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독립영화 관람객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② 독립영화 쉽게 보는 법 : 그냥 보기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만 어려운 건 싫어서 혹은 독립영화의 존재를 몰라서 상업영화로 몰리게 되는 젊은 2·30대 관객의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독립영화 에세이이자 가이드북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경험과 연관지어 공감 얻을 수 있는 독립영화 에세이
저자 : 윤소리
저자 윤소리는 각종 미디어 중독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드라마, 책, 예능, 음악 등 다양한 대중문화 컨텐츠를 사랑하며, 특히 독립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지식으로 미디어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여 학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주변에 다양한 독립영화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독립영화는 어렵지 않냐는 인식이었다. 그는 보편적인 장르나 관례를 넘어선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는 감독의 비전과 창의적 표현도 중시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영화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접근을 통해 독립영화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질 수 있는지 탐구한다.
Instagram instagram.com/maneci_cinema
X x.com/hairjizana 마네씨
WATCHAPEDIA https://pedia.watcha.com/ko-KR/users/6NW5QVpREx1Yo 마네씨
최근 상업영화 관객 수 추이를 보았을 때, 많은 젊은 층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소재의 영화(ex : 파묘, 서울의 봄)도 입소문을 타자 천만 관객까지 쉽게 불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많이 홍보가 되었거나 관객 수가 많다고 알려진 영화로 몰리게 되는 현상이 있다. 독립영화 ‘소풍’이 최근 35만이라는 관객이 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참고하자면 수많은 관객들이 단지 오락용 영화를 찾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독립영화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 탓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독립영화에 대한 소개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획을 한다.
2023 서울독립영화제가 최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또한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른바 ‘힙스터 성지’로 불리며 많은 젊은 층들의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다. 이렇듯 ‘MZ세대’들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따라가려고 하는 추세가 보인다.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평론가들의 경우 영화 기술과 해석 등이 위주로 담기게 되다보니 영화공부를 해야 독립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편견이 생긴다. 그러나 영화 역시 음악이나 독서와 같이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과 독립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알리는 의도가 있다.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평론가들의 경우 영화 기술과 해석 등이 위주로 담기게 되다보니 영화공부를 해야 독립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편견이 생긴다. 그러나 영화 역시 음악이나 독서와 같이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과 독립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알리는 의도가 있다.
추천할 영화마다 나만의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맞게 영화들을 분류한다. 영화 소개와 내가 좋았던 이유를 주제와 연결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독립영화 즐길 수 있는 방법이나 볼 수 있는 장소들을 팁으로 공유한다.
상영을 시작하겠습니다.
: 씨네필보다는 대중문화 오타쿠에 가까운 사람의 고백
나는 대중문화라면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대중문화 오타쿠’이다.
요즘 ‘오타쿠 특징’이라는 말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벅차오르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를 나불거리고는 한다.” 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걸 보게 되면 마구 마구 뛰는 심장을 참지 못하고 좋았던 영화를 며칠씩 소개하고 다녔다. 그런데 나혼자 좋아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수많은 친구들에게 “나 그 영화 봤어! 니가 얘기하면 진짜 그 영화를 보고 싶더라?”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나에게도 김경식(출발! 비디오 여행 23년차 진행자)씨 같은 능력이? 그래서 내가 보고 좋았던 영화는 언제든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 했다. 그러던 와중에 독립영화를 친구들이 그동안 보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한테 독립영화들은 어려운 예술영화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니다? 너무 재미있는 영화도 많고 감동적인 얘기들도 많아서 오히려 상업영화보다 좋아진 것 같아.”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한때 독립영화는 어려운 예술영화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었다. 미장셴이니 맥거핀이니 클리셰니 페르소나니..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는 수많은 영화 소개들. 특히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컨텐츠들은 매우 한정적이고 대체로 소개하는 사람이 평론가인 경우가 많다 보니 더욱이 ‘이 영화가 좋은 영화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이유’ 설명이 대체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평론가들 역시 아무래도 지식이 많다보니 더더욱 감상에 그런 부분이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공부하지 않았거나 또 공부하면서 까지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일반 사람들의 경우 처음 들어보는 단어나 어려운 부분이 나오기만 하면 뒷걸음질 치게 된다. 특히나 요즘은 숏폼이나 릴스 등 짧고 쉬운 컨텐츠에 익숙해진 세대가 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세대들의 특징은 영상을 잘 보다가도 관심 없는 내용이 나오면 꺼버린다는 것이다.
얕은 지식이지만 영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는 이른바 씨네필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전문가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씩 영화관에서 한두 편 영화를 보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두 집단 모두에게 발만 담그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게다가 요즘 세대로 한국에서만 묶어 부르는 ‘MZ세대’에 속하면서도 그 외에 수많은 국가들에서 분류하는 ‘젠지세대(1997년부터 2010년대생의 Generation Z세대)’에는 속하지 못한다. 이렇게 여기 저기 걸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영화에 대한 어려운 용어들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소개할 만큼 내가 전문가라는 자신은 없다. 대신 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를 엮어 남들이 몰랐던,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해 마다 않는 수많은 독립영화를 쉽고 흥미가 생기게 소개하려고 한다.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영화를 꼭 보고 싶게! 또한 OTT 플랫폼이 늘어난 요즘, 어떻게 하면 어디서 쉽게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지도 꿀팁으로 소개 해보려고 한다.
여러분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남들은 모르는 새로운 문화에 밝고 개성있는 취향을 가지고 싶다면 누구나 오타쿠인 내가 기쁘게 손잡고 영화의 세계로 데려가겠다! 대신 여러분은 그냥 한 챕터씩 내 이야기를 읽어주면 된다. 한 챕터가 끝나면 꼭 그 영화를 찾아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고 아무도 몰랐던 무주산골영화제가 힙스터 성지가 된 지금, 여러분도 함께 독립영화의 세계로 가자!
이 책을 쓰기 까지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부족한 실력에 생각만 하고 실제로 계획을 짜지 않았던 나를 밀어주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프롤로그_ 상영을 시작하겠습니다.
1관 인생
1회차 상영 : 당신의 시작은 어땠습니까?
2회차 상영 : 반짝반짝 빛나는?
3회차 상영 : 끝이라는 이름은
2관 기쁨
1회차 상영 : 사랑이란 이름의 용기가 필요해
2회차 상영 : 기쁜 우리 젊은 날
3관 슬픔
1회차 상영 : 이별공식
2회차 상영 : 상실의 시대
3회차 상영 :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4관 분노
1회차 상영 : 분노의 계절
2회차 상영 : 목소리를 드릴게요
5관 즐거움
1회차 상영 : 진짜 이루어질지도 몰라 기적!
2회차 상영 : 즐거운 생활
특별관_ 박찬욱 봉준호도 한때는
6관 마음
1회차 상영 : 우울시계
2회차 상영 : 나의 사춘기에게
7관 계절
1회차 상영 : 봄, 사랑, 벚꽃 말고
2회차 상영 : 저공비행
3회차 상영 : 가을방학
4회차 상영 : Last Christmas
8관 상상
1회차 상영 : 엉뚱한 상상
2회차 상영 : 상상더하기
9관 관계
1회차 상영 : 가족의 탄생
2회차 상영 : 애인발견!
3회차 상영 : 흔들린 우정
10관 이야기
1회차 상영 : 우리에게 언어가 필요하다
2회차 상영 : 오월의 청춘
에필로그_연극이 끝나고 난 뒤
본문 일부
2회차 상영 : 반짝 반짝 빛나는?
- 우리들
초등학생 시절, 이상한 놀이가 유행처럼 돌았다. 같이 다니는 무리끼리 돌아가면서 한 명을 ‘왕따’ 시키는 놀이. 왕따가 되는 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그냥 차례가 돌았을 뿐이다. 우습게도 따돌림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냥 재미가 없어지고 다른 누군가의 차례로 옮기고 싶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왕따가 생기는 이상한 방식이었다.
영화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세계는 어린이들로 가득하다. 앞서 만든 단편 영화 <사루비아의 맛>, <손님>, <콩나물> 모두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2016년에 개봉한 <우리들>이라는 영화는 선과 지아라는 두 어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에서 왕따인 선은 친구가 없다. 그런데 그런 선의 앞에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학 온 지아라는 친구가 생겼다. 여름방학 내내 선과 지아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개학을 하고 나니 지아는 더 이상 선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보라와 친해진 지아는 이 관계를 위해 선과 멀어지기로 한 것이다.
영화는 이런 스토리 속에서 아이들의 사소하고 섬세하지만 어린이스러운 단순한 감정을 담아냈다. 그 감정 속에 어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복잡함도 있다. 영화는 선과 지우, 보라를 통해 타임머신을 탄듯 우리를 그 시절로 데려간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우리 반에 해숙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반 아이들은 유독 해숙이를 따돌렸다. 내 또래에서 보기 힘든 이름 탓인지 고집스러운 성격 탓인지 친구들과 잘 어울릴 노력을 하지 않는 행동 탓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의 행동이 너무 괴로웠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건 내가 심성이 착하거나 남들과 달라서, 혹은 내가 정의로워서 같은 이유는 아니다. 단지 어린 나는 학교에서 모두 사이좋게 지내라고 배우는데 그러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종종 해숙이에게 말도 걸고 밥도 같이 먹었다. 그렇게 해숙이와 몇 번 함께 놀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따돌림 대상은 내가 되었다.
해숙이가 그런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해숙이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섞여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새로운 놀이의 대상이 된 것이다.
선이에게 지아가 자신이 준 색연필을 빌려준 거였다고 우기며 친구들과 함께 선이를 이상한 아이로 몰아가는 것처럼 이유가 없는 괴롭힘들처럼 말이다. 집에 돌아간 선이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 기분을 나는 몹시 이해했다.
우습게도 다음 학년이 되자 나를 따돌리던 친구들은 다시 나의 친구가 되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을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보라가 지아를 핑계로 선이에게 말을 걸자 그 행동을 마치 친구가 생긴 듯 기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선이의 모습처럼.
영화 속 선이와 지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돈다. 내 과거가 생각이 나서가 아니라 그 시절 아이들에게 영화 속 하나 하나의 일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친구의 모른 척에 어쩌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보다 우리 일을 별일 아닌 듯 치부하는 어른들이 더 미울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시절을 보내왔고 우리는 모두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
윤가은 감독이 만든 <우리들>이라는 영화 속 세상은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지금의 우리가 들으면 터무니없이 느껴질 정도로 억지스러운 어린이들의 대사나 그들의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꼭 누가 실제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몰래 찍어놓은 다큐멘터리 같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건 감독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노력은 어린이를 어린이로 치부하지 않고 하나의 자아 그 자체로 인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시작조차 되지 못했을 노력이다.
(중략)
첫댓글 생생한 독립영화 가이드북이 탄생할 듯 한 예감을 가져다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