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까바르(안녕하세요~~~!)
‘지상의 낙원, 해뜨는 아침’이라고 불리는 발리에서의 첫 아침(2월 23일), 설레는 가슴으로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 옆 식당은 벽이 없다. 몇 개의 기둥 사이로 작은 수영장과 극락조를 닮은 키다리 열대식물이 보인다.
간밤에 소나기가 다녀갔나 보다. 물기 듬뿍 머금은 식물들이 싱싱하고, 공기도 서늘했다.
fave호텔 식당에서 뷔페로 아침 식사를 했다. 소박한 호텔답게 식단도 간소했다. 적정량의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주변을 돌아봤다.
어젯밤 발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핸드라)가 주홍색 꽃목걸이를 걸어주면서 발리를 상징하는 ‘천리향’이라고 했는데, 그 꽃은 우리나라에도 흔한 ‘만수국’이다.
실제로 발리에 흔한 꽃은 인도네시아어로 ‘캄보자’라고 불리는 우아한 꽃이다. 이 꽃은 라오스의 국화로 라오스에서는 ‘독참파’라고 부른다. 꽃색은 흰색에서 노랑, 분홍, 자주, 붉은색까지 아주 다양하다. 향기가 좋다고 ‘천리향’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천리향보다 나무가 크고, 꽃도 아주 크다. 향기는 청아한 소리를 내는 듯 은은하게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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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주로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는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다. 호텔 한 쪽에 작은 힌두 사원이 있다.
각 가정에서도 신을 모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의 제물들을 바친다. 제물들은 잎사귀에 꽃, 찹쌀, 소금, 담배, 돈 등을 넣는다. 발리 힌두교는 기존의 토착신앙과 중국에서 전파된 대승불교와 섞여 인도 힌두교와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 사원 건축양식도 판이하게 다르고, 카스트 구분이나 제약이 약하며 조상신 숭배 경향이 강하다.
사원 앞의 석상에 체크무늬 천을 두르는 경우가 있다. 흰색과 검은색은 각각 선과 악을 상징하며 발리인들은 선신과 악신을 동시에 섬긴다. 이것은 불교 경전 <열반경>에 나오는 공덕천과 흑암천의 이야기를 방불케 한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시비가 섞여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지만 각각의 종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달라이 라마의 “세상에는 지금보다 더 다향한 종교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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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리 여행은 전일 자유일정이다.
우리는 오전에 아융강의 래프팅과 저녁에 일몰을 감상하면서 해산물을 먹는 일정을 선택했다. 경비는 단체 할인 가격으로 개인당 100불씩이다. 래프팅을 하기 위해서 복장을 갖추고 우거진 밀림 속 산길을 걸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6인 1조씩 고무배에 나누어 타고 뒤에는 현지인 가이드가 탔다. 비 그친 공기는 우거진 수림빛을 받아서 푸르게 빛났고, 만장 깊은 계곡 곳곳에 폭포수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펄럭였다. 이름 모를 우람한 열대나무 중에서 눈에 익은 것은 대나무 밖에 없다. 비취빛 병풍을 펼쳐놓은 듯 한 절벽사이로 강물을 따라 노를 저으면서 유유히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곳곳에 크고 작은 암초에 배가 걸리는 것이 래프팅의 묘미이다. 튼튼한 배와 유능한 래프팅 가이드와 조원들의 단결된 힘으로 암초를 벗어나는 것이 무척 스릴있다. 래프팅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내려서 ‘망고스텐’을 먹었다. 가이드는 이것을 유창하게 “Tea Break"라고 했다.
2시간 정도의 래프팅을 마치고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푸슬푸슬한 밥과 닭고기 조림과 국물 없이 볶은 라면, 양배추와 브로커리, 야채를 넣고 푹 삶은 채소는 언제든 빠지지 않는다. 자칭 밥을 좋아하여 밥순이라 부르는 내게도 반찬보다 찰기 없는 밥이 먹기에 힘들었다. 식후에 삶은 옥수수가 나왔다. 열대 과일과 곡류는 하나같이 차지고 새콤달콤한 맛이 없다. 푸석하고 밍밍한 맛이다. 일 년 내내 더운 날씨에 사계절 변화 없는 자연 풍광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곳에 깊은 연민의 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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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글로브 브랜드 커피’ 공장에 갔다.
공장 전체에 커피향이 감돌았다. 공짜라기에 원두 커피콩을 꽤 많이 먹었다.
공장 바깥에는 남자커피나무, 여자커피나무, 그리고 잘 익은 커피콩을 먹는다는 고양이도 있었다. 이 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콩을 먹으면 과육은 소화되고 딱딱한 콩이 배설된다. 그 커피콩을 사향(르왁) 커피라고 하는데 아주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100g 한 봉지에 150불, 열 명이 마실 수 있는 분량이란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 미각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다.
커피공장을 나와서 발리 전통맛사지를 받았다. 1시간동안 발바닥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받은 맛사지 덕분에 심신이 상쾌했다.
수고한 아가씨에게 팁으로 1불만 주기에는 미안했다.
뜨리마 까시!(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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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짐바란만’으로 갔다.
옅은 구름에 가려진 채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해변에 길게 준비된 식탁에 앉았다.
부드럽게 만곡된 해변 모래밭에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해산물을 먹으면서 라이브 음악과 춤을 즐기고 있었다.
즐비한 음식점 외에는 우거진 수림도, 아주 고운 모래도 없고, 물빛이 깨끗한 것도 아니고 해변은 쓰레기가 여기저기 보여서 실망스러웠다. 식탁에 앉자 큰 접시에 해산물이 가득 나왔다. 바닷가재와 작은 게와 새우와 조개와 열어 같은 생선에 발리 전통 양념을 얹어서 숯불에 구운 것이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밴드단이 우리 쪽으로 와서 우리나라 트로트를 불렀다.
음주가무에 능한 후손답게 신나게 박수를 쳐면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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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이어지는 발리 여행을 마치고 우리 일행이 내린 결론은 한결같은 실망감이다.
“NO BALI!"이다.
발리섬은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는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때문에 실제 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면이 많은 것 같다.
혹자는 발리는 자연 경관은 볼 게 없지만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관광호텔이 좋다고도 했다.
우리가 선택한 일정과 호텔과 음식이 발리의 진수를 피해간 걸까?
굳이 발리의 좋은 점을 들라면 밀림이 우거진 아융강에서의 래프팅과 어디든 피어있는 천리향과 울루와뚜 해안 절벽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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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향(르왁) 커피맛이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여행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믹스봉지커피를 주로 먹으니 커피의 진정한 맛을 모릅니다.
커피 매니아는 사향커피를 보자마자 무척 흥분했어요.
앎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여행은 흐릿한 눈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요.
“NO BALI!".. 일상의 탈줄ㅋㅋ 부럽기만 합니다.
뜨리마 까시
일상의 탈출, 관성으로부터의 탈출, 진정한 제 자리를 발견하는 것,
여행은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다시 돌아온 우리나라 산하, 우리집, 가족, 풀들이 한없이 예쁘고 정답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