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 위
헌정회 홍보편찬위원장, 영토문제 특별위원회 위원장, 12∼ 15대 국회의원, 전 환경부 장관, UN 환경계획
한국부총재, 한강문학회 상임고문,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장
독도 문제의 해법
독도의 영유권 문제로 일본이 늘 우리를 귀찮게 하여서 필자는 오기가 나서 15대 국회 때 〈독도 등 도서지역 생태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입안 하여 이를 입법화 시킨 적이 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아예 일반 법률로도 못 박아 놓자는 속셈에서였다.
그러고 난지 몇 년이 지난 2005년 일본에서는 시마네[島根]현인가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독도를 자기네 현으로 편입시킨지 꼭 100주년이 되었다고 하면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을 조례로 정해 놓고 난리 법석을 떨고 있다.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 1905년을 기념해서다(일본이 1905년에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할 때의 논거는 독도가 무주지無主地라는 데에 있었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지난 뒤부터는 아예 중앙정부가 직접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건 미래의 선전포고인 것이다. 20년만 지나면 이를 배운 학생 모두는 자기네 땅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독도를 되찾자고 하지 않겠는가?
독도 문제만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벌써 조선조 때부터 있어 온 일이고 또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특히 미,일 간에 맺으려 했던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체결과정을 살펴보아도 너무나 자명하게 나타나는 사례인 것이다.
전후 처리를 위해 마주 앉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되돌려 받아야할 영토로서 6차 회의 때 까지만 해도 독도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7차 회의 때부터는 일본의 집요한 로비로 독도가 빠진 상태로 조약이 체결되었던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회담 당시 이미 영국 정부가 독도는 한국 영토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나 조약체결과정에서 빠지게 된 것은 조약의 당사자인 미국이 독도문제에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도 미국은 독도라는 이름 대신에 차라리 프랑스가 발견할 당시의 포경선 이름 그대로 리앙쿠루 바위(Liancourt Rock)로 지도상에 표기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지도에도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줄을 그어 국제적 선전에 열을 올린다. 일본은 영문으로 된 지도첩을 바탕으로 전자지도첩까지 만들어 온 세계에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남의 영토를 지도로 문서로 선언으로 조약으로 소리 없이 침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어떠했는가? 전자지도첩은 말할 것도 없고 영문지도첩도 하나 없이 아무런 대응도 없이 민족감정만 앞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도 100개 가운데 97개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바다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일본의 의도는 또 무엇인가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결국 국제법적으로 대륙 동부에 있는 바다라는 뜻의 동해(East Sea)를 일본바다로 표기함으로써 독도를 자연스럽게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만들기 위한 음모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전략이 미국의 무관심이나 중립적인 태도의 그늘 아래에서 일본에 의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어도 그동안 정부는 능동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람들 중에는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1877년 일본 내무성이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라고 발표한 문건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일본 학자도 있고 또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 땅이니 건너가면 안 된다”는 막부의 금지령을 찾아낸 일본 학자도 있다.
특히 우리는 《일본 고지도에 독도는 없다》는 책을 저술한 세종대 교수 호사카 유지[保坂祐二]와 같은 학자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독도문제에 있어 일본은 “역사적인 논쟁으로 번지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걸 이미 깨닫고 영토분쟁화 하려는 속셈”이라고 하면서 일본인에게 맞서려면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중앙선데이 7월 20일).(《김중위의 영토이야기》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