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영암 40코스 법성포~ 구시포 걷기
서해랑길은 해남 땅끝에서 서해안을 따라 강화도에 이르는 길이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벗 삼아 걷는 이 길은 동해안 해파랑
길이 그러하듯 언제나 눈이 시리고 가슴은 벅차오르게 한다. 리이스식(a Rias coast) 해안이 발달한 서해안은 특히 크고 작
은 곶(串)과 만(灣)이 발달해 해안선이 길고 그 해안선을 따라 갯벌이 발달해 있다. 물 맑고 깊은 해변은 어음포(魚音浦. 부산
가덕도)라고 할 만큼 물고기들도 많지만, 넓은 갯벌은 다양한 염생식물들과 갯벌 게들을 볼 수 있어 특별하다. 이런 길을 찾
아 걷는 길은 명상을 즐기기에도 좋다. 걷는 만큼의 운동량은 절로 얻어지는 것이지만, 여기에 명상을 곁들이면 효과는 배가
된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자주 명상을 즐기며 걷는다. 자연 명상이다. 명상(冥想)은 흔히 면벽참선으로만 하는 줄로 알지
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명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다'이지만, 눈을 뜨고 길을 가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넓은 바다와 푸른 하늘과 공활한 허공을 바라보며 그 속으로 마음을 비우고 들어가면 그게 곧 명상이
다. 이러한 명상은 정신과 육체를 회복해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해랑 40코스는 영광굴비로 유명한
법성포를 출발해 전남과 전북을 경계하는 자룡천을 건너 전북 고창군으로 들어가 유명한 고리포와 구시포로 이어진다. 지
난 주말 이 길을 걷고 왔다.
올 들어 첫 영하의 아침기온을 기록한 날, 와탄천 하구역이 법성포로 이어지는 곳에도 아침 기온은 제법 쌀쌀했다. 들머리를
나서는 일행들의 걸음들이 종종 대는 건 순전히 날씨 탓, 서둘 것 없는 코스지만 괜스레 마음들이 바빴다.법성포 굴비거리는
한산했다. 법성 진내리 고개를 넘고 구암천을 건너 홍농읍을 찾았다. 지도에서 보듯 계마항이 있는 서쪽 해변을 두고도 굳
이 전원 길을 가는 건, 그쪽 해변에 원자력 발전소들이 있어서였다. 봉대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홍농읍은 전형적인 향촌의
읍이지만 깔끔한 읍내길은 깨끗해서 좋았다. 자룡천을 찾았다. 영광군과 고창군의 경계하는 하천이면서 동시에 전라남도
와 전라북도의 도경(道境)까지 겸하는 하천이다. 하천 하구역은 방조제로 막혀 기수역은 갈대밭이 넓게 형성되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겸하는 방조제에는 영광 쪽 국사봉과 고흥 쪽 안산 자락이 마주하고, 그 사이 조금만 고리포 만이 깊숙이 들어
와 해풍을 실어오고 있었다.
고리포 마을을 찾았다. 마을 앞 해변에 큰 토끼 한 마리가 누운듯한 작은 해안사구(海岸砂丘)가 발달해 있다. 이 사구 언덕
을 바닷물이 둘러싸고 작은 포구를 이루었다. 이곳이 바로 고리포(環浦)다.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해 모 방송국의 1
박 2일에까지 소개되어 더 유명해진 곳이다. 고개 넘어 구시포 해변을 찾았다. 고창군이 자랑하고 인구에 회지 되어온 아름
다운 해변이다. 흰모래 십 리 해변에 아름드리 울창한 솔숲은 사철 캠핑장으로 붐비고, 여름이면 해수욕장으로 특히 잘 알
려진 해변이다. 해변은 장관이었다. 십리 길 해안은 고운 모래 해변이 넓은데, 잔잔한 바다에도 잔 물결이 밀려와 백사장을
적시고 있었다. 시선을 넓히면 구시포 등대가 긴 방축 끝 바다 한가운데에서 한가롭고, 다시 고개를 들면 먼 수평선에 일군
의 풍력발전기들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넓은 바다, 띠를 이룬 잿빛 구름이 떠가는 높은 하늘, 그리고
그 사이 넓은 허공에 시선과 마음을 송두리째 던져 보았다. 그런데 잠시 후 아름다운 구시포의 모든 풍광들이 내 가슴 가득
찾아들었다. 돌아오는 길, 구시포의 여운이 오랫동안 차창가에 그려졌다.
촬영, 2023, 11, 11.
▼ 영광 법성포, 법성버스정류장 40코스 들머리
▼ 40코스 지도
▼ 대덕산 자락으로 굽이도는 와탄천 하구역 / 법성포로 이어짐
▼ 법성포 굴비거리 - 1
▼ 법성포 굴비거리 - 2
▼ 진내리 고개 충용비
▼ 영광굴비 홍보전시관
▼ 법성리 민가
▼구암천과 홍농교
▼ 구암천 하구역과 영광대교
▼ 홍농읍 상하리, 신흥마을 앞들 이모작 논보리
▼ 상하리 월봉마을 입구
▼ 월봉마을 담장가의 와송(瓦松)
▼ 홍농읍 비보림
▼ 홍농읍 사무소
▼홍농읍 진덕리 고개
▼ 진덕 삼거리
▼진덕리 상삼마을 동구
▼ 진덕리 자룡천 변 들녘 / 전라남도 최 북단
▼ 자룡천 / 전라남도과 전라북도를 경계하는 하천
▼ 자룡천 하구 뚝 해안도로 / 안녕, 전라북도!
▼ 자룡천 기수역
▼ 자룡천 뚝 해안도로에서 본 고리포
▼ 전라북도 고창군 자룡리, 가시연꽃길 섶 마늘밭
▼ 새싹 피워 올린 유채꽃
▼자룡리 삼거리, 고리포 1박 2일 촬영지 안내판
▼ 자룡리 방조제
▼ 방조제의 쑥부쟁이
▼ 고리포와 영광 국사봉
▼ 고리포에서 온 길 뒤돌아 본 풍경과 고리포만(環浦灣)
▼ 고창 고리포구와 고리포마을 / 1박 2일 촬영지,
▼ 고리포 해안 사구(海岸砂丘) - 1
▼ 고리포 해안 사구(海岸砂丘) - 2
▼ 고리포 방문 인증 - 1
▼ 고리포 방문 인증 - 2 / 함께한 산우
▼ 고리포 방문 인증 - 3 / 함께한 산우
▼ 고리포 거북선수산 - 1
▼ 고리포 거북선수산 - 2 / 거북선 식당의 용머리(龍頭)
▼ 고리포 주 씨 고개 - 1
▼ 고리포 주 씨 고개 - 2 / 야생동물 이동 터널
▼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구시포 해변
▼ 구시포 해변 송림과 캠핑장
▼ 구시포 등대
▼ 구시포해수욕장 - 1 / 표석
▼ 구시포해수욕장 - 2 / 구시포 해변 그네
▼ 구시포 해변 - 1
▼ 구시포 해변 - 2
▼ 구시포 해변 - 3
▼ 구시포 해변 - 4 / 괭이갈매기 떼의 한가로운 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