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이니 발명(發明)이니 하는 말은 별 설명이 필요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백년전, 고종 시절에는 똑같은 한자가 전혀 다른 뜻으로 썼었습니다.
그래서 '백년사이가 마치 크레바스와 같아 서로 사맛티 아니할쎄' 그들과 우리는 말이 안통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아조 익숙한 빌레이 belay라는 게 사실 클라이밍 용어 중에 제일 특이한 놈입니다.
말하자면, 아크테릭스 같은 화석어입니다.
노무현이나 김영삼처럼 자주 들어서 친한 듯하고, 익숙해지다보니 옆집 아저씨인양 잘아는 듯한 단어
....belay...~
과연 빌레이 belay가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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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백(lay back)이나 '지체'를 뜻하는 딜레이(delay)나 400m 릴레이(relay) 와 유사해서
빌레이 역시 초급 영어일 듯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잘 모릅니다. 황당하게도....
그렇다고 현재 아무도 안쓰는 구닥다리 단어들을 모아서 한국 아해들을 괴롭히는 vocabulary 33,000 같은
책에도 없습니다. 어이없게도...
스트리트 외국인에게 안되는 영어로 힘들게 설명하면...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I see I see..하면서
secure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듯 합니다.
사실 우리가 '확보'라고 할 때 이 의미는 생활영어로 Secure가 맞는 말입니다.
셀프 빌레이보다는 셀프 시큐어가 더 절실하고, 선등빌레이는 선등시큐어가 더 긴장되고
세칸드 빌레이보다는 세칸드 시큐어라고 해야 후등자를 긍휼히 여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확보'라는 한자어는 일상생활에서 잘안쓰는 단어입니다. 씨큐어 Secure, Security등의 뜻이 확 다가오죠. 언젠가는 확보라는 일본식한자대신 Secure로 바뀌겠죠.
말하자면, 빌레이는 조폭언어처럼 클라이밍계에서만 쓰는 클라이밍 은어입니다. 아무도 몰라..우리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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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y는 사실 전세계를 해적으로 분탕질을 하면서 부를 축적한 영국 뱃놈들에게서 나온 단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re-rock.com%2Fattach%2F1%2F1228375237.jpg)
A,B,C에서처럼 자일을 묶어 매는 것을 belay 라고 합니다.
빨래방망이처럼 생긴게 빌레잉 핀 belaying pin(우리말로 하면 빌레이 앙카?)라고 하고요.
영어사전에서 보자면....
이 빌레이의 뜻이 실제 산에서는...
이렇게 자일을 서로 묶는 것을 말합니다.
굳이 고산이 아니라 빙하에서도 안전을 위해 자일을 서로 묶는 것은 상식적이죠.
초기에 별장비 없던 시절에 알프스 능선을 찾던 산악인들도 자일을 서로 묶고 피켈들고 올라갔죠.
독어로 안자일렌이 바로 이뜻이고요. 안자일렌 anseilen 이라는 뜻 역시 말그대로 빌레이, 그러니까
자일을 묶는 것을 말하지 러닝빌레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크레바스체 빠지면....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선박에서 빌레잉 핀 처럼 자일을 꽉 묶은
상태로 확보를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말하자면, 이동중에 서로 빌레이를 보는 격이죠.
다시말해, 빌레이는 서로 빌레이 가 원형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흘러 자기를 확보하는 걸
두고서 따로 셀프 빌레이라 하고....퍼스트 빌레이, 세칸드 빌레이 라고 이름을 덧붙이게 됩니다.
각설하고,.....
영국신사들이 알프스를 찾을 때, 알프스 산록의 무지렁이 촌놈들을 가이드삼아 올라가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가이드들은 영어나 바다에 무지한 촌놈들이라 '빌레이'라는 뜻을 알턱이 없죠.
대신에 빌레이와 똑같은 뜻의 쉬운 영어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re-rock.com%2Fattach%2F1%2F1346284577.jpg)
그건 바로 말그대로 Rope 입니다. 명사로는 밧줄. 동사로는 밧줄을 메다...
또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rope up 라고도 하고요. 실제에서도 Rope up 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산골 무지렁이도 밧줄 rope 은 압니다.
그런데 왜 바다에서 부를 축적한 영국의 귀족들이 알프스에 가서 Rope 대신 belay 라는 말을 썼을까요?
그 이유는 별게 아닙니다.
알피니즘이나 알파인 클라이밍이 본질적으로 귀족놀음이었다는 것에서 연유합니다.
밥상대신 '수라'처럼 귀족은 귀족틱한 언어를 구사하게 됩니다.
언어는 다른계급과 구별을 시켜주고, 차별을 낳는 좋은 도구입니다.
예컨대, 한국에도 있는 귀족놀음인 승마, 한국승마협회의 영어명칭이 뭔지 모르실겁니다.
대충 Horse- riding 일까요?,,,,전혀 ,네버^^. 대한승마협회홈피는 http://equestrian.sports.or.kr/ 입니다~
서민은 모르는 말을 자기들끼리 쓰면서 놀면 즐거움이 두배이죠.
영국 귀족들이 알프스에서 놀 때도 그러했던거죠.
빌레이 Belay 에는 이런 역사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영국인 서민들은 빌레이라는 뜻을 알턱이 없죠.
오직 산악계에만 남아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까지 배고픈 나라였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은 절대 놀러 산에 못가죠. 가만이 있어도 배고픈데...
그래서 한때 한국에서도 클라이밍은 귀족 스포츠였습니다.
그들만 여유있게 즐기던.....세상과 절연하여 고고하게......
이런걸 차치하고 고원한 알피니즘이니 무상의 행위이니 하는 한국산악계의 척박함은 그래서
오늘날 *나*나 하는 Sunday Climbing 시대에 와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교정받아야 합니다.~~
귀족도 아니면서, 산악선진국도 아니면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들을 아모 생각없이 즐거이 읽고..
자꾸 읽다보니 뭔가 아는 것 같아서, 쓰고 듣고 읽고 떠드는 것이 현 한국 정통 산악계의 한심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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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wikipedia.org/wiki/Image:BelayingPins.jpg
http://www.brooscampbell.com/work3.htm
http://www128.pair.com/r3d4k7/historica ··· 5.4.html
http://picasaweb.google.com/linusfelix/ ··· 44633826
http://willerup.com/matterhorn/512/19crevass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