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장은수]

 

잊혀지는 추석 이야기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추석이 돌아오면 객지에 나간 사람들은 먼저 벌초를 떠올린다.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은 자손이 없는 무덤이거나, 불효하여 조상의 무덤을 돌보지 않는 경우여서 남의 웃음거리가 된다. 요즘엔 벌초 때가 되면 제초기 사고로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납골 땅 바람이 불어 성묘문화, 벌초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

세월 따라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의 민속절인 추석도 변해가지 않겠는가. 어쩜, 잊혀져가는 추석이야기들을 어른들의 말씀과 각종 자료를 통하여 더듬어 보기로 하자.

추석은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로 음력 8월 15일이며,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로 일 년 동안 기른 곡식을 거둬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해서 속담 중에 "일 년 열두 달 3백 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말도 생겼다.

이날을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로 즉 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한다. 신라 유리왕 때 한가위 한 달 전에 베 짜는 여자들이 궁궐에 모여 두 편으로 나누어 한 달 동안 베를 짜서 한 달 뒤인 한가윗날 그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진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 라는 말이 나왔는데 후에 "가위"라는 말로 변했다.  즐겁고 신나는 날인 동시에 그런 즐거움을 얻은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은 날이기도 하다.

추석날 민속놀이의 대표적인 것은 강강술래다. 남해안 일대에 전승되어 오는 주로 팔월 한 가위에 여성들이 노는 놀이인데, 여성 놀이 중 가장 정서적이며 율동적인 놀이이다. 수십 명의 부녀자들이 손을 맞잡고 둥그런 원을 지어 무리를 이루고 이들 중에서 목청이 빼어난 사람이 앞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뒷소리를 받으면서 춤을 춘다. 처음에 느린 가락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빨라져 춤 동작도 여기에 따라 변화한다.

줄다리기는 옛날부터 대개는 정월 대보름날에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5월 5일 단오절이나 7월 보름날 백중 절에 한다. 마을 사람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참가하여 줄을 당기어 승패를 겨룬다. 이긴 쪽은 그해 농사가 풍작이 되고 악질(惡疾)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한다. 그 밖에 씨름, 활쏘기, 가마싸움, 닭싸움, 소싸움, 콩서리 등 지방마다 그 풍습도 가지가지다.

추석날의 일기를 보아 여러 가지로 점을 친다. 추석날은 일기가 청명해서 밝아야 좋다.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해서 불길한 징조로 삼고 있다. 밤에 구름이 끼어 달빛을 볼 수가 없으면 보리와 메밀이 흉년이 들고, 토끼는 포태를 못해서 번식을 못하고, 개구리가 새끼를 까지 못한다고 전한다.

추석날 밤에 흰 구름이 많이 떠서 마치 여름에 보리를 베어서 늘어놓은 것처럼 벌어져 있으면 농작물이 풍년이 들지만, 구름덩이가 많거나 구름이 한 점도 없으면 그해의 보리농사는 흉년이 들 징조라고 해석을 한다.

이때가 되면 농사일도 거의 끝나 갈 무렵이고 풍년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으며 과일도 풍성하고 덥고 춥지도 않다. 객지에 나돌던 식구들도 고향에서 가족 전체를 상봉하며 막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온 식구가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가풍을 익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8월에 들어 창문을 바르지 않는데, 특히 추석을 전후해서 문을 바르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문이 찢어져 있으면 바람이 들어와서 시원하기 때문에 그냥 두었다가 7월에는 일단 창호지로 문을 바른다. 그러나 8월 달에 들어와서는 찢어진 문구멍을 새로 바르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다. 금기를 어기면 도적을 맞는 일이 생기고 집안에 우환이 들끓게 된다고 전한다. 그래서 찬 바람이 들어와도 그냥 두었다가 9월에 들어서야 문을 바른다.

추석 전날 밤에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머슴아이들이 밭에 가서 벌거벗고 고랑을 기어 다니는 풍속이 있다. 밭둑에다 음식을 차려놓고 토지신을 위하는 일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밭곡식이 풍년들어 많은 수확을 올릴 뿐 아니라 아이들의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건강하여진다고 믿고 있다. 일종의 농업주술과 건강을 축원하는 행위이다.

요즘엔 고속철도, 항공 등 대중교통수단도 너무 좋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친구와 서울에서 다녔다. 추석전날 야간열차를 타고 고향을 가기위해 서울역으로 갔다. 역 광장을 가득 메운 귀성인파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8.15해방을 맞아 만세 외치러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이랬을까. 6.25 때 피란민이 이랬을까 엄청난 인파 틈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다가 결국, 신발 한 짝 잊어먹고 고향에 가지 못한 웃지 못 할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최단]

나어릴쩍의 한가위날의 추억은 죽는 날까지의 좋은 추억으로 남고 있읍니다 허나 요즈음의 우리 후손들은 옛날의 우리들의 그 정서어린 추억을 심어 주기엔 역부족이고 세상이 넘우변하여 안타가웁습니다 추석도 되기전에 미리 다녀와 버리고 추석엔 움직이기란 넘우 교통이 어려우니 말입니다

[장은수]

저도 몇일전 아이들 데리고 미리 다녀 왓습니다. 빨간날이 3일이다 보니 마치 고속도로는 대형주차장을 방불케할테니 생각만 해도 겁이 납니다. 2년전 꼬맹이들 데리고 갔다가 보은에서 11시간 걸렸는데, 꼬맹이는 차에서 울어울어 몸부림치지....하기사 어른도 목을판이니 어린 아인들 오죽하겠습니까? 좋은 명절 맞으세요

[박도영]

옛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젊을 때 저도 아이들 셋을 데리고 부산 시댁으로 명절때마다 가던 생각이 납니다. 정말 죽을 고생을 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많은 추억이 서려있어 글감이 되기도 하지요. 최단 샘 말씀처럼 요즘 고생모르는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