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목손은 제초제의 일종이다. 이약은 사람이 섭취하게 되면 폐세포를 섬유화시켜 폐를 굳어버리게 만든다. 특히 이 약이 인체에 흡수되면 산소와 결합해 "유리산소 래디컬"을 발생시키고 이때 발생된 래디컬이 폐를 굳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이약을 복용한 환자는 호흡이 어려워서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더욱이 산소와 결합하면 더 많은 래디컬을 발생시키는 이 약의 속성상 가슴을 쥐어뜯으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산소를 투여 할 수가 없다. 때문에 환자는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배우 김희애가 고통스럽게 연기하던 폐 섬유증보다 더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점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이약은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독극물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며 사망에 이르기까지 가장
무서운 경과를 거치는 약이다.
대게 농촌에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분들이 많다. 요즘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으면서 도시 농촌 가리지 않고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은 더 심각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 도시 농촌이 따로 있고 왕후장상이 따로 있을까마는 농촌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가까운 자살도 많다.
사람이 죽고자 하는 결심을 하는 데는 대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개선될 기미가 없을 때 잠이 들면 잊히지만 눈을 뜨면 다시 그 고통이 엄습할 때 사람들은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한다.
다른하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경우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자살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자신은 없다. 그것은 자살을 선택해야 할 정도의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자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가 세 치 혓바닥으로 그들 앞에서 삶과 죽음을 감히 이야기하기가 송구스럽기 때문이고 또 그렇게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그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죄의식과 공범의식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기가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어도 죽기보다는 살아서 꿈이라도 꾸어보는 게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절망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시던 분들이 약주를 하신 끝에 혹은 부부싸움 끝에 혹은 그날 날아든 한 장의 독촉장에 우발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넘어갈 일을 엄청난 결과로 만드는 경우라서 더욱더 안타깝다.
그러나 실제 농촌에서는 이런 일이 상시로 일어난다. 농촌에서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농약을 늘 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돌발적인 상황이 생기면 사칫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는 정말이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숫자의 음독사고가 수시로 일어난다. 심할 때는 하루에 서너분씩 응급실로 들어온다.
1년 내내 열심히 배추농사를 짓고도 수확기에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현실, 또 정부에서 키우라는 송아지가 막상 팔 때가 되면 값이 폭락하고, 농촌지원자금 빌려 하우스를 지으면 태풍에 날아가는 따위의 일을 상시로 겪다보면 아무리 인심 좋고 느긋한 농촌분들이라도 홧김에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느 날 그라목손을 마신 환자가 우리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일단 위세척을 하고 종합병원으로 후송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농촌에서 음독하는 농약 중에서 파라티온이나 말라티온 계열의 유기인제 살충제들은 해독제가 있어서 대게 회복이 되거나 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되더라도 생명은 구하지만 그라목손의 경우는 내가 가운을 입은 이래 단 한번도 회생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그라목손을 마신 환자는 이틀이나 사흘 후 자신의 폐가 굳어져 더 이상 숨이 쉬어지지 않는 처절한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간다.
그라목손은 푸른색의 악마다. 소주 한잔의 분량이면 치사량이고 반병이면 치료의 의미조차 없다.그래서 최근에 몇몇 뜻있는 의사들이 모여서 그라목손 판매금지 운동을 벌였고, 제조업체와 협상을 해서 그라목손 병에 "이 약을 마시면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하게 됩니다."라는 문구를 집어 넣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아예 마시지 않게 하는 것이 상책일것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중 발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운보님이 어떠한 말씀이라도 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ㅋㅋ
농약 먹은거는 봤죠..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쥐약은 사람에 따라서 소화제가 되더군요~~~
아무튼 약물 사망은 시풀댕댕 사후에도 보기가 않좋습니다.
기냥~~ 가만히 숨안쉬다가 죽는것이 제일 좋을 듯합니다~~~
연탄도 안좋습니다. 절대로~~
내가 일산화탄소를 먹어봐서 아는데~~~
겨우 김칫국물먹고 나았어요. 시골에서 연탄불 난방하다가 감끔 마십니다.마셨습니다.
연탄 마시면 몽롱? 머리가 아픈가요? 저는 연탄세대가 아니라서 모르겠네요.
완전 .....무섭겠네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죽어가는걸 느껴야 한다니..
통증은 없는데요
아주 기분 나쁘게 머리가 멍~~띵~~~합니다
기분이 아주 더럽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말 고통스럽게 가셨네요...
아~~~~~~농약... 사연이 있어서..
쥐약이 절실한 시대에 사는 불쌍한 우리 궁민들...에휴~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ㅎ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