. 잠자리가 편할 수록 그 다음날 여정이 편하다는 것을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확실히 몸이 가볍다.
05시 30분, 행장을 꾸려 여관을 나선다. 날씨가 곧 비가 올 듯이 흐리지만, 산행거리가 짧고 우중산행에 대비하여 우비와 스패치를 따로 준비하였기 때문에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오후 4시경 대구에 계시는 홀대모 강촌동장님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아화고개에 도착하면 된다.
<하룻밤 기거한 청용장 모텔>
<시티재 들머리>
05시 40분, 들머리에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06시 10분, 호국봉에서 돌탑이 있는 382.9봉을 지나자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진다.
07시 05분, 자리를 잡아 아침식사를 하며 우중산행을 준비한다. 등로에 널부러져 있는 취나물을 몇 개 따서 아침 찬으로 삼는다(07:05~07:35). 휴대폰과 카메라를 방수팩으로 감싸고 비가 올 것으로 대비하였지만, 한두번 지나치 듯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휑하니 벌목되어 있는 지점을 지나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진행하자 벙커가 나오고 07시 50분, 서낭당 옛길이 나타난다.
<호국봉>
<돌탑의 흔적>
<벌목이 된 등로>
<벙커>
<철쭉>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마루금이 다가온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진달래는 철쭉으로 교체되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검회색의 마루금은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08시 37분, 뾰족하게 생긴 돌을 정상석으로 세워 놓은 어림산에 도착한다. 09시 05분, 마치재에 도착하자 차량 두 대가 세워져 있다. 산소를 돌보기 위해서 온 차량이라기보다는 정맥꾼의 차량으로 보인다.
<어림산-메직으로 직접 표기함>
<마치재>
마치재를 넘어서서 왼쪽으로 남사저수지를 보며 진행하자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그 옆으로는 널다란 운동장같은 공터가 보인다. 휘어 감듯 돌아서 올라서자 09시 44분, 산불감시 현수막이 걸려 있는 남사봉(470m)에 이른다.
<남사저수지>
<임도와 공터>
<남사봉>
<남사봉 정상>
<또 다른 동굴>
<넓은 공터와 민가>
배낭을 부려 놓고, 떡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09:55~09:57). 왼쪽으로는 시멘트 포장도로 오른쪽으로는 927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산줄기를 따라 마루금은 휘어져 북서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철쭉이 화사하게 핀 꽃길이 계속하여 이어진다.
10시 40분, 한무당재를 넘어서서 11시 02분, 316.4봉에 다다르자 왼쪽 남향으로는 인내산(534m)이 지척에 있는 듯하다. 서쪽을 향하던 마루금은 남쪽으로 꺾이며 중절모 모양의 관산이 그 전부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도란도란 사람들 목소리도 들린다.
<철쭉꽃길>
<안부>
<한나무재>
<인내산(534m)>
<316.4봉>
<관산>
<안부>
<포항과 경주는 계절적으로 이렇게 차이가 난다>
12시 2분, 평평한 등로상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시간이 넉넉하여 휴식을 취하며 남아 있는 음식을 모두 다 처분키로 한다(12:02~12:50). 50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텅빈 배낭을 둘러맨다.
가파른 관산을 올라가고 있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옆에 낀 봉지마다 나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으로 봐서 나물산행 나선 사람들이다. 13시 20분, 관산(393.5m)에 도착한다. 특이하게도 삼각점은 봉분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
<분꽃>
<봉분 가운데 삼각점이 박혀 있는 관산정상>
<경주시 서면 심곡리 인근>
<이번에도 누군가 봉분에 큰 구멍을 냈다>
라일락과 같은 꽃 향기가 마루금을 가득 뒤덮은 것 같다. 아름다운 여인네의 향수에 매료된 것처럼 은은한 향기에 빠져든다.
임도를 따라 진행하자 양계장이 나타난다. 양계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휘어져 돌아가자 만불사의 커다란 부처상이 보인다. 홀대모 강촌님이 휴대전화로 내 위치를 물으며 목적지 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한다.
<양계장으로 이어지는 임도와 같은 마루금>
<양계장>
<유채꽃>
<뒤를 돌아본 관산>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선 후 만불산을 올라서자 삼각점이 없어 정상인지 아닌지가 애매하다. 탱자나무길을 내려서서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공장 사유지를 지나자 (주)동택이 나타나고 14시 40분, 차량통과하는 소리가 요란한 4번 국도에 내려서게 된다.
<탱자꽃>
<밭을 가로질러 가는 길>
<만불사의 부처상>
<아화고개 내려서기 직전 공장>
<아화고개 날머리>
정맥꾼을 싣고 온 차량인 듯 전세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아화버스정류장을 묻자 어디 갈거냐고 한다. 대구에 간다고 하자 자신들도 대구에 간다며 합승하고 한다.
친절하게도 막걸리 한잔을 권한다. 옷을 갈아 입고, 자리를 잡자 자신들은 정맥종주 중인 대구 K2산악회 백솔회라고 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표지기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익숙한 이름이다. 베푸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상당히 친근감이 가는 산악회였다. 기념으로 표지기 하나를 건네 받는다.
<다음 들머리 - 철탑을 따라>
아이스크림까지 얻어 먹고 버스 안에서 계속되는 질문에 답하느라 강촌동장님과 약속한 감산이라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다시 동대구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남부정류장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타고 동대구역 옆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7시 25분, 서울행 버스표를 구입한 후 지하철역 앞에서 기다리자 동장님이 오신다.
대구에 오셨으니 유명한 곱창을 맛 보이겠다며 곱창집으로 안내한다. 홀로산꾼에 대한 고독과 홀로산행의 묘미를 이야기하다보니 금새 한시간 30분이 지나며 차 출발시간에 임박해진다. 산사나이다운 넉넉함과 인자함이 배어있는 강촌동장님의 산행철학을 배우며 다음을 기약한다.
<강촌동장님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