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는 원래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이 끝난 후 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해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모든 맞벌이 부부들에게 절실한 교육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이웃 일본에서도 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지난 1994년 한국여성개발원이 서울 상암초등학교 등 2개 학교에서 두달 동안 시범운영한 것이 처음이다. 현재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54개 학교 66개반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고,올해 내에 80개교 92개반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참가를 희망하는 모든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학교를 벗어난 방과후학교는 운영주체별로 종류와 성격,과정이 모두 다양하다. 각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개설한 방과후학교나 종교단체의 방과후학교,열린사회 시민연합(www.openc.or.kr) 등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등은 대부분 저소득층 맞벌이부부 자녀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서민층 대상으로 어린이책 대여 전문업체인 ‘아이북랜드’에서 운영하는 ‘맹자엄마’라는 체인 형태의 방과후학교도 등장했지만 가장 흔한 것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방과후학교를 겸하는 경우.
공동육아 네트워크인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이송지 조직국장은 방과후학교를 선택할 때는 우선 아이가 자기 집처럼 편하게 쉴 수 있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인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가정과 비슷한 환경일수록 바람직하다는 것. 또래관계가 중요한 만큼 함께 어울려 건강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또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어떤 먹거리를 주는가 살펴야 한다. 교사가 왜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는지,어떤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지 대화를 통해 확인해야함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부모가 직접 나서서 협동조합 형식으로 공동육아를 하는 용감한 부모들도 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들끼리 비용을 출자하고 방과후학교를 설립해 직접 선생님을 선발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것.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gongdong.or.kr,02-814-3606) 산하의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는 모두 20곳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회원에게 방과후학교 설립과 운영에 대한 상담,개원 후 필요한 자료와 프로그램,교사교육 등을 지원한다.
방과후학교 시범운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인순 전문연구원은 “방과후학교는 저소득층에게는 보호기능을,중산층 이상의 자녀에게는 취미활동에 중심을 맞춰야 한다”며 “학부모가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