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彌助 외 1편
최영욱
좀처럼 펴지지 않는 길이다
굽이굽이 돌고나면 또 굽잇길
낚시 바늘 수십 개가 잇닿아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미조에 가면 사람이 있고 바다가 있고
미륵이 있다.
미륵은 미조의 다른 말이기도 하지만
또한 같은 말이라서 굳이 뗐다 붙였다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빗속에서도 바람 속에서도
미조는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
시작일 수도 끝일 수도 있는 그 곳을
나는 늘 시작이라고 부른다
시작이라 불러야 나도 미륵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두루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조 하고 발음하면
세상이 밝아지는 것이다.
갯바위
노도는 지척이었다
벽련포구에서 앵강만은 길 없는 길이라서
어선이나 낚싯배만이 낼 수 있는 길이었다
300년 전 한 선비의 적막을 마주한 채
낚싯대를 드리우는 대량 갯바위엔
차고 거센 바람만이 그득했다
널따란 만큼 수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조급하고
갈급한 마음으로 달콤하고 요염하게 생긴 크릴
한 마리를 골라 날카로운 낚시 바늘의
사악함과 살의를 감춘다.
일렁이는 파도에 흔들거리던 찌가 윤슬 속으로 묻히면
뒷줄 견제가 우선이다. 견제한다는 건 바다 속과 내 낚싯대의
긴장. 늘 견제와 경쟁에 휩쓸리며 살아온 모습들이
이 갯바위 위에서 펼쳐진다는 것은 견제와 기대 속에서의
긴 기다림을 세월로 받아들인 서포의 마음일 것도 같아서
사무침 또한 넘쳐나는 풍경의 한 축이었다.
첫댓글 최영욱선생님 원고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