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盈德) 팔각산(八角山,628M)을 가다.
글 쓴 이 고 학 영
1월28일, 정해년(丁亥年)에 접어들어 첫 산행이다.
주위는 어둑 어둑한데... 별은 촘촘히 빛나고... 소한(小寒) 대한(大寒)이 지나고 입춘(立春)을 바라보는 계절이다.
날씨는 포근하고 쾌청하다. 차에 오르니 모처럼만에 동참하신분도 계시고, 처음오신분도 여러분이 보이신다.(32명)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니... 정든회원님들이 많이도 보이지 않으신다.
허전한 마음으로 출발하니... 새 집행부의 임원소개가 이어진다. 잘 이끌어 주실것을 당부 드리며 큰 박수로 환영하시니... 차는 어느덧 와촌(瓦村) 휴게소에 이르러 조반(朝飯)을 드신후 여담(餘談)으로 시끌벅적 하다.
북서쪽으로는 팔공산의 관봉(冠峰:갓바위)이 언뜻 언뜻 보이고, 설산(雪山)의 산색은 여여(如如)하여 을씨년 스럽구나!
영천에서 단포(丹浦)를 지나 임고면(臨皐面)에 이르러니, 만고불멸(萬古不滅)의 임고서원(臨皐書院)이 눈앞에 우람하다. 이층누각(二層樓閣)의 영광루(永光樓)를 지나 중정(中庭)뒤편에 정면5칸 측면3칸의 팔작지붕 형태의 강당(講堂)건물이 고색창연(古色蒼然)하다.
좌우로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나란하고, 영광루 너머로는 안산(案山)이 적당한 거리에서 포근하다.
좌청룡(左靑龍)은 잘 감싸주고 있으나 우백호(右白虎)가 허(虛)하여서, 비보숲(裨補林)으로 은행나무를 심었나보다. 아람드리 거목(巨木)으로 수령(樹齡)이 500여 년은 넘어 보인다. 그 우측 언덕배기에는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선생을 기리는 묘당(廟堂)이 대(臺)위에 엄숙(嚴肅)하도다.
그는 고려말엽에 삼은(三隱:목은 이색, 야은 길재)의 한사람으로서 이곳 임고면에서 출생하여 추밀원지주사(樞密院知奏事)를 지냈으며...
1360년(공민왕9년) 삼장(三場)에서 연달아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한 고려말의 충신이다. 1389년(창왕1년)에는 벼슬이 대제학(大提學)에 이르렀으며... 조선의 창업에 걸림돌이 되어 이방원(李芳遠:훗날태종)의 문객(門客) 조영규(趙英珪) 등에게 선죽교(善竹橋)에서 피살되니...
님은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의 정신적 사표(師表)로서 청사(靑史)에 길이 길이 빛나도다! 아~ 아~ 님은 갔으나 그 정신은 단심가(丹心歌)에서 여여(如如)합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답사(踏査)의 의미를 새기면서... 차는 어느덧 영천댐을 지나고 있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고 하드니... 계곡은 갈수록 깊어져서 구~불~ 구~불~ 요동이 심하여 멀미를 호소하는 회원님들이 무척이나 많으시다.
부남면(府南面)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몇 몇 회원님들에게 응급조치를 해 드린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드니... 청송군 부동면(府東面) 얼음골 부근에 이르러 자동차에 경미한 고장이 있어 진행속도는 더욱 느리고 불편하다.
얼음골에는 인공빙벽(人工氷壁)을 만들어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빙벽등반가들이 모여 등반을 연출하시니... 참으로 장관이다.
그네들은 목숨을 건 등반이지만... 보는이는 스릴(Thrill) 만점이다. 회원님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에 열중이다.
답사(踏査)는 뜻으로 즐겁고...
빙벽등반은 눈으로 즐겁구나!
팔각산 출발기점에 이르니... 시계는 11시20분이다.
물맑은 옥계천(玉溪川)은 풍광이 뛰어나서 보는눈이 다 즐겁구나! 예나 지금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여여(如如)한데... 주변의 풍경은 개발의 흔적이 역력해서 많은 생채기를 내고 있구나!
일렬로 늘어서서 철계단으로 오르니 경사가 어찌나 가파른지... 바지였길래 망정이지, 치마였드라면... 우짤뿐 했노...? 안도의 숨을 내쉬며 후미에서 진행하니... 오늘따라 감회가 새롭구나!
동해바다가 가까워서 그러한가? 동풍이 몹시도 거세다. 음달에는 약간의 잔설(殘雪)이 보이는 곳도 있어 눈바람의 영향도 있는것인가?
정명돌 노장님은 산 오르는것이 무척이나 힘이드시는가 보다. 숨소리가 거칠어서 보는이가 안타깝다. 그옆에 백악관(흰머리) 이태만 회원님이 오늘따라 축 쳐진다. 차멀미의 후유증인가 보다.
조금앞서 천가희님, 선배님(홍총무선배), 박태옥님, 김유정님, 황재덕 부회장님 등 등 일렬로 이어진다.
산세(山勢)가 그리 웅장하지는 않으나 암반들이 거칠어서 산행길이 조심스럽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30여 분을 오르니 제1봉(第一峰)이라고 삼각형의 빗돌에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435M고지로 짐작되며... 주위의 풍광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옥계천의 모습들이 저만큼 멀어져 더욱 아름다운 경치로 다가온다.
출발 때 보다는 바람도 많이 잠잠해져 있고, 날씨도 관상대의 예보는 빗나가서 훨씬 포근하다. 잠시 휴식하며 가져온 과일들로 입가심을 하고, 고치가리 서부장님이 주시는 캬라멜을 씹으니 한결 힘이 솟는다.
제2봉(第二峰) 근처에 이르니 시야는 더욱 넓어지고, 등산개념도에는 배지기굴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등산로 주위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500여 고지를 지나있어 저만큼 내려다 뵈는 주차장의 차들은 장난감처럼 작게보이고...
주위의 산들은 한폭의 동양화처럼 다가온다. 날씨도 쾌청하여 상당한 거리까지 조망(眺望)이 가능하구나!
삼봉(三峰)을 향하여 더 오르니 저만큼 칼바위가 우뚝솟아 하늘을 찌르는 기상이다. 그아래 부분에 다듬어진 굴(窟)모양이 보여서 가까이 접근해 보니 보이지 않는다. 사막의 신기루 현상인가?
칼바위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면서 동쪽 방향으로 바라보니, 낙동정맥의 한기점에서 흘러나온 내연지맥의 산줄거리가 꿈틀 꿈틀 용트림을 하여 끝없이 펼쳐진다. 멀지않은 곳에 동해바다가 있다는것을 짐작만 할뿐 볼수없슴이 안타깝구나!
4봉(四峰), 5봉(五峰)가는 능선길은 험준한 바위들이 많아 여러곳에서 밧줄을 내려 놓았다. 오늘은 특별히 밀어 줄 사람도 당겨 줄 사람도 없이 진행이 순조롭다. 나무중에 군자이신 소나무(松=木+公)는 지천으로 많아서...
악산(惡山)일 수록 소나무가 잘된다고 하드니...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외다. 낙엽수(落葉樹)는 잎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윙윙 소리를 내니... 대자연의 교향악(交響樂) 이로다. 입춘(立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그 어디에도 봄의 기운은 느끼지 못하겠도다.
오르락 내리락 몇구비를 더 돌아 최대장과 보조를 맞추며... 기념촬영도 해 가며... 제6봉(第六峰)에 다다르니 지나온 봉우리들이 한눈에 다 뵈는것이 참으로 장관이다. 바위 틈새 틈새로 형형색색의 사람의 열매들이 조롱 조롱하고...
지나온 봉우리들은 순번(順番)에 구분없이 일렬로 늘어져서... 한낮의 찬란한 태양빛을 받으니 구슬처럼 반짝 반짝 빛나도다!
저만큼 출발기점의 주차장에는 성냥갑보다 더 작은 차들이 촘촘하고, 여러곳에서 등산온 산행객들이 시끌벅쩍 줄지어 오르신다.
혼탁한 대도시를 떠나 대자연의 품속으로 찾아든 우리들은 즐겁다만... 숲속에서 보금자리를 둔 산새들은 볼 수 없으니... 우리 인간들의 답산(踏山)이 대자연의 질서를 흩트리는 또 다른 공해인가?
까악~ 까악~ 간 간이 검은 까마귀만 울어대니... 먹을것을 달라는 신호인가? 인간들을 반기는 소리인가?
몇 몇 회원님들에게 기념촬영을 해 드리고... 다시 7봉(七峰)을 향하여 오르니 선발대는 벌써 8봉(八峰:정상)에 도착했다는 교신이 들어오고, 구윤서 회원님은 7봉 근처에서 모자를 두고 왔으니... 찾아 보라는 연락이 뒤이어 온다.
최대장과 필자는 주위를 살피며 진행하니 다행히 바람에 날려가지 않고 있는 모자를 챙겨 마지막 8봉(八峰)으로 향한다.
팔각산(八角山,628M) 정상에 오르니... 까만 오석(烏石)에 정상표석(頂上標石)이 빛나고 그 옆에는 조그마한 삼각빗돌에 제8봉(第八峰)이라고 새겨 놓았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되돌아보니 6봉에서 보는 경치만은 못하고... 되돌아 보는 풍경이 꼭 진안의 구봉산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든다. 잠시 주위를 조망(眺望)하니 날씨는 쾌청하여 시계(視界)가 넓어서 사방을 두루두루 볼 수 있어 좋구나!
이곳 팔각산(八角山,628M)은 태백산 부근의 매봉산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상의 응봉산(999M), 백암산(1004M), 주왕산(721M)을 거쳐 동쪽으로 한지맥이 갈라져 나와 아름다운 여덟봉우리를 만드시니...
산좋고 물맑은 옥계천(玉溪川)을 빚어놓아 억겁(億劫)의 세월동안 이어져서 이고장 인걸(人傑)들의 요람(搖籃)이 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내연산(710M), 동대산(791M), 바데산(646M)으로 이어지는 내연지맥의 산들이 손에 닿을 듯 하고... 북쪽으로는 무포산(717M), 왕거암(907M)을 지나 주왕산(721M)이 아련하게 보이시니... 팔각산은 산중에 보석산 이로다.
정상의 답산(踏山)을 기념으로 남기고자 하나 준비된 필름이 없으니... 오늘따라 디카맨 황재덕 부회장님도 보이지 않으신다.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길로 접어들어 잠시 나려오니 적당히 양지바른 곳에서 모두들 점심을 드신다.
시장하던 차에 준비한 도시락을 맛있게들 드시니... 오늘처럼 포근한 날씨도 드문일이라! 식사후 디저트로 밀감, 사과, 녹차, 쥬스까지 드시니, 가득한 포만감에 즐거움도 배가된다.
40여 분을 더 걸어 주차장에 당도하니 14시 30분이다. 한켠에선 하산주(下山酒)를 준비하느라 부산하여... 주위를 한바퀴 빙 돌아 본다.
안내판에 옥계천(玉溪川) 입구에 침수정(枕潄亭)은 손성을(孫星乙)이라는 분이 경북 월성군 양동마을에서 1784년(정조8년)에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이곳으로 옮겨와 지었다고 돼 있으며, 지금은 7대손 손동호(孫東湖)라는 분이 관리하고 있다 하신다.
옥계천의 물소리는 만년(萬年)의 거문고요
팔각산의 풍광은 보석처럼 찬란히 빛나고...
아름다운 대자연은 말없이 여여(如如)한데...
오고가는 인걸(人傑)들만 소란스럽구나!
아서라~ 인간의 정(情)이란 것이 다 집착인것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이곳에 모두 놓아버리세!
단기 4340년(서기2007년) 1월28일
영덕(盈德) 팔각산(八角山,628M)을 가다.
첫댓글 2007년도의 시작산행을 뜻깊게 하였기로 남산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기대가 됩니다.고고문님의 산행후기 기록들이 훗날 멋진 책자로 나올것도기대됩니다.
예림님! 어서 회복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에 동참하시길 바랍니다.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행 잘 다녀 오셨군요....항상 건강 하시고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늘 행복 하소서...
구슬님!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 님이 계시지 않으시니... 카페가 허전했습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