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는 거의 없지만,
조금의 스포도 반기지 않는 분은
피해주세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끝없는 본질은
우리를 사사로운 철학의 지점에 데려다놓곤 한다.
'글리치'라는 드라마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는 드라마에게 조금 관대하다.
사실, 영화에게도 조금 관대한 편이 있지만
드라마는 오랜 시간을 거쳐 결말을 마주하기에
조금 더 마음이 가고 등장인물에게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다.
이 글리치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캐릭터에게 정을 불어넣는 솜씨다.
공상과학과 음모론, 그리고 사이비라는 소재만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기 충분하지만
그 내러티브 안에 인물들이 가지는 힘이 거세다.
온전하게 착하지 않고, 어딘가는 어설프다.
아는 것에 유세를 떨다가도,
모르는 것에 한 없이 무지해지는
그런 캐릭터들이 즐비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추구하는 '누군가를 구해야한다'라는 목표는
나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일렁인다.
드라마는 무엇을 믿어야하는지 관객을 혼돈시킨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본 것은 무엇인지,
마침내, 나는 무엇인지라는 지점에 다다랐을 땐
인간의 것이 아닌 무언가를 통해
알 수 없는 경지의 어딘가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이 부분은 사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철갑상어와도 같은 인간의 혼돈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인간은 무엇이든 믿는다.
불신과 동시에 믿음을 가지며 살아간다.
믿는 것이 신일수도, 어떤 타인일수도,
그리고 나 자신일수도 있다.
그렇게 굳건히 믿던 믿음의 실체로부터
어딘가 오류(글리치)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계속 믿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인다고 다 믿어서는 안 된다.
믿어야 할 것은 나 자신."
그토록 기다리던 드라마를 하루에 한 화씩 아껴보다
이제야 감상문을 남깁니다 :)
저야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소재와 장르 자체가 마이너하기에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너무 아쉽네요ㅜㅜ
그래도 배우님의 연기를 마음껏 봐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제 거미집과 너의 시간 속으로를 기다려야겠어요 :)
첫댓글 와 고퀄의 후기글이네요👏 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저도 후기글 남겨 봐야겠네요
감사해요ㅜㅜ 우리 온빛 가족들의 후기가 궁금합니다 :)
캐릭터들 전부 온전히 착한 사람들이 아닌데, 그래서 입체적인 매력이 많이 느껴져서 전부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ㅎㅎ
후기글 멋지게, 잘 쓰셨네여 bb 제가 드라마 보면서 들었던 여러 생각들이 많이 스쳐지나가서 공감도 많이 됐구요 :)
호불호가 갈리지만, 저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ㅠ
맞아요 등장인물이 입체적이어서 저도 너무 좋았어요!!
와와 감상문이 하나의 작품같아요.글리치의 철학이 정리되는 느낌이예요.너무 잘봤어요👏👏 1화부터 막화가 진행되면 같이 여정을 함께하는 맘이라 캐릭터 모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회차가 지날 수록 성장해가는 지효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배우님연기에 감동받았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감사해요ㅜㅜ 저도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님 연기에 정만 넉 놓고 봤어요 :)
믿음에 대해서, 캐릭터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님의 다채로운 연기를 10부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 좋았구요 ㅎㅎ 앞으로 계속계속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겠어요😆
저도 다시 정주행 가려합니다 :)
푸르던님의 글솜씨와 철학적인 감상평이 너무 인상깊고 멋지십니다👍 배우님께서 인터뷰에서도 소수에게 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셨던 걸 보면 어느정도 불호를 감내하고 작업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 예상이 적중한것도 같구요ㅎㅎ 그래도 배우님의 새로운 연기세계가 또 확장이 되신 것 같아서 좋습니다😊
맞아요ㅜㅜ 이런 연기도 처음이실텐데 정말 홍지효 그 자체여서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