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ST Fan Fiction : B2S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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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리아' 님이 만들어주셨습니다^^
* 앞으로 대화가 많이 나올 예정이라 영어 대화도 한국어로 작성합니다.
요섭은 집을 나서면서도 끝내 아쉬움이 남는지 복도 끝의 액자를 한참이나 어루어 만지다가, 두준의 재촉에 이끌려 겨우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집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사실 두명이서 지내기엔 집의 평수가 너무 크지 않나 싶어 다시 무를 생각도 했었는데, 그랬다간 요섭에게 어떤 응징을 당할지 몰라 관두기로 했다. 이미 계약도 한 상태라 무를 수도 없었고. 두준은 손에 쥐고 있던 복사 된 계약서를 넓은 코트 주머니 안에 대충 우그려 넣고, 계획된 다음 일정대로 발 빠르게 이동했다. 발걸음이 다다른 곳에는 작은 정비소가 위치해 있었다. 그 안에는 익숙하게 눈에 띄는 차 한대가 모든 수리를 마치고 마무리 작업에 접어들고 있었다. 두준은 차 옆에서 반질반질, 차 윤광을 내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 도대체 여긴 왜 온 거고, 난 왜 데려온거지. 두준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정비소 밖을 두리번거리던 요섭은 의아함에 뒷머리를 긁적거리고만 있다가, 멀리서 저를 부르는 두준의 손짓에 슬그머니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제 애인입니다. 이제 이 차 같이 탈 사이에요."
"안녕하세요."
영어로 이야기하는 탓에 뭐라고 씨부리는건지 알 턱이 없는 요섭은 두준의 옆에서 조용히 쓴 웃음만 짓고 있다, 먼저 악수를 청해오는 남자의 모션에 덩달아 고개를 숙이며 악수했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한 것 보다 우선적으로 영어가 오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난 누구, 여긴 어디. 목적지도 말 없이 나를 데려가기에 좋은 곳이라고는 기대를 안했지만, 여태까지 두준이 무턱대고 어디론가 향했던 일은 자주 있는 터라 어쩌면 깜짝 서프라이즈라도 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은 했었다. 아니, 어쩌면 깜짝 서프라이즈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 회색빛으로 멋있게 빛나는 승용차의 키로 보이는 무언가가 두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보면.
"엔진은 다 고쳐진거죠? 서비스로 윤광도?"
"그럼요. 두준씨라 해준겁니다."
"어이구, 그럼요. 잘 알죠. 감사해요. 계산은 이 카드로 해주세요."
두준이 넉살맞은 웃음과 함께 건넨 카드를 받은 정비원이 결제를 위해 자리를 뜨자, 두준에게 눈을 휘둥그레하게 떠 보이며 "이 차 뭐야?" 하고 묻는 요섭의 질문에 허세 가득한 웃음을 흘린 두준은 요섭의 어깨에 팔을 걸쳐 올렸다. "나 이런 남자야, 양요섭." 입꼬리만 올려 얄망스럽게 웃는 두준을 흘깃 쳐다보던 요섭이 "장난 말고 바른대로 말해." 하며 다소 섬뜩한 목소리로 되묻자, 두준은 가득 머금고 있던 웃음기를 빼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피아노 팔고 여태까지 모아온 돈으로 산거야. 한국에서 넘어오면서 작은 고장이 있는 것 같길래 맡긴거고."
"...... 그래서 집 값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무리 내가 반은 낸다지만 그래도 가격은 부담스러울텐데. 애들 결혼식 초대하려면 그 돈도 있어야 하고.. 무슨 생각으로 샀어?"
"...... 헤헤."
표정을 굳히고 싸하게 묻는 요섭에게 기가 눌린 두준은 반박하는 대신에 헤실헤실, 웃어보이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뭘 그렇게 웃어, 웃긴. 요섭은 제 어깨를 잡고 앙탈을 부리는 두준의 팔을 내치고 잠시동안 표정을 일그리다, 결제를 마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정비원의 모습에 금세 뿔난 눈꼬리를 내렸다. 상황이 어영부영, 급 마무리 된 감이 없잖아 있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별 수 없지 뭐. 정비원에게 카드와 영수증을 되돌려받은 두준은 가벼운 인사만 건넨 뒤, 세척을 마치고 나오는 차에 먼저 몸을 실었다. 요섭이 처음보는 차의 으리으리한 자태에 놀라 멍하니 서 있자, 두준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빵빵- 하고 클락슨을 울렸다. 요섭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조수석에 타 안전벨트를 매며, 차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버스를 안타도 된다니, 좋기야했지만 이후로 두준이 감당해야 할 돈의 액수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에휴. 결혼하면 돈에 관련된 모든 일은 다 내 담당이겠구나. 요섭은 그냥 세상에 이치이겠거니,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때? 심플하고 멋있지? 캬- 내가 골랐지만 참 잘 고른 것 같단 말야."
"얼른 가기나 하자. 나 짐 마저 챙겨야 돼."
두준은 그리 좋은지 연신 얼굴에 미소를 띠며 핸들을 잡았다. 차를 운전한지도 벌써 꽤 돼었을 두준이었는데도 여전히 능숙한 실력......., 은 개뿔.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 졸여 죽는 줄 알았다. 가는 방향에 따라 다른 신호도 구분 못하고, 악셀을 밟는 정도도 소심하기 그지없었다. 제발 제대로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두준의 탓에 입을 꾹 다물고 안전벨트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요섭이었다. 정말, 면허도 없는 내가 더 잘하겠다 싶을 정도면 말 다 한거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겨우 집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미 해가 떨어져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어두운데 주차는 잘 할런지, 걱정하는 요섭이 무색하게 두준은 의외로 주차를 말끔히 해냈다. 어휴-. 다행이네. 요섭은 진심이 가득 서린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두준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였는지 차 시동을 끄자마자 시트에 벌러덩 몸을 기대 누워버렸다.
"두준아, 이래서 차 타고 다니겠어?"
"그러게나 말이다...."
둘 다 오늘 하루 빽빽하게 채워 이행한 스케줄에 지친 듯, 시트에 몸을 기댄 채로 멍하니 누워 차 천장만 바라보았다. 서로 입도 달싹하기 귀찮은 건지 아무말 없이 누워만 있다, 먼저 손을 잡아오는 두준에게 요섭은 "오늘 수고했어." 하며 격려 겸 말을 꺼냈다. 이에 두준은 굳이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흐뭇한 웃음과 함께 "너도." 하며 잡은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요섭이 먼저 고개를 돌려 두준에게로 시선을 던지자, 곧 두준도 고개를 틀어 요섭을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서로의 눈빛이 부딪쳤다. 시원한 눈매와 길게 뻗은 콧날, 그리고 이마를 덮은 갈색 머리카락. 살짝 눈웃음치는 두준의 얼굴에선 그간의 걱정까지 잊게 해주는 기분좋은 향기가 풍겼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어두운 공간 속에서 서로의 눈빛을 주시하던 둘은 마침내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 입술을 마주쳤다. 오랜만에 키스여서인지, 서툴게 두준의 리드를 좇던 요섭은 천천히 두준의 어깨를 잡아당겨 안으며 몸을 더욱 밀착했다. 두준은 요섭이 먼저 다가오자 뒤늦게 잡고있던 손을 풀고 요섭의 볼을 살살 어루만졌다. 볼에 머무르던 두준이 보드라운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요섭의 입술에 멈추어 입술을 한참이나 어루만지다 다시금 천천히 손을 옮겨 요섭의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요섭은 두준의 정성스런 손길에 살풋- 웃음짓다 곧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급하게 두준의 어깨를 세게 밀쳐냈다. 요섭이 알아차린 뒤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았다.
"너..... 목걸이는....?"
"......"
두준이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없는 요섭을 한참동안 쳐다보다 이내 조수석 방향으로 기울었던 몸을 돌려 운전석에 정자세로 앉았다. 후우... 요섭은 두준의 깊은 한숨에 뭐라 변명이라도 둘러대려 달싹이던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냥 케이스에 넣어뒀다고 하기엔 너무 늦었을까.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뒷감당은 어쩌지. 주신지 채 일주일도 안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소중한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내 탓이 컸기에, 두준이 화를 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차라리 화라도 냈으면 좋겠는데, 두준은 묵묵히 창 밖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
"....... 어디서 잃어버린건데?"
"나도 몰라. 아까 집에 잠시 들러서 짐가방 챙기는데 보니까 없었어...."
무심코 두준이 앉아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두준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가 유난히 눈에 띄어 요섭의 어깨를 더욱 움츠려들게 했다. 정적이 감도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흐를수록 미안한 감정이 점점 부풀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두준은 미안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요섭을 흘깃 쳐다보다 먼저 입을 열어 정적을 깼다.
"... 일단, 할머니껜 비밀로 하자. 많이 속상해 하실거야."
"응....."
"나도 서운한데, 그래도 할머니가 우선이니까. 어떻게든 찾아보자. 어깨 좀 피고."
두준은 축 늘어진 요섭의 어깨를 직접 꼿꼿히 펴주며 요섭과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정확히 맞물리자, 요섭과 두준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옅지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항상 잘못을 저지르는 건 나였고, 그런 나를 어린아이 달래 듯 위로해주는 건 너였지만 과정이 어찌되었건 간에 마지막에 웃는건 늘 둘이라는 게, 새삼 두준의 존재를 뼈저리도록 느끼게 해주었다. 늘 고맙다는 말로 부족한 감정을 서툴게나마 표현하려던게, 요섭의 신경질적인 성격에 못 이겨 결국 투닥대버리는 이상한 결말이 나곤 한다는 게 흠이지만.
"할머니, 저희 왔어요!"
"나 배고파아-."
두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며 신발을 대충 벗어던지고 부엌으로 향했다. 한짝은 현관문에, 한짝은 신발장끝에 걸려 널부러진 두준의 신발을 정리하는건 요섭의 몫이었다. 분위기가 좀 훈훈해지려 했더니만, 그 새를 못참고 저렇게 요섭의 심기를 건들이는 건 또 두준의 몫이었고. 신발 좀 예쁘게 벗어놓으면 안되니, 신발. 요섭은 유독 '신발'에 힘주어 투덜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끝까지 두준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둔 채 두준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에이, 어차피 할거면서 말 많긴. 어느새 제 옆으로 다가온 요섭에게 뻔뻔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두준은 그렇게 중얼이며 요섭의 신경을 건들였다. 스스로 매를 벌어요, 아주.
할머니께선 저녁식사를 준비하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고, 그 옆을 졸졸 따라다니던 두준은 기어코 방금 무친 나물을 맛보는 걸로 모자랐는지 할머니의 매운 손맛까지 맛보고 나서야 식탁에서 한발짝 떨어져 섰다. 집에서도 매를 버는구나, 넌. 요섭이 혼자 통쾌하다는 듯이 쿡쿡 웃다가 혀를 차기를 반복하며 두준을 비웃고 있으니, 어느새 할머니께선 모든 반찬 세팅을 마무리 짓고 자리에 앉아 우리를 테이블 앞으로 부르셨다.
"꺄- 맛있겠다. 잘 먹을게요, 할머니."
"양요섭. 너 끼부리지마."
"조용히 해, 할머니 식사하시잖아."
"이게-!"
"쉿."
아오, 확 그냥. 마치 두준의 표정이 그렇게 소리내고 있는 것 같았다. 쌤통이다, 윤두준. 요섭이 그렇게 말하곤 곧장 고개를 숙여 두준의 시선을 피하자, 두준도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고 조용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너희, 오늘 부동산 다녀온거라면서? 집은 어떻게 됐니?"
아, 맞다. 알려드리는 걸 깜빡했네...... 가 아니라, 여태까지 식사시간 도중에 말씀 한번 꺼낸 적 없으시던 할머니께서 웬일로 먼저 말씀을 꺼내신거지? 요섭은 열심히 밥을 먹느라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당황함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두준도 적잖게 놀란건지 숙인 허리 위로 고개만 살풋 들어 할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고 그러니, 부담스럽게. 집은 어떻게 됐냐니까."
"..... 아, 집이요? 오전엔 집이 잘 안구해지길래 천천히 알아보려고 했는데 지금 보고 오니까 또 좋은데가 있어서 바로 계약하고 왔어요, 할머니."
"이 얘기도 하려고 했는데. 어쨋든 우리 글피에 이사해요."
말 끝마다 할머니, 할머니하며 애교스럽게 할머니를 부르던 요섭은 할머니께서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시자, 다시 식사를 하려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다가 맞은편에 앉아있던 두준이 말을 꺼내는 순간, 설마 목걸이 얘기인가 싶어 덜컹한 마음을 부여잡은 요섭은 곧 두준이 잇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뱉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운한 표정을 얼굴에 역력히 드러내시며 어색하게 웃음 지으셨다. 그 표정을 읽어내지 못할리 없는 두준과 요섭은 딱히 이렇다 할 수가 없어 조용히 밥알만 깨작였다. 세명 사이에서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평소 식사시간과 같은 정적이었지만 느낌은 또 다른, 어색하고 불편한 정적이 이어졌다. 그 사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신 할머니는 의아한 표정의 우리를 뒤로한 채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금세 방에서 나와 제 자리로 돌아오셨다.
"너희가 간다니까 선물 주고 싶어서 방에 가봤더니 줄 게 없네. 미안해서 어째....."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선물이라는 말에 뜨끔한 요섭과 두준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차게 손사래를 쳤다.
"어휴- 아니에요, 할머니. 괜찮아요."
"자꾸 뭐 주려고 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필요한 건 사서 쓸게요. 너무 걱정마. 얼른 밥 마저 드세요."
할머니께선 두준이 손수 쥐어주는 숟가락을 받아들고나서야 다시 식사를 이었고, 요섭과 두준은 서로 뜻모를 눈빛을 교환하며 마저 식사를 끝냈다. 재빠르게 수저와 접시를 정리하고 반찬까지 모두 냉장고에 되돌려 정리를 마친 두준과 요섭은 무언가에 좇기듯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 두준의 방에 들어왔다. 요섭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발라당 누워버렸고 두준은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방문까지 걸어 잠구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둘은 동시에 픽- 하고 흘려 웃어버렸다. 아마도, 선물 얘기에 찔려 급하게 상황을 정리하려던 저들의 모습이 그렇게 우스웠던게 이유였나보다.
"괜히 찔려가지고.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나도. 할머니가 목걸이 얘기라도 하실까봐...."
요섭이 침대에 뉘였던 몸을 일으켜 앉자, 방문에 기대어 서있던 두준도 요섭의 옆에 자리해 앉아 씁쓸한 웃음만 얼굴에 내비췄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우선적으로 막막함이 앞선 두준은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제 캐리어 앞주머니에서 목걸이 케이스를 꺼냈다. 미묘한 두준의 행동을 감지한 요섭은 그제서야 계속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어 두준을 쳐다보았다. 두준은 가져온 케이스를 열어 벙쪄있는 요섭의 손에 얹고, 걸고있던 목걸이를 풀어 요섭이 들고있는 케이스 안에 정리해 넣었다. 갑작스런 두준의 행동에 당황한 요섭이 물으려던 참에 두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커플 목걸이 아닌거야. 너도, 나도 없잖아."
"야, 그래도.... 넌 하고 있어도 돼는데."
"한명만 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 너 찾으면 그 때 같이 해도 안늦어."
"아니...."
"그만. 거기까지만 하자. 너 피곤할텐데 이제 방 들어가서 쉬어."
두준의 말에 제법 감동받은 티를 내 듯 요섭이 눈물을 글썽이자, 두준은 급하게 요섭을 자리에서 일으켜 방문 앞까지 두 손 모아 떠밀었다. 요섭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막으려 옷깃으로 눈가를 대충 닦아내곤 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두준을 뒤로 한 채, 방 안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한숨 돌린 두준은 제 침대로 돌아와 몸을 편히 뉘였다. 목걸이를 잃어버린 요섭을 달래는 일이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방금 전 목걸이를 케이스에 돌려 놓으려던 것도 사실 밥먹는 내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만큼 신경써서 생각하고 이행한 일이었다. 이미 충분히 무력감에 빠져 있는 요섭을 더욱 건들이는 건 아닐지. 생각 외로 요섭이 달갑게 받아주어 다행이지만, 이 행동만으론 상황이 마무리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있을 두준이었기에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요섭이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걸 눈치챘을 때, 사실 바로 생각난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배서진. 웬만해서는 작은 꼬투리 가지고 넘어질 성격이 아닌 두준이었지만, 서진이 아니라면 목걸이가 어디로 사라질 이유는 없었다. 목걸이가 발이 달려 도망갈리가 없는 이상, 서진이 의심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심증만으로 괜한 사람 몰아세우는 아니지 싶어 쉽사리 서진에게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끄응... 모르겠다.... 한참동안 침대에서 꿍얼거리며 뒤척이던 두준은 마침내 베고 있던 베개를 품에 안고 쫄래쫄래, 걸어 요섭이 누워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띠리링- 띠리링 -
아침 댓바람부터 휴대폰의 벨소리가 끈기있게 울어댔다. 두준은 시끄러운 벨소리를 끄려다 앞서는 피곤함에 몸을 뒤척이며 베개로 대충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다고 시끄러운 소리가 가시랴. 벨소리가 신경에 거슬리는 건 요섭도 마찬가지였는지, 두준의 품에 안겨 조용히 잠에 빠져있던 요섭은 어느새 두준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두준을 등져 누웠다. 어, 안되는데. 비몽사몽한 정신 속에서도 요섭이 제 품을 빠져나갔다는 걸 용케 알아차린 두준은 다시금 한쪽 팔로 요섭을 품에 가두고 또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두준아. 나, 배서진."
"....... 어, 또 왜."
"또라니, 섭하게. 웨딩 플래너 일 물어보려고. 너가 오늘 연락하라며."
사실 그 때 그 카페에서 서진에게 손인사만 하고 나온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웨딩 플랜을 짜주겠다는 서진의 말에 솔깃했지만, 앞에서 싫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요섭 탓에 내색을 못했었다. 많고 많은 결혼 순서 중 하나가 웨딩플래너를 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일 하나라도 더 줄이자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서진에게 내일 연락달라는 쪽지를 남기고 카페를 나섰던 것이 마지막 방법이었다. 어차피 요섭과 서진이 대면하는 일만 없게하면 딱히 안될 이유도 없을 것 같아, 서진에게 플랜을 맡기고 그 플랜을 두준이 요섭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굳이 자진해서 힘들게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느껴 더이상 서진의 연락이 필요 없어지려던 참에, 다시 서진과 얘기할 일이 생겨버려 연락을 약속했던 게 헛수고로 돌아가는 수모는 없었다.
"아, 그거. 요섭이랑 아직 얘기를 안해봐서...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 그래, 알겠ㅇ...."
정말 서진이 목걸이를 가져간게 맞다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은근슬쩍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두준은 서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베개 아래로 던져 버리곤 저를 등져 누워버린 요섭을 두 팔로 아프지 않게 감쌌다. 그 감촉에 눈을 떠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요섭은 금세 등을 돌려 두준과 마주보고 누운 뒤, 다시 눈을 감았다. 요섭은 꾹 다문 두 눈과 함께 닫힌 입술사이로 "누구야?" 하고 갈라진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이번주 공연 무대에 같이 설 오케스트라 팀원. 이제 무음 해놨으니까 더 자."
두준은 요섭의 작은 머리통을 제 어깨에 걸치고는 그 위로 일정한 숨소리를 냈다.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지만 잠들 수 있는 요섭을 알기에, 두준은 더욱 천천히 그리고 일정하게 고른 호흡을 뱉었다. 네가 걱정없이 내 품에서 포근히 잠들 수 있도록.
Marriage Blue < 06 >
월요일 오전.
오늘 이사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한가한 오전이었다. 이삿날, 보통 다른 집 같았다면 아침 일찍부터 이삿짐센터에 짐을 넘기고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을 터였지만, 두준과 요섭은 이미 모든 가구들을 이사할 집으로 보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가져온 캐리어만 들고 가면 이사가 모두 마무리 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요섭은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서야 거북이마냥 느릿느릿한 속도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두준도 요섭과 별 다를 바 없이 게으른 몸짓으로 집 안을 기어다녔다. 단지 귀찮아서라기보다, 이삿날인걸 알아차리신 할머니께서 새벽 6시부터 우리를 깨우신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다시 자기도 시간이 애매해 결국 일어나보니 이게 참, 내 몸인지 네 몸인지 구별이 안가는 거다. 단연코 귀찮아서는 아니다, 절대.
"얼른 챙겨, 이 눔들아. 벌써 해가 중천에 떴어."
"할무니... 귀찮아.... 양말 좀 신겨줘요...."
"안 일어나?!"
두준이 바닥에 누운 채로 할머니께 다리만 추켜 올려 발가락을 꼼지락대니, 할머니께선 과감히 테이블 위로 두준의 다리를 밀어넘겨버리셨다. 할머니, 나이스! 때마침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어내며 거실로 나오던 요섭은 때맞춰 고통을 호소하는 두준의 모습에 마구 비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얼마 못가 들리는 할머니의 잔소리에 요섭은 급히 옷을 챙겨입고 갖가지 물건들을 대충 쑤셔넣은 캐리어 가방을 든 채, 후다닥 거실로 뛰쳐 나왔다. 두준도 할머니에 잔소리에 정신을 차린건지, 늦게나마 간드러지게 사복을 챙겨입곤 캐리어를 머리에 인 채로 거실을 내려왔다. 두 굼벵이가 말끔히 정리를 하고 나오니 제법 사람다운 느낌이 풍겼다. 뭐, 그게 그거지만.
할머니께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첫 식사로 바삭하고 달짝지근한 토스트를 만들어 거실 테이블에 차려주셨다. 두 굼벵이는 또 다시 소파에 드러누울 생각에 몸에 힘을 늘어트리려다 맛있는 토스트의 비주얼에 금세 몸을 일으켜 눈빛을 반짝거렸다. 먹는거라면 환장하는 둘을 훈련시키는 데에 있어 참 능수능란하신 할머니셨다.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말이다.
"잘 가고, 언제든지 전화하렴. 가끔은 놀러도 오고."
할머니께서는 밀려오는 아쉬움에 잡은 요섭의 손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연신 손을 토닥이셨다. 당연하죠. 자주 전화드리고 자주 놀러올게요. 요섭이 오랜만에 따뜻하게 웃어보이며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요섭의 등을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손길로 한참을 어루만지시던 할머니는 눈치없는 두준의 클락슨 소리에 손을 떼고 요섭에게 손인사를 건네셨다. 요섭은 또 뵐게요, 라는 말과 함께 허리숙여 인사한 뒤 두준이 타고 있는 차에 몸을 실었다. 할머니댁의 작은 주차장을 나서면서도 요섭은 창문을 내려 끝까지 할머니께 손을 흔들다, 끝내 벽돌로 세워진 벽이 할머니의 모습을 가려버리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창문을 닫았다. 전부 닫지 않아 생긴 조그마한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요섭의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저 편한 리듬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모두 맡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따위 마음 한켠에 조용히 숨겨두는 편이 더 나을것이라 생각했다. 바람은 무언가와 부딪치면 이렇게 으스러져버리지만 그걸 부딪치고 있는 나에게 바람은 그저 흘러 지나가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다 왔다. 우리 신혼집."
두준이 능숙하게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끄자, 요섭은 신이 난 듯 차에서 내려 먼저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캬- 이 집은 언제봐도 감탄만 나오는 집이었다. 심플한 내부가 아주 그냥 내 취향저격. 이제 막 가구가 도착해 정신없고 지저분해 보이는 집 조차도 요섭은 마음에 드는지 계속해서 환한 웃음을 한 채로 집 안을 돌아다녔다. 요섭보다 한 발 늦게 집에 도착한 두준은 들뜬 요섭과 달리 허한 마음을 그대로 얼굴 표정에 드러냈다. 예쁘다기 보단 뭐랄까......, 그냥 더러웠다. 집 안에 크고 작은 택배상자들이 정신없이 널부러져있는데 그걸 보고 좋아하는 요섭이 이상한거지, 두준은 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두준은 현관문 앞부터 길을 막고 있는 냉장고 박스를 있는 힘껏 옆으로 밀어넣곤 소파조차 세팅되어 있지 않은 빈 거실마루에 앉았다. 아, 막막하다. 그냥 이 짐들 정리를 모두 요섭에게 맡기고 어디 구석에서 좀 편히 쉬고 싶은 두준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분명 요섭이 저더러 파렴치한 놈이라고 욕할게 분명했기 때문에 감히 말도 못꺼내는게 사실이었지만.
"빨리, 얼른, 치우자!"
".......으어어어어어......"
"다는 말고, 거실이랑 부엌만 대충 해두지 뭐. 나머진 애들 오게되면 맡기고. 이히히-"
생각하는게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참, 사랑하는 사람은 닮는다는데. 쓸데없이 많이도 닮았다. 두준은 요섭의 애교섞인 말에 픽- 웃어버리며 귀찮음에 찌들어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켰다. 요섭은 벌써 시동이 걸렸는지 팔을 걷어붙인 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변탐색을 시작했고, 두준은 생각따위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던져둔 채 무작정 택배박스를 뜯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테이프가 자꾸만 상자 모서리에 걸려 짜증이 난 두준은 한 손에 주방용 가위까지 쥐어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이삿짐 풀기를 시작했다. 두준이 크고 작은 박스들에 뒤엉켜있는 테이프를 찢고 박스를 열면 요섭은 저가 나름대로 구상한 구조대로 짐을 옮겼다. 역할분담이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두준은 겉으로 보기에만 괴팍해보이지, 사실 요섭의 힘에 비하면 그저 나약한 편에 불과했다. 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큰 냉장고나 분리된 소파의자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 손쉽게 짐을 나르는 요섭 덕분에 꽤 긴시간 동안 이어질 것 같았던 짐 정리는 꽤 빠른속도로 진행됐다. 겨우 짐정리를 시작한지 삼십분 쯤 흘렀을 때, 두준은 모든 박스를 개봉했고 널부러진 테이프까지도 모두 주워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가위를 손에서 놓음과 동시에 바닥에 미끄러지듯 앉아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꼴랑 그거 하고 주저 앉긴. 요섭은 양팔로 티비를 번쩍 들어올린 채 힘이 부쳐 헥헥거리는 두준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쯔쯧. 결혼하면 운동도 좀 시켜야겠다.
"야, 우리 약속한대로 티비는 가운데. 티비앞엔 게임기야. 피아노는 무조건 저 구석!"
"아이씨. 진짜로 그러기야? 자비 좀 베풀면 어디 덧나냐?"
"에베베베베베베"
요섭은 두준을 향해 괴상한 소리를 내며 혀를 삐죽 내밀어보이곤 가져온 리모콘형 게임기를 티비 앞에 연결해 설치했다. 역시, 게임기만 설치해도 집 비주얼이 사네. 요섭은 가져온 게임기의 게임팩을 티비 서랍안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뒤 다시 몸을 일으켜 소파를 잇는데 열중했다. 4개 정도의 조각으로 분리 된 조립형 소파는 힘든 수고없이 그저 4조각의 소파를 서로 연결해 붙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였다. 까짓꺼. 요섭은 박스안에서 세상 빛을 보려 나온 소파조각들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돌려가며 배치하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구조를 찾았는 지 손을 탈탈 털며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로도 거실의 가구배치는 요섭, 저 스스로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티비, 게임기, 소파, 테이블까지 모두 일련되게 배치를 마친 요섭은 그제야 뻐근해진 몸을 풀며 소파에 앉았다. 거실의 짐정리는 벌써 반 이상이 끝났는데도, 시간은 고작 한시간 반을 조금 넘겨 흘러가고 있었다. 요섭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거실의 짐정리를 모두 끝내버릴 생각인지, 소파에 앉은지 오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섭의 혈기 넘치는 행동에 기가 빨리는 건 두준뿐이었다.
좀 쉬어가며 하자는 두준의 말을 귓등으로도 들은 체 않던 요섭은 두준의 피아노를 나르기 위해 다시금 두 팔을 걷어붙였다. 차마 자기 피아노를 같이 나르자는 요섭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돕지 않으면 새로 산 피아노가 마당발에 맨발로 덩그러니 놓여질 수도 있는 신세가 될 지도 몰랐기 때문에. 두준은 다시 가위를 들고 피아노의 박스를 뜯어 개봉한 뒤, 서로 피아노의 양 모서리를 잡고 있는 힘껏 피아노를 들어 거실 모퉁이로 이동시켰다. 크헉. 기이한 신음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무슨 피아노 주제에 이렇게 무거운지.
"야, 똑바로 안ㄷ..... 아!"
두준이 피아노를 거의 드는 둥 마는 둥하며 요섭이 들고 있는 방향으로 힘을 싣자, 피아노가 한쪽방향으로 쏠리듯 기울더니 그만 요섭의 발등 위로 피아노 기둥이 내리찍혀버렸다. 쿵- 하는 소리에 놀란 두준은 제 발을 양 손으로 쥐고 아파하는 요섭에게 재빨리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어디 봐봐. 두준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요섭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치자, 요섭은 두준의 손을 내치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 어떡하지. 요섭의 행동에 안절부절 못하고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제 자리를 맴돌던 두준은 끝까지 제 발을 감싸고 있는 요섭의 손을 치우고 깊게 찧인 상처를 확인했다. 벌써 새파랗게 멍이 들고 찧인 자국이 깊게 패인걸 보면 작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잘 좀 들라고 했잖아."
"미안, 미안해. 이거 어떡해야 되지? 병원 갈까?"
"병원은 뭔 놈의 병원. 괜찮으니까 피아노나 마저 나르고 뭐 좀 먹자. 배고파."
오늘 하루종일 이 일을 빌미로 물어 뜯기겠구나, 하고 예상하고 있던 두준은 의외로 덤덤한 요섭의 반응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만 있다, 먼저 일어서는 요섭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를 마저 옮겼다. 비록 구석자리였지만 피아노의 외관이 깨나 한 멋짐 하는 덕에 유난히 눈에 띄어 두준은 제법 만족스러운 듯 했다. 요섭은 더 이상 손하나 까닥할 기운도 없는 지 그대로 소파에 널부러져 앉았다. 어우, 배고파. 요섭이 무심코 중얼인 말에, 두준은 제 짐가방에서 컵라면과 초코바를 비롯한 여러 간편 조리음식들을 후다닥 꺼내어 요섭의 앞에 세팅하곤 젓가락까지 요섭의 손에 손수 쥐어주었다. 안그래도 되는데 굳이 그러시겠다면야. 요섭은 한쪽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 두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당황한 두준이 순간 숨을 멈추고 요섭과 시선을 마주하자, 요섭은 픽- 비웃음을 흘리며 두준의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내 발 다치게 한 대신에, 소원하나 들어주기. 콜?"
"...... 그, 그러던지."
"아직은 아냐. 보류. 나중에 필요할 때 쓸거니까 잔말말고 들어주기다."
오랜만의 요섭의 도발에 당황한 채로 벙찐 두준이 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요섭은 두준의 머리를 쓸어넘기던 손을 떼고 컵라면을 집었다. 먼저 시작하고 내빼는 게 어딨냐. 두준이 한쪽 눈썹을 씰룩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자세 그대로 요섭을 소파에 밀어붙힌 두준은 그대로 요섭의 위에 올라타 요섭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괜찮아. 여기에 우리 둘밖에 없어."
가히 시간을 남기고 일찍 잠에서 깬 두준은 일어나자마자 욕실 거울에 얼굴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며 오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눈이 붓거나 찌뿌둥한 몸 구석도 없었다. 나름 괜찮은 상태에 만족한 두준은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해외에서 있는 첫번째 공연 날. 캘리포니아로 넘어와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이런저런 절차를 밟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서도 늘 두준이 곡 연습을 해왔던 건 순전히 오늘 공연을 위해서였다. 이 공연에 초청 된 성악가들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이었고, 그들 사이에는 성악계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로즈 밤톤까지 초정되어 있어 감히 다른 공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굉장한 스케일의 공연이었다. 그 분들의 이름에 걸맞게 오케스트라의 팀원들 또한 굉장한 실력을 지닌 분들이었고, 그 중 피아니스트로 초정 된 사람이 두준이었다. 처음에 두준이 이 공연이 피아니스트로 초청을 받았을 땐 몇번이고 정중히 거절했었다. 감히 저가 오케스트라 가운데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큰 공연이었기에, 딸려오는 부담감을 당해낼 자신이 없어 거절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날아오는 러브콜에 마지못해 부담감을 안고 수락한 두준이었다. 때문에 매일 늦장을 부리던 두준도 오늘만큼은 피곤함을 이기고 일찍 일어나 이렇게 말끔히 준비를 하고 있던 거였다.
"잘 갔다와. 실수하지 말고."
요섭은 제법 부부답게 두준의 넥타이를 손수 메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싱긋- 웃었다. 그 크나큰 공연을 모를리 없던 요섭이라, 긴장하는 건 요섭도 마찬가지였다. 두준은 귀여운 잠옷 차림으로 제 아래에 서서 끝까지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요섭에게 가벼운 키스를 건네곤 현관문에서 신발을 고쳐 신었다. 요섭은 두준이 신발장 앞 전신거울 앞에 서서 매무새를 확인하는 사이에 두 손을 말아쥐곤 떨리는 기색을 보였다. 잘 하고 와야 할텐데.... 두준은 저보다도 더 긴장에 떠는 요섭을 바라보다, 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봉투를 꺼내 요섭에게 건넸다. 그 때 그 편지인가, 싶어 별 생각없이 봉투를 연 요섭은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놀란 듯이 눈을 휘둥그레하게 떠 보였다.
"이따 옷 멋있게 입고 와. 오후 2시까지긴 한데 기왕이면 한시반까지 도착하는 게 좋을거야. 이따보자."
무려 VIP석. 큰 공연이니만큼 조금의 부담감이라도 덜어주려 공연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던 요섭이었지만, 그래도 두준이 "올래?" 하는 빈말이라도 한마디 없어 조금은 서운해 한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곳의 공연 티켓은 단순히 공연자의 가족, 지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구할 수 있는 티켓이 아니라는 걸 아는 요섭이기에 서운한 마음이 수그러지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게 당일 날 티켓을 건네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두준이 마침내 간드러진 매무새로 집을 나서자, 요섭은 멍- 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티켓을 응시했다. 지금 오라는 거 맞지?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요섭은 그제서야 얼굴에 환한 웃음을 걸고서 재빠르게 옷가방을 뒤적거렸다. 뭘 입고 가야 하나. 옷가방 깊숙이까지 손을 넣어 옷을 헤집던 요섭은 급기야 옷가방을 들고 현관문 앞 전신거울로 쪼르르 달려갔다. 신경쓴 듯 안쓴 듯 한 사복차림? 그건 또 너무 했나. 그럼 상큼하고 러블리한 하얀색 정장? 좀 오반가. 한참동안 여러 옷들을 몸에 대보며 부산스럽게 혼자서의 패션쇼를 즐기던 요섭은 결국 무난한 검은 수트를 골라 입었다. 음, 어딘가 심심한데..... 요섭은 어딘가 2프로 부족한 제 모습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고민하다, 어느덧 9시반을 지나고 있는 시간에 놀라 정장을 입은 채로 집 청소를 시작했다. 나중에 패션 옵션으로 저건 꼭 하고 가야지, 생각하면서.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씁니당.
사실 두편 분량 치고는 짧은 편인데 길게 쓰자니 읽으시느라 지루하실 것 같아서 얼른 끊었답니당.
제 픽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다른 분들의 글은 다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데 저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지루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소재자체는 너무 좋지만 (네스님 스릉흡니드..... 으즈므니) 제가 너무 지루하게 풀어쓰는거 아닌가 싶고... 그럼에도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껜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래도 전개가 너무 지루한가 싶고 막 그냥 막 그러네용. 그래서 이젠 더더더더더더더욱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당. 지켜봐주세요.... (찡긋 (작가의 한풀이니 가볍게 무시해주세용.)
다시한번 감사합니다ㅎㅎ
+ 업쪽문구는 [사고] 입니다.
+ 재촉, 친분, 오타지적등 개인적인 소통은 모두 @renug0222 로 멘션주세요.
4화에 댓글 달아주신 감사한 분들♥
탱글오렌지 / 주코 / hsys / 비스트신드롬 / 시크한고양이 / 일방향 /
리아 / 비스트까꾸웅 / 요섭이츄츄 / 김말미잘 / Surperbly /
nancymagar / 꿀성대비스트 / 아크릴공장 / 두소푸 / 녹차라떼 /
Nighty / 후깜 / 병아리요 / 뿜빠라비스트
첫댓글 ㅎㅎ배서진양 굉장히 신경쓰이네요 껄껄껄 앞으로도 차갑게 거절해야할텐데 두준군 믿습니다^^ 역시나 오늘편도 짱짱이네요 다음편도 재미지게 써주세요~
만약에...그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여성분이 훔쳐간거라면...저는...그 여성분에게 더이상 존칭을 써드릴수가 없을 것같군요..ㅠㅠ 두준이가 요섭이목에 목걸이 없어진걸 발견했네요 그래도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다행..ㅎㅎ 요섭이랑 두준이랑..둘다 친구시킬생각에..ㅋㅋㅋㅋㅋㅋ 어쨋든 잘보고갑니다1 다음화도 기대할게요!
헤헤... 데헷=_= 오늘편이 전편보다 좀 더 마아아않이 달달해보이는 건 저뿐인가요? 아 정말 그 배서진씨가 그 소중한 목걸이를 가져갔다면... 저는 그 배서진씨에게 몰아붙이며 화를 낼 것 같네요 진짜 목걸이가 어디갔을까요?ㅠㅠ 두준이가 요섭이가 목걸이룰 잃어버린 것을 알았지만 속상해하는 요섭이를 보고 차마 화를 못내는 것 같네요 그리고 신혼집 너무 궁금해요ㅠㅠ 잘 꾸미고 살아야하는데ㅠㅠㅋㅋㅋ 두준이가 공연을 잘 했으면 좋겠네요ㅠㅠ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사고] 배서진 그여자분이 목걸이가져간거같아요ㅠㅠㅠㅠㅠ가지고있다면 얼른 돌려줬으면 좋겠어요ㅠㅠㅠ두준이가 건성으로 피아노 들다가 결국은 요섭이가 다쳤네요ㅠㅠㅠ피아노 무게가 어마어마할텐데 그무게를 발로 견딘요섭이 어떻해요ㅠㅠㅠ다음편도 기다리겠습니다!!
[사고] 역시...그여자...배서진이라는 사람이 가져간게 확실한거같네요..그 목걸이훔쳐서...대채 어떻게 할려고 그런건지....업쪽이 사고라니...왠지 불안하네요....음...담편도기대할게요
끄아... 역시 배서진분이 제일 의심가는군요!! 다음편도 기대해서 볼게요;-))
[사고]정말 그여자가 가져간게 확실한거같네요 진짜!!나쁜여자같으니라구ㅡㅡ그나저나 피아노에발다친 요서비는괜찮을런지ㅠㅠㅠㅠ 무튼이번편도잘보고갑니다
[사고] 걱정이네요........ㅠㅠ 좋은일만 있길 바래요... 수고하시고 감사합니다^^
[사고]아..서진이..자꾸 뭔가 걸리는 느낌이란말이죠..목걸이가 제일 큰 걱정인데..그나저나 요섭이 발등을 피아노에 찍혔는데 괜찮은거겠죠..업쪽문구가 사고라고하니..뭔가 또 일이 벌어질 느낌이라 무슨일이 터질지 의문인데요~그래도 피아노치는 두준이의 모습이라~다음편도 기다리겠습니다!!
[사고]가볍게 무시하지 못하겠어요!!!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너무너무 재미잇는걸요ㅎㅎ데헷ㅎㅎ소재도 소재지만 이런 소재를 재미있게 푼다는거 자체가 대단하신거 아니겠어욯ㅎㅎ그런 생각일랑 하늘에 던져버리시고 열심히 저희 댓글 보시면서 행복히 웃으시고 써주시기만 하시면 됩니닿ㅎ 아 그나저나 좋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지게 되서 좋긴한데..그놈의 목걸이ㅡㅡ저는 배서진이라고 생각하렵니댜...아니면....사과하고요ㅋㅋㅋ어쨋든 나쁜 배서진...확 때려버릴까요??너무 잘 읽었어욯ㅎ건필하세요~
[사고] 목걸이 사건이 잘 무마되서 다행입니다! 아직 찾아야 하지만 한시름 놓았네요.. 자꾸 배서진이 걸립니다.. 괜한 의심일 수도 있긴 하지만요! 집, 차, 사랑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행복한 신혼생활이 될 것 같아요~ 발 다친 것은 빨리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듯 해요ㅠ 무려 피아노 인데 말이죠.. 쾌차하시길 빌며ㅋㅋ 이번 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고] 역시 목걸이는 배서진이 그런 거예요!!ㅠㅠ 그런데도 뻔뻔하게 두준이한테 전화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네요ㅠㅠ 목걸이 할머니가 아시면 되게 속상하실 것 같아요 두준이도 서운했을 텐데 요섭이 걱정부터 하다니.. 역시 멋있어요ㅠㅠ 신혼집 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두준이보다 요섭이가 더 세다니.. 의외네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사고] 아~푸우님^^이제서야 소개글부터 여기까지 다읽었네요~ㅎㅎ작가님께서 지루하다고 하셨는데 전혀 안지루했어요~읽는내내 재밌었어요!!요섭군이랑 두준군이 결혼을 얼마 안남기고 여러사고들이 많아 어째 불안불안하네요ㅠㅠㅠ서진?인가 그분도 계속 걸리고 그래요~ㅠㅠㅠ 우울우울...그런데 막 둘이서 알콩이 달콩이 하고ㅎㅎㅎ차안에서도 알콩달콩하다가 결국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걸 들키고 마네요...잉...ㅠㅠㅠㅜ사실 두준군이 화낼줄알았는데 할머니를 먼저 걱정하면서 요섭군을 다독여주는데~~또 괜히 찡하고~^^그나저나 목걸이는 그 배서진이라는 분이 가져간게 거의 확실해진건가요??글보면 그런거같은데 만약 아니라면 두준군이
헛걸음하는게 되버리는데~~ㅠㅠㅠ그건 또 안되는데요ㅠㅠㅠ어떻게된일일지 궁금해져요~ㅎㅎㅎ이사하는장면은 투닥거리는 두준군과 요섭군의 모습이 그려져서 재밌었네요~ㅎㅎㅎ그 요섭군이 보류해둔 소원도 궁금해지구요^^좋은 데에 써야할텐데~~ㅎㅎ다음주엔 두준군의 피아노치는 모습을보는건가요?기대되네요~~ㅎㅎ다음화도 기대할게요^^
[사고] 저여자 ㅡㅡ 매우거슬려요 ㅡㅡ 제가 저여자갔다고한거같은데 진짜같네요 ㅡㅡ 흥 두섭사이를방해하다니 확그냥막그냥여기저가막그냥하고싶지만 아직은모르는거니꺼...ㅎㅎㅎㅎ 가만히있어야지요 ㅋㅋㅋㅋ 아무튼이번편도정말잘읽었습니다다음편도기댜할게요:-)
[사고] 사고라니요..ㅠㅠㅠ사고가 이번화에 나온 발등찍힌 사고인건지 다음화에 혹시 또 다른 사고가 나오는건지 걱정도 되네요..ㅠㅠ 그래도 목걸이 잃어버렸다고 실망도 화도 안내는 두준이에 다행이기도 하네요! 두준이가 배서진 이라고 추측하고 있을줄이야…어서 목걸이가 제주인을 찾아 돌아왔으면..;ㅁ; 오늘도 잘보구 갑니다!!
[사고] 두준이가 피아니스트란걸 자꾸 잊어버린다
[사고]전편보다 이번편이 좀더 달달한거 같아요ㅎㅎ 업쪽문구가 사고인데..무슨 사고가 있을지..큰일은 아니였음 좋겠네요 그리고 배서진이라는 여자..정말 마음에 안들어요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사고] 목걸이가 없어져도 둘 사이는 여전해서 다행이네요ㅎㅎ 근데 진자 업쪽문구가 사고라니깐 뭔가 괜히 찝찝해요ㅠㅠ 배서진이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별로였는데 만약 목걸이를 가져간 사람이 맞다면 진짜 나쁜거에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항상 화이팅입니당!!
업쪽문구가 왜이리 불안하죠?ㅜㅜ 목걸이도 슬프고ㅜㅜ 하.. 그리고피아노치는 두준오빠와 힘쎈 짱짱맨 요섭오빠도 굿입니다ㅋㅋ