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 시인이 만난 문인 . 43
갈석 강석호 수필가
문학은 나의 일상이자 직업이요 분신이며 생명이다. 낮이나 밤이나 자는 시간,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 잠시 잠깐을 제외하고는 문학을 생각하고 문학을 하며 살아간다.
문학이란 시와 소설, 수필, 평론 등의 작품을 쓰는 작업만이 아니다. 작품 원고를 편집하여 출판을 하고 문학 진흥을 위하여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모두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주로 수필과 평론을 쓰고 문학 월간지와 문학 도서를 출판하며 문학에 대한 강좌나 세미나와 발표회, 선진지 문학기행 등의 행사를 주관한다.
--「내게 문학은 무엇인가」중에서
갈석(喝石) 강석호(姜錫浩) 수필가와의 만남은 문학심포지엄이나 시상식 등의 행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내가 문협 사무처장으로 근무할 때 그는 부이사장에 재임하고 있어서 이사회와 문협 행사에서 더욱 가깝게 교감할 수 있었다.
그는 위의 글(강석호 수필선『나의 窓門』에 수록)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에게서 문학은 한생을 동반한 삶의 지표로 그의 문학관을 정리하고 있다. ‘나는 문학을 위하여 날마다 순간마다 앓는다. 문학인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길을 걸으며 식사를 하며 차를 타고 가면서도 생각의 꿀을 모으기에 바쁘다. 심지어는 남과의 대화를 하면서, 사랑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 창작에 뇌를 비우고 구속을 받는다’는 심중에서 그의 문학은 확고하게 정립되고 있다.
그는 1937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여 진주사범학교와 마산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교육계에서 종사하였다. 그 후에는 출판 및 잡지사에서 일을 하다가 도서출판 교음사와 월간 『수필문학』을 창간(1988)하여 현재 발행인 겸 주간을 맡아서 우리 수필문학의 발전과 수필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의 문단활동은 1973년『현대문학』에 수필과 1989년에는『월간문학』에 평론이 당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여 국제펜클럽 이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이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구필분과회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 부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회장에 재임하고 있다.
그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한국수필문학상과 한국문예협회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한국장로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한국문협 수필의 날 제정 공로상 그리고 원종린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하여 우리 수필문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수필집 『이 후회의 계절에』『새벽을 적시는 내 가슴은』『평촌일기』『은행나무와의 사연』『고마운 착각』『세월이 흐르는 소리』『흔들리는 나뭇잎』과 평론집『한국수필문학의 새로운 향방』『수필문학 천료작 선평집』『새로운 수필문학 창작기법』『수필쓰기의 포인트』등이 있다.
‘수필의 날’ 제정 추진 주역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에 기대가 컸었는데 최근에 와서 행사가 일과성으로 가지 않나 실망이 되기도 합니다. 전국 수필가들의 단합과 교류를 목적으로 행사를 해야 하는데 장소 선정이나 소통의 방법에서 역부족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문협 분과회장이 주체가 아니라 잡지사별로 순회하면서 진행하고 잡지사 대표와 그 작가회 대표자 지역문학회 대표자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 수필가들이 더 많이 참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력과 재력을 동원하녀 유능한 인물을 발굴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는 ‘수필의 날’ 운영에 대해서 『한국수필』(2013. 3.) 정목일 이사장과의 대담 「흔들리면서 상생의 숙명으로 수필문학계를 지켜온 강석호 수필가」라는 인터뷰로 단호하게 그 개선 방향을 위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는 다시 한국 수필문학의 실태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좀더 작가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문학적 전문성을 추구해 나갔으면 합니다. 수필가들은 독서에 등한합니다. 자기 작품은 물론 남의 수필과 다른 명작도 읽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데만 열중하고 인생과 문학에 대한 사색이 부족하고 문학적인 인생관이 부족합니다. 남을 비난하는 일보다 생각의 꿀을 모으는데 바빠야겠지요’라는 강한 어조로 수필문학계의 중요한 문제들을 지적해 주고 있다.
그는『수필문학』에 게재할 원고를 나에게도 청탁을 한다. ‘권두시’를 비롯해서 연하장, 독후감 등을 자주 청탁해오지만, 다른 일로 핑계를 대는 일이 많다. 2010년 4월에는 나의 권두시가 게재되었다.
이월 그믐께 / 태양이 지열과 만나고 있다 / 창문 짙은 어둠 걷히듯 / 겨울을 이겨낸 미물들이 눈뜨고 / 먼 발치에서 / 아직도 녹지 못한 초췌한 너의 모습 / 움츠린 내 마음 자락에 안긴다 / 간간히 귀뜸하는 봄 내음 / 섭리의 가교를 막 지나가는데 / 내 엷은 기다림 한 올 / 저 다지 위에 차차 번지면 / 어느 공간 문득 흔들리는 훈풍을 따라 / 서툴기만 한 기지개 아아, / 새 생명의 환희, 그 예비된 순수 / 하얀 네 옷자락에 묻은 사랑과 함께 / 지워지는 마지막 겨울 눈물 / 그것은 내 가슴 적신 뜨거운 눈물이었다 / 살아 있으므로 더욱 황홀한 / 신비의 울음이었다.
이 작품은 「봄詩-잔설을 보며」전문인데 ‘아직도 먼 발치에서 녹지못한 잔설이 어쩐지 새 생명의 환희를 예비하는 봄바람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해동하는 이 대지에서 잔설은 시인들의 어눌한 언어를 하얗게 흩날리고 있었다’는 사족을 붙여서 발표한 적이 있다.
갈석 선생은 언제나 듬직하면서 말이 적다. 그러나 그는 삶에 관한 신념이랄까 신조 같은 우렁찬 음성은 당호하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뿌리가 흔들린다. 나무가 굳게 서는 것은 뿌리의 흔들림 때문이다. 굳게 선 나무는 비바람이 불어도 폭우가 쏟아져도 끄떡없이 성장한다.’는 비유를 통해서 삶의 진가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고난과 역경이다. 가난과 질병과 실패와 좌절, 인간의 삶은 그것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 겪을수록 인간의 의지는 강해지고 진실의 강은 맑아진다. 나뭇잎이 흔들림으로 거목이 성장하듯 나의 시련은 끝내 나를 깨달음의 거목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나뭇잎과 상생의 숙명, 흔들리는 것은 삶의 원천이자 보람이다.’라고 작품「흔들리는 나뭇잎」에서 그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오늘도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1308호 수필문학사에 출근해서 잡지를 편집하는 일과 후학들과의 수필공부를 위해서 열정을 다하고 있다. 2006년 6월에는 그와 동행으로 문협 심포지움 참석차 미국과 멕시코, 쿠바를 여행한 바 있다. 그는 호텔에서 동행한 몇몇의 문우들을 자기 방으로 초대해서 다고와 술을 베풀던 그때가 떠오른다.
또한 그는 미국 LA 웨스턴 랙스 호텔에서「북한문학의 변천과 통일문학의 전개」라는 주제를 발표해서 이젠 분단문학이 아니라 통일문학임을 강조하였다. 이는 그가 평소에 지론으로 간직했던 통일문학에 대한 신념이 잘 반영되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 문학의 지향점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제23회 수필문학상과 제6회 소운문학상 그리고 『수필문학』천료 등단작가 인증패 수여식(2013. 5, 24. 천도교 대강당) 관계로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요즘은 건강이 약간 좋지 않다는 전언인데 건강에 유념하시고 수필문학의 선도자가 되어줄 것을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