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이송원의 시 세계
연가에 투영된 정제된 서정시학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내 삶의 흔적’과 자아 성찰
현대시의 경향은 지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주제의 창출을 선호하고 있다. 대체로 신춘문예에서부터 시작된 이러한 경향은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시 읽기에서 다소 난해(難解)하다는 여운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 한때 우리 시문학의 담론이었다. 이는 주지주의(主知主義-intellectualism)의 경향으로써 지적인 요소가 강하거나 지성적 인식의 태도를 창작에 응용한 것으로 모더니즘(modernism)과 이미지즘(imagism)계열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풍(詩風)은 그 시인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정서와 음악성을 중시하는 서정시(抒情詩-lyric poetry)에 원류를 이루면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위주로 하면서 지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창작에 아직도 많은 시인들과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 이송원 시인이 상재하는 제6시집『하안동 연가』의 작품들을 일별하면서 이렇게 주정시(主情詩)에 관해서 장황하게 논지를 먼저 거론하는 것은 그의 작품 전체가 이러한 서정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송원 시인은 이미 네 권의 시집과 고희 시선집을 상재하여 그의 서정성과 주정적 시안(詩眼)을 확인한 바 있으나 모두가 단시(短詩)에 가까운 함축성을 주축으로 시적 구성이나 주제의 투영으로 표현을 현현(顯現)하고 있음을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대체로 이송원 시인의 작품은 그의 체험에서 유로(流露)된 상상력이 주제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가 지금까지 향유(享有)해 온 삶, 즉 인생의 일단이 궁극적으로 사유(思惟)의 원천(源泉)으로 작용하면서 존재 의식이나 자아의 인식을 확대하고 있음에 유의하게 된다.
인생은 녹슨 갈대
이리저리 흔들려
한세상 찌든 삶
말끔히 씻어내도
세월 풀어 끌려가는
황톳길 자갈길이
흘러가는 섬이란다
이 작품「삶 1」전문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삶’과 ‘인생’의 함수관계를 ‘세월’과 더불어 ‘한세상’(이송원 시인의 한 생애)을 정리하고 있으나 결국 ‘황톳길 자갈길 / 흘러가는 섬’이라는 자아의 인식에서 성찰의 차원 높은 정서를 구현하고 있다.
한편 ‘부서진 마음속으로 // 집착이 밀려온다 // 독한 삶 맺힌 멍울 // 다 털어 내고도 // 남은 미련 한 자락 // 끝내 떠날 줄 모른다(「번뇌」전문)’에서 처럼 ‘독한 삶 맺힌 멍울’이라는 보편적인 ‘번뇌’(혹은 ‘고뇌’)가 어떠한 또 다른 ‘집착’과 ‘남은 미련’이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삶의(혹은 인생의) 향방이 아직도 불확실하거나 미지의 현상으로 상존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자아 인식은 ‘내 삶의 흔적들’을 통해서 현현하고 있는데 우선 그는 ‘한 세상 사는 것이 / 청개구리 울음인가 // 허공마저 녹이 슬면 / 하늘 칠까 땅을 칠까(「대숲에 걸린 달」중에서)’라거나 ‘이 대자연 앞에 / 인간의 여린 / 삶을 반추케 한다(「대포항」중에서)’, ‘소유보다 / 나눔으로 사는 삶(「마음의 포구」중에서)’ 그리고 ‘창가에 앉아서 / 멀리 바라보는 / 버릇리 생겼다-중략-가끔은 회상에 잠기지만 / 노년엔 생각이 깊지 않다(「자화상」중에서)’는 어조(語調)와 같이 현재의 자아를 적나라(赤裸裸)하게 발현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단면이 바로 시적 상황(situation)으로 연결되면서 그는 존재에 대한 의식의 감도(感度)가 더욱 깊게 분사(噴射)하면서 또 다른 지향적인 단계로 발전한다. 이는 자아에 대한 명징(明澄)한 성찰의 의식을 동반하게 된다.
내 얼굴에
세월이 간다
눈가에 잔주름
이마엔
새겨진 훈장들
머리에
백발은 어서 가자
재촉을 한다
내 삶의 흔적들이
거운 속에 남아 있네
보라. 그의 성찰은 이「거울」전문에서 감응(感應)으로 적시(摘示)하고 있다. ‘잔주름’과 ‘백발’과 ‘이마에 새겨진 훈장들’이 ‘세월’과 합일하면서 자성(自省)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인생 칠십 고희에 / 늘어난 건 체념뿐(「고독한 인생」중에서)’이라는 어조와 같이 ‘체념’의 단계를 지나 ‘적막이 // 그리울 때가 있다 // 나만의 // 한적한 공간 속에서 // 성숙한 공백의 시간 // 조난당한 추억 하나 // 그물로 낚고 있다(「외로운 날」중에서)’고 자정(自靜)의 공간과 시간 속에 스스로를 묻어두고 있다.
이송원 시인은 이러한 체념과 성찰을 통해서 자아를 더욱 시적으로 해석하고 인식하는 고차원의 인생관 내지 가치관을 설정하려는 시적 진실을 탐색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인생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흔적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고 현실과의 조화는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표징이기도 하다.
2. ‘인고의 세월’과의 조화
이송원 시인은 시간성에 대해서 대단히 민감하다. 우리의 삶에서 세월이라는 시간성과 무관할 수 없지만, 그가 천착(穿鑿)하는 시간성은 또 다른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품「세월 가는 속도」전문에서 ‘젊어서는 / 세월이 뭔지 몰랐다 / 그저 살기 바빠서 // 한숨 돌리는 시절엔 / 빠르다고 했다 // 이제 칠순이 넘어서니 / 마하 속도라 한다’라는 절규와 같이 ‘칠순’이라는 세월의 의미가 바로 시간성과의 조화나 화해를 탐색하고 있다.
그에게서 이 시간성의 집착은 ‘인고의 세월을 / 너만 안고 살았느냐(「하늘에 뜬 달」중에서)’는 의문을 제시하듯이 ‘인고의 세월’이 우리에게 적시하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대체로 세월이 던져주는 이미지는 다양하게 표징되지만, 이송원 시인이 구사하는 세월(시간성)은 인생의 ‘황혼’을 내포하기도 한다.
내리막길 인생이
마지막 불을 지핀다
망각의 시공에
정열을 쏟아 붓고
내 빈약한 그릇에
정을 담으며
물기 어린 세월
옷깃을 여민다
--「황혼」전문
그렇다. 그는 스스로 ‘내리막길 인생’이라고 진솔한 언어로 시간성을 미화하고 있다. ‘마지막 불’이나 ‘망각의 시공’이나 ‘내 빈약한 그릇’ 등이 ‘물기 어린 세월’의 표상이다. 이것이 이송원 시인이 간직한 시적 진실의 내막이다.
시린 낙엽 한 잎
눈꺼풀 지그시 감고
어설피 매달려 있다
퇴색된 추억 하나 걸어 놓고
노을은 저만치 물들고
흐르는 세월에
주름진 얼굴 하나
그곳에 물들고 있다
--「내 얼굴에 노을빛」전문
또한 그는 ‘시린 낙엽’과 ‘퇴색된 추억’과 ‘노을’ 그리고 ‘주름진 얼굴’은 ‘흐르는 세월’의 이미지를 잘 투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칠순’이라는 어휘와 맞물리면서 ‘마지막 불’과 이미지가 ‘황혼’이라는 정서적인 지향과 동일체를 이루는 시법이 약간 측은하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송원 시인의 의식에는 ‘인고의 세월’을 통해서 그의 경험과 경륜이 복합적으로 창출되는 시적 에너지는 지금도 충만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노년에 대한 아쉬움의 집착이 아니라, 이를 원동력으로 해서 다시 시의 원류로 전환하는 시 정신(poesie)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일찍이 영국의 낭만파 시인 P. B. 셸리가 말했듯이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며 그것이 영원한 진리로 표현된 인생의 의미라고 정의한 논지에 부합하는 주정적인 시법을 끊임없이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는 제5시조집『내 마음 머문 자리』에서도 시조라는 정형 율격을 근원으로 해서 그가 탐색하려는 인생관을 사물과 관념에 상관하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음미한 바 있어서 이러한 그의 무변(無變)의 정서가 가일층 우리 곁에서 오래 머물고 있음은 더욱 그의 고양된 사유의 심도(深度)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가 ‘갈대꽃이 시샘하듯이 / 눈 흘기고 지나간 자리 // 갈대꽃이 구름을 닮아 피는데 / 가슴 한 켠이 텅 빈 것은 / 되돌아보는 인생 반나절(「가는 계절」중에서)’이라거나 ‘한 서린 세월 안고 / 모진 풍상 다 겪은 // 휘어진 노송 하나 / 강 언덕 절벽에 / 뿌리 박고 / 처연히 서 있다 // 지나는 길손은 / 무심히 가건만 // 늙어버린 솔뿌리 뻗어 / 나그네를 부른다(「노송」전문)’는 어조와 같이 ‘인생 반나절’이나 ‘모진 풍상 다 겪은’ 세월의 한스러운 상념이 승화하고 있다.
이송원 시인의 시간성은 그 ‘인고의 세월’과 접맥된 인생의 다변적인 사유의 길목에서 이미 ‘황혼’에 다달은 인식에서 체념과 성찰이 영롱한 이슬처럼 빛나고 있다. 그는 작품「가는 세월」, 「아픈 이별」등에서 많은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으나 특히「행복」에서는 ‘과거에 매달려 / 우울할 필요가 없다’라는 자위(自慰)의 언술로 자아를 정돈하고 있어서 그의 현실적 실재(實在)와의 화해를 탐구하고 있다.
3. 그리움의 연가적 융합
이송원 시인은 ‘그리움’을 생활처럼 품고 있다. 이 ‘그리움’도 ‘인고의 세월’과 깊은 상관성을 갖는다. ‘나이 들면서 / 그 소리가 / 왜 그리도 그리운지(「밤기차」중에서)’라는 어조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그의 ‘그리움’은 일상적인 삶에서 발원하는 것이지만, 그의 심저(心底)에 내재한 중요한 심성의 요체(要諦)는 연가(戀歌)적인 융합(融合)을 탐색하고 있다.
갈증 같은
그리움이
달무리 져
끝없이
밀려 온다
부끄럽지 않은
비밀 하나 간직한 채
아름다운 인연
지켜나가는 한
내겐 행복한
그리움인 것을...
--「그리움」전문
이렇게 ‘그리움’ 자체를 ‘행복’으로 정의하는 그의 사유 내면에는 다변적인 체험에서 승화한 연륜의 감성이 새로운 가치관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 비밀’이나 ‘아름다운 인연’ 등이 그에게는 ‘행복’으로 각인되어 영원한 정서의 원류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송원 시인은 ‘이렇게 연민들이 / 사무치게 흔들리는 밤은 // 내 몸속에 살아 있는 / 그리움일까 정일까 // 끝내 못한 한 마디가 / 산울림 되어 되돌아오고 // 다시 갈 수 없는 길을 / 깊은 후회 속에 잠이 든다(「무제」전문)’는 화자의 언술이 자못 범상치 않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신 새벽
여명의 발자국
소리 없이 다가오고
빛 부신
하루 해가
거실 쇼파 차지한 날
하안동 내 거처엔
녹아드는 푸른 미풍이
향긋한 찻잔 속에 번져
무지개 삶 속에
넉넉한 미소가
정겹게 안겨오는
오늘도 낯달이 싱그럽다
--「하안동 연가」전문
그는 다시 실거주지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 대한 연가를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연민의 시법도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승화해서 ‘그리움’의 대원류를 감응하고 ‘하안동’이라는 실재 소재를 통한 연가를 현현하고 있다.
또한 그는 ‘향긋한 찻잔’과 ‘무지개 삶’ 그리고 ‘넉넉한 미소가 / 정겹게 안겨오는’ 등의 어조는 그의 달관(達觀)한 인생의 정서가 ‘빛 부’시게 형상화하고 있어서 그가 사유하는 ‘그리움’의 중심축에는 그의 주변 곧 삶이나 인생 주변에서 추출한 잡다한 일상을 초월하지 못하지만, 그 일상의 범주(範疇)에는 깊은 정감의 진실이 함축되어 있다.
이송원 시인의 ‘그리움’의 시적 본령은 그가 설정하는 상황이 고향과 가족이라는 단순한 인본주의(humanism)의 차원에서 기인하지만, 그가 투영하려는 그 고향과 그 가족은 이미 이송원 시인과는 시간이 괴리(乖離) 되어 있는 하나의 추상적인 사념(思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간직하면서 시적 형상화를 위한 절대성의 이미지를 감응있게 현현하는 것은 그에게서 이러한 의식의 흐름이 시적 진실로 응집(應集)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향 길 / 눈가에 / 아른거려 / 길 따라 / 가다 보면 / 허리 굽은 / 할미꽃 / 눈물 자국 / 선명한 / 내 할매가 / 보이네(「할미꽃」전문)
한 바다 / 멀리 있다 // 파도 속 드러누운 / 풀어 당긴 바닷길 // 언제나 / 그리운 고향 바다 부산항구(「내 고향 바닷길」전문)
허수아비 // 강냉이 굽는 / 냄새에 취해서 / 헛기침을 한다 // 산 넘어 / 고향 하늘 / 아득한 향수가 핀다(「고향 2」전문)
고향 언덕 / 흐느러진 개망초꽃 // 지금쯤 / 하늘연가에 // 목이 / 길어졌겠다 // 낡은 간이역 / 긴 그림자 곁에 // 처연한 / 장명등 / 혼자 졸고 서 있겠다(「고향역」전문)
가을 햇살에 / 고추 말리던 날 // 비구름 거느리고 / 바람몰이 훼방꾼 / 의기양양 걸어온다 // 엄마는 기겁을 하고 / 누나 불러 목청 휜 날 // 아버지는 주막에서 / 막걸리잔 기울이네(「가족」전문)
그렇다. 이송원 시인의 시적 여백에는 아직도 고향의 가족이 남아 있다. ‘고향 길’이 있고 ‘고향바다 부산항구’와 ‘고향하늘’과 ‘고향역’과 ‘주막’이 있어서 그가 시도하는 고향의 이미지를 추출하는데 다양한 체험이 존재하고 있다.
한편 그는 ‘할매’와 ‘엄마’ 그리고 ‘아버지’가 작중 화자(作中話者)로 등장하면서 시적 현장감과 이미지의 현장성을 중심축으로 한 시법을 구현하고 있다. 다시 그는 ‘그리움’의 서정에 시간성을 가미하여 회상의 사념을 더욱 심도 있게 정황을 설정함으로써 공감의 영역을 확산하는 시법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이제 생각도 / 희미해져 가는 황혼녘 / 한 생이라도 급해서 / 더더욱 그리워지는 한때...(「망향」중에서)’라 거나 ‘야속한 세월에 / 가슴 아픈 곡조가 / 슬프게 흐르는 / 오후 한나절(「어느 날 오후」중에서)’, ‘지나간 날 더듬은들 / 내 마음 설한풍 // 흘러가는 세월 잡고 / 통곡을 뿌려본다(「회한」중에서)’는 등의 어휘로 그리움의 정경이 시간과 교차됨을 이해할 수 있다.
4. 자연 서정의 시적 진실
이송원 시인의 서정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선 ‘봄날’, ‘오월에’, ‘가을’ 등 계절에서 탐색하는 이미지가 있는가하면, ‘나팔꽃’, ‘사군자’, ‘수양버들’이 있고 ‘팔당호’와 ‘양수리’, ‘철새’ 등이 자연 서정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시린 세월
그리움 하나
빈 가지에 걸어둔 날
햇살 가득한 들녘
산허리 감아오는
연두빛 바람결에
봄소식 묻어온다
--「새봄」전문
소리 없는
벙어리
네 이름
나팔꽃
아침 햇살에
벙그는 꽃잎
저녁이며
입 다물고
꽃물타는
거문고야
--「나팔꽃」전문
이렇게 이송원 시인은 자연 서정에 심취해 있어서 그가 구현하려는 서정의 시적 세계는 그의 시각이나 청각으로 직감(直感)할 수 있는 만유(萬有)의 자연 사물은 모두가 작품과 접목(接木)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이처럼 서정의 한계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그리움이 시간과 병행(竝行)하면서 자연적으로 생성한 이미지가 새롭게 작품을 창출(創出)하고 있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산 노을
븕게 물든 날
오랜 기다림에
허기진 풀꽃들이
그 떠난 자리가
아픈 흔적들로
외진 둔덕에 남았는데
가을은 또 그렇게
무심히 떠나가네
--「가을 1」전문
이송원 시인의 서정성은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다양하지만, 특히 계절적인 자연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봄’과 ‘가을’이 더욱 그러한 민감성은 자연이 간직한 다변적인 요소들이 그의 체험과 불망(不忘)의 깊은 상상력이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미지를 창출하거나 인생관과 직결하는 주제를 창조하게 하는 원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심안(心眼)에는 가을의 충만을 위해서「가을밤」「가을 단상」 「가을이 가내 1」「가을 3」「가을이오는 길목」등과 같이 ‘가을’에 집착하는 연유는 가을의 이미지가 계절적으로 겨울에 접어드는 예비된 노년의 인생관과 무관하지 않다는 존재의 원형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다시 ‘시’와의 연관이 그의 서정적인 내면에 잠재하고 있음도 이해할 수 있는데 특히 가을에서 투영하는 ‘시’의 멋과 맛을 동시에 구가하려는 그의 진실을 알 수 있게 한다. ‘고달픈 / 하루해가 // 서천으로 / 떠나고 // 어둠은 길 끝에서 찾아오는데 // 가을 / 깊어진 창가에 // 삶의 무게 / 힘들어도 //밤새워 / 나는 시 밭을 일군다(「깊은 밤 ‘시’를 쓴다」전문)’거나 ‘나는 이런 밤 / 등잔 밑에 ‘시’를 찐다(「늦가을」중에서)’라는 어조처럼 그는 ‘시’에 대한 집념도 그의 서정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대체로 살펴본 이송원 시집『하안동 연가』는 삶과 상상력의 교감에서 탐색한 자아성찰과 인고의 세월을 통해서 절감한 그리움 혹은 연가들이 시적 진실을 생성하고 한편 외적으로는 자연 서정과 시간성에 대한 조화의 시법으로 그의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시의 흐름은 작금에 와서 주지적인 기류(氣流)에서 주정시로의 변화가 일반 독자와의 교감이 활발해지고 요즘 유행하는 시낭송의 적절한 응용이 용이하다든지, 한편으로는 너무 난해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혼란케 하는 이상 현상을 탈피하는 효과를 발휘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일찍이 이어령이 그의 글「통금시대의 문학」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는 현실 이상의 것이고 운명 이상의 것으로 창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창조력은 언제나 현세적 속박의 반작용의 힘에서 얻어진다는 논지를 잘 살펴야 한다. 또 누군가가 그랬듯이 시는 영혼과 교감하면서 영혼들의 다감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함께 새겨야 한다.
여기에 이송원 시인이 구가하는 시적 진실은 이러한 순박한 정서에서 창조하는 서정시학의 순정미와 더불어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시간성의 영속(永續)을 기원의 의지로 담아두고 앞으로도 순수한 사물과 관념의 정제된 지적 탐구로 우리 인생과 융합하는 작품이 많이 창작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