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본 글에서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현재 실시설계중에 있는 작품으로서 실상 부지나 주변 여건에 대해서는 문헌상의 정보이외에는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본 글은 승효상 소장이 제공한 모델 사진과 당시 제출된 개념 및 설계설명서 그리고 기본적인 드로잉 을 토대로 승효상 소장과 필자의 대담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The use of nature, The acceptance of nature 1. 중국 만리장성 내에 일종의 휴양시설이라 할 수 있는 [Shui Guan Project]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는 동양의 건축가 11명이 초청의 형식으로 자리하여 각각의 부지별로 주거시설을 계획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 중 승효상 소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 설계를 맡고 있다. 'Commune by the Great Walf'이라고도 칭해지는 이 프로젝트는 다분히 건축주의 의도하에 미국이나 기타 서양의 건축가들이 배제된채 일본,대만, 싱가폴, 한국등의 순수한 동양건축가들만이 초대되어 각각의 프로젝트를 할당받아 계획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일단 흥미롭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프로 젝트의 건축주는 승효상을 포핳ㅁ한 참여 건축가들에 대하여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타적 혹은 수구적인 측면으로 비판받을 수 이도 있다는 생각도 드나 어쨌든 이것은 '동양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관의 공유를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역시 느낀것은 이들이 중국과 한국이 그리고 동양이 '공유하고 있는 것'과 '공유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점에는 의심의 여지가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은 굳이 중국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의식적 구분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뜻하며 거시적 의미에서의 동질적 문화의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승효상 소장 역시 이 프로젝트를 설명함에 단 한마디도 중국적이라든지, 동양적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중국과의 건축적 교류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점이라 생각된다. "Kultur landschaft(Culture landscape)" By disengaging the notion of landscape from its strict association with land and interpreting it in a tradition of an understanding of urbanity may open the possibility to find qualities in the existing that lie beyond scientific limits and parameters. 승효상소장은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생각의출발점으로 위와 같은 아도르노(Theodor W.Adorno) 의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개념의 주요한단서로 아도르노의 주장을 가지고 온 것에 대해서는 두가지 측면에서의 이해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장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 젝트의 성격이 자국인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문화적 풍경'이란 용어는 물리적 혹은 시각적인 건축장치들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 이상의 비실재적 가치이지만오히려 실재적 가치를 넘어선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둘째는 이 건물이 들어설 부지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최대한 수용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 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즉, 문화적 풍경이란 인간과 자연과 건축이 적절히 어우러진 상태를 의미하며, 여기서 건축은 결코 자연을 압도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주인공으로 하는 배경으로성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즉, 승효상의 소장의클럽하우스는 인간을 '주인공(figure)' 으로 '무대(ground)'와도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주재료 역시 중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돌과 나무,코튼플레이트(corten plate)그리고 노출 콘크리트 등을 주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점도 자연과의 조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코튼 플레이트와 노출 콘크리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 모습이 더욱 자연에 가까워 질수 있는 재료라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그가 이 프로젝트의 개념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요한 건축이념인 [빈자의 미학]에서 언급했던 쟈코메티(A.Giacometti)'고도를 기다리며'의 한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또 한편으로는 '벽'이 가지는 미니멀한 추상성과 극도의 상징성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설계가 가고자하는 근본적인 지향점을 설명하기 위함이라 판단 된다. ![]() 특히 최소한으로 대지를 형상화하며 동시에 공간을 한정하며 만들어내는 침묵하는벽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보여지고 또한 그의 저술에서나타났던 요소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자연과의 어우러짐을 위한 직접적인 형태 어휘로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근원적인 가치로서 오히려 국내에 지어지는 건물보다 휠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더욱 그 의 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초기 단계의 프로세스에서 매스 스터디과정을 살펴보면 역시 두가지 생각이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자연의 조건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가능한 자연 환경을 인공적 것으로 대체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 하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전체적인 매스는 '면(面)'적인 느낌보다는 다분히 '선(線)'적인 느낌이 강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기능적인 공간들은 가능한 솔리드(solid)하게 처리되면서 어떠한 일체의 장식도 부가되지 않은 채 재료자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그대로 형태를 구성함으로써 대지의 형상과 일체화된 모습을 이루고자 의도하고 있다.이외의 서비스 공간들은 상대적으로 대부분 데크와 유리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보이드(void)하게 처리함으로써 역시 건축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하나는 비교적 큰 공간을 요하긴 하지만 각각의 공간들이 독립적 성격을 가짐으로써 상호 긴물하게 연결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각각의 매스를 장방향으로 분절하고 다시 이것을 대지 형상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으로 배치시킴으로써 다양한 크리와 성격의 독립된 외부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하여 외부로의 시야(view)를 확보하고 동시에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의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것은 대지가 가지는 자연적인 단차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동서방향으로 열려 있는 시야를 이용하여 만리장성과일몰의 풍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외부공간들중에서 중국 레스토랑(Chinese Restaurant)의 경우는 정적이며 다분히 내밀한 자극히 동양적인 공간을 담고 있으며, 이곳은 경우에 따라 커다란 대 공간으로 변형이 가능한 가변적인 공간으로 계획되었고 반면에 유럽 레스토랑(European Restaurant)은 외부의 자연환경을 내부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체형 공간으로 계획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특히 중국 정원의 경우는 일견에 그가 설계한 [수졸당]의 마당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사해 보이나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이 프로젝트가 동양이라는 거시적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승효상 소장의 자신감이 합쳐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 공간은 비록 중국 레스토랑이라 명명되었지만 다분히 서양을 전제로 한 동양적공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3. 이 프로젝트에서 승효상 소장이 가지고 있는 기대감과 책임감은 상당히 커 보인다. 기대감이란 그가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국외활동의 일환으로 국제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할수 있다. 그리고 책임감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건축가들을 적절하게 소개시키고 알리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비평을 하는입장이 아닌 건축을 하는 휴배의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들에게 젊은 건축가로 보여지는 그리고 스스로 젊은 건축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승효상소장의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그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는 한국 현대 건축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건축가이다. 이제 오십의 나이를 넘기며 그가 좀 더 넓은 곳으로 시야를 돌리고 몸도 마음도 다시금 젊은 건축가로 자리매김 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 답다. 한국의 건축사회는 40의 나이를 중견건축가로 그리고 50을 대가로 여기는 조로(早老)문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많은 건축가들을 '소장'에서 '사장'으로 변질 시키고 있다. ![]() 그 역시 예외가 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승효상 소장이 더욱 오랫동안 자신을 단련하며 소장으로 남기를 바라고 아울러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서[빈자의 미학]에서 좀더 자유로와 질 수 있는 그리고 아직은 젊음을 잃지 않는 건축가로 활동하기를 기대하며 이 프로젝트가 그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